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아가 열쇠를 꺼내 문을 열자 은찬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다가와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았다.“은찬아, 뭘 보고 있는 거야?"강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찬을 안으로 끌어들였다.“엄마, 아빠는 아직 안 왔어요?”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강윤아는 은찬이 말하는 아빠가 누구인지 금세 깨달았다. 그 호칭에 강윤아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은찬에게 버럭 화를 냈다.“은찬, 함부로 그렇게 부르지 마. 권재민은 네 아빠가 아니야. 그동안의 모든 것은 그저 연기일 뿐이야.”강윤아의 갑작스런 고함에 은찬은 깜짝 놀라 눈에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그의 기억 속에서 강윤아는 항상 부드럽고 자상하게 대했지, 오늘처럼 자신에게 이렇게 사나운 적이 없었다.속상해하는 은찬의 모습에 강윤아는 조금 전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화를 내서는 안 되었다.이런 생각에 강윤아는 급히 몸을 웅크리고 앉아 애처로운 듯 은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은찬아, 아까는 엄마가 잘못했어. 너한테 화내지 말았어야 했어. 엄마가 사과할게, 미안해.”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는 강윤아를 외면했다. 그러다가 강윤아가 여전히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험악하게 굴지 않기로 약속해요.”“그래, 좋아.”강윤아는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은찬은 권재민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가끔 차에서 그를 아저씨라고 불러도 운전기사나 비서들 앞에서 강윤아는 은찬에게 권재민을 아빠라고 부르도록 하게 했었다.지금은 강윤아와 권재민의 협력은 끝났지만, 이미 길들여진 습관을 되돌리기는 어려웠다.“엄마, 아빠, 아니. 아저씨는 왜 요즘 저를 보러 안 와요? 그는 정말 제 아버지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아저씨가 저에게 정말 잘 대해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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