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화

작가: 잔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바닥에 싸늘하게 굴러떨어진 머리와, 머리도 없이 축 늘어진 진혜린의 시체를 보더니 서재원은 그만 똥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잔뜩 혼비백산한 그가 울음을 터뜨렸다.

"염, 염... 어르신."

가슴이 찢어질 듯 울부짖던 그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미친 듯이 진혜린의 머리 없는 시체에 달려들어 주먹과 발길질을 해댔다.

"다 이 여자 탓이야. 당신 딸이 개한테 물렸다는 말도 이 여자한테서 들은 거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나를 먼저 유혹한 것도 저년이야.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이렇게 무릎 꿇고 빌게."

서재원은 무릎을 털썩 꿇고 엉엉 울며 염구준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쿵쿵- 열몇 번 바닥에 머리를 찧었더니 이마가 터져 피가 주르륵 흘러냈다. 진혜린의 피와 섞여 사방에 핏물이 툭툭 튀었다.

진혜린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염구준이 재빨리 손가을의 눈을 가렸었다.

주작에게 눈짓한 그가 바닥에 있는 핏자국과 진혜린의 시체를 치우라고 지시했다.

파티홀은 언제 끔찍한 일이 벌어졌냐는 듯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바닥에 꿇어앉은 서재원을 내려다보며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살려 줄 수는 있으나,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거야.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빌어. 한 번이라도 모자라면 바로 네놈을 죽여버릴 거다."

시체를 치우고 돌아온 주작이 다시금 장검을 빼 들었다. 그의 목에 정확하게 겨눠진 칼날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자기 목숨 귀한 줄 아는 서재원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어느덧 시계가 정확히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 호텔 정문 밖, 전체 호텔 직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귀빈 여러분, 환영합니다."

사람들이 밀물처럼 거침없이 몰려들었다.

눈으로는 도저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화사한 연회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그들은 홀에 들어서기도 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 희주를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희주 아가씨, 네 번째 생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군신의 귀환   제38화

    "서재원. 내 말 잘 들어."염구준이 서재원에게 섬뜩한 시선을 보냈다."돌아가서 마음 다잡고 새사람으로 살아. 그러면 살려는 두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면 네놈은 그날로 끝이다. 그 자세 그대로 꺼져버려." 쿵쿵- 밀물처럼 몰려드는 하객들에게 일일이 머리를 조아리느라 정신이 반쯤 나가 있던 서재원은 염구준의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열몇 명의 사람들에게 절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동작을 멈춘 그가 무릎을 꿇은 채 오줌을 질질 갈겨대며 기어나갔다. 아직도 귀에 피를 흘리던 서씨 가문의 경호원들도 주작의 손에 이끌려 전부 대문 밖으로 내던져졌다. 제대로 상황파악도 못 한 그들은 귀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허겁지겁 택시나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주변이 깨끗해졌다. 뒤돌아선 그가 손가을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끌며 온화하게 시선을 마주했다.생일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의 딸 염희주는 화려한 꽃으로 꾸며진 무대 중심에 서서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가 두 팔을 벌렸다."엄마, 아빠! 이모, 삼촌들이 전부 제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어요." 빙그레 미소 지은 염구준이 손가을의 손을 맞잡은 채 무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겨우 몇 발 옮겼을 때, 아이의 연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엄마... 아빠-"방금 전까지 방방 뛰며 좋아하던 희주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분한 탓인지, 아니라면 노느라 체력을 전부 소진했는지 몇 번 비틀거리다 그만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아이의 머리가 무대 앞에 세워진 빔프로젝터 상자 모서리를 향해 느리게 기울어졌다."안돼!" 희주가 쓰러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염구준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손가을의 손목을 놓은 그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무대 중심에 나타났다. 아이가 모서리에 부딪히기 전, 작은 몸을 안정적으로 품 안에 껴안을 수 있었다. "희주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손가을도 달려왔다. 축하 인사를 보내

  • 군신의 귀환   제39화

    2분 뒤, 굳게 잠겨 있던 그랜드 센트럴 호텔 옥상 문이 묵직한 발길질 한 방에 활짝 열렸다. 정신을 잃은 희주를 꼭 끌어안은 염구준의 몸에 백색 기운이 솟구쳤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음이 더없이 초조해졌다. 희주가 무대에서 쓰러진 건 피곤해서가 아니었다. 이건 매우 드문 불치병인 '한열증'이었다. 아이의 맥박은 한없이 약하게 뛰다가 때로는 거세게 뛰었다. 체온도 차가웠다 뜨거웠다 들쭉날쭉했으며 호흡도 가빠졌다 느려지기를 반복했다. 이는 한열증의 발병 전조였다. 현재 염구준은 자신의 거대한 기력을 아낌없이 딸아이에게 전달하며 아이의 심맥을 단단히 보호하고 있었다. 아니라면 희주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주군." 염구준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기운을 보며, 뒤따르던 주작이 헛숨을 들이켰다.5년 내내 전쟁을 치르며 무수한 적들을 마주했을 때도 주군은 이렇게 긴장하지 않았었다. 그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공주님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희주는 죽지 않아."염구준은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도착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신의 이제마에게 당장 연락해. 긴급상황이야. 절대 지체되어서는 안 돼."주작이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이제마에게 연락했다. 그는 오늘날 용제국 최고의 의원이었다. 독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으며 해박한 의술로도 이름을 떨쳤다.10분 뒤, 전투기 '눈보라'가 그랜드 센트럴 호텔 옥상에서 이륙하며 눈 덮인 용제국 북부를 향해 날아갔다. ……3일 뒤. 청해. "구준 씨, 정말이야?"사람들로 붐비는 번화가, 염구준의 손목을 덥석 움켜쥔 손가을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불신이 가득했다.생일 파티 현장에서 희주를 안고 훌쩍 떠났던 염구준은 무려 하루가 꼬박 지난 뒤 홀몸으로 돌아왔다. 염구준의 말에 의하면 희주는 용제국 북부에서 병 치료 중이라고 했다. 그곳에 남은 주작이 아이를 돌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언제 완치될 수 있을지, 정확

  • 군신의 귀환   제40화

    현재 냉기와 열기를 번갈아 공급하며 아이 체내의 한열증을 치료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희주의 병은 반드시 나을 수 있을 터였다.여긴 보통 사람들이 견딜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손가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실력이 막강한 주작이나 의술이 뛰어난 이제마도 오래 머물지 못했다. 즉 한열증에 걸려, 냉기와 열기의 공급이 꼭 필요한 희주만이 그곳에서 편히 잠들 수 있었다."희주는 꼭 나을 수 있을 거야." 염구준은 손가을의 가느다란 손목을 그러쥐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냈다."용운 그룹과의 협력 프로젝트도 적당히만 해, 당신 힘들면 내 마음도 아프니까."끈질긴 위로 끝에 손가을을 안심시킨 뒤 두 사람은 길가에 주차된 포르쉐로 향했다.차 내부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바라보면서 손가을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최근에 벌어졌던 일들이 모두 꿈 같이 느껴졌다."구준 씨, 정말 이 5년 동안… 군대에 있었어?"일개 군인이 어찌 이다지도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단 말인가? 뒤를 봐주고 있는 거대한 세력은 다 뭐란 말인가?염구준은 그저 조용히 웃었다."당연하지. 내가 왜 당신에게 거짓말하겠어?"손가을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달싹거렸다.염구준의 최근 행보는 그녀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빨간 포르쉐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머지않아 은빛 아파트가 눈앞에 보였다.은빛 아파트.손태석을 부축한 진숙영이 아파트의 작은 공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이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이웃이 그들을 향해 은근히 다가왔다."어머, 자기 오랜만이다?"진숙영과 비슷한 나이대의 이웃집 여인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더니 비아냥댔다."참, 사위가 돌아왔다면서? 여기 같이 살아?"진숙영은 가볍게 코웃음 치며 별다른 말을 보태지 않았다."흥, 우리 사위가 얼마나 대단한데."하지만 사실 그녀의 가슴은 몹시 두근거리고 있었다. 염구준의 행보는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기에 어딘가 켕기는 느낌이었다.대체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난

  • 군신의 귀환   제41화

    그 여인은 계속 빈정거렸다."차 렌트했어? 빨리 돌려줘, 긁히면 어쩌려고."그녀는 포르쉐를 알고 있었다. 재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친척이 이 브랜드의 차를 뽑았는데 아마 2억원 정도 들었을 거다. 손가을의 월급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참시 멈칫한 손가을은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제가 선물한 겁니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딱딱하게 굳은 여인이 눈을 대굴대굴 굴렸다. 염구준이 선물한 거라고?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양반이? 듣기론 밥벌이도 제대로 못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맞아요, 구준 씨가 사줬어요. 더 안전한 차로 출퇴근하라고요."손가을이 이웃집 아줌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인은 그 자리에 완전히 굳어버렸다.고작 출퇴근을 위해서 이렇게 비싼 차를 뽑아줬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라 하지 않았던가? 직업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돈은 어디서 났을까. "우리 장모님과 무슨 얘기 중이셨습니까?"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니, 별 얘긴 안 했어요... 난 이만 돌아가서 상이나 차려야겠네."난처한 표정을 짓던 여인이 휙 자리를 떠났다. 진숙영에게 뱉었던 말들을 되돌려 받는 느낌에 두 뺨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진숙영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서둘러. 좀 더 얘기 나누지."살이 피둥피둥 찐 여인은 황급히 꽁무니를 뺐다.그동안 쌓였던 억울함이 한순간 해소되었다. 눈앞의 다정한 부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자신의 사위는 딸아이에게 차를 사줬을 뿐만 아니라 손녀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도 준비했다. 그는 꼭 마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사람 같았다.손태석이 혀를 차며 말하길, 오늘 그들이 포르쉐를 몰고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저 이웃집 여자 때문에 심장병이 도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진숙영도 할 말이 많은 눈치였으나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손태석을 부축해 집으로 돌아갔다."방금 당신, 일부러 그 아줌마 약 올렸지?"손가을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게 뭐라고.

  • 군신의 귀환   제42화

    하지만 집밥은 몇 년 동안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진숙영의 요리 솜씨도 매우 훌륭했기에 식사 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염구준이 식사하는 모습은 우아하지 못했다. 사실 게걸스럽게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처음에 진숙영은 그 모습에 매우 놀랐으며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도 못했었다.인정하기 싫지만 그래도 자기 사위가 아니던가. 아마 5년 동안 밖에서 갖은 고생을 했을 터였다."염 서방, 이 일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네."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밥을 먹던 손태석이 마침내 결심을 내리고 그에게 따져 물었다."지난번 파티 때, 자네 친구들 말이야. 대체 언제 그런 실력 있는 친구들을 사귄 것인가?"염구준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일전의 전쟁터에서 한 전우의 목숨을 구해준 적 있는데, 나중에 그 친구가 어마어마하게 출세했거든요. 제가 돌아왔다는 걸 전해 들은 그 친구가 손을 쓴 겁니다."염구준은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자신의 신분이 알려지게 되면 처가에 득 될 것이 없었다.그렇게 된 거로군.가족들은 안도의 숨을 내뱉는 한편 어쩐지 조금 실망스러웠다.진숙영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그럴 줄 알았지. 남들이 도와준 거였어."그러면서도 염구준에게 고기 한 점을 더 얹어 주었다.손태석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언제까지 신세만 지고 살 순 없잖나. 그러니 스스로 할 일을 찾아보게.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는 말아야지."염구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퍼먹었다.손태석이 또 질문했다."그럼 포르쉐를 구입한 돈은 어디서 났는가?""군 복무도 오래 했었고, 또 선박 일을 하면서 모은 돈이 꽤 됩니다."손태석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반신반의하며 염구준을 쳐다보았다.히긴, 군 생활도 5년이나 했고 어쩌면 정말로 원양어선에서 돈을 많이 줬을지도 몰랐다."장인어른. 차는 정말 제 돈으로 샀어요. 다리 다 나으시면 제가 장인어른께도 차 한 대 뽑아 드릴게요."수저를 내려놓은 염구준이 장난스레 말했다.거실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 군신의 귀환   제43화

    한편, 손영 그룹, 손태진 사무실."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손태진이 탁자 위에 찻잔을 툭 올려놓으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아물지 못한 흉터가 그의 얼굴 곳곳에 나 있었고 팔도 깁스를 한 상태였다.수감된 며칠 동안 그는 지옥을 맛보았다. 곽승환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그를 처참하게 짓밟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염구준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렸다."알아냈습니다."책상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그의 양아들 손호민이었다. 그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뇌물을 먹이는 데만 거의 1억을 썼어요. 용준영 부하를 잔뜩 취하게 만들어서 겨우 얻어낸 정보입니다. 예전에 용준영이 군 복무를 했었는데, 아마 염구준과 함께 근무했을 겁니다. 그 등신 새끼 도움을 꽤 많이 받은 것 같더라고요."손태진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손가을이 용준영의 침대로 기어들어 간 게 아니었다. 이번 협력의 배후에는 뜻밖에도 염구준이 있었다. 그 등신이 뒤에서 몰래 손을 썼던 것이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용준영은 야심가예요. 고작 그 정도의 친분에 얽매일 자가 아닙니다. 이번 프로젝트 협력을 끝으로 더 이상 접점이 없을 겁니다."손태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용준영 같은 자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체면을 중요시했다. 이번에 손가을을 도와준 것으로 신세를 갚았으니 남들 눈에는 은혜를 절대 잊지 않고 보답하는 좋은 사람으로 비칠 터였다. 명성이 올라가는 건 덤이었다. 그러나 용준영이 평생 염구준을 싸고돌진 않을 것이다.염구준이 자신의 체면을 잔뜩 구겨 놓았으니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줘야 했다."공사장 쪽은 다 세팅해 뒀지?""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완벽하게 준비해 놨거든요. 손가을도 곧 깨닫게 될 거예요. 이 프로젝트를 맡은 게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걸요."손호민의 서늘한 눈동자에 독기가 잔뜩 서렸다.잠시 휴식을 취했던 염구준은 손가을을 차에 태우고 프로젝트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엄마랑 무슨 얘기 나눴어?"손가을이 무척 궁금

  • 군신의 귀환   제44화

    노랑머리의 표정이 대번에 험악해졌다."겁대가리를 상실했네. 감히 경찰을 부르시겠다? 얘들아, 모조리 때려 부숴버려."한 무리의 양아치들이 우르르 몰려와 저마다 쇠파이프나 몽둥이를 휘두르며 돌진했다."저년은 내 거야."음험하게 웃은 노랑머리가 손가을의 머리를 향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두르려 했다. 기절시켜 데려가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을 터였다. 예쁜 여자는 따먹어야지 않겠는가.창백하게 질린 손가을이 쇠파이프를 피해 몸을 비틀려는 찰나,우드득-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노랑머리가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우람한 체구의 사내가 손가을의 앞을 막아섰다.바로 염구준이었다.노랑머리는 바닥에 패대기쳐진 채 고통스러워했다. 그의 두 다리는 모두 부러져 있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군."염구준이 싸늘하게 일갈하며 노랑머리의 팔을 지그시 밟았다. 밀려오는 끔찍한 고통에 노랑머리는 하마터면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뭐야, 저 새끼 막아!"분노에 찬 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염구준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이곳에서 대놓고 소란을 피우는 중이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덤벼드는 자들이었다. 쪽수도 자기들이 더 많았으니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구준 씨…."안색이 퍼렇게 질린 손가을은 당장이라도 염구준을 끌고 도망가려 했다.그러나 낮게 웃음을 터뜨린 염구준이 그들을 향해 날렵하게 달려들었다. 사나운 맹수 같은 기운을 풍기며 불량배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속도는 눈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열 명이 넘는 불량배들은 도미노처럼 픽픽 쓰러졌다. 저마다 바닥을 구르고 코피를 줄줄 흘려대며 고통에 몸부림쳤다.불량배들을 가볍게 처리한 염구준이 손바닥을 툭툭 털었다. 마치 개미를 손가락으로 짓이기듯 손쉬워 보였다."……" 손가을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공사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했다.염구준과 손가을을 번갈아 쳐다본 그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용맹한 보디가드가 미녀를

  • 군신의 귀환   제45화

    불량배들이 꼬리를 말고 도망갔지만 손가을은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녀가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구준 씨, 사실 희주 생일 파티 때부터 묻고 싶었는데... 대체 이런 격투 기술은 어떻게 익힌 거야?" 순식간에 불량배들을 제압하던 모습은 가히 두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딸아이의 생일 파티에서 보여준 실력은 또 어떠한가. 주먹 한 방에 백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모조리 바닥을 굴렀다. 액션 영화 감독도 감히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없으리라. "별거 아니야. 오랫동안 군에 몸담았는데 망나니조차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개망신이지." 염구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벌레보다 못한 놈들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감히 손가을을 넘보다니, 아주 죽여달라고 고사를 지내는 거나 다름없었다. 염구준은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가차 없이 죽여버리겠다고 결심했다. 입술을 달싹이던 손가을은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시공팀에게 다가간 그녀가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지시하기 시작했다.몇몇 책임자들은 손영 그룹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는 손가을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퍽 불만이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맡았던 베테랑들이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가 고까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염구준이 떡하니 버티고 있자 그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순순히 손가을의 말에 따랐다."두 달 안에 완공하고, 석 달 뒤에는 공장을 가동할 거예요." 기한을 정하는 손가을 앞에서 몇몇 담당자들은 고장 난 인형처럼 연신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손가을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생산라인만 잘 건설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에요. 또한 후반에는 각 부서와 협력하여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여러분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손가을은 뭐든 진지하게 임하는 스타일이었다. 무엇하나 대충 얼버무리는 법이 없었다. 꼼꼼하고 때론 박력이 넘쳤으며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있었다. 그녀는 타고난 엘리트였다. 가만히 앉아

최신 챕터

  • 군신의 귀환   제1802화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 군신의 귀환   제1801화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 군신의 귀환   제1800화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 군신의 귀환   제1799화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 군신의 귀환   제1798화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 군신의 귀환   제1797화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 군신의 귀환   제1796화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 군신의 귀환   제1795화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 군신의 귀환   제1794화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