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며느리 식구들을 본 염진은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이 나이가 되고 보니 다른 것들은 부질없고 가족들 모임이 기다려졌다.전에도 염구준이 몇 번이나 은퇴하고 청해에서 함께 살자고 했는데, 염진은 아직 10년, 20년 일해도 문제없다면서 염씨 가문의 산업을 지키고 있었다.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자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자주 보러 오는 수밖에 없었다.“다들 서 있지 말고 앉으세요.”그때 한설이 거실에 나오더니 염희주를 빼앗아 안으며 싱글벙글 웃었다.염구준은 그동안 친아버지를 보살핀 계모를 인정하고 있었다.“이모, 아버지 성격을 맞추느라 그동안 고생했어요.”“가족끼리 무슨 소리야. 점심은 먹었어?”한설이 다정하게 물었다.“아직이요. 공항에서 곧바로 오는 길이에요.”어차피 한 가족이니 손가을도 어려워하지 않았다.“먼저 다과라도 먹어. 내가 만들어 올게.”한설은 염희주를 안은 채로 방으로 들어갔다.온 집안에서 손녀가 하나뿐이니 아무리 큰 손녀라도 기꺼이 안아주고 싶었다.한참 후, 한설과 손가을, 진숙영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염희주는 조용한 곳에서 숙제를 하고 남자들끼리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밥 먹읍시다.”얼마되지 않아 향기 좋은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가족들이 식탁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행복한 시간이 짧아도 즐겁게 보냈다.한창 술을 마시다가 염구준이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가버렸다.왜냐면 손태석이 거하게 마신 것을 보고 자칫하다 또 자신과 형제를 맺자고 할까 봐 미리 피한 것이었다.방에 돌아와 보니, 생모가 생전에 꾸며줬던 인테리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염구준은 기운으로 알코올을 삭이지 않고 취기를 즐겼다.“적당히 마셔. 또 많이 마시면 그땐 상관하지 않을 거야.”그때 손가을이 입으로만 경고를 주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오늘따라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이 밝고 별들이 반짝거리는 것이 염씨 저택에 은빛 옷을 덮어놓은 것 같았다.그날 저녁, 염구준은 아주 편한 밤을 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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