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변경의 한적한 별장.서재에서 누군가 벽에 걸린 초상화를 멍하니 응시하다 갑자기 손길을 뻗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초상화에 그려진 건 다름아닌 염구준이었다.이정도로 그를 증오하는 건 오직 흑풍존주밖에 없었다.“존주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꽉 닫힌 문 밖에서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해.”흑풍존주는 문을 열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차갑게 대답했다. 상대방이 대충 뭘 보고하려는 건지 감이 왔기 때문에 그는 상대방을 방에 들여 자세하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작전이 실패했습니다. 영은 죽었고 의뢰를 맡긴 블렌은 잡혔어요.”문 밖의 사람은 계속 말을 이어갔으나 혹여나 흑풍존주가 화를 내기라도 할까 봐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영은 황계웅이 만들어낸 암, 영, 쌍, 생 4대 고수 중의 한 명으로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네 명이 손을 잡고 싸워 초입 반보천인의 강자도 죽여본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알았다. 가봐.”그러나 흑풍존주는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보고를 한 사람은 그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더 묻지 못하고 눈치있게 자리를 비켰다.한편, 서재 안.작전이 실패했다는 걸 알게 된 흑풍존주는 별로 실망하지 않고 자리에 돌아가 와인 한 병을 땄다.이때까지 너무 많이 실패한 탓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번 작전을 계획할 때부터 그는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았었지만 그럼에도 실행한 건 황계웅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그는 언제나 염구준을 상대하는 데 진심이었다.“이번에는 마주치지 말자, 염구준.”흑풍존주는 아무도 없는 창밖을 향해 잔을 들어올리며 중얼거렸다. 같은 시각에 염구준은 이미 염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상태였다. 염구준은 한밤의 습격 사태가 누군가 염진을 노리고 벌인 거라는 걸 알았으나 단서가 부족한 탓에 흑풍존주가 범인이라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염씨 가문 저택의 앞에 있는 빈 공터에 장씨 가문의 삼형제는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이고 어제밤에 벌인 일에 대해 사과했다.그
오랫동안 남북을 뒤져서 겨우 친엄마를 찾았는데, 같이 산지 2년도 안 되어 다시 생이별을 해야 하니 슬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180센치가 넘는 건장한 남성인 장대선도 이 소식을 듣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소식을 들은 염진 역시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장천수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에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돕고 싶었다.“구준아, 너 신의 이제마 씨랑 친하잖니.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될까?”염구준과 이제마의 친분이라면 한마디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망설였다. 염진은 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당시의 일을 얘기해주기 위해 아들을 한쪽으로 불러냈다.아들이 자기와 성격이 똑같기 때문에 강제로 명령해서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을 설득할 제일 좋은 방법은 전부 털어놓고 혼자 생각하게 하는 거라는 것도 말이다. 시간이 긴박하기 때문에 염진은 길게 이야기 하지 않고 당시 장천수와 있었던 일만 짧게 설명해주었다.염구준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조금 놀라더니 바로 승낙했다. “천수 아저씨를 봐서 이제마 씨한테 도와달라고 할게.”빚을 계속 지고 있어선 안 되었다.“고마워, 형!”장씨 삼형제는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계속 감사인사를 했다.“됐어. 별일 없으면 난 먼저 들어가서 쉴게.”염구준이 방으로 돌아갈 때쯤, 하늘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아침 여섯시라 잠시 누웠다가 곧 다시 일어나야 했지만 그래도 이불 속을 따끈따끈하게 덥히고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염구준은 생각했다. 휴식을 취한 후, 염구준은 직접 블렌과 백리를 심문했으나 유용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영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그들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 결국 현상금 사냥꾼인 두 사람은 여러 인명 사건에 연루되어 전신전으로 넘겨졌고, 조사 끝에 결국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한편, 장씨 삼형제는 병원에 도착한 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마가 타이밍 좋
“어이, 귀 먹었어?”이때, 사람들을 내쫓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상대로 계속 미친 듯이 도발을 하는 걸 보면 그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저 사람 제압해!”남자가 일정 범위 안에 들어서자 경호대장이 바로 명령했고, 이에 두 명의 경호원이 빠르게 돌진해 남자를 바닥에 눌렀다.염진 곁의 경호원들은 모두 염구준이 직접 선발한 이들이며, 일부는 그가 직접 훈련시킨 정예 중의 정예였다. 특히 경호대장은 전신 경지의 강자로, 예전에 염구준의 오른팔이던 인물이었다. “여기 반항하는 놈들이 있다, 얼른 와!”남자는 제압당한 채로도 발버둥치며 난동을 부렸다. 그가 이렇게 겁이 없는 이유는 자신 쪽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였다. 산 아래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아이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 저희 먼저 내려가요.”손가을이 어른들을 향해 말했지만, 염희주는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오히려 작은 몸을 앞으로 내밀며 구경하려고 안달이 났다. “그래, 그래.”그녀의 말에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경호원들의 경호하에 다른 길로 산을 내려갔다.지금 현장에 남은 건 오직 염구준과 염진 뿐이었다. 염진이 남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아무도 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산정상에 올라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 방금 제압당했던 남자는 화가 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질렀다.“가서 손 좀 봐줘. 우리한테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공격해!”적수가 단 두 명뿐이라 사람들은 쇠파이프와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인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더군다나 염구준이 제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그들은 상대방이 겁에 질려 멍해졌다고 생각해 기뻐하며 더 자신 있게 덤벼들었다.콰아앙!그들이 염구준의 코앞까지 달려간 후, 손에 쥔 무기를
“훔치다뇨?”“회장님 비서한테 사기 좀 치고, 천만원 주니까 알아서 회장님 컴퓨터 자료를 전부 주던 걸요.”안기현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자신의 꼼수를 만족스럽게 여겼다.이런 수법은 그가 예전부터 자주 써먹던 것이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안기현 뒤에서 한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바로 염진의 비서인 김 비서였다.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마. 내 아래엔 너같은 직원 없으니까.”염진은 배신자를 바라보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기밀 파일 유출로 인해 이제 염씨 가문의 사업이 위태로워질 상황인데, 이제와서 사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하. 회장님, 화내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안기현은 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상대방의 희망을 짓밟았다.염진이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할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흡족해졌다. 오래전에 벌였던 일이 모두의 원망을 살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하며 지내왔었다.“후. 내 친필 사인이 없으면 이건 겨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염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하. 이 위에 적힌 사인이 회장님 필체랑 비슷하니까 회장님이 사인했다 해도 문제 없죠. 제일 중요한 건 위에 찍힌 회장님 개인도장이니까요.” 안기현이 서류를 넘기자 선홍색 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사인 필체도 염진의 것과 완전히 일체했다.김 비서가 한 짓임이 분명했다.“너...”염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십 년동안 사업을 해왔으나 지금만큼은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만약 이 수법을 계속 쓴다면 염씨 가문의 모든 재산이 상대방의 손에 들어갈 게 너무나도 뻔했다.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런 건 건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우리 북방의 가문들이 다시 널 추방할 거다.”염진은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하하!”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안기현은 미친듯이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굴복하지 않고 되려 무전기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저 무덤을 파버려!”웅웅웅!산 아래에서 요란한 굴착기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퍽!염구준은 허공에서 주먹을 날려 굴착기 한 대를 산 아래로 떨어트렸다.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굴착기에 탄 조종사는 살아남을 가망은 없을 것이다.“아랫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면 당신을 남겨도 소용없지.”염구준이 손에 힘을 더 주자 안기현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지금 이 순간 생존 욕구만이 그를 지배했다.“저 새끼들… 멈추라고 해! 당장… 당장 철수해!”그는 목이 조여서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부하들은 바로 산 아래에 있는 굴착기를 멈추라 지시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다.만약 안기현이 죽는다면 그에게 충성하는 부하들은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이다.퍽!염구준은 안기현을 어머니의 무덤 앞에 던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무덤 앞에서 3일을 꿇고 사과해. 아니면 이 산의 어딘가에 묻힐 줄 알아.”그리고 양도 계약서는 손에 들자마자 불에 태워서 잿가루로 만들어버렸다.염구준은 이렇게 잔인한 수법으로 모두에게 무엇이 진정한 횡포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솔직히 지금까지 인간 쓰레기에게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잔인하게 대했었다.“사과할게.”안기현은 죽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면서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더는 협박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모든 원한을 가슴속에 삭였다.워낙 상대방의 기세가 살벌해서 조금만 잘못해도 죽여버릴 것 같았다.“아직도 꺼지지 못해?”염구준은 체내에서 기운을 뿜으며 분노를 터트렸다.“빨리 철수해!”대장도 겁을 먹은 상황에서 쫄따구들이 저항할 용기는 없었다.그들이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평범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하나둘씩 철수하자 시끄럽던 산꼭대기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안기현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속에는 굴욕과 억울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방금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고개를
김 비서는 호주머니에서 메모리카드를 꺼내 염진에게 건넸다.‘설마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건가?’그럴 리가 없었다.염진을 배신한 김 비서는 양심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 길을 도모할 뿐이었다.안기현이 잘 나갈 때는 그에게 붙었다가 지금 염진이 이겼다고 바로 나 몰라라 팽개치고 공짜로 20억을 챙기려 했다.김 비서가 기회주의자에게 손해는 없다고 생각한 찰나.퍽!분노한 염진이 발로 그의 어깨를 힘껏 차버리는 바람에 바닥에서 여러 바퀴나 뒹굴었다.“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꺼져.”지금 너무 열받아서 개떡 같은 사업비밀 같은 것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았다.그에게 출세한 아들과 며느리가 있으니 가진 것이 없어도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이 있었다.“퉷! 염 회장님, 화를 푸셔야 복이 들어옵니다.”김 비서는 입안에 맺힌 피를 뱉으며 계속 설득했다.이렇게 비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안기현이 보는 앞에서 다시 배신을 했으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오로지 염진만이 살길이었다.퍽!김 비서가 일어서자마자 복부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동시에 뒤로 날아가버렸다.이번에는 염구준이 나섰다.“난 배신자들이 제일 싫어. 어머니가 주무시는 곳이 아니었다면 넌 진작에 내 손에 죽었어.”돈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이 정도 협박으로 통하지 않았다.“쿨럭!”김 비서는 바닥에 누워 격렬한 기침을 해댔다.이미 중상을 입어서 일어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염진, 그동안 내가 개처럼 열심히 일했는데 끝까지 매몰차게 이럴 거야?”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자신이 사업비밀을 빼돌린 것이 아주 정당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파렴치한 놈! 내가 너를 믿고 노트북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어. 근데 넌 나한테 무슨 짓을 했지?”염진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예전에 김 비서가 이런 인간인지 몰랐다.결국 따져보면 자신이 사람을 잘못 선택해서 이런 결말을 초래한 것이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이런 인간들한테 화낼 가치도 없어요.”염구준의 입
“맞아. 내가 바로 문필이야.”문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험상궂게 다친 오른쪽 눈을 드러냈다.그 바람에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졌다.평범한 사람들이 이 얼굴을 본다면 기겁해서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너 해외에서 사고 쳐서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왔어?”염진은 무언가 수상해서 물었다.몇 년 전에 문필이 해외에서 금은방에 쳐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체포되었다.해외의 일부 국가에 아무리 사형 제도가 없더라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정상인데, 지금 문필이라는 놈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교도관들을 싹 다 죽이면 나올 수 있지. 게다가 양국간에 인수인계 법적절차도 없어서 돈을 갖고 용하에 돌아오면 여전히 활개치면서 살 수 있거든.”문필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거만한 표정은 변태 같기도 했다.그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염구준 부자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저놈은 건드리면 안 돼.’염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그래도 아내의 무덤을 보호하려면 이 사람들이 멋대로 파게 둘 수 없었다. “이 부지는 염씨의 것이다. 그만 물러가.”“영감이나 물러가. 여기는 북쪽 변경에서 가장 번영한 지대야. 산을 밀고 건물을 지어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문필은 상대방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더 날뛰었다.일단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삼키려 들었다.“너…”염진은 계속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들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못 가.”염구준은 난폭한 놈들에게 도리를 따지는 것보다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이 미치고 날뛴다면 그는 더 미치고 날뛰고 더 독하게 굴었다.“이봐, 잘 생각하고 말해. 그러다 다쳐.”문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했다.용하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어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술인이 강호에 발길을 끊어도 몇 년 전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말은
하필이면 반보천인을 건드려서 완패하고 말았다.문필은 반보천인에 속하지 않았지만 감옥에 있으면서 운 좋게 반보천인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고수의 성은 염 씨였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저도 모르게 버벅거리며 질문했다.“선… 선배 이름이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눈앞에 있는 염진은 알고 있지만 염구준은 본 적이 없었다.“염구준이다.”우르릉 쾅!그 이름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문필의 뇌를 강타하고 말았다.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안기현을 욕했다.감옥에서 만난 반보천인 고수는 자원해서 들어왔는데, 술을 마시고 염구준을 건드린 바람에 그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했었다.이런 고수가 겁먹고 피할 정도라면 염구준은 얼마나 무서운 고수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살… 살려주세요.”문필은 이미 반항할 생각을 접었다.악명이 높던 그가 지금 염구준의 앞에서 온순한 고양이처럼 설설 기었다.“늦었어.”염구준은 그를 힘껏 내던지고 네 줄기 검기를 발사해 사지를 절단했다.상대방이 어떻게 대하면 그도 똑같이 돌려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으윽!”문필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앓음 소리를 냈다.다시는 염구준의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우두머리를 잃은 동료들은 겁에 질려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용하에 와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틀도 되지 않아 막강한 상대를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우르릉 우르릉!그때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열 대 넘는 대형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오더니 아래로 밧줄을 하나씩 내렸다.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져 착지하고는 재빠르게 대열을 형성했다.모든 동작이 깔끔하고 완벽해서 딱 봐도 제대로 훈련된 군사들이었다.쿵!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밧줄도 타지 않고 바로 착지하더니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주상, 제가 늦었습니다.”그 사람은 바로 주작, 또 하나의 반보천인 고수였다.문필은 주작이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을 감지하고 또 충격을 받았다
다른 사람을 추앙하게 만들고 또 기꺼이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절대적인 권력이었다.염구준이 아버지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면 권세에 빌붙어 아부하는 인간들을 진작에 내쫓았을 것이다.사장들은 손가을의 초기 방안으로 계속 상의하더니 드디어 해결책을 내놓았다.그리고 다시 철저하게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그 과정에서 염구준은 대충 몇 마디만 던지는 게 다였다.옆에서 그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북쪽 변경의 상업 수준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 외에 정말 형편없다는 것을 알았다.놈들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똥을 싸고 있는데 반격할 때마저 인의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적들의 인자함에 있어 이것은 자살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염진은 말을 아끼고 자꾸 염구준을 쳐다보았다.왠지 아들이 속으로 뭔가 계획하는 것 같았다.자신의 통찰력으로 그들을 모두 꿰뚫어보고 있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때 갑자기 마 대표가 치열한 토론에 변화를 가져왔다.“이번 위기를 해결하려면 백씨 가문을 멸망시켜야 합니다.”그 말에 다들 침묵했다.백씨 가문은 북쪽 변경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문으로서 오래된 전통을 이어받아 모든 산업에 손을 뻗고 있었다.지금 염씨 가문이 박차를 가하여 발전해도 그 가문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그러니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은 아버지가 괜히 잘못된 길에 들어설까 봐 몇 가지 정보를 흘렸다.“백씨 가문을 제거해도 소용없어요. 배후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천맹그룹이에요.”사장들은 최근에 이런 그룹이 있다고 들어본 적은 있지만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무슨 근거가 있어?”마 대표가 겸손하게 물었다.아무리 염구준을 우습게 봐도 손가을의 체면을 봐서 무례하게 대하지 못했다.“지금 안기현이 안령산에서 무릎을 꿇고 있어요.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세요. 말하지 않으면 한 대 때리면 말할 겁니다. 겁쟁이거든요.”염구준은 따로 설명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도 말하지 않았다.아내가 했던 말처럼
에피소드가 끝난 후, 염진 일행은 한참이나 상의해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니 안씨 가문을 두고 보겠다는 말만 늘어놓았다.사업비밀을 도난당한 것은 아주 큰 문제라, 일반 기업과 가문에서 처리할 능력이 없었다.한참을 얘기하던 염진이 옆을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가을아, 너라면 우리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어?”그 말에 몇몇 꼰대들은 깜짝 놀라며 속으로 미쳤다고 욕했다.이렇게 큰 일을 본인들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데 후배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염진이 오늘 태도가 이상해서 아무도 나서서 불평하지 않았다.“아버님이 물으시니 그럼 말해보겠습니다. 첫 단계로 손실을 확인하고 유출된 문서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면서 중요한 문서의 등급을 통계하고 나누는 겁니다. 두번째는 회장님 권한으로 문서 정보를 수정하여 저들의 손에 있는 문서를 전부 폐기하는 겁니다. 워낙 상대방이 기세 등등하게 나와서 이 과정에서 손해는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거예요.”짧은 몇 마디지만 간단명료한 것이 손씨 그룹의 대표다운 소질을 낱낱이 보여줬다.그 말을 들은 꼰대들은 왜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제야 염진의 며느리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혹시 청해에서 이름이 자자한 손가을 대표 맞아요?”드디어 누군가 앞치마를 두르고 옅은 화장을 한 여자의 신분을 알아보았다.손가을은 청해 상업계의 여왕으로서 용하 전체를 통틀어도 능력과 미모를 겸비한 대표는 흔치 않았다.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장들의 재산을 전부 합쳐도 손씨 그룹과 비교할 수 없었다.문제는 염진에게서 한 번도 며느리가 상업계의 인재인 손가을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마 대표의 안색이 제일 험상궂게 어두워졌다.“맞습니다. 내 며느리가 청해의 손가을이고 손씨 그룹의 대표입니다. 오늘 집에서는 내 며느리이자 여러분의 후배이니 편하게 대하세요.”염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겠지만 실은 방금 일을 빗댄 것이었다.청해 상업계의 여왕이 차
집에 돌아온 염진은 낯익은 얼굴을 보고 마음이 초조했다.“형님, 드디어 오셨네. 지금 발칵 뒤집혔어요.”“염진, 안기현이 의리도 없이 여러 회사의 사업비밀을 훔치고 우리들을 공격했어.”“안씨 가문에서 그 녀석을 감싸다니 정말 파렴치한 놈들이야.”다들 격분하여 안기현의 비열한 짓에 욕설을 아끼지 않았다.이렇게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이 사람들의 신분은 북쪽 변경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인물들이었다.“여러분, 진정하시고 이 문제에 대해 천천히 얘기하시죠.”염진은 머리가 복잡해서 집에 오면 쉴 줄 알았는데,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정신이 사나웠다.게다가 그를 북쪽 변경의 수령이자 상업계의 선두자라는 말까지 하면서 추켜세웠다.“여러분, 일단 들어오세요.”어떻게 보면 다들 오랜 지인들이니 보낼 수도 없어서 집안으로 초대했다.지금 공동의 적이 안기현이자 안씨 가문이니 그들과 맞서려면 이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했다.“차를 드세요.”손가을이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열정적으로 주방에 들어가 각자 마실 차를 내왔다.그리고 염구준의 곁에 서서 손님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염구준도 대략 설명을 해주다가 누군가 보이지 않아 아내에게 물었다.“희주는 왜 이렇게 조용해?”“내일 학교에 가야 해서 엄마 아빠랑 먼저 청해로 돌아갔어.”손가을이 대답했다.딸이 두 노인과 함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손씨 그룹의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크게 처리할 일도 없으니 비서가 나서서 처리하면 되었다.염구준은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아내가 남은 것도 어쩌면 며느리의 효도를 하려는 것임을 알아챘다.거리가 멀어서 평소 만나기 힘드니 지금처럼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이봐, 아줌마. 차를 더 내와요.”마씨그룹 대표가 차를 마시고는 뻔뻔하게 요구했다.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 부탁하는 태도로 보이지 않았다.“알아서 떠 마셔요.”염구준은 전혀 체면을 주
“하하하하.”문필은 드디어 미쳤는지 아니면 자신을 비웃는지 실성하고 말았다.당시 해외 감옥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어려운 무공을 극복한 덕에 전신경에 돌파하여 탈옥할 수 있었다.그런데 용하에 돌아오자마자 복수를 하기 전에 폐인이 되어버렸다.기구한 팔자에 웃음만 나왔다.그의 입장에서 자신이 한 일들이 별것도 아니라고 여겼다.“주상, 저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주작은 실성한 문필을 보고서야 그의 존재를 알았다.“극악무도한 놈이야. 네가 알아서 처리해. 멀리…”“퍼억!”염구준이 말을 끝내기 전에 주작이 손 빠르게 문필의 목을 따버렸다.그녀는 항상 손을 들었다 하면 결단력 있게 처리했다.“됐어. 관두자.”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주작은 워낙 성격이 급해서 4대 전존에서도 제일 속을 썩였다.이어서 나머지 깡패들을 체포하고 남은 시공팀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 하청업체에 의해 끌려갔다.그들은 합법적인 시공팀인데 입찰에 성공하여 일하러 온 것이었다.그제야 무덤을 청소하러 온 담당자가 환호하며 염진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어르신, 악한 세력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다니 정말 저희들의 영웅입니다.”“회장님이 악당들을 물리쳐 저희 무덤을 지켜주셨습니다. 큰절을 받아주세요.”“염 회장님은 우리들의 행운입니다.”이 사람들은 방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다.그래서 모두 염진이 악당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했다.북쪽 번경에서 염구준보다 염진의 명성이 더 컸다.모든 일은 염구준이 처리했으니 염진은 아들의 공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듯 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난 귀찮은 거 딱 질색이에요.”어차피 부자 관계라 누가 했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알았다.”염진은 설명하려고 해도 꽤 번거로워서 포기하고 대충 둘러댔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북쪽 변경의 토박이로서 고향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있는 한 안령산은 무사할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다
하필이면 반보천인을 건드려서 완패하고 말았다.문필은 반보천인에 속하지 않았지만 감옥에 있으면서 운 좋게 반보천인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고수의 성은 염 씨였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저도 모르게 버벅거리며 질문했다.“선… 선배 이름이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눈앞에 있는 염진은 알고 있지만 염구준은 본 적이 없었다.“염구준이다.”우르릉 쾅!그 이름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문필의 뇌를 강타하고 말았다.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안기현을 욕했다.감옥에서 만난 반보천인 고수는 자원해서 들어왔는데, 술을 마시고 염구준을 건드린 바람에 그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했었다.이런 고수가 겁먹고 피할 정도라면 염구준은 얼마나 무서운 고수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살… 살려주세요.”문필은 이미 반항할 생각을 접었다.악명이 높던 그가 지금 염구준의 앞에서 온순한 고양이처럼 설설 기었다.“늦었어.”염구준은 그를 힘껏 내던지고 네 줄기 검기를 발사해 사지를 절단했다.상대방이 어떻게 대하면 그도 똑같이 돌려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으윽!”문필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앓음 소리를 냈다.다시는 염구준의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우두머리를 잃은 동료들은 겁에 질려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용하에 와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틀도 되지 않아 막강한 상대를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우르릉 우르릉!그때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열 대 넘는 대형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오더니 아래로 밧줄을 하나씩 내렸다.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져 착지하고는 재빠르게 대열을 형성했다.모든 동작이 깔끔하고 완벽해서 딱 봐도 제대로 훈련된 군사들이었다.쿵!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밧줄도 타지 않고 바로 착지하더니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주상, 제가 늦었습니다.”그 사람은 바로 주작, 또 하나의 반보천인 고수였다.문필은 주작이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을 감지하고 또 충격을 받았다
“맞아. 내가 바로 문필이야.”문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험상궂게 다친 오른쪽 눈을 드러냈다.그 바람에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졌다.평범한 사람들이 이 얼굴을 본다면 기겁해서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너 해외에서 사고 쳐서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왔어?”염진은 무언가 수상해서 물었다.몇 년 전에 문필이 해외에서 금은방에 쳐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체포되었다.해외의 일부 국가에 아무리 사형 제도가 없더라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정상인데, 지금 문필이라는 놈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교도관들을 싹 다 죽이면 나올 수 있지. 게다가 양국간에 인수인계 법적절차도 없어서 돈을 갖고 용하에 돌아오면 여전히 활개치면서 살 수 있거든.”문필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거만한 표정은 변태 같기도 했다.그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염구준 부자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저놈은 건드리면 안 돼.’염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그래도 아내의 무덤을 보호하려면 이 사람들이 멋대로 파게 둘 수 없었다. “이 부지는 염씨의 것이다. 그만 물러가.”“영감이나 물러가. 여기는 북쪽 변경에서 가장 번영한 지대야. 산을 밀고 건물을 지어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문필은 상대방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더 날뛰었다.일단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삼키려 들었다.“너…”염진은 계속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들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못 가.”염구준은 난폭한 놈들에게 도리를 따지는 것보다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이 미치고 날뛴다면 그는 더 미치고 날뛰고 더 독하게 굴었다.“이봐, 잘 생각하고 말해. 그러다 다쳐.”문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했다.용하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어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술인이 강호에 발길을 끊어도 몇 년 전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말은
김 비서는 호주머니에서 메모리카드를 꺼내 염진에게 건넸다.‘설마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건가?’그럴 리가 없었다.염진을 배신한 김 비서는 양심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 길을 도모할 뿐이었다.안기현이 잘 나갈 때는 그에게 붙었다가 지금 염진이 이겼다고 바로 나 몰라라 팽개치고 공짜로 20억을 챙기려 했다.김 비서가 기회주의자에게 손해는 없다고 생각한 찰나.퍽!분노한 염진이 발로 그의 어깨를 힘껏 차버리는 바람에 바닥에서 여러 바퀴나 뒹굴었다.“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꺼져.”지금 너무 열받아서 개떡 같은 사업비밀 같은 것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았다.그에게 출세한 아들과 며느리가 있으니 가진 것이 없어도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이 있었다.“퉷! 염 회장님, 화를 푸셔야 복이 들어옵니다.”김 비서는 입안에 맺힌 피를 뱉으며 계속 설득했다.이렇게 비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안기현이 보는 앞에서 다시 배신을 했으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오로지 염진만이 살길이었다.퍽!김 비서가 일어서자마자 복부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동시에 뒤로 날아가버렸다.이번에는 염구준이 나섰다.“난 배신자들이 제일 싫어. 어머니가 주무시는 곳이 아니었다면 넌 진작에 내 손에 죽었어.”돈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이 정도 협박으로 통하지 않았다.“쿨럭!”김 비서는 바닥에 누워 격렬한 기침을 해댔다.이미 중상을 입어서 일어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염진, 그동안 내가 개처럼 열심히 일했는데 끝까지 매몰차게 이럴 거야?”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자신이 사업비밀을 빼돌린 것이 아주 정당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파렴치한 놈! 내가 너를 믿고 노트북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어. 근데 넌 나한테 무슨 짓을 했지?”염진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예전에 김 비서가 이런 인간인지 몰랐다.결국 따져보면 자신이 사람을 잘못 선택해서 이런 결말을 초래한 것이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이런 인간들한테 화낼 가치도 없어요.”염구준의 입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굴복하지 않고 되려 무전기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저 무덤을 파버려!”웅웅웅!산 아래에서 요란한 굴착기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퍽!염구준은 허공에서 주먹을 날려 굴착기 한 대를 산 아래로 떨어트렸다.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굴착기에 탄 조종사는 살아남을 가망은 없을 것이다.“아랫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면 당신을 남겨도 소용없지.”염구준이 손에 힘을 더 주자 안기현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지금 이 순간 생존 욕구만이 그를 지배했다.“저 새끼들… 멈추라고 해! 당장… 당장 철수해!”그는 목이 조여서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부하들은 바로 산 아래에 있는 굴착기를 멈추라 지시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다.만약 안기현이 죽는다면 그에게 충성하는 부하들은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이다.퍽!염구준은 안기현을 어머니의 무덤 앞에 던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무덤 앞에서 3일을 꿇고 사과해. 아니면 이 산의 어딘가에 묻힐 줄 알아.”그리고 양도 계약서는 손에 들자마자 불에 태워서 잿가루로 만들어버렸다.염구준은 이렇게 잔인한 수법으로 모두에게 무엇이 진정한 횡포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솔직히 지금까지 인간 쓰레기에게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잔인하게 대했었다.“사과할게.”안기현은 죽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면서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더는 협박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모든 원한을 가슴속에 삭였다.워낙 상대방의 기세가 살벌해서 조금만 잘못해도 죽여버릴 것 같았다.“아직도 꺼지지 못해?”염구준은 체내에서 기운을 뿜으며 분노를 터트렸다.“빨리 철수해!”대장도 겁을 먹은 상황에서 쫄따구들이 저항할 용기는 없었다.그들이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평범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하나둘씩 철수하자 시끄럽던 산꼭대기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안기현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속에는 굴욕과 억울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방금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고개를
“훔치다뇨?”“회장님 비서한테 사기 좀 치고, 천만원 주니까 알아서 회장님 컴퓨터 자료를 전부 주던 걸요.”안기현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자신의 꼼수를 만족스럽게 여겼다.이런 수법은 그가 예전부터 자주 써먹던 것이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안기현 뒤에서 한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바로 염진의 비서인 김 비서였다.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마. 내 아래엔 너같은 직원 없으니까.”염진은 배신자를 바라보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기밀 파일 유출로 인해 이제 염씨 가문의 사업이 위태로워질 상황인데, 이제와서 사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하. 회장님, 화내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안기현은 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상대방의 희망을 짓밟았다.염진이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할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흡족해졌다. 오래전에 벌였던 일이 모두의 원망을 살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하며 지내왔었다.“후. 내 친필 사인이 없으면 이건 겨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염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하. 이 위에 적힌 사인이 회장님 필체랑 비슷하니까 회장님이 사인했다 해도 문제 없죠. 제일 중요한 건 위에 찍힌 회장님 개인도장이니까요.” 안기현이 서류를 넘기자 선홍색 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사인 필체도 염진의 것과 완전히 일체했다.김 비서가 한 짓임이 분명했다.“너...”염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십 년동안 사업을 해왔으나 지금만큼은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만약 이 수법을 계속 쓴다면 염씨 가문의 모든 재산이 상대방의 손에 들어갈 게 너무나도 뻔했다.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런 건 건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우리 북방의 가문들이 다시 널 추방할 거다.”염진은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하하!”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안기현은 미친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