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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작가: 잔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분주하게 눈치를 살피던 서재원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얼른 용성우의 비위를 맞추려 들었다.

"가주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서재원이라고 합니다. 저희 고모님 성함이 서 정자 숙자 이십니다. 제가...."

그의 소개를 들은 용성우가 코웃음 쳤다. 확실히 서정숙은 용씨 집안에서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서재원이 건드린 사람은 전신전 전주였다. 나라님도 예를 갖춰 대우하는 이 나라 최고 전쟁의 신이었다.

"자네가 누구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네."

서재원을 흘깃 쳐다본 용성우가 알렉스에게 눈길을 돌리며 코웃음 쳤다.

"중요한 건 알렉스 김, 자네가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거야. 감히 내 호텔에서 소란을 피워? 당장 꺼지지 못해?"

온몸이 땀범벅이 된 알렉스는 혼비백산하며 얼른 제 수하들을 데리고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

"가주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로소 염구준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일은 감사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용성우는 마음이 잔뜩 들떴으나 손가을을 흘깃 쳐다보고는 얼른 표정을 갈무리했다. 허리를 숙이며 용성우가 인사를 올렸다.

"과찬이십니다, 주... 아니, 염 선생님. 저희 호텔 전체를 대여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면 편히 즐기다 가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용성우도 자신의 경호원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가 사라지기만을 기다린 서재원이 분한 듯 씩씩거리며 염구준을 노려봤다.

"젠장, 저 양반이 호텔을 매입했을 줄이야! 내가 잘못 계산했어. 너 운 좋은 줄 알아. 다음에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어."

아직 화가 덜 풀린 서재원은 연신 욕설을 중얼거리며 진혜린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이 떠나려는 찰나, 염구준의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순순히 보내준다고 했던가?"

서재원이 우뚝 멈춰 서며 눈을 희번덕거렸다.

"뭐? 네가 감히 내 앞을 막겠다고?"

염구준은 몹시 어이가 없었다.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 서재원은 아직도 상황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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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음이 3번 울리는가 싶더니 어딘가 언짢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재원 군? 이 시간에 웬일인가?"염구준을 뚫어지게 노려보던 서재원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삼촌, 별일은 아닙니다만, 그랜드 센트럴 호텔에 일이 좀 있었습니다. 제 수하들이 많이 다쳤고요. 네, 듣기로는 군인이었는데 지금은 퇴역하고 배에서 일한다고 하더라고요. 집안도 별 볼 일 없어요. 주먹질은 좀 하는데 그것만 믿고 설쳐대는 꼴이 어찌나 우습던지. 이곳 청해는 삼촌 관할이잖아요. 그래서 삼촌이 나서 주시면 좋을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청해 군사작전부 수장 곽승환은 현재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있는 상태였다.일주일 전, 전신전 전주 염구준이 아내의 병을 고치려 했을 때 빌어먹을 손태진이 글쎄 자신더러 훼방을 놓으라고 하지 않겠는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유분수지! 손태진은 여태 작전부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일주일 동안 단 두 끼의 식사만 주어졌으며 그것도 쉰내 나는 주먹밥이 전부였다.하마터면 이 일로 주군의 미움을 살 뻔한 그는 일주일 동안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침 잘 됐군, 나도 화풀이할 데가 필요했거든."핸드폰을 꽉 움켜쥔 곽승환이 이를 사리물며 말했다."재원 군, 조금만 기다리게. 곧 출발하지. 아마 십 분 정도 걸릴 거야."통화를 마친 서재원이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 곽승환이 왜 짜증이 났는지는 몰랐으나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화가 잔뜩 난 곽승환을 상대해야 할 염구준이 벌써 가여워졌다. 이번에는 결코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곽승환의 실력과 세력, 그 무엇도 염구준이 감당하지 못할 테니. 곽승환을 등에 업은 서재원의 콧대는 하늘을 찔러댔다."염구준! 넌 끝났어, 이 새끼야."그는 염구준을 손가락질하며 잔뜩 비웃음을 흘렸다."홀로 내 부하들을 상대한 실력은 인정해 주지. 하지만 거기까지야. 우리 서씨 집안의 위대함은 너 같은 등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네놈이 뒈지는 데 십 분도 안 걸릴 거니까 두고 봐."발악하는 서재원을

  • 군신의 귀환   제35화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이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12시에 파티가 시작되면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절을 올리는 거로 하지. 하나라도 빼먹었다간 네놈들 머리통을 부숴 버리겠어."VIP 전용 패키지와 순금 배지를 바라보고 이 호텔에 모여든 인파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심지어 호텔 근처의 거리에도 차가 꽉 막혀있을 정도였다. 저마다 화려한 연회복을 걸치고 호텔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얼핏 훑어보아도 수만 명은 될 법했다.모든 사람에게 절을 올리라고? 서재원이 미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네놈도 제정신이 아니군."시계를 확인한 그가 사납게 웃어 보였다."10분 지났네. 넌 뒈졌어."불현듯 요란한 헬기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군용 헬기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그랜드 센트럴 호텔 정문에 착륙했다. 곽승환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모두 물러서!"묵직한 군화 소리가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러 댔다. 그 걸음에서 범접할 수 없는 지배자의 위엄이 느껴졌다. 인파가 붐비는 호텔 밖 상황은 이미 고공에서 지겹도록 지켜봤다. 그러나 호텔 앞에 떡하니 걸려 있는 금색 간판의 글씨는 미처 보지 못한 곽승환이었다. 사실 거기에는 공주님의 이름 석 자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곽승환의 등장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파도처럼 갈라지며 3미터 남짓한 통로가 만들어졌다. 곽승환은 전신 무장한 정예 전사 4명을 거느리고 성큼성큼 파티홀에 들어섰다."삼촌!"서재원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진혜린과 함께 그를 맞이했다.그는 현재 한껏 들떠 있었다.곽승환은 그의 고모 서정숙의 동문이었다. 대학 시절 잠깐 연애도 한 사이였지만,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나 곽승환은 서씨 집안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서씨 집안이 청해에서 명문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곽승환 덕분이었다.그런 사람이 친히 걸음 했으니 염구준도 더는 날뛸 수 없으리라. 오늘 싸움은 서재원의 승리로

  • 군신의 귀환   제36화

    "방금 염 선생님이라고 하신 거예요? 설마... 아는 사입니까? 저 사람은..."짝-곽승환은 가차 없이 서재원에게 따귀를 날렸다.눈앞에 불이 번쩍거렸다. 서재원은 비틀거리며 3바퀴를 돌다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곽승환이 공손하게 염구준에게 사죄했다."염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몰라뵙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염구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재력가들과 어울리는 건 별말 않겠습니다. 하지만 책무를 게을리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이만 물러가세요."곽승환은 죄를 사면받은 사람처럼 좋아했다. 바닥에 주저앉은 서재원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진혜린은 알 바가 아니었다. 네 명의 전사들을 거느린 그가 재앙으로부터 도망치듯이 파티홀을 빠져나갔다.쿵-호텔 정문을 꼼꼼하게 닫아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서재원과 진혜린은 벙찐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얼음 창고에 갇힌 사람처럼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부들부들 떨려왔다.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있던 서재원은 마침내 반항할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제야 염구준을 잘못 건드렸다는 게 실감이 났다."이... 이게 대체..."유치원 교사와 어린이 학부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손태석과 진숙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두렵고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일전에 병원에서 곽승환이 손태진을 개 패듯이 패던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손가을이 유일했다. 남은 사람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청해 군부의 수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고작 퇴역 군인을 이토록 두려워한다고?염구준은 정말 '평범한' 군인이 맞는 걸까? 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지?"염구준, 대체 무슨 속셈이야!"서재원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운 진혜린이 비참하게 울부짖었다.곽승환에게 얻어맞은 서재원은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으며 이도 몇 개 나갔다. 피투성이가 된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킨 그가 원한을 담아 짐승처럼

  • 군신의 귀환   제37화

    바닥에 싸늘하게 굴러떨어진 머리와, 머리도 없이 축 늘어진 진혜린의 시체를 보더니 서재원은 그만 똥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잔뜩 혼비백산한 그가 울음을 터뜨렸다."염, 염... 어르신." 가슴이 찢어질 듯 울부짖던 그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진혜린의 머리 없는 시체에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다. "다 이 여자 탓이야. 당신 딸이 개한테 물렸다는 말도 이 여자한테서 들은 거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나를 먼저 유혹한 것도 저년이야.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게." 서재원은 무릎을 털썩 꿇고 엉엉 울며 염구준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쿵쿵- 열몇 번 바닥에 머리를 찧었더니 이마가 터져 피가 주르륵 흘러냈다. 진혜린의 피와 섞여 사방에 핏물이 툭툭 튀었다.진혜린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염구준이 재빨리 손가을의 눈을 가렸었다.주작에게 눈짓한 그가 바닥에 있는 핏자국과 진혜린의 시체를 치우라고 지시했다. 파티홀은 언제 끔찍한 일이 벌어졌냐는 듯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바닥에 꿇어앉은 서재원을 내려다보며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살려 줄 수는 있으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거야.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빌어. 한 번이라도 모자라면 바로 네놈을 죽여버릴 거다." 시체를 치우고 돌아온 주작이 다시금 장검을 빼 들었다. 그의 목에 정확하게 겨눠진 칼날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자기 목숨 귀한 줄 아는 서재원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어느덧 시계가 정확히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랜드 센트럴 호텔 정문 밖, 전체 호텔 직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귀빈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람들이 밀물처럼 거침없이 몰려들었다. 눈으로는 도저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화사한 연회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그들은 홀에 들어서기도 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 희주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희주 아가씨, 네 번째 생일

  • 군신의 귀환   제38화

    "서재원. 내 말 잘 들어."염구준이 서재원에게 섬뜩한 시선을 보냈다."돌아가서 마음 다잡고 새사람으로 살아. 그러면 살려는 두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면 네놈은 그날로 끝이다. 그 자세 그대로 꺼져버려." 쿵쿵- 밀물처럼 몰려드는 하객들에게 일일이 머리를 조아리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서재원은 염구준의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열몇 명의 사람들에게 절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동작을 멈춘 그가 무릎을 꿇은 채 오줌을 질질 갈겨대며 기어나갔다. 아직도 귀에 피를 흘리던 서씨 가문의 경호원들도 주작의 손에 이끌려 전부 대문 밖으로 내던져졌다. 제대로 상황파악도 못 한 그들은 귀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허겁지겁 택시나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주변이 깨끗해졌다. 뒤돌아선 그가 손가을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끌며 온화하게 시선을 마주했다.생일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의 딸 염희주는 화려한 꽃으로 꾸며진 무대 중심에 서서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가 두 팔을 벌렸다."엄마, 아빠! 이모, 삼촌들이 전부 제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어요." 빙그레 미소 지은 염구준이 손가을의 손을 맞잡은 채 무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겨우 몇 발 옮겼을 때, 아이의 연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엄마... 아빠-"방금 전까지 방방 뛰며 좋아하던 희주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분한 탓인지, 아니라면 노느라 체력을 전부 소진했는지 몇 번 비틀거리다 그만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아이의 머리가 무대 앞에 세워진 빔프로젝터 상자 모서리를 향해 느리게 기울어졌다."안돼!" 희주가 쓰러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염구준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손가을의 손목을 놓은 그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무대 중심에 나타났다. 아이가 모서리에 부딪히기 전, 작은 몸을 안정적으로 품 안에 껴안을 수 있었다. "희주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손가을도 달려왔다. 축하 인사를 보내

  • 군신의 귀환   제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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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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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인은 계속 빈정거렸다."차 렌트했어? 빨리 돌려줘, 긁히면 어쩌려고."그녀는 포르쉐를 알고 있었다. 재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친척이 이 브랜드의 차를 뽑았는데 아마 2억원 정도 들었을 거다. 손가을의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참시 멈칫한 손가을은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제가 선물한 겁니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딱딱하게 굳은 여인이 눈을 대굴대굴 굴렸다. 염구준이 선물한 거라고?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양반이? 듣기론 밥벌이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맞아요, 구준 씨가 사줬어요. 더 안전한 차로 출퇴근하라고요."손가을이 이웃집 아줌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인은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렸다.고작 출퇴근을 위해서 이렇게 비싼 차를 뽑아줬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직업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돈은 어디서 났을까. "우리 장모님과 무슨 얘기 중이셨습니까?"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니, 별 얘긴 안 했어요... 난 이만 돌아가서 상이나 차려야겠네."난처한 표정을 짓던 여인이 휙 자리를 떠났다. 진숙영에게 뱉었던 말들을 되돌려 받는 느낌에 두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진숙영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서둘러. 좀 더 얘기 나누지."살이 피둥피둥 찐 여인은 황급히 꽁무니를 뺐다.그동안 쌓였던 억울함이 한순간 해소되었다. 눈앞의 다정한 부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자신의 사위는 딸아이에게 차를 사줬을 뿐만 아니라 손녀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도 준비했다. 그는 꼭 마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사람 같았다.손태석이 혀를 차며 말하길, 오늘 그들이 포르쉐를 몰고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저 이웃집 여자 때문에 심장병이 도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진숙영도 할 말이 많은 눈치였으나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손태석을 부축해 집으로 돌아갔다."방금 당신, 일부러 그 아줌마 약 올렸지?"손가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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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신의 귀환   제1790화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 군신의 귀환   제1789화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 군신의 귀환   제1788화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 군신의 귀환   제1787화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 군신의 귀환   제1786화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

  • 군신의 귀환   제1785화

    염구준은 손에 든 검을 몇 바퀴 돌리고 과감하게 맞섰다.공격하자마자 상황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다들 이것이 6할 전력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버티자. 저놈의 체력을 소모시켜야 해.’송명호는 공격을 피하며 가까스로 버텼다.독연기로 염구준의 기운을 전부 소모시킨 후에 본격적으로 공격할 생각이었다.하지만 한참이나 싸웠는데도 공격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염구준은 지치지도 않는지 싸울수록 힘이 뻗쳤다.“거기서 뭐해? 송청연을 잡아와!”방금까지 비열한 수법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상황이 불리해지니 어쩔 수 없이 송청연을 잡아서 염구준을 협박해야 했다.“빨리 잡아!”송대용이 몇몇 사람들을 이끌고 송청연에게 돌진했다.그중에 전신 경지 고수도 있어서 십중팔구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수상한 낌새를 느낀 염구준이 살기 가득한 눈으로 뒤돌아보았다.그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송명호가 패왕창으로 머리를 내리쳤다.“나랑 싸우면서 한눈을 팔다니 죽고 싶어?”염구준이 왼손으로 창대를 꽉 잡더니 오른 손에 든 검으로 검기 광풍을 일으켜 송대용에게 발사했다.“위험해. 도망쳐!”광풍에서 치명적인 기운을 느낀 송명호가 포효했지만 이미 늦었다.검기가 송대용 일행에게 몰아쳐 가더니 무자비하게 살갗을 찢어버렸다.“아아아악!”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검기 광풍은 에너지가 소모된 후 바로 사라졌다.송대용 일행은 죽고 전신 경지 고수만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저러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다.“송청연 남매를 납치하면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다.”염구준의 말이 송씨 저택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송명호 측근에 서 있던 사람들은 식겁해서 뒤로 물러섰다.방금 검기 광풍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염구준! 내 유일한 핏줄인 손자를 죽이다니 네 목숨으로 갚아라.”이성을 잃은 송명호는 대노하며 소리질렀다.“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당신 손자를 죽이지

  • 군신의 귀환   제1784화

    “6할 전력이야. 기운을 많이 쓸수록 빨리 소진된다!”송명호는 또 이길 확률이 높아졌다고 기뻐했다.이 독은 잠시 전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치명상까지 줄 수 있다.“뭘 그렇게 좋아하세요? 당신을 상대하는 데 6할 전력이면 충분하거든요.”염구준은 본원 검의를 시험하려고 나섰는데 상대방 실력이 약해서 흥이 나지 않았다.그가 얕잡아 보자 송명호는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마지막으로 말할게. 청연을 남길 거야 아님 네 목숨을 남길 거냐?”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자 송명호는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염구준은 대꾸하지도 않고 하품을 했다.“하음, 싸우고 싶으면 빨리 시작해요. 꾸물거리지 말고.”솔직이 두 사람은 서로 할 이야기는 없었다. 송명호가 일방적으로 염구준이 물러설 거라고 착각했을 뿐이다.“그럼 죽어!”송명호는 창을 들고 염구준에게 무섭게 돌진했다.모두 반천인 경지에 도달했고 상대방이 6할 전력만 남아 있다면 패배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검래!”염구준이 손을 뻗자 강력한 흡인력으로 송현우의 등에 있는 검을 뽑았다.검이 손에 잡힌 순간 온화한 기운이 온몸을 채우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좋은 검이군.’그래도 구자검에 비하면 조금 부족했다.웡웡.그때 검신이 흔들거리며 그에게 잡히지 않겠다고 몸부림을 쳤다.“흥.”염구준은 콧방귀를 끼며 순식간에 검의로 제압해버렸다.검에 대한 깨달음이 풍부해서 아무리 오만한 검이라도 모두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그 모습을 본 송명호가 기회를 잡은 듯 비아냥거렸다.“하하하. 돌을 들어서 자기 발등을 찧는 격이군.”말하는 동시에 창을 들고 염구준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일격에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촤아악!곧 창이 닿을 무렵, 염구준이 검을 휘두르며 막았다.검신을 감싼 검기가 창을 두 동강으로 잘라버리고 신속하게 송명호를 공격했다.‘검의다.’엄청난 기운을 감지한 송명호는 창을 버리고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자고로 검이라면 모두 검의를 깨달을 수 있지만 이

  • 군신의 귀환   제1783화

    송청연은 두 눈을 꼭 감고 애써 진정했다.외부 요소에 영향받지 않고 이해관계를 따졌다.한참을 생각하고 깨달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단호한 눈빛에서 상사가 갖추어야 할 모습이 어느 정도 보였다.“어르신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있는 한 송씨 가문은 망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큰절을 세 번했다.그 모습을 본 송 가주는 크게 기뻐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하하하. 내게 후계자가 생겼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송청연의 결단에 적지 않은 노인들이 할 말을 잃었다.그녀의 욕심은 그들보다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몇 년만 더 성장하면 상업계의 여걸이 될 것이다.“이젠 갑시다.”송청연은 정신을 잃은 송현우를 업고 돌아섰다.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않았다.오히려 무능한 자신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에 화났다.“그럽시다.”염구준은 대답하며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곳에서 막고 있던 사람들은 무서운 기운을 감지하고 뿔뿔이 흩어졌다.“멈춰, 청연은 남거라!”뒤에서 송명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염구준은 홱 돌아서서 경멸하듯 노려봤다.“싫다면 어쩌실 건데요?”이제 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풋내기에 원소의 힘도 사용할 줄 모르는 실력이라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송명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송 가주를 발로 차버렸다.“너도 독연기를 많이 마셔서 기운이 많이 소모됐을 거야. 7할 전력밖에 남지 않았을 텐데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어? 눈치 있다면 사람을 남기고 넌 떠나라.”이해 관계를 따지는 것 같지만 실은 협박하고 있었다.“안목은 있네요. 독연기 덕에 확실히 7할 투력밖에 사용할 수 없어요.”염구준이 솔직하게 인정했다.그 말에 주변에서 깜짝 놀라 속으로 어리석다고 나무랐다.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감추고 겁을 먹은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우매한 놈. 목숨을 내놓거라!”양씨 가문의 노복들은 그가 7할 투력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 더는 가만있지 않았다.반천인 경지와 조금 차이가

  • 군신의 귀환   제1782화

    싸움에 외부인이 개입하여 송 가주만 가까스로 버틸 뿐, 다른 사람은 이미 죽거나 체포되었다.가족 내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이제 다 끝난 거 같은데 그만 패배를 인정하시지?”송명호는 이미 승자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같이 죽자!”송 가주가 고함을 지르며 미친듯이 그에게 달려들었다.그와 함께 자폭할 생각이었다.“미친 영감탱이!”당황한 송명호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반천인 고수의 자폭은 위력이 어마어마해서 감히 맞서지 못했다.‘아니야.’바로 그때, 구경꾼들은 송 가주의 기운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감지했다.몇 호흡만에 단진 무성 경지까지 하락한 것이다.수련 후 주화입마에 빠진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났다.“하하하하. 하늘이 날 도왔군. 영감 몸이 정말 고장이 났나 봐.”송명호는 다시 미치광이처럼 웃으며 한 주먹으로 송 가주의 단전을 부숴버렸다.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막을 여력도 없었다.단전이 망가지면 기운이 밖으로 빠져서 자폭할 수도 없다.송 가주는 그렇게 폐인이 되었다.가주 쟁탈전에서 송명호가 드디어 승리를 거두었다.“가주님, 축하드립니다.”송대용이 제일 먼저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예전부터 자신의 친할아버지가 가주가 된 모습을 상상했었다.전에 송대강에게 억눌리고 또 송청연에게 억눌려서 마음에 깊은 원한이 생긴 것이다.“가주님 축하합니다.”“송 가주님, 축하드립니다.”송명호 측 일가, 그를 따르던 세력들이 나서서 인사를 올렸다.본인도 가주라는 칭호가 마음에 드는지 흐뭇하게 웃었다.“하하하. 이제 승복해.”그는 발로 송 가주의 가슴을 밟고 질문했다.“퉷!”송 가주는 침을 뱉고는 염구준에게 비참한 미소를 보냈다.“염 선생. 내 손자들을 잘 부탁하네.”염구준이 아무런 감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부탁을 받았으니 세 사람 안전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할아버지!”“명호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를 제발 살려주세요.”맞설 능력이 없는 송청연과 송대강은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실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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