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남북을 뒤져서 겨우 친엄마를 찾았는데, 같이 산지 2년도 안 되어 다시 생이별을 해야 하니 슬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180센치가 넘는 건장한 남성인 장대선도 이 소식을 듣고 결국 눈물을 흘렸다.소식을 들은 염진 역시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장천수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에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방을 돕고 싶었다.“구준아, 너 신의 이제마 씨랑 친하잖니.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될까?”염구준과 이제마의 친분이라면 한마디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망설였다. 염진은 아들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당시의 일을 얘기해주기 위해 아들을 한쪽으로 불러냈다.아들이 자기와 성격이 똑같기 때문에 강제로 명령해서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을 설득할 제일 좋은 방법은 전부 털어놓고 혼자 생각하게 하는 거라는 것도 말이다. 시간이 긴박하기 때문에 염진은 길게 이야기 하지 않고 당시 장천수와 있었던 일만 짧게 설명해주었다.염구준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조금 놀라더니 바로 승낙했다. “천수 아저씨를 봐서 이제마 씨한테 도와달라고 할게.”빚을 계속 지고 있어선 안 되었다.“고마워, 형!”장씨 삼형제는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계속 감사인사를 했다.“됐어. 별일 없으면 난 먼저 들어가서 쉴게.”염구준이 방으로 돌아갈 때쯤, 하늘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아침 여섯시라 잠시 누웠다가 곧 다시 일어나야 했지만 그래도 이불 속을 따끈따끈하게 덥히고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염구준은 생각했다. 휴식을 취한 후, 염구준은 직접 블렌과 백리를 심문했으나 유용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영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그들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 가능성은 더욱 없었다. 결국 현상금 사냥꾼인 두 사람은 여러 인명 사건에 연루되어 전신전으로 넘겨졌고, 조사 끝에 결국 사형에 처하게 되었다.한편, 장씨 삼형제는 병원에 도착한 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마가 타이밍 좋
“어이, 귀 먹었어?”이때, 사람들을 내쫓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계속 소리를 지르며 염구준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십여 명의 경호원들을 상대로 계속 미친 듯이 도발을 하는 걸 보면 그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저 사람 제압해!”남자가 일정 범위 안에 들어서자 경호대장이 바로 명령했고, 이에 두 명의 경호원이 빠르게 돌진해 남자를 바닥에 눌렀다.염진 곁의 경호원들은 모두 염구준이 직접 선발한 이들이며, 일부는 그가 직접 훈련시킨 정예 중의 정예였다. 특히 경호대장은 전신 경지의 강자로, 예전에 염구준의 오른팔이던 인물이었다. “여기 반항하는 놈들이 있다, 얼른 와!”남자는 제압당한 채로도 발버둥치며 난동을 부렸다. 그가 이렇게 겁이 없는 이유는 자신 쪽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였다. 산 아래에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아이가 놀랄 수도 있으니까 저희 먼저 내려가요.”손가을이 어른들을 향해 말했지만, 염희주는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오히려 작은 몸을 앞으로 내밀며 구경하려고 안달이 났다. “그래, 그래.”그녀의 말에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경호원들의 경호하에 다른 길로 산을 내려갔다.지금 현장에 남은 건 오직 염구준과 염진 뿐이었다. 염진이 남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아무도 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산정상에 올라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 방금 제압당했던 남자는 화가 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질렀다.“가서 손 좀 봐줘. 우리한테 반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공격해!”적수가 단 두 명뿐이라 사람들은 쇠파이프와 곤봉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인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더군다나 염구준이 제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그들은 상대방이 겁에 질려 멍해졌다고 생각해 기뻐하며 더 자신 있게 덤벼들었다.콰아앙!그들이 염구준의 코앞까지 달려간 후, 손에 쥔 무기를
“훔치다뇨?”“회장님 비서한테 사기 좀 치고, 천만원 주니까 알아서 회장님 컴퓨터 자료를 전부 주던 걸요.”안기현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며 자신의 꼼수를 만족스럽게 여겼다.이런 수법은 그가 예전부터 자주 써먹던 것이었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안기현 뒤에서 한 청년이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바로 염진의 비서인 김 비서였다. “회장님이라고 부르지마. 내 아래엔 너같은 직원 없으니까.”염진은 배신자를 바라보며 분노로 몸을 떨었다. 기밀 파일 유출로 인해 이제 염씨 가문의 사업이 위태로워질 상황인데, 이제와서 사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하. 회장님, 화내지 마세요. 건강에 안 좋으니까요.”안기현은 포악한 웃음을 터뜨리며 상대방의 희망을 짓밟았다.염진이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할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흡족해졌다. 오래전에 벌였던 일이 모두의 원망을 살만큼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아닌 남의 탓을 하며 지내왔었다.“후. 내 친필 사인이 없으면 이건 겨우 종이 쪼가리에 불과해.”염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하. 이 위에 적힌 사인이 회장님 필체랑 비슷하니까 회장님이 사인했다 해도 문제 없죠. 제일 중요한 건 위에 찍힌 회장님 개인도장이니까요.” 안기현이 서류를 넘기자 선홍색 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사인 필체도 염진의 것과 완전히 일체했다.김 비서가 한 짓임이 분명했다.“너...”염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수십 년동안 사업을 해왔으나 지금만큼은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만약 이 수법을 계속 쓴다면 염씨 가문의 모든 재산이 상대방의 손에 들어갈 게 너무나도 뻔했다.소송을 걸 수 있지만 이런 건 건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우리 북방의 가문들이 다시 널 추방할 거다.”염진은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하하!”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안기현은 미친듯이
먼저 시비를 건 사람은 굴복하지 않고 되려 무전기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저 무덤을 파버려!”웅웅웅!산 아래에서 요란한 굴착기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퍽!염구준은 허공에서 주먹을 날려 굴착기 한 대를 산 아래로 떨어트렸다.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굴착기에 탄 조종사는 살아남을 가망은 없을 것이다.“아랫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면 당신을 남겨도 소용없지.”염구준이 손에 힘을 더 주자 안기현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지금 이 순간 생존 욕구만이 그를 지배했다.“저 새끼들… 멈추라고 해! 당장… 당장 철수해!”그는 목이 조여서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부하들은 바로 산 아래에 있는 굴착기를 멈추라 지시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까지 했다.만약 안기현이 죽는다면 그에게 충성하는 부하들은 모두 굶어 죽게 될 것이다.퍽!염구준은 안기현을 어머니의 무덤 앞에 던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무덤 앞에서 3일을 꿇고 사과해. 아니면 이 산의 어딘가에 묻힐 줄 알아.”그리고 양도 계약서는 손에 들자마자 불에 태워서 잿가루로 만들어버렸다.염구준은 이렇게 잔인한 수법으로 모두에게 무엇이 진정한 횡포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솔직히 지금까지 인간 쓰레기에게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고 잔인하게 대했었다.“사과할게.”안기현은 죽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면서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더는 협박하거나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모든 원한을 가슴속에 삭였다.워낙 상대방의 기세가 살벌해서 조금만 잘못해도 죽여버릴 것 같았다.“아직도 꺼지지 못해?”염구준은 체내에서 기운을 뿜으며 분노를 터트렸다.“빨리 철수해!”대장도 겁을 먹은 상황에서 쫄따구들이 저항할 용기는 없었다.그들이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평범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하나둘씩 철수하자 시끄럽던 산꼭대기가 드디어 조용해졌다.안기현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속에는 굴욕과 억울함으로 가득했다.하지만 방금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고개를
김 비서는 호주머니에서 메모리카드를 꺼내 염진에게 건넸다.‘설마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건가?’그럴 리가 없었다.염진을 배신한 김 비서는 양심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 길을 도모할 뿐이었다.안기현이 잘 나갈 때는 그에게 붙었다가 지금 염진이 이겼다고 바로 나 몰라라 팽개치고 공짜로 20억을 챙기려 했다.김 비서가 기회주의자에게 손해는 없다고 생각한 찰나.퍽!분노한 염진이 발로 그의 어깨를 힘껏 차버리는 바람에 바닥에서 여러 바퀴나 뒹굴었다.“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꺼져.”지금 너무 열받아서 개떡 같은 사업비밀 같은 것은 어떻게 되어도 괜찮았다.그에게 출세한 아들과 며느리가 있으니 가진 것이 없어도 노후를 책임져줄 사람이 있었다.“퉷! 염 회장님, 화를 푸셔야 복이 들어옵니다.”김 비서는 입안에 맺힌 피를 뱉으며 계속 설득했다.이렇게 비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지만 안기현이 보는 앞에서 다시 배신을 했으니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오로지 염진만이 살길이었다.퍽!김 비서가 일어서자마자 복부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동시에 뒤로 날아가버렸다.이번에는 염구준이 나섰다.“난 배신자들이 제일 싫어. 어머니가 주무시는 곳이 아니었다면 넌 진작에 내 손에 죽었어.”돈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니 이 정도 협박으로 통하지 않았다.“쿨럭!”김 비서는 바닥에 누워 격렬한 기침을 해댔다.이미 중상을 입어서 일어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염진, 그동안 내가 개처럼 열심히 일했는데 끝까지 매몰차게 이럴 거야?”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자신이 사업비밀을 빼돌린 것이 아주 정당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파렴치한 놈! 내가 너를 믿고 노트북 비밀번호까지 알려줬어. 근데 넌 나한테 무슨 짓을 했지?”염진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예전에 김 비서가 이런 인간인지 몰랐다.결국 따져보면 자신이 사람을 잘못 선택해서 이런 결말을 초래한 것이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이런 인간들한테 화낼 가치도 없어요.”염구준의 입
“맞아. 내가 바로 문필이야.”문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험상궂게 다친 오른쪽 눈을 드러냈다.그 바람에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졌다.평범한 사람들이 이 얼굴을 본다면 기겁해서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너 해외에서 사고 쳐서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벌써 나왔어?”염진은 무언가 수상해서 물었다.몇 년 전에 문필이 해외에서 금은방에 쳐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바람에 결국 체포되었다.해외의 일부 국가에 아무리 사형 제도가 없더라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정상인데, 지금 문필이라는 놈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교도관들을 싹 다 죽이면 나올 수 있지. 게다가 양국간에 인수인계 법적절차도 없어서 돈을 갖고 용하에 돌아오면 여전히 활개치면서 살 수 있거든.”문필은 시가에 불을 붙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거만한 표정은 변태 같기도 했다.그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염구준 부자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저놈은 건드리면 안 돼.’염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그래도 아내의 무덤을 보호하려면 이 사람들이 멋대로 파게 둘 수 없었다. “이 부지는 염씨의 것이다. 그만 물러가.”“영감이나 물러가. 여기는 북쪽 변경에서 가장 번영한 지대야. 산을 밀고 건물을 지어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어.”문필은 상대방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자 더 날뛰었다.일단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거침없이 삼키려 들었다.“너…”염진은 계속 도리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들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이따가 가고 싶어도 못 가.”염구준은 난폭한 놈들에게 도리를 따지는 것보다 그들의 기를 꺾는 것이 더 간단하다고 생각했다.상대방이 미치고 날뛴다면 그는 더 미치고 날뛰고 더 독하게 굴었다.“이봐, 잘 생각하고 말해. 그러다 다쳐.”문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협박했다.용하에 온 지 며칠밖에 안 되어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무술인이 강호에 발길을 끊어도 몇 년 전의 인식을 갖고 있었다.“네 말이 맞아. 말은
하필이면 반보천인을 건드려서 완패하고 말았다.문필은 반보천인에 속하지 않았지만 감옥에 있으면서 운 좋게 반보천인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그 고수의 성은 염 씨였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저도 모르게 버벅거리며 질문했다.“선… 선배 이름이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눈앞에 있는 염진은 알고 있지만 염구준은 본 적이 없었다.“염구준이다.”우르릉 쾅!그 이름은 마치 천둥번개처럼 문필의 뇌를 강타하고 말았다.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속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안기현을 욕했다.감옥에서 만난 반보천인 고수는 자원해서 들어왔는데, 술을 마시고 염구준을 건드린 바람에 그를 피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했었다.이런 고수가 겁먹고 피할 정도라면 염구준은 얼마나 무서운 고수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살… 살려주세요.”문필은 이미 반항할 생각을 접었다.악명이 높던 그가 지금 염구준의 앞에서 온순한 고양이처럼 설설 기었다.“늦었어.”염구준은 그를 힘껏 내던지고 네 줄기 검기를 발사해 사지를 절단했다.상대방이 어떻게 대하면 그도 똑같이 돌려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했다.“으윽!”문필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앓음 소리를 냈다.다시는 염구준의 앞에서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우두머리를 잃은 동료들은 겁에 질려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용하에 와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틀도 되지 않아 막강한 상대를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우르릉 우르릉!그때 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열 대 넘는 대형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오더니 아래로 밧줄을 하나씩 내렸다.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스르륵 바닥으로 미끄러져 착지하고는 재빠르게 대열을 형성했다.모든 동작이 깔끔하고 완벽해서 딱 봐도 제대로 훈련된 군사들이었다.쿵!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밧줄도 타지 않고 바로 착지하더니 염구준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주상, 제가 늦었습니다.”그 사람은 바로 주작, 또 하나의 반보천인 고수였다.문필은 주작이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을 감지하고 또 충격을 받았다
“하하하하.”문필은 드디어 미쳤는지 아니면 자신을 비웃는지 실성하고 말았다.당시 해외 감옥에서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어려운 무공을 극복한 덕에 전신경에 돌파하여 탈옥할 수 있었다.그런데 용하에 돌아오자마자 복수를 하기 전에 폐인이 되어버렸다.기구한 팔자에 웃음만 나왔다.그의 입장에서 자신이 한 일들이 별것도 아니라고 여겼다.“주상, 저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주작은 실성한 문필을 보고서야 그의 존재를 알았다.“극악무도한 놈이야. 네가 알아서 처리해. 멀리…”“퍼억!”염구준이 말을 끝내기 전에 주작이 손 빠르게 문필의 목을 따버렸다.그녀는 항상 손을 들었다 하면 결단력 있게 처리했다.“됐어. 관두자.”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주작은 워낙 성격이 급해서 4대 전존에서도 제일 속을 썩였다.이어서 나머지 깡패들을 체포하고 남은 시공팀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 하청업체에 의해 끌려갔다.그들은 합법적인 시공팀인데 입찰에 성공하여 일하러 온 것이었다.그제야 무덤을 청소하러 온 담당자가 환호하며 염진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어르신, 악한 세력 앞에서 용감하게 싸우다니 정말 저희들의 영웅입니다.”“회장님이 악당들을 물리쳐 저희 무덤을 지켜주셨습니다. 큰절을 받아주세요.”“염 회장님은 우리들의 행운입니다.”이 사람들은 방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다.그래서 모두 염진이 악당들을 물리쳤다고 생각했다.북쪽 번경에서 염구준보다 염진의 명성이 더 컸다.모든 일은 염구준이 처리했으니 염진은 아들의 공을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듯 염구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난 귀찮은 거 딱 질색이에요.”어차피 부자 관계라 누가 했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알았다.”염진은 설명하려고 해도 꽤 번거로워서 포기하고 대충 둘러댔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는 북쪽 변경의 토박이로서 고향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있는 한 안령산은 무사할 겁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다
”하하하, 이겼어요. 아타 장로님, 보셨어요?”현장에서 감격에 벅차서 소리를 지른 사람은 바로 노신기였다.그는 드디어 50년 넘게 괴롭혔던 캐틀린 가문 앞에서 당당하게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그때 염구준이 한 걸음씩 걸어가며 싸늘하게 말했다.“조각을 내주면 세라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줄 수 있어.”이번 행차에서 조각 네 개를 얻고 싶을 뿐이었는데 치열한 싸움을 면하지 못하고 부상까지 입었다.이 싸움을 일으킨 장보인이 바로 세라였다.“정말 조각만 주면 살려줄 거야?”레온 가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해도의 조각은 100년을 넘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기에 다들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했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지 못했다.“물론이지.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염구준이 확신하며 말하면서도 여전히 살기를 거두지 못했다.만약 이 사람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목숨을 거둘 것이다.“이건 우리 레온 가문에서 보관했던 조각이야. 가져가!”“대어당의 조각, 여기 있어.”“안설홍의 조각도 받아.”세 사람은 살기 위해서 저마다 몸을 더듬어 해도의 조각을 꺼내 주었다.지금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조건을 따질 자격이 없었다.스스슥!염구준이 손을 내밀어 기운으로 흡수하여 세 장의 조각을 거두었다.“세 사람은 옆으로 물러나. 그리고 이따가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데려가는 거 잊지 마.”“살려줘서 고마워.”세 사람은 무릎을 꿇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재빨리 옆으로 물러섰다.그러자 세 가문에서 데리고 온 정예병도 캐틀린 가문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었다.네 가문의 동맹은 이렇게 무너졌다.“이제 부인 차례입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줄게요.”염구준은 전혀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두 사람의 원한은 이미 한 사람이 죽지 않으면 멈추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콜록, 능력 있으면 와서 가져가. 내가 우습게 보여?”세라의 기운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것이 체내의 기운이 곧 바닥날
”진정해요. 패배를 인정하는 거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게다가 우린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조각만 주면 바로 떠날게요.”염구준은 싸우면서도 상대방의 정신을 분산시키려고 말을 계속 걸었다.하지만 저들이 얌전히 조각을 내준다면 약속대로 바로 떠날 수도 있었다.“퉷! 저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세요!”세라는 노련한 통찰력으로 몇몇 가주들의 속을 꿰뚫고 있었다.싸움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니 진법이 깨지지 않게 주의를 줘야 했다.세라의 울부짖음에 다들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 기운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만약 상대방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생각만 해도 식은 땀이 흘렀다.“재주 좋네. 내가 과소평가했어요.”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싸우는 데 집중했다.이제 검기가 꽉 찼으니 곧 강력한 대살수를 사용할 수 있었다.“푸압!”바로 그때 상대 측에 변고가 생겼다.세라 측의 전신지상 한 명이 견디지 못하고 피를 뿜어낸 것이다.다른 전신지상 무술인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이번 싸움은 역시 반보천인들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젠장,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어요?”세라는 더는 진정할 수 없었다.육망성광진법이 파괴되어 각자 싸운다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30분이요.”“5분이요!”두 전신지상이 시간을 보고했다.상대방의 진법이 곧 무너질 상황에 처했지만 염구준은 계속 공격 자세를 유지했다.적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었다.“그 초식을 사용합시다.”세라가 안색을 굳히며 중대한 발표를 했다.이 지경에 이른 이상 승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알겠습니다. 세라 부인과 함께 미치도록 싸워보죠.”반보천인 세 가주의 눈빛이 바뀌더니 광기가 이글거렸다.쿵!가주들이 미친듯이 기운을 끌어올리자 세라는 다시 그 힘을 빌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전투장에서 각자 기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대살수를 준
쾅!또 한 번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각자 후퇴하면서 거리를 두었다.이번에 염구준이 5미터 정도 물러났다면 세라 일행은 10미터나 물러났다.쌍방은 여전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저 사람 너무 강해요. 설마 극한 반보천인인가?”레온 가주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대방의 기세에 충격을 먹었다.육망성광진법에서 두 사람이 반보천인에 달하지 못했지만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여 세라를 절정 반보천인으로 이끌었다.그렇게 여섯 명의 힘을 합쳤는데도 열세에 처했다.“하하하, 통쾌해. 다시 공격해 봐.”염구준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전의를 불태웠다.생각지도 못하게 이곳에서 막상막하의 실력으로 겨룰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간만에 싸울 맛이 났다.“내 진짜 실력을 보여 줄게.”세라는 더는 숨기지 않고 모든 기운을 발사했다.“절정 반보천인이군.”역시 세라는 진작에 이 지경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다만 이 나이에 몸을 극한까지 수련하지 못했기에 강력한 기운을 발휘한다면 몸이 감당할 수 없어서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그래도 싸움에 대충 임하는 행위에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왜냐면 누구도 목숨을 재촉하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염구준은 위로 번쩍 뛰며 섬뜩한 빛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단번에 널 죽이겠어.”세라는 상대방이 진짜 세력을 발휘하게 되어 몹시 언짢았다.그녀가 지팡이를 위로 올리며 염구준의 공격을 막았는데 상대방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도 다치지 않았다.염구준이 공중에서 몇 바퀴 몸을 굴린 후 가볍게 착지했다.그 순간, 체내의 기혈이 잠시 소용돌이를 치는 것 같았다.“강력한 진법이야.”절정 반보천인 한 명, 평범한 반보천인 세 명, 전신지상 두 명이 특수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진법의 위력은 생각밖으로 강했다.염구준이 이미 극한 육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방금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흥, 그렇게 강하지도 않네. 육신, 기운, 의경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극한에 도달하지 않았어. 다음에 꼭 죽여주겠어.”
마침 세라가 갑자기 싸움을 유도한 것에 불만을 품은 가문에서 저마다 원망을 터트렸다.그렇다고 강적의 앞에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멍청한 것들, 조각을 준다고 해서 저놈들이 살려줄 거 같아요?”세라는 당당하게 반격할 이유를 내세웠다.그러자 가주들은 일리 있는 그녀의 말에 주춤하고 말았다.필경 해도 조각은 그들에게 있어 유일한 패였기 때문이다.“일단 싸우지 말고 저 사람과 노신기를 잡으면 아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그때 누군가 내란이 발생하여 서로 싸우기라도 할까 봐 나서서 중재했다.적들 앞에서 서로 물고 뜯는 것은 절대 금물이기 때문이다.상황은 다시 바뀌어, 나머지 여섯 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바로 진법을 사용합시다. 저 사람 실력이 보통이 아니에요.”세라는 아직도 저리는 팔을 휘두르며 지휘했다.방금 염구준의 공격과 부딪쳤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다.장담하 건데 상대방의 실력은 압도적으로 강했다.“알겠습니다.”다섯 가주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위치를 변경한 후 세라까지 합세하여 기이한 힘을 발사했다.“진법?”저들이 진법을 형성하는 사이에 염구준은 황금색 기운을 조절하면서 검의를 끌어올리자 근육이 옷을 찢어버릴 기세로 부풀었다.쌍방은 어느 한 쪽도 약하지 않았다.관전하던 무술인들은 강력한 두 기운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일단 싸움에 휘말리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니 일단 피하고 봐야 했다.“염 선생, 조심하세요. 이것은 육망성광진법 육위일체라고 하는데 그 위력이 엄청납니다.”그때 안색이 급변하던 노신기와 아타가 다급히 주의를 주었다.이제 보니 예전에 두 사람이 담당했던 자리에 지금은 다른 무술인이 대신하고 있었다.그 당시 실력이 평등한 반보천인 여섯 명으로 육망성관진법을 구성했지만 지금은 전신지상 두 명이 대신했기에 위력이 많이 약해졌다.“배신자. 너희들을 죽인 다음 너희 가문을 멸망시킬 거야!”세라가 분개하며 진법을 지휘했다.슈우웅 펑!세라의 공격에 염구준이
’해도 조각?’가주들은 염구준의 손에 든 두 개의 조각을 보더니 얼굴이 시퍼렇게 상기되었다.아들이 잡힌 데다 상대방이 해도의 비밀 즉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 상당히 충격을 먹었다.“노신기 이 배신자!”주름이 가득한 세라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유동심연의 보물은 오로지 그녀의 주머니 속에 챙기려고 점을 찍어서 다른 사람이 노리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웃기시네요. 해도 조각은 내 몫인데 누구한테 주든 내 마음이 아닌가요?”노신기는 오히려 당당하게 받아 쳤다.6대 세력은 원래 동맹 관계였는데 최근 몇몇 가문에서 각 방면으로 천기문을 억압했으니 노신기가 무엇을 하든 세라를 포함한 세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어떡합니까.”레온 가주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을 보며 세라에게 물었다.대어당, 안설홍의 가주 그리고 몇몇 고위층의 자녀도 염구준의 손에 잡혀서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뭘 어떡해요. 조각을 내줘야죠!”“저도 내놓겠습니다. 대가 끝어지면 조각을 가져도 소용없어요!”“저도 내놓겠습니다.”짧은 시간에 세라 외에 나머지 세 가문에서 조각을 내놓기로 합의했다.그중에서 캐틀린 가문의 자식만 인질로 잡히지 않았다.그 얘기를 들은 노신기가 기뻐하며 염구준에게 말했다.“염 선생, 좋은 계략이네요.”하지만 그가 바란 것은 염구준이 네 가문을 멸망시켜 천기문의 적들을 제거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염구준에게 요구할 자격이 없었다.“우리는…”스스슥!“감히 내 가문과 내 후손을 죽여? 오늘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레온 등 세 가주가 타협하려 할 때, 세라가 갑자기 장법을 펼치며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나이를 먹어도 그녀의 무공 실력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지금 염구준이 세 가문의 자식을 죽인다면 가주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편에 선다고 생각하고 공격한 것이었다.“공격해!”“저놈을 죽여서 우리 아들을 구하자!”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가주는 태도를 바꾸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네 사람이 협공한다
세라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세 가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합리적으로 염구준의 실력을 약화시킨 것이다.“그렇다면 전혀 위협이 되지 않네요.”그 말을 믿은 가주들은 살짝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때 레온 가주가 기회를 잡고 질문했다.“노신기와 아타 영감을 제거하면 조각 여섯 장을 전부 얻게 되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해도와 관련된 귀한 보물은 여러 세대가 거쳐도 찾아내지 못했으니 벌써 마음이 급해졌다.“당연히 찾아내서 네 가문에서 평등하게 나눠야죠. 그때면 군대를 모집하여 우리의 패권을 손에 넣을 겁니다.”세라는 나이가 많아도 그녀의 욕망을 채우는 데 거침이 없었다.전에 스텔라성을 굴복시킨 것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우리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건배합시다!”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세 가주는 와인잔을 들며 미리 축하주를 마셨다.패권을 쥐면 모두의 우상이 되는데 누구도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큰일 났습니다. 노신기가 군사들을 이끌고 성 밖에 쳐들어왔습니다.”기쁨에 취해 있던 네 사람의 표정은 1분도 되지 않아서 싸늘하게 굳어져버렸다.“참 빨리도 왔네. 함께 나가서 보시죠.”세라는 와인잔을 놓고 지팡이를 짚으며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녀까지 합쳐서 반보천인 무술인이 네 명이나 모였으니 자신감이 넘쳤다.유일한 변수는 부하들이 아직도 염구준의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캐틀린성 밖.염구준은 열 명을 거느리고 성 내에서 쓸어 나온 수백 명의 정예병과 대치하고 있었다.숫자로 보면 벌써 결과가 예상되겠지만 정작 싸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천기문 노신기가 세라 부인에게 알현을 청합니다!”노신기는 큰소리로 외치며 배첩장을 성문에 붙여버렸다.그는 용하 세력의 분파로서 항상 예의를 갖춰 대했다.“…”그런데 한참이나 지나도 누구도 배첩장을 가져가지 않았다.“저들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냥 쳐들어가요.”쿵!염구준은 이미 검을 들어 강력한 기운을 끌어올리며 싸울 준비를 했다.오늘
젊은이들은 도시의 이미지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노신기가 염구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염 선생, 저들이 레온 가문과 대어당, 안설홍의 자식들입니다.”솔직히 그들도 노신기와 아는 사이었지만 지금 너무 취한 탓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하, 이런 우연이 있네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말한 것 같았다. 그때 한 젊은 남자가 휘청거리면서 발을 들어 염구준을 차려고 했다.“꺼지라고 했잖아!”쿵!그런데 젊은 남자는 발을 차기 전에 누군가에게 차여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감히 염 선생한테 무슨 무례입니까? 죽고 싶어요?”나서서 막은 사람이 그레이었다.“아…”차인 곳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에서 뒹굴던 젊은 남자는 갑자기 술을 깼는지 눈을 번쩍 떴다.반보천인이 가볍게 발차기를 날려도 고작 종사 실력으로 반박도 하지 못했다.방금 그레이에게 차여서 갈비뼈가 몇 대 부러진 것 같았다.나머지 두 젊은 남자도 정신을 차렸는지 건방지게 굴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았다.“노신기, 아타!”그제야 세 가문의 도련님들은 이미 적이 된 그들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잡아!”노신기는 무시하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오늘 목표는 아니었지만 일단 잡고 나중에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이거 놔. 지금 우리 가문이 캐틀린성에 있어. 우릴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천기문! 너희들 이젠 끝이야!”그런데 도련님들이 얌전히 협조하지 않았다.왜냐면 예전에 천기문은 그들 세력들 중에서 최하급에 속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아타와 노신기를 제외한 남은 가문이 동맹을 맺었으니 천기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시끄러우니까 기절시켜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모든 세력이 한 곳에 모였다면 이 참에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퍽퍽!노신기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잠시 기절시켰다.지금 그의 눈빛과 표정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제아무리 도도한 사람이라도 순해지기 마련이었다.“미안해, 널 지키지 못했어.”노대영의 목소리엔 자책이 가득 묻어났다.“흥.”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노신기는 팔을 탁 뿌리치고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자리를 떴다.애지중지 키운 딸과 사랑하는 제자가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는 걸 영 달가워하지 않은듯 했다.염구준은 남의 가정사에 관심 없어서 위기를 넘긴 걸 보고 다시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한 상대방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앞으로 더 심해지겠지.’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캐틀린성에서.캐틀린 가문이 자리잡은 덕분에 이름을 얻게 된 이 도시는 산업의 절반 이상이 캐틀린 가문의 소유였다.이 몇년동안, 스텔라성의 도움으로 그들은 점점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 도시 입구의 병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났으며 경비도 매우 삼엄했다.“통행증 내놔!”“오늘은 통행증 없이는 못 들어가!”입구에서 병사들은 엄격하게 사람들의 신원을 전부 하나하나 확인했다.이 도시는 이미 캐틀린 가문의 통제를 받고 있었는데, 이 점으로부터 그들의 권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전날의 작전이 실패한 것 때문에 세라는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천기문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신비하고도 강한 염구준이 조금 경계되어서였다.“멈춰! 통행증을 보여라.”검문소 앞에서, 책임자는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손을 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들은 못 들은 것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 했다. “여기 검문하지 않고 그냥 들어가려는 놈들이 있다. 사살해!”책임자는 망설임없이 명령을 내리며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다.탕! 탕!1분 남짓한 싸움 끝에 검문소를 지키고 있던 부대가 전멸했다.이런 장면은 도시 곳곳의 검문소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대의 선두에는 염구준이 있
“살려주세요!”염구준이 연자갱을 반쯤 먹었을 무렵, 밖에서 방금 떠났던 노희연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슉!이에 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검집을 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식사를 얻어먹고 요청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 안에 아직 연잎의 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도움을 모른 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습격이다! 다들 일어나!”곧이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 술이 덜 깬 채로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갔다.천기문의 축하연 직후, 방어가 가장 느슨한 순간에 습격한 걸 보면 정말 시기를 잘 골랐다고 할 수 있었다. “방금 그 비명소리, 소문주님 아니야? 저쪽에서 들렸어!”누군가 외치자, 고수들이 일제히 심각한 표정으로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뭐가 어찌됐든, 노희연은 천기문의 미래이기 때문이었다.수백명이 함께 찾으면서 천기문의 대청도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침입자에 대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두 사람 모두 증발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사람들은 다시 한바퀴 찾아본 뒤, 출발점에서 만나 서로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흔적도 찾지 못해 그들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천기문 밖으로 나간다면 더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바로 이때,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헛수고 말아요. 그놈은 노희연 방에 숨어 있으니까요.”“염 선생님?”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망설임 없이 곧장 노희연의 방으로 향했다.침입자가 숨은 곳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슉슉슉!천기문의 고위층들은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노희연을 인질로 잡고 단검으로 그녀의 목을 겨룬 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와 맞서고 있는 인물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오지 마! 움직이면 바로 죽일 거야!”검은 옷의 남자는 또 수십 명이 모이자, 버럭 소리쳤다.“좋아, 움직이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진정해!”노신기가 대답하며 나머지 사람들을 제지했다. 혹시나 범인의 심기를 건드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