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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3 Bab

제2431화

“총 몇 장입니까?”염구준은 너덜너덜한 항해 지도를 살펴보며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말투로 보아, 완전한 지도가 없이는 유동심연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럼 정보를 알아도 헛수고란 걸 알 수 있었다.“전부 여섯 장입니다. 저도 한 장 가지고 있으니까요.”노신기는 말하면서 품에서 한 장을 꺼내 염구준에게 내밀었다.이 낡은 항해 지도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것으로,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들 가보처럼 소중히 간직해왔었다.염구준은 노신기의 손에서 지도를 건네받은 후, 두 장의 지도를 맞춰보았지만, 도무지 맞춰지지가 않았다. 즉, 지금 당장은 이 두 장 모두 쓸모없다는 거다.“하아... 나머지 네 장은요? 단서 있습니까?”염구준은 할 수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혹시나 쓸만한 정보가 있을까하는 바람으로 물어보았다.유동심연에 관해서는 그도 오늘 처음 들은 것이라 아무것도 짐작할 수 있는 게 없었다.노신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옛 일을 회상하면서 입을 열었다. “있습니다.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캐틀린 가문, 레온 가문, 대어당, 그리고 안설홍이 각각 한 장씩 가지고 있습니다.”“여섯 장의 항해 지도의 출처는 같았습니다.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저희 여섯 세력은 동맹이었거든요. 하지만 나중엔... 후.”예전의 말을 하다가 노신기는 가슴 아픈 일이 생각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그 동맹이 유지되었더라면, 지금처럼 스텔라성의 성장도 없었을 테고, 오늘 같은 초라한 꼴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염구준은 점점 더 의문이 커졌다.“그럼 지도가 어디 있는지 다 알면서 왜 아무도 옥패를 찾으러 가지 않은 겁니까?”옥패의 큰 유혹력이라면 그들같이 작은 세력으로는 지키지 못했을 것이 뻔했다.“갔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백 년 동안 수십 번이나 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살아 돌아온 사람도 적었다고 해요.”“그리고 저희는 가라앉은 배에 있는 보물을 찾으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유동심연의 밑에 옥패가 있다는 걸 몰랐어요.”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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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2화

일이 마무리되고, 몇 사람이 서재를 나서려던 찰나, 노신기가 끝내 참지 못하고 염구준에게 물었다.“염 선생님, 혹시 그 천기 폭쇄함을 어디서 얻으신 건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황계웅 겁니다.”염구준은 그냥 일반적인 전리품일 뿐이라 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해 담담하게 말했으나 노신기는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황계웅이 조용하게 살긴 했지만 전성기에는 스텔라성과 맞설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이 근방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염씨?’“당신이 비로 황계웅을 죽인 독하기로 소문난 염씨입니까?”노신기는 말을 하며 거의 제자리에서 펄쩍 뛸 뻔 했다. 그의 얼굴엔 놀라움과 공포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이 정도 실력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우리 따위는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을 거야.’그가 생각했다. “겨우 절정 반보천인인데요, 뭐. 별 것 아닙니다.”염구준은 이건 자랑스러워할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지를 뛰어넘은 싸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 육신이 한계까지 강화된 강자도 이겼었는데, 겨우 황계웅을 이긴 게 자랑거리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노희연은 입을 동그랗게 벌린 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평범한 반보천인이라면 그녀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겠지만, 황계웅을 참살한 사람이라면 이제 더 이상 함부로 비웃을 수가 없었다.황계웅이라는 악마를 죽인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그를 동경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저희 딸이…!”노신기는 허둥지둥하며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로 사죄하려 했다.그 말투 속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내공으로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됐습니다. 신경도 안 썼어요.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전이었다면 노희연은 이 말을 듣고 잘난척 한다며 비웃었을 테지만, 엄청난 업적이 있다는 걸 안 지금은 오히려 대범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장치가 작동하며 서재 문이 열렸고, 네 사람은 천기문의 연회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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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3화

“다들 계속 식사하시죠!”노신기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상대가 먼저 시비 걸지 않는 이상, 굳이 먼저 얼굴 붉힐 이유는 없었다.괜히 강적을 한 명 더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반면, 포스와는 달리, 염구준은 힐끗 쳐다본 것만으로 자리에 있는 이들의 실력을 전부 파악했다.‘반보천인이 하나도 없다니. 별거 아니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염 선생님, 저놈들을 그냥 쫓아낼까요?”그레이는 포스 일행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필요 없어. 별거 아닌 것들이라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비웃는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쪼잔한 수작질로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게 뻔해서였다.“알겠습니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염구준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그도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노신기가 앉자마자 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노문주, 천기문에 경사인 날에 빈 손으로 온 게 좀 미안하네요.”“대신 자리에 앉아 계시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작은 공연 하나 보여줘도 되겠습니까?”이에 연회장에 있는 대부분이 그가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벌일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그가 말한 공연이란 게, 절대 평범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포스 가주의 성의, 깊이 감사드립니다.”노신기는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여긴 천기문이었다. 외부인이 시비를 걸어도 가주로서 두려움에 떨며 조심스럽게 행동할 필요 없다는 거다.“여긴 제 제자 마크입니다. 무공이 제법 괜찮아요. 다만, 늘 실전하고 싶어 해서 문제입니다.”“천기문의 젊은이들도 실력이 괜찮다 들었는데, 노문주께서 제 제자가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도울 수 있으신가요?”포스가 손짓하자, 그의 뒤에서 전신 경지의 중기에 처해있는 사람이 걸어나왔다.“노대영, 네가 나서 보도록.”노신기는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남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마크와는 달리, 노대영은 겨우 전신 경지의 초기에 발을 디딘 수준이었다.상대보다 한 단계 더 낮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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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4화

마크를 놀래킨 타이밍이 완벽했으니까 말이다.“다 선생님 덕분입니다.”노대영은 자리로 돌아가 염구준을 향해 주먹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그나마 눈치는 있네.”상대방이 그의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 망설임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염구준은 조금 만족스러웠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포스는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그는 염구준이 너무 얄미웠다.“가주님, 제가 진 건 다 저놈들이 계략을 써서 그런 겁니다! 제대로 따지셔야 합니다!”싸움에서 패배한 마크는 벌이라도 받을까 봐 얼른 책임을 떠넘겼다.“멍청한 놈, 이런 거에 넘어가?”포스는 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분노에 찬 목소리로 꾸짖었다. 첫 싸움부터 졌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경지가 한 단계 더 낮은 적과의 싸움에서 말이다.반면, 천기문 측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노대영이 첫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축하해주었다.그와 동시에 그들은 마음 한편으로 염구준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늘어났다. 천기문이 우세를 차지하자 노신기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서 상대방을 비웃었다. “포스 가주, 이번 공연에 만족하십니까?”“3판 2선승제로 계속합시다. 박아, 네가 나가.”체면을 차릴 수 없었던 포스는 인상을 쓰며 옆에 있던 미모의 여인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역시 전신 경지의 초기에 발을 디딘 수준이었다. 노신기는 규칙엔 반대하지 않고 곧바로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내보냈다.싸움이 반쯤 진행됐을 때, 염구준이 다시 나서서 천기문의 제자를 일깨워주었다.“저쪽에서 초반에 힘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에 시간만 끌면 이길 거야.”그가 한 조언들은 전부 제일 실용적인 전략으로, 실제 싸움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방식이었다.그 말을 들은 천기문의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고, 이 싸움의 승자가 누구일지 기대했다.반면 포스는 불안한 느낌이 자꾸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예 느낌도 오지 않는 그와는 달리, 상대방은 자신을 너무 잘 안다는 게 그는 너무 불안했다.한편,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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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5화

“그건...”노신기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아무리 그래도 모든 책임을 염구준에게 떠넘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게다가 표면적으로 보면 캐틀린 가문은 그들을 도와주러 온 셈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정당한 명분이 있었다.“그 사람은 제가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불만 있어요?”염구준은 천기문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나서서 말했다. 이미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동심연에 관한 항해 지도 때문에 캐틀린 가문과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는 포스와 사이가 틀어져도 상관이 없었다.염구준이 불쑥 나서자 상대방이 이렇게 쿨하게 나설 줄은 몰랐던 포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체 저희 아들이 뭘 잘못했길래 그렇게까지 한 거죠?”전에 집사에게 염구준이 매우 강하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그는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지만, 염구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이걸 핑계 삼아 천기문을 삼키려고 했다.“그쪽 아들이 손버릇이 안 좋더군요. 그리고 제 물건을 훔친 것도 모자라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습니다.”“제가 당신을 대신해 교육까지 해줬는데, 싫습니까?”염구준은 간단하게 설명하며 상대방에게 다시 되물었다. 이건 포스의 체면을 깎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렇게 오만하다고?’천기문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포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였다.‘남의 자식을 폐인으로 만들어 놓고, 불만있냐고 묻다니. 대단해.’그들이 생각했다.“너, 너무 오만하게 굴지마! 여긴 스텔라성의 영향권이니까!”완전히 화가 나버린 포스는 그동안의 가식은 전부 벗어던지고, 등 뒤의 거대한 권력을 앞세워 염구준을 압박하려 했다.이 지역에서, 스텔라성은 절대적인 왕이었다. 아무도 그곳을 거스를 수가 없다는 거다.그는 그의 협박이 통해서 상대방이 더 이상 끼어들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는 염구준이 스텔라성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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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6화

지금 포스는 반보천인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승산 따위는 1도 없다는 거다.“쿨럭, 그만해...!”포스는 더 이상 염구준을 시험할 배짱이 없어 피를 토한 뒤 명령을 내렸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천기문이 큰 타격을 받고, 캐틀린 가문이 합당한 명분을 가진 이 타이밍이 바로 천기문을 삼길 절호의 기회였으나 갑자기 나타난 염구준이 모든 걸 다 망쳐서 다시 계획을 짜야만 했다.“가주를 보호하라!”정예들은 재빨리 뒤로 이동해 포스를 지키면서 주위를 경계했다.겉으로 보면 충성심이 넘쳐보이나, 그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건 그저 살기 위해서일 뿐이었다. 포스가 죽으면 그들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하니까 말이다.“죽고 싶으면 계속 덤벼.”염구준은 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기운은 그의 감정처럼 요동쳤다.만약 포스가 정도를 모른다면 그도 본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X발, 가자!”포스는 염구준을 원망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그러나 욕을 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죽고 싶어?”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고는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포스를 향해 돌진했다.방금 전에 많이 봐줬는데도, 제게 욕을 내뱉은 상대방을 그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얼른 막아!”포스는 허겁지겁 명령을 내리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더러 염구준을 에워싸라고 했다.그는 거의 스무 명이 되는 전신과 전신위 경지의 강자들이라면 잠깐이나마 반보천인을 막는데는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포스는 명령을 내리고는 차마 더 머무르지 못하고 바로 밖으로 도망쳤다.어마어마한 살기에 심장이 떨려와서였다.쿵!!그러나 염구준의 일격에 거의 스무 명의 강자들이 합심하여 만든 방어선이 단숨에 깨졌으며, 여럿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검결을 만들며 포스를 향해 공격했다.살기를 느낀 포스는 급히 몸을 돌려 막으면서 쇠망치를 날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큰 지금으로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었다.쾅!그러나 염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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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7화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왜 자꾸 보시는 거예요?”염구준은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보는 걸 이미 한참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무표정하게 물었다.다 큰 성인 남자가 머뭇거리는 게 좀 거슬려서였다.“염 선생님, 왜 포스를 그냥 보내신 겁니까? 그 사람의 손엔 그 물건이 있는 데요.”노신기가 말하는 건 바로 유동심연에 관한 남은 지도였다.“안 급하니까요. 저는 전부 동시에 해결할 생각입니다.”염구준은 남은 지도를 잊은 게 아니라 판을 짜고 있는 것 뿐이었다. 괜히 먼저 놀래키면 좋지 않으니까 말이다.나머지 지도는 총 여섯 장으로, 한 장이라도 빠지면, 아무 쓸모가 없었다.만약 오늘 포스에게 있는 지도를 억지로 빼앗았더라면, 모두가 그가 지도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고, 그럼 스텔라성에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오오! 과연 생각이 깊으십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상대방이 아까 포스를 놓아주었던 이유를 깨달은 노신기는 감탄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이제서야 그는 염구준이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다.“염 선생님, 아까 조언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맞아요, 오늘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천기문은 벌써 무너졌을 겁니다.”“이 술은 저희의 마음입니다. 받으시죠!”사람들은 몰려와서 염구준을 향해 감사인사를 하며 존경이 담긴 마음으로 술을 따랐다.“별말씀을요. 캐틀린 가문과의 일은 저 때문에 벌어졌는 걸요.”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한 뒤,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지금 사근사근한 모습을 보면 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어대던 강자였다는 게 전혀 믿겨지지 않았다.강대한 캐틀린 가문의 가주의 무공을 두말없이 없애버리는 건 염구준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축제 분위기인 천기문과는 달리, 캐틀린 가문의 사설 병원의 분위기는 매우 숨 막혔다.중환자실의 두 침대에는 각각 코니와 포스가 누워있었다.무공을 못 쓰게 된 두 부자는 전부 눈에 빛이 사라진 채로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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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8화

“하아... 원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너희 부자 중 하나를 반보천인으로 키워낼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그랬다면 우리 핏줄도 나락갈 일이 없을 테지.”“근데 이렇게 둘다 폐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운명이 참 가혹해.”세라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보다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아 보였다.그녀의 오랜 바람은, 이로써 완전히 끊겨버렸다.“어머니의 체면을 구겨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아무도 없자 한참 침묵하고 있던 포스가 입을 열었다.눈가에 맺힌 눈물은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무리 캐틀린 가문의 가주라고 해도, 그도 세라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자식일 뿐이었다.“할머니, 꼭 복수해줘요. 노희연을 꼭 뺏어오는 거 잊지 마세요. 그 여자랑 결혼할 거니까요.”그는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노희연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평생 옆에다 잡아두고 괴롭힐 생각이었다.“좋아. 너희 바람은 내가 반드시 이루어주마.”“너희 상태가 나아지면, 다른 곳으로 보내주마. 돈 걱정없이 평생 편히 살 수 있도록 말이야.”세라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 뒤, 판을 짜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반은세집안에서 무공을 잃은 사람은 살기 힘들었다.그녀가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만, 그녀가 죽는 순간, 포스와 코니는 권력다툼에서 죽게 될 게 분명했다.포스 부자 역시 그 사실을 똑똑히 알고 있었기에 더 많은 걸 바라지 않고 조용히 세라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실력이 모든 걸 대표했다. 이제 아무 능력도 없는 그들은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거다.그렇게 거대한 다툼의 서막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열렸다.한편, 천기문에서.노신기는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염 선생님, 주위의 세력들이 곧 전부 캐틀린성에 모인다고 합니다. 수장들도 전부 참석한답니다.”“알겠어요.”염구준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밤은 깊었지만 염구준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이번에 옥패에 관한 단서가 너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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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9화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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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0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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