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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9화

Author: 잔영
아들과 며느리 식구들을 본 염진은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다른 것들은 부질없고 가족들 모임이 기다려졌다.

전에도 염구준이 몇 번이나 은퇴하고 청해에서 함께 살자고 했는데, 염진은 아직 10년, 20년 일해도 문제없다면서 염씨 가문의 산업을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자 염구준은 어쩔 수 없이 자주 보러 오는 수밖에 없었다.

“다들 서 있지 말고 앉으세요.”

그때 한설이 거실에 나오더니 염희주를 빼앗아 안으며 싱글벙글 웃었다.

염구준은 그동안 친아버지를 보살핀 계모를 인정하고 있었다.

“이모, 아버지 성격을 맞추느라 그동안 고생했어요.”

“가족끼리 무슨 소리야. 점심은 먹었어?”

한설이 다정하게 물었다.

“아직이요. 공항에서 곧바로 오는 길이에요.”

어차피 한 가족이니 손가을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먼저 다과라도 먹어. 내가 만들어 올게.”

한설은 염희주를 안은 채로 방으로 들어갔다.

온 집안에서 손녀가 하나뿐이니 아무리 큰 손녀라도 기꺼이 안아주고 싶었다.

한참 후, 한설과 손가을, 진숙영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염희주는 조용한 곳에서 숙제를 하고 남자들끼리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집안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밥 먹읍시다.”

얼마되지 않아 향기 좋은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가족들이 식탁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행복한 시간이 짧아도 즐겁게 보냈다.

한창 술을 마시다가 염구준이 버티지 못하고 중도에 가버렸다.

왜냐면 손태석이 거하게 마신 것을 보고 자칫하다 또 자신과 형제를 맺자고 할까 봐 미리 피한 것이었다.

방에 돌아와 보니, 생모가 생전에 꾸며줬던 인테리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염구준은 기운으로 알코올을 삭이지 않고 취기를 즐겼다.

“적당히 마셔. 또 많이 마시면 그땐 상관하지 않을 거야.”

그때 손가을이 입으로만 경고를 주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넸다.

오늘따라 창밖에서 비추는 달빛이 밝고 별들이 반짝거리는 것이 염씨 저택에 은빛 옷을 덮어놓은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염구준은 아주 편한 밤을 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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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가 끝난 후, 염진 일행은 한참이나 상의해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니 안씨 가문을 두고 보겠다는 말만 늘어놓았다.사업비밀을 도난당한 것은 아주 큰 문제라, 일반 기업과 가문에서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한참을 얘기하던 염진이 옆을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가을아, 너라면 우리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그 말에 몇몇 꼰대들은 깜짝 놀라며 속으로 미쳤다고 욕했다.이렇게 큰 일을 본인들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후배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염진이 오늘 태도가 이상해서 아무도 나서서 불평하지 않았다.“아버님이 물으시니 그럼 말해보겠습니다. 첫 단계로 손실을 확인하고 유출된 문서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면서 중요한 문서의 등급을 통계하고 나누는 겁니다. 두번째는 회장님 권한으로 문서 정보를 수정하여 저들의 손에 있는 문서를 전부 폐기하는 겁니다. 워낙 상대방이 기세 등등하게 나와서 이 과정에서 손해는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거예요.”짧은 몇 마디지만 간단명료한 것이 손씨 그룹의 대표다운 소질을 낱낱이 보여줬다.그 말을 들은 꼰대들은 왜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제야 염진의 며느리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혹시 청해에서 이름이 자자한 손가을 대표 맞아요?”드디어 누군가 앞치마를 두르고 옅은 화장을 한 여자의 신분을 알아보았다.손가을은 청해 상업계의 여왕으로서 용하 전체를 통틀어도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표는 흔치 않았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장들의 재산을 전부 합쳐도 손씨 그룹과 비교할 수 없었다.문제는 염진에게서 한 번도 며느리가 상업계의 인재인 손가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마 대표의 안색이 제일 험상궂게 어두워졌다.“맞습니다. 내 며느리가 청해의 손가을이고 손씨 그룹의 대표입니다. 오늘 집에서는 내 며느리이자 여러분의 후배이니 편하게 대하세요.”염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겠지만 실은 방금 일을 빗댄 것이었다.청해 상업계의 여왕이 차

  • 군신의 귀환   제2356화

    집에 돌아온 염진은 낯익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초조했다.“형님, 드디어 오셨네. 지금 발칵 뒤집혔어요.”“염진, 안기현이 의리도 없이 여러 회사의 사업비밀을 훔치고 우리들을 공격했어.”“안씨 가문에서 그 녀석을 감싸다니 정말 파렴치한 놈들이야.”다들 격분하여 안기현의 비열한 짓에 욕설을 아끼지 않았다.이렇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 사람들의 신분은 북쪽 변경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인물들이었다.“여러분, 진정하시고 이 문제에 대해 천천히 얘기하시죠.”염진은 머리가 복잡해서 집에 오면 쉴 줄 알았는데,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정신이 사나웠다.게다가 그를 북쪽 변경의 수령이자 상업계의 선두자라는 말까지 하면서 추켜세웠다.“여러분, 일단 들어오세요.”어떻게 보면 다들 오랜 지인들이니 보낼 수도 없어서 집안으로 초대했다.지금 공동의 적이 안기현이자 안씨 가문이니 그들과 맞서려면 이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차를 드세요.”손가을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열정적으로 주방에 들어가 각자 마실 차를 내왔다.그리고 염구준의 곁에 서서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염구준도 대략 설명을 해주다가 누군가 보이지 않아 아내에게 물었다.“희주는 왜 이렇게 조용해?”“내일 학교에 가야 해서 엄마 아빠랑 먼저 청해로 돌아갔어.”손가을이 대답했다.딸이 두 노인과 함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손씨 그룹의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크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비서가 나서서 처리하면 되었다.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아내가 남은 것도 어쩌면 며느리의 효도를 하려는 것임을 알아챘다.거리가 멀어서 평소 만나기 힘드니 지금처럼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이봐, 아줌마. 차를 더 내와요.”마씨그룹 대표가 차를 마시고는 뻔뻔하게 요구했다.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로 보이지 않았다.“알아서 떠 마셔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

  • 군신의 귀환   제2355화

    “하하하하.”문필은 드디어 미쳤는지 아니면 자신을 비웃는지 실성하고 말았다.당시 해외 감옥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어려운 무공을 극복한 덕에 전신경에 돌파하여 탈옥할 수 있었다.그런데 용하에 돌아오자마자 복수를 하기 전에 폐인이 되어버렸다.기구한 팔자에 웃음만 나왔다.그의 입장에서 자신이 한 일들이 별것도 아니라고 여겼다.“주상, 저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주작은 실성한 문필을 보고서야 그의 존재를 알았다.“극악무도한 놈이야. 네가 알아서 처리해. 멀리…”“퍼억!”염구준이 말을 끝내기 전에 주작이 손 빠르게 문필의 목을 따버렸다.그녀는 항상 손을 들었다 하면 결단력 있게 처리했다.“됐어. 관두자.”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주작은 워낙 성격이 급해서 4대 전존에서도 제일 속을 썩였다.이어서 나머지 깡패들을 체포하고 남은 시공팀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 하청업체에 의해 끌려갔다.그들은 합법적인 시공팀인데 입찰에 성공하여 일하러 온 것이었다.그제야 무덤을 청소하러 온 담당자가 환호하며 염진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어르신, 악한 세력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다니 정말 저희들의 영웅입니다.”“회장님이 악당들을 물리쳐 저희 무덤을 지켜주셨습니다. 큰절을 받아주세요.”“염 회장님은 우리들의 행운입니다.”이 사람들은 방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다.그래서 모두 염진이 악당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했다.북쪽 번경에서 염구준보다 염진의 명성이 더 컸다.모든 일은 염구준이 처리했으니 염진은 아들의 공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듯 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난 귀찮은 거 딱 질색이에요.”어차피 부자 관계라 누가 했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알았다.”염진은 설명하려고 해도 꽤 번거로워서 포기하고 대충 둘러댔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북쪽 변경의 토박이로서 고향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있는 한 안령산은 무사할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다

  • 군신의 귀환   제2354화

    하필이면 반보천인을 건드려서 완패하고 말았다.문필은 반보천인에 속하지 않았지만 감옥에 있으면서 운 좋게 반보천인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고수의 성은 염 씨였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저도 모르게 버벅거리며 질문했다.“선… 선배 이름이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눈앞에 있는 염진은 알고 있지만 염구준은 본 적이 없었다.“염구준이다.”우르릉 쾅!그 이름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문필의 뇌를 강타하고 말았다.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안기현을 욕했다.감옥에서 만난 반보천인 고수는 자원해서 들어왔는데, 술을 마시고 염구준을 건드린 바람에 그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했었다.이런 고수가 겁먹고 피할 정도라면 염구준은 얼마나 무서운 고수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살… 살려주세요.”문필은 이미 반항할 생각을 접었다.악명이 높던 그가 지금 염구준의 앞에서 온순한 고양이처럼 설설 기었다.“늦었어.”염구준은 그를 힘껏 내던지고 네 줄기 검기를 발사해 사지를 절단했다.상대방이 어떻게 대하면 그도 똑같이 돌려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으윽!”문필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앓음 소리를 냈다.다시는 염구준의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우두머리를 잃은 동료들은 겁에 질려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용하에 와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틀도 되지 않아 막강한 상대를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우르릉 우르릉!그때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열 대 넘는 대형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오더니 아래로 밧줄을 하나씩 내렸다.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져 착지하고는 재빠르게 대열을 형성했다.모든 동작이 깔끔하고 완벽해서 딱 봐도 제대로 훈련된 군사들이었다.쿵!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밧줄도 타지 않고 바로 착지하더니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주상, 제가 늦었습니다.”그 사람은 바로 주작, 또 하나의 반보천인 고수였다.문필은 주작이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을 감지하고 또 충격을 받았다

  • 군신의 귀환   제2353화

    “맞아. 내가 바로 문필이야.”문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험상궂게 다친 오른쪽 눈을 드러냈다.그 바람에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졌다.평범한 사람들이 이 얼굴을 본다면 기겁해서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너 해외에서 사고 쳐서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왔어?”염진은 무언가 수상해서 물었다.몇 년 전에 문필이 해외에서 금은방에 쳐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체포되었다.해외의 일부 국가에 아무리 사형 제도가 없더라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정상인데, 지금 문필이라는 놈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교도관들을 싹 다 죽이면 나올 수 있지. 게다가 양국간에 인수인계 법적절차도 없어서 돈을 갖고 용하에 돌아오면 여전히 활개치면서 살 수 있거든.”문필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거만한 표정은 변태 같기도 했다.그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염구준 부자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저놈은 건드리면 안 돼.’염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그래도 아내의 무덤을 보호하려면 이 사람들이 멋대로 파게 둘 수 없었다. “이 부지는 염씨의 것이다. 그만 물러가.”“영감이나 물러가. 여기는 북쪽 변경에서 가장 번영한 지대야. 산을 밀고 건물을 지어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문필은 상대방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더 날뛰었다.일단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삼키려 들었다.“너…”염진은 계속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들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못 가.”염구준은 난폭한 놈들에게 도리를 따지는 것보다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이 미치고 날뛴다면 그는 더 미치고 날뛰고 더 독하게 굴었다.“이봐, 잘 생각하고 말해. 그러다 다쳐.”문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했다.용하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어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술인이 강호에 발길을 끊어도 몇 년 전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말은

  • 군신의 귀환   제2352화

    김 비서는 호주머니에서 메모리카드를 꺼내 염진에게 건넸다.‘설마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건가?’그럴 리가 없었다.염진을 배신한 김 비서는 양심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 길을 도모할 뿐이었다.안기현이 잘 나갈 때는 그에게 붙었다가 지금 염진이 이겼다고 바로 나 몰라라 팽개치고 공짜로 20억을 챙기려 했다.김 비서가 기회주의자에게 손해는 없다고 생각한 찰나.퍽!분노한 염진이 발로 그의 어깨를 힘껏 차버리는 바람에 바닥에서 여러 바퀴나 뒹굴었다.“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꺼져.”지금 너무 열받아서 개떡 같은 사업비밀 같은 것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았다.그에게 출세한 아들과 며느리가 있으니 가진 것이 없어도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이 있었다.“퉷! 염 회장님, 화를 푸셔야 복이 들어옵니다.”김 비서는 입안에 맺힌 피를 뱉으며 계속 설득했다.이렇게 비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안기현이 보는 앞에서 다시 배신을 했으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오로지 염진만이 살길이었다.퍽!김 비서가 일어서자마자 복부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동시에 뒤로 날아가버렸다.이번에는 염구준이 나섰다.“난 배신자들이 제일 싫어. 어머니가 주무시는 곳이 아니었다면 넌 진작에 내 손에 죽었어.”돈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이 정도 협박으로 통하지 않았다.“쿨럭!”김 비서는 바닥에 누워 격렬한 기침을 해댔다.이미 중상을 입어서 일어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염진, 그동안 내가 개처럼 열심히 일했는데 끝까지 매몰차게 이럴 거야?”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자신이 사업비밀을 빼돌린 것이 아주 정당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파렴치한 놈! 내가 너를 믿고 노트북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어. 근데 넌 나한테 무슨 짓을 했지?”염진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예전에 김 비서가 이런 인간인지 몰랐다.결국 따져보면 자신이 사람을 잘못 선택해서 이런 결말을 초래한 것이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이런 인간들한테 화낼 가치도 없어요.”염구준의 입

  • 군신의 귀환   제2351화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굴복하지 않고 되려 무전기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저 무덤을 파버려!”웅웅웅!산 아래에서 요란한 굴착기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퍽!염구준은 허공에서 주먹을 날려 굴착기 한 대를 산 아래로 떨어트렸다.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굴착기에 탄 조종사는 살아남을 가망은 없을 것이다.“아랫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면 당신을 남겨도 소용없지.”염구준이 손에 힘을 더 주자 안기현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지금 이 순간 생존 욕구만이 그를 지배했다.“저 새끼들… 멈추라고 해! 당장… 당장 철수해!”그는 목이 조여서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부하들은 바로 산 아래에 있는 굴착기를 멈추라 지시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다.만약 안기현이 죽는다면 그에게 충성하는 부하들은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이다.퍽!염구준은 안기현을 어머니의 무덤 앞에 던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무덤 앞에서 3일을 꿇고 사과해. 아니면 이 산의 어딘가에 묻힐 줄 알아.”그리고 양도 계약서는 손에 들자마자 불에 태워서 잿가루로 만들어버렸다.염구준은 이렇게 잔인한 수법으로 모두에게 무엇이 진정한 횡포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솔직히 지금까지 인간 쓰레기에게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잔인하게 대했었다.“사과할게.”안기현은 죽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면서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더는 협박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모든 원한을 가슴속에 삭였다.워낙 상대방의 기세가 살벌해서 조금만 잘못해도 죽여버릴 것 같았다.“아직도 꺼지지 못해?”염구준은 체내에서 기운을 뿜으며 분노를 터트렸다.“빨리 철수해!”대장도 겁을 먹은 상황에서 쫄따구들이 저항할 용기는 없었다.그들이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평범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하나둘씩 철수하자 시끄럽던 산꼭대기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안기현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속에는 굴욕과 억울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방금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고개를

  • 군신의 귀환   제2350화

    “훔치다뇨?”“회장님 비서한테 사기 좀 치고, 천만원 주니까 알아서 회장님 컴퓨터 자료를 전부 주던 걸요.”안기현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자신의 꼼수를 만족스럽게 여겼다.이런 수법은 그가 예전부터 자주 써먹던 것이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안기현 뒤에서 한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바로 염진의 비서인 김 비서였다.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마. 내 아래엔 너같은 직원 없으니까.”염진은 배신자를 바라보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기밀 파일 유출로 인해 이제 염씨 가문의 사업이 위태로워질 상황인데, 이제와서 사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하. 회장님, 화내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안기현은 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상대방의 희망을 짓밟았다.염진이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할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흡족해졌다. 오래전에 벌였던 일이 모두의 원망을 살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하며 지내왔었다.“후. 내 친필 사인이 없으면 이건 겨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염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하. 이 위에 적힌 사인이 회장님 필체랑 비슷하니까 회장님이 사인했다 해도 문제 없죠. 제일 중요한 건 위에 찍힌 회장님 개인도장이니까요.” 안기현이 서류를 넘기자 선홍색 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사인 필체도 염진의 것과 완전히 일체했다.김 비서가 한 짓임이 분명했다.“너...”염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십 년동안 사업을 해왔으나 지금만큼은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만약 이 수법을 계속 쓴다면 염씨 가문의 모든 재산이 상대방의 손에 들어갈 게 너무나도 뻔했다.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런 건 건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우리 북방의 가문들이 다시 널 추방할 거다.”염진은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하하!”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안기현은 미친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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