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내가 바로 문필이야.”문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험상궂게 다친 오른쪽 눈을 드러냈다.그 바람에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졌다.평범한 사람들이 이 얼굴을 본다면 기겁해서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너 해외에서 사고 쳐서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왔어?”염진은 무언가 수상해서 물었다.몇 년 전에 문필이 해외에서 금은방에 쳐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체포되었다.해외의 일부 국가에 아무리 사형 제도가 없더라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정상인데, 지금 문필이라는 놈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교도관들을 싹 다 죽이면 나올 수 있지. 게다가 양국간에 인수인계 법적절차도 없어서 돈을 갖고 용하에 돌아오면 여전히 활개치면서 살 수 있거든.”문필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거만한 표정은 변태 같기도 했다.그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염구준 부자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저놈은 건드리면 안 돼.’염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그래도 아내의 무덤을 보호하려면 이 사람들이 멋대로 파게 둘 수 없었다. “이 부지는 염씨의 것이다. 그만 물러가.”“영감이나 물러가. 여기는 북쪽 변경에서 가장 번영한 지대야. 산을 밀고 건물을 지어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문필은 상대방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더 날뛰었다.일단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삼키려 들었다.“너…”염진은 계속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들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못 가.”염구준은 난폭한 놈들에게 도리를 따지는 것보다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이 미치고 날뛴다면 그는 더 미치고 날뛰고 더 독하게 굴었다.“이봐, 잘 생각하고 말해. 그러다 다쳐.”문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했다.용하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어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술인이 강호에 발길을 끊어도 몇 년 전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말은
하필이면 반보천인을 건드려서 완패하고 말았다.문필은 반보천인에 속하지 않았지만 감옥에 있으면서 운 좋게 반보천인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고수의 성은 염 씨였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저도 모르게 버벅거리며 질문했다.“선… 선배 이름이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눈앞에 있는 염진은 알고 있지만 염구준은 본 적이 없었다.“염구준이다.”우르릉 쾅!그 이름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문필의 뇌를 강타하고 말았다.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안기현을 욕했다.감옥에서 만난 반보천인 고수는 자원해서 들어왔는데, 술을 마시고 염구준을 건드린 바람에 그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했었다.이런 고수가 겁먹고 피할 정도라면 염구준은 얼마나 무서운 고수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살… 살려주세요.”문필은 이미 반항할 생각을 접었다.악명이 높던 그가 지금 염구준의 앞에서 온순한 고양이처럼 설설 기었다.“늦었어.”염구준은 그를 힘껏 내던지고 네 줄기 검기를 발사해 사지를 절단했다.상대방이 어떻게 대하면 그도 똑같이 돌려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으윽!”문필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앓음 소리를 냈다.다시는 염구준의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우두머리를 잃은 동료들은 겁에 질려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용하에 와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틀도 되지 않아 막강한 상대를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우르릉 우르릉!그때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열 대 넘는 대형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오더니 아래로 밧줄을 하나씩 내렸다.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져 착지하고는 재빠르게 대열을 형성했다.모든 동작이 깔끔하고 완벽해서 딱 봐도 제대로 훈련된 군사들이었다.쿵!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밧줄도 타지 않고 바로 착지하더니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주상, 제가 늦었습니다.”그 사람은 바로 주작, 또 하나의 반보천인 고수였다.문필은 주작이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을 감지하고 또 충격을 받았다
“하하하하.”문필은 드디어 미쳤는지 아니면 자신을 비웃는지 실성하고 말았다.당시 해외 감옥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어려운 무공을 극복한 덕에 전신경에 돌파하여 탈옥할 수 있었다.그런데 용하에 돌아오자마자 복수를 하기 전에 폐인이 되어버렸다.기구한 팔자에 웃음만 나왔다.그의 입장에서 자신이 한 일들이 별것도 아니라고 여겼다.“주상, 저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주작은 실성한 문필을 보고서야 그의 존재를 알았다.“극악무도한 놈이야. 네가 알아서 처리해. 멀리…”“퍼억!”염구준이 말을 끝내기 전에 주작이 손 빠르게 문필의 목을 따버렸다.그녀는 항상 손을 들었다 하면 결단력 있게 처리했다.“됐어. 관두자.”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주작은 워낙 성격이 급해서 4대 전존에서도 제일 속을 썩였다.이어서 나머지 깡패들을 체포하고 남은 시공팀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 하청업체에 의해 끌려갔다.그들은 합법적인 시공팀인데 입찰에 성공하여 일하러 온 것이었다.그제야 무덤을 청소하러 온 담당자가 환호하며 염진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어르신, 악한 세력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다니 정말 저희들의 영웅입니다.”“회장님이 악당들을 물리쳐 저희 무덤을 지켜주셨습니다. 큰절을 받아주세요.”“염 회장님은 우리들의 행운입니다.”이 사람들은 방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다.그래서 모두 염진이 악당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했다.북쪽 번경에서 염구준보다 염진의 명성이 더 컸다.모든 일은 염구준이 처리했으니 염진은 아들의 공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듯 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난 귀찮은 거 딱 질색이에요.”어차피 부자 관계라 누가 했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알았다.”염진은 설명하려고 해도 꽤 번거로워서 포기하고 대충 둘러댔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북쪽 변경의 토박이로서 고향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있는 한 안령산은 무사할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다
집에 돌아온 염진은 낯익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초조했다.“형님, 드디어 오셨네. 지금 발칵 뒤집혔어요.”“염진, 안기현이 의리도 없이 여러 회사의 사업비밀을 훔치고 우리들을 공격했어.”“안씨 가문에서 그 녀석을 감싸다니 정말 파렴치한 놈들이야.”다들 격분하여 안기현의 비열한 짓에 욕설을 아끼지 않았다.이렇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 사람들의 신분은 북쪽 변경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인물들이었다.“여러분, 진정하시고 이 문제에 대해 천천히 얘기하시죠.”염진은 머리가 복잡해서 집에 오면 쉴 줄 알았는데,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정신이 사나웠다.게다가 그를 북쪽 변경의 수령이자 상업계의 선두자라는 말까지 하면서 추켜세웠다.“여러분, 일단 들어오세요.”어떻게 보면 다들 오랜 지인들이니 보낼 수도 없어서 집안으로 초대했다.지금 공동의 적이 안기현이자 안씨 가문이니 그들과 맞서려면 이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차를 드세요.”손가을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열정적으로 주방에 들어가 각자 마실 차를 내왔다.그리고 염구준의 곁에 서서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염구준도 대략 설명을 해주다가 누군가 보이지 않아 아내에게 물었다.“희주는 왜 이렇게 조용해?”“내일 학교에 가야 해서 엄마 아빠랑 먼저 청해로 돌아갔어.”손가을이 대답했다.딸이 두 노인과 함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손씨 그룹의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크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비서가 나서서 처리하면 되었다.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아내가 남은 것도 어쩌면 며느리의 효도를 하려는 것임을 알아챘다.거리가 멀어서 평소 만나기 힘드니 지금처럼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이봐, 아줌마. 차를 더 내와요.”마씨그룹 대표가 차를 마시고는 뻔뻔하게 요구했다.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로 보이지 않았다.“알아서 떠 마셔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
에피소드가 끝난 후, 염진 일행은 한참이나 상의해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니 안씨 가문을 두고 보겠다는 말만 늘어놓았다.사업비밀을 도난당한 것은 아주 큰 문제라, 일반 기업과 가문에서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한참을 얘기하던 염진이 옆을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가을아, 너라면 우리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그 말에 몇몇 꼰대들은 깜짝 놀라며 속으로 미쳤다고 욕했다.이렇게 큰 일을 본인들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후배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염진이 오늘 태도가 이상해서 아무도 나서서 불평하지 않았다.“아버님이 물으시니 그럼 말해보겠습니다. 첫 단계로 손실을 확인하고 유출된 문서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면서 중요한 문서의 등급을 통계하고 나누는 겁니다. 두번째는 회장님 권한으로 문서 정보를 수정하여 저들의 손에 있는 문서를 전부 폐기하는 겁니다. 워낙 상대방이 기세 등등하게 나와서 이 과정에서 손해는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거예요.”짧은 몇 마디지만 간단명료한 것이 손씨 그룹의 대표다운 소질을 낱낱이 보여줬다.그 말을 들은 꼰대들은 왜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제야 염진의 며느리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혹시 청해에서 이름이 자자한 손가을 대표 맞아요?”드디어 누군가 앞치마를 두르고 옅은 화장을 한 여자의 신분을 알아보았다.손가을은 청해 상업계의 여왕으로서 용하 전체를 통틀어도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표는 흔치 않았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장들의 재산을 전부 합쳐도 손씨 그룹과 비교할 수 없었다.문제는 염진에게서 한 번도 며느리가 상업계의 인재인 손가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마 대표의 안색이 제일 험상궂게 어두워졌다.“맞습니다. 내 며느리가 청해의 손가을이고 손씨 그룹의 대표입니다. 오늘 집에서는 내 며느리이자 여러분의 후배이니 편하게 대하세요.”염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겠지만 실은 방금 일을 빗댄 것이었다.청해 상업계의 여왕이 차
다른 사람을 추앙하게 만들고 또 기꺼이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절대적인 권력이었다.염구준이 아버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는 인간들을 진작에 내쫓았을 것이다.사장들은 손가을의 초기 방안으로 계속 상의하더니 드디어 해결책을 내놓았다.그리고 다시 철저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그 과정에서 염구준은 대충 몇 마디만 던지는 게 다였다.옆에서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북쪽 변경의 상업 수준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 외에 정말 형편없다는 것을 알았다.놈들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똥을 싸고 있는데 반격할 때마저 인의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적들의 인자함에 있어 이것은 자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염진은 말을 아끼고 자꾸 염구준을 쳐다보았다.왠지 아들이 속으로 뭔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자신의 통찰력으로 그들을 모두 꿰뚫어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마 대표가 치열한 토론에 변화를 가져왔다.“이번 위기를 해결하려면 백씨 가문을 멸망시켜야 합니다.”그 말에 다들 침묵했다.백씨 가문은 북쪽 변경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문으로서 오래된 전통을 이어받아 모든 산업에 손을 뻗고 있었다.지금 염씨 가문이 박차를 가하여 발전해도 그 가문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그러니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은 아버지가 괜히 잘못된 길에 들어설까 봐 몇 가지 정보를 흘렸다.“백씨 가문을 제거해도 소용없어요. 배후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천맹그룹이에요.”사장들은 최근에 이런 그룹이 있다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무슨 근거가 있어?”마 대표가 겸손하게 물었다.아무리 염구준을 우습게 봐도 손가을의 체면을 봐서 무례하게 대하지 못했다.“지금 안기현이 안령산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요.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세요. 말하지 않으면 한 대 때리면 말할 겁니다. 겁쟁이거든요.”염구준은 따로 설명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도 말하지 않았다.아내가 했던 말처럼
저녁 무렵, 가족들은 모두 휴대폰 전원을 끄고 북룡강 습지 공원에 산책하러 떠났다.염진은 어차피 단기간에 회사 일을 해결하지 못하니 잠시 뒤로 하고 아들과 며느리와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집에 온 지 이틀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나가서 논 적이 없었다.북룡강 습지 공원에 어둠이 드리자 강물과 푸른 나무들이 등불 아래에서 강렬한 색채를 띄우며 장관을 이루었다.다른 사람들도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날렸다.“가을아, 저기 특산품 간식이 있는데 같이 사러 가자.”가로수 도로에서 한설은 손가을의 팔짱을 끼고 대기줄이 긴 포장마차 쪽으로 걸어갔다.“이모, 고마워요.”손가을은 염구준이 부르는 호칭을 따라 순진한 며느리처럼 행동했다.두 사람이 떠난 후, 염진은 한참 생각하더니 속심말을 꺼냈다.“구준아, 너는 우리 회사를 어떻게 하면 좋겠어?”올 것이 드디어 왔다.자식이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재산을 물려받는 일에 염구준도 피할 수 없어서 몹시 짜증났다.“아버지, 난 사업하는 게 싫어요. 사업에 재주도 없어요.”염구준은 물려받고 싶지 않아 바로 거절했다.가끔씩 아내를 도와 회사 업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회사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그의 우세가 아니었다.“가을이… 됐다. 지금도 충분히 바쁜 사람이지.”염진은 말하려다 스스로 부정하고 말았다.며느리가 결정을 하는 데는 반드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했다.“아버지, 왜 갑자기 그러세요?”염구준은 이상해서 되물었다.“언젠가는 너한테 말할 일이야. 지금 시간이 있으니까 얘기 좀 해보자.”염진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지 않는다고 해서 핍박할 생각은 없었다.어쨌든 지금 아들이 잘 지내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다.“아버지, 화… 나지 않아요?”염구준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고집이 센 아버지의 성격으로 바로 수긍하는 게 이상했다.“하하하, 내 똥고집으로 너한테
그들은 북쪽 변경 출신이라 남쪽 청해 지대의 강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붙어볼 것도 없어. 넌 내 상대가 될 자격도 없거든.”염구준은 아주 명쾌하게 거절했다.상대방 실력이 너무 약해서 싸울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그래도 이 사람들의 정체는 궁금했다.“너희들 만능 전당포의 사냥꾼이야, 아니면 천맹그룹의 장기말들이야? 아니면 흑풍의 사람인가?”염구준은 이 사람들의 배후가 세 개 중에 있다고 생각했다.“떠보지 마. 우린 말하지 않을 거야. 내 공격을 받아라!”자존심이 상한 우두머리는 바로 칼을 꺼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울 기세였다.“빨리 염진을 잡아!”나머지 일행도 가만 있지 않고 빠른 속도로 염진에게 돌진했다.그들의 실력으로는 애송이들이나 잡을 수 있을 것이다.쿵!바로 그때 강력한 기운이 그들 앞을 공격하자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나타났다.일행이 정신을 차리고 보았을 때 대장은 이미 염구준의 손에 멱살을 잡히고 있었다.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전신 경지에 도달한 대장은 꼴 좋게 패배했다.단번에 패배한 것만 봐도 상대방의 실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살고 싶으면 배후를 말해.”염구준은 대장의 멱살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놈들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면 그도 봐줄 것도 없었다.“이놈은 강적이야. 하지만 사장은 우리한테 은혜를 베풀었다. 너희들 절대 말하면 안 돼.”대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부하들에게 경고했다.방금 공격했을 때 염구준이 어떻게 반격했는지도 보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상대방의 실력은 그보다 한참이나 위라는 것을 설명했다.“충성심이 강하네. 안타깝게도 우린 적이라서 말이야.”염구준은 난폭하는 기운을 그의 몸속에 주입하여 장기를 파괴했다.적대 관계라면 잔인하게 나와도 탓할 자격이 없었다.만약 오늘 실력이 약한 사람이 염구준이라면 이 사람들도 똑같이 사정을 봐주지 않았을 것이다.“아아악!”대장은 장기가 비틀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마지막까지 입을 열지 않았
”하하하, 이겼어요. 아타 장로님, 보셨어요?”현장에서 감격에 벅차서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노신기였다.그는 드디어 50년 넘게 괴롭혔던 캐틀린 가문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그때 염구준이 한 걸음씩 걸어가며 싸늘하게 말했다.“조각을 내주면 세라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줄 수 있어.”이번 행차에서 조각 네 개를 얻고 싶을 뿐이었는데 치열한 싸움을 면하지 못하고 부상까지 입었다.이 싸움을 일으킨 장보인이 바로 세라였다.“정말 조각만 주면 살려줄 거야?”레온 가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해도의 조각은 100년을 넘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기에 다들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했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못했다.“물론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염구준이 확신하며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기를 거두지 못했다.만약 이 사람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목숨을 거둘 것이다.“이건 우리 레온 가문에서 보관했던 조각이야. 가져가!”“대어당의 조각, 여기 있어.”“안설홍의 조각도 받아.”세 사람은 살기 위해서 저마다 몸을 더듬어 해도의 조각을 꺼내 주었다.지금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조건을 따질 자격이 없었다.스스슥!염구준이 손을 내밀어 기운으로 흡수하여 세 장의 조각을 거두었다.“세 사람은 옆으로 물러나. 그리고 이따가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데려가는 거 잊지 마.”“살려줘서 고마워.”세 사람은 무릎을 꿇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그러자 세 가문에서 데리고 온 정예병도 캐틀린 가문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었다.네 가문의 동맹은 이렇게 무너졌다.“이제 부인 차례입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게요.”염구준은 전혀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의 원한은 이미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콜록, 능력 있으면 와서 가져가. 내가 우습게 보여?”세라의 기운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것이 체내의 기운이 곧 바닥날
”진정해요. 패배를 인정하는 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조각만 주면 바로 떠날게요.”염구준은 싸우면서도 상대방의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말을 계속 걸었다.하지만 저들이 얌전히 조각을 내준다면 약속대로 바로 떠날 수도 있었다.“퉷! 저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세라는 노련한 통찰력으로 몇몇 가주들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싸움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니 진법이 깨지지 않게 주의를 줘야 했다.세라의 울부짖음에 다들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 기운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만약 상대방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식은 땀이 흘렀다.“재주 좋네. 내가 과소평가했어요.”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싸우는 데 집중했다.이제 검기가 꽉 찼으니 곧 강력한 대살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푸압!”바로 그때 상대 측에 변고가 생겼다.세라 측의 전신지상 한 명이 견디지 못하고 피를 뿜어낸 것이다.다른 전신지상 무술인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이번 싸움은 역시 반보천인들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젠장,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요?”세라는 더는 진정할 수 없었다.육망성광진법이 파괴되어 각자 싸운다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30분이요.”“5분이요!”두 전신지상이 시간을 보고했다.상대방의 진법이 곧 무너질 상황에 처했지만 염구준은 계속 공격 자세를 유지했다.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었다.“그 초식을 사용합시다.”세라가 안색을 굳히며 중대한 발표를 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승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알겠습니다. 세라 부인과 함께 미치도록 싸워보죠.”반보천인 세 가주의 눈빛이 바뀌더니 광기가 이글거렸다.쿵!가주들이 미친듯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세라는 다시 그 힘을 빌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전투장에서 각자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대살수를 준
쾅!또 한 번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각자 후퇴하면서 거리를 두었다.이번에 염구준이 5미터 정도 물러났다면 세라 일행은 10미터나 물러났다.쌍방은 여전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저 사람 너무 강해요. 설마 극한 반보천인인가?”레온 가주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대방의 기세에 충격을 먹었다.육망성광진법에서 두 사람이 반보천인에 달하지 못했지만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여 세라를 절정 반보천인으로 이끌었다.그렇게 여섯 명의 힘을 합쳤는데도 열세에 처했다.“하하하, 통쾌해. 다시 공격해 봐.”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간만에 싸울 맛이 났다.“내 진짜 실력을 보여 줄게.”세라는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기운을 발사했다.“절정 반보천인이군.”역시 세라는 진작에 이 지경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다만 이 나이에 몸을 극한까지 수련하지 못했기에 강력한 기운을 발휘한다면 몸이 감당할 수 없어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래도 싸움에 대충 임하는 행위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면 누구도 목숨을 재촉하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염구준은 위로 번쩍 뛰며 섬뜩한 빛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단번에 널 죽이겠어.”세라는 상대방이 진짜 세력을 발휘하게 되어 몹시 언짢았다.그녀가 지팡이를 위로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는데 상대방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도 다치지 않았다.염구준이 공중에서 몇 바퀴 몸을 굴린 후 가볍게 착지했다.그 순간, 체내의 기혈이 잠시 소용돌이를 치는 것 같았다.“강력한 진법이야.”절정 반보천인 한 명, 평범한 반보천인 세 명, 전신지상 두 명이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진법의 위력은 생각밖으로 강했다.염구준이 이미 극한 육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방금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흥, 그렇게 강하지도 않네. 육신, 기운, 의경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극한에 도달하지 않았어. 다음에 꼭 죽여주겠어.”
마침 세라가 갑자기 싸움을 유도한 것에 불만을 품은 가문에서 저마다 원망을 터트렸다.그렇다고 강적의 앞에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멍청한 것들, 조각을 준다고 해서 저놈들이 살려줄 거 같아요?”세라는 당당하게 반격할 이유를 내세웠다.그러자 가주들은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주춤하고 말았다.필경 해도 조각은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패였기 때문이다.“일단 싸우지 말고 저 사람과 노신기를 잡으면 아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그때 누군가 내란이 발생하여 서로 싸우기라도 할까 봐 나서서 중재했다.적들 앞에서 서로 물고 뜯는 것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상황은 다시 바뀌어, 나머지 여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바로 진법을 사용합시다. 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세라는 아직도 저리는 팔을 휘두르며 지휘했다.방금 염구준의 공격과 부딪쳤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다.장담하 건데 상대방의 실력은 압도적으로 강했다.“알겠습니다.”다섯 가주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위치를 변경한 후 세라까지 합세하여 기이한 힘을 발사했다.“진법?”저들이 진법을 형성하는 사이에 염구준은 황금색 기운을 조절하면서 검의를 끌어올리자 근육이 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부풀었다.쌍방은 어느 한 쪽도 약하지 않았다.관전하던 무술인들은 강력한 두 기운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일단 싸움에 휘말리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니 일단 피하고 봐야 했다.“염 선생, 조심하세요. 이것은 육망성광진법 육위일체라고 하는데 그 위력이 엄청납니다.”그때 안색이 급변하던 노신기와 아타가 다급히 주의를 주었다.이제 보니 예전에 두 사람이 담당했던 자리에 지금은 다른 무술인이 대신하고 있었다.그 당시 실력이 평등한 반보천인 여섯 명으로 육망성관진법을 구성했지만 지금은 전신지상 두 명이 대신했기에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배신자. 너희들을 죽인 다음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세라가 분개하며 진법을 지휘했다.슈우웅 펑!세라의 공격에 염구준이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