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661 챕터

제31화 벼락부자의 강림

승용차 안, 두 사람은 가운데에 한 사람 정도의 거리를 남기고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그러던 그때, 강윤아가 갑자기 침묵을 깼다.“참, 아직 이른 시간이니 이참에 유치원에 들러 은찬이도 데려가는 건 어때요?”그녀는 은찬이가 권재민을 얼마나 좋아하고 의지하는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더욱이 은찬이가 권재민을 자꾸만 만나고 싶어 하니 오늘이 마침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권재민은 살짝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솔직히 그는 강윤아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렵게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는데 은찬이를 데리고 가자니!“싫어요.”권재민은 곧바로 거절했다.“은찬이도 아직 하교 시간 아니잖아요.”“괜찮지 않을까요? 게다가 스미스 씨네 가족도 은찬이 초대하는 걸 원치 않을까요? ”한참을 망설이다 뱉은 말이었지만 권재민은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은찬이를 데리고 가기 싫은 것처럼 말이다. 이에 강윤아는 할 수 없이 속으로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할 수 없지. 다음에 자리 마련하면 되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권재민은 강윤아를 데리고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 레스토랑은 강윤아도 들어본 적 있었다. 그런데 살아생전 그곳에 발을 들일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지도 못했다.하지만 흥분된 마음과 행동은 오히려 반비레했다. 들뜰 법도 한데 그녀는 그저 권재민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를 뿐이었다. 오랫동안 상류 사회와 떨어져 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동작이 많이 경직된 모양이었다.그때, 권재민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이윽고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의 팔에 걸쳤다.“그냥 식사하러 온 것뿐인데 뭐 하러 그렇게 긴장해요? 저 망신시키지 마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강윤아는 긴장이 오히려 조금 풀렸는지 권재민을 따라 식탁 앞에 앉았다.식사 내내 두 사람 사이에는 별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강윤아는 권재민과 무슨 얘기를 주고받아야 할지 몰랐다. 더욱이 자기를 찾아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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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할 말 다 했어?

강윤아의 대답에 셋은 거의 동시에 입꼬리를 씩 올렸다. 보아하니 강윤아의 사리 분별 있는 모습에 아주 만족한 모습이었다.하지만 그때, 그녀들 등 뒤에서 허스키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예리야.”고개를 돌려보니 그녀들 등 뒤에 세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세 사람의 남편이었다.강윤아도 그녀들의 시선을 따라 세 명의 남자를 바라봤다. 제일 왼쪽에 선 남자는 피둥피둥 살쪄 있는 데다 나이가 좀 많이 들어 보였고, 중간의 남자는 반듯한 양복 차림의 엘리트 같아 보였고 제일 왼쪽의 남자는 강현서의 그 젊고 잘생겼다는 남편인 듯했다. 하지만 번지르르하게 생기긴 했지만 사진에서 볼 때와는 차이가 선명했다.강윤아는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그들 때문에 또 어떤 귀찮은 일이 생길지 걱정했다.그때, 이예리가 먼저 달려가 자기 남편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말했다.“자기야, 나 데리러 안 와도 된다고 했잖아. 우리 아직 식사도 안 했는데.”잇따라 강현서와 송인애까지 자기 남편들한테로 걸어갔다. 혼자 남은 강윤아는 그들이 자기 남편들과 꽁냥대는 꼴을 보다 못해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강윤아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각자 자기 남편을 끌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윤아야, 이 사람 우리 남편이야. 너한테 소개시켜 줄게. 지금은 회사 대표님인데 1년에 몇십억 정도 벌어들여. 휴…… 뭐 그냥 보통 수준이야.”이예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허허 웃으며 넉살 좋은 모습을 보였다.“이만하면 우리 자기 하나 먹여 살리기는 충분하지 않아? 하고 싶은 거 하고도 남는 돈일 텐데.”이예리는 살짝 삐진 듯 남편을 째려보더니 이내 그의 어깨에 기대며 애교를 부려댔다.“그냥 말만 그렇다는 거지 사실 엄청 만족해요. 당신이랑 있으면 어떤 생활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그렇다면 우리 자기를 위해 더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는데.”그때 강현서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 끼어들었다.“윤아야, 우리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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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이 사람이 내 남편이야

그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흠칫 놀라더니 일제히 고개를 돌려 등 뒤를 확인했다. 말소리가 난 자리에는 잘생긴 데다 분위기마저 고급스러운 한 남자가 서 있었다.권재민을 본 순간 강윤아의 세 동창은 모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의 아우라와 외모는 확실히 놀랄 만했다. 심지어 잘생긴 남편을 두고 있는 강현서마저 그의 미모에 치이고 말았다.그녀들의 멍한 모습은 당연히 남편들의 질투를 불러일으켰다.하지만 그들은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강윤아를 찾으러 왔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의 말투에 가시가 있긴 했지만 그저 자기들이 길목을 막고 있어 언짢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윽고 이예리는 두 친구의 옷깃을 살짝 당겨 길을 내어주고면서 권재민에게 예의 있는 미소를 지었다.“저희가 길목을 막고 있었죠. 죄송합니다. 지나가세요.”이미 억울함과 서러움을 속으로 삼키던 강윤아는 권재민을 보는 순간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달려갔다.“왜 인제야 왔어요?”권재민은 단번에 강윤아의 변화를 눈치챘다. 게다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니 그녀가 괴롭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저도 모르게 표정이 어두워졌다.“저 사람들이 윤아 씨한테 뭔 짓 했어요?”권재민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그 순간 강윤아는 왠지 모르게 권재민이 자기를 위해 나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끝내 고개를 저었다.그러던 그때, 강윤아가 눈앞의 남자와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에 송인애가 먼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윤아야, 이분은 누구셔?”갑자기 그들이 자기 앞에서 남편 자랑을 해대던 모습이 생각나 강윤아는 뭐에 홀린 듯 권민재의 팔짱을 끼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소개할게. 이 사람이 내 남편이야.”강윤아가 자기를 남편이라고 소개하는 것에 권재민은 화가 나기는커녕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방금 전 광경을 회상하더니 이내 눈살을 찡그렸다. 강윤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지만 그는 그녀를 괴롭힌 사람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방금 무슨 일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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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건드릴 수 없는 사람

권재민의 기세에 눌렸지만 세 명의 남자는 여전히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다들 현지에서 방귀꽤나 뀐다하는 사람들이기에 눈앞의 사람이 아무리 레스토랑 사장이어도 자기들한테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러던 그때,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당신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이렇게 대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조심해, 안 그러면 당신도 후회하게 될 테니까.”권재민은 피식 웃으며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들은 보아하니 권재민에게 겁을 주려는 듯한 모양이었는데 그의 오만함을 꺾어버리기는커녕 역으로 무시당했다.그제야 세 남자는 속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강하게 밀고 나가도 먹히지 않으니 살짝 움찔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 모욕을 당하나? 그건 아니었다.“당신, 여기가 당신 구역이라고 우쭐하나 본데 여기에서 나가면 누가 울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야!”그중의 한 남자가 잔뜩 열이 나서 소리쳤지만 권재민은 그를 싸늘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심지어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윤 실장에게 전화했다.“레스토랑으로 와 봐.”세 남자는 일제히 고개를 들어 권재민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그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었다.하지만 전화를 끊은 권재민은 몸을 돌려 처참한 그들의 몰골을 바라보며 경호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세 남자를 레스토랑 구석으로 데려갔다.곧이어 커다란 레스토랑에 그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아!”“이거 놓지 못해?”“당신들 내가 가만둘 줄 알아?”세 남자는 맞으면서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경호원들에게 협박을 해댔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경호원들의 더 잔인한 폭행이었다.처절한 비명에 세 여자는 소리가 나는 구석으로 달려갔지만 눈에 들어온 건 남편들이 구타당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도와주려니 우락부락한 경호원을 상대로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아 옆에서 비명만 질러댔다.“당장 그만둬! 그만두라고! 계속하면 경찰 부를 거야!”경호원들은 당연히 그녀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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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시간을 늘려주다

윤기태는 곧장 구석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걸어가 권재민이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대표님이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겠다고 하십니다.”“감사합니다! 윤 비서님, 권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단비 같은 한마디에 그들은 잔뜩 흥분한 눈빛으로 당장이라도 윤기태의 다리를 잡고 절할 기세로 연신 인사했다.그런데 그때.“하지만…….”때마침 말머리를 돌리는 윤기태의 행동에 그들은 따라서 숨을 죽였다. 다음에 뭔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한 모습들이었다.그리고 역시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들의 표정을 굳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하지만 대표님께서 7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와인은 유럽에서 경매로 낙찰받은 거라 이 가격이 확실합니다. 다들 협조해 주리라 믿겠습니다.”심지어 세 남자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까지 더듬었다.“저기…… 권 대표님께서 혹시 저희한테 시간을 좀 더 늘려줄 수는 없으신지?”“시간을 늘려달라고요?”윤기태는 눈살을 찌푸렸다.“가격대로만 배상하라고 한 것도 이미 많이 봐준 겁니다. 구하기 어려워 부르는 게 값인 술을 깼는데, 만약 진짜로 따지고 든다면 그 가격만 배상하라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 시간도 넉넉한데 바로 지불하시죠.”세 남자는 한참 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윤기태는 더 이상 좋은 태도로 말하지 않았다.“왜 아무 대답없죠?”한참 이어진 침묵 끝에 세 남자는 결국 낮은 소리로 자기들 아내를 불렀다.“아까 그 여자가 동창이라며? 권 대표님이 그 여자 남편이니 얼른 가서 사정해 봐.”세 여자는 그 말에 얼른 강윤아 쪽으로 달려가 그녀 앞에 “털썩” 무릎 꿇었다.강윤아는 그녀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모습에 살짝 멍해졌다.하지만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송인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윤아야, 아까는 우리가 미안했어. 우리 한 번만 봐주라.”“그래, 윤아야. 우리도 그 와인이 그렇게 비싼 건 줄 몰랐어. 게다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니 제발 권 대표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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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뭐 하는 거예요?

레스토랑이 다시 고요해지자 강윤아는 그제야 눈길을 권재민에게로 돌렸다. 권재민의 눈길 역시 그녀를 향했다.갑자기 눈이 마주치자 강윤아는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져 뭔 말을 하려 했던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왜 그래요?”권재민은 강윤아를 보며 덤덤하게 물었으나 강윤아는 오히려 그의 눈길을 피하며 쭈뼛쭈뼛 고개를 숙였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별것도 아닌데요 뭘.”권재민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앞으로 다시는 그렇게 바보처럼 괴롭힘당하지 마요.”그 말에 강윤아는 억지 미소를 지었지만 별로 즐겁지는 않았다.앞으로 권재민과 더 이상 엮이지 않을 텐데, 그녀의 신분과 지위로 다른 사람들이 걸어오는 시비를 무사히 넘기는 건…… 아무 불가능 할 거다.‘우선 제일 중요한 일자리부터 알아봐야겠네.’강윤아는 살짝 넋이 나간 상태로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네, 알겠어요.”상대의 말에 대답은 했지만 말투에는 허탈함이 담겨있었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권재민은 눈살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뒤, 강윤아는 바로 돌아가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그때, 권재민이 갑자기 그녀를 막아섰다.“저랑 어디 좀 가요.”“네? 어디요?”강윤아는 의아한 듯 물었다.“가 보면 알아요.”잠시 멍해 있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거절했다.“아니에요, 저 돌아갈래요.”하지만 권재민은 그녀의 거절을 무시한 채 차에 올라타기 바쁘게 기사에게 명령했다.“출발해.”권재민의 강력한 태도에 강윤아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얼마 뒤, 차는 웬 생태공원 문 앞에 멈췄다. 강윤아는 놀란 듯 그곳을 바라봤다.‘나를 왜 이런 데로 데려왔지?’그녀 앞에 놓인 건 다름 아닌 작은 산이 놓여있었다. 깨끗한 환경, 적당한 높이, 천천히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적당한 높이의 돌계단. 심지어 돌계단 위에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만약 옆에 권재민만 없었다면 강윤아는 바로 이곳에 빠져 아름다운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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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전투복

방문에 들어서는 순간, 강윤아는 그제야 오늘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다 보니 은찬을 유치원에서 데려오는 걸 깜빡했다는 걸 떠올렸다.‘어떻게 이렇게 무심할 수 있지? 잊어도 어떻게 아이 데리러 가는 걸 잊어?’속으로 자기를 원망하며 손을 들어 머리를 때리고 있던 그때, 갑자기 은찬의 앳된 목소리가 방에서 들려왔다.“엄마, 왔어요?”강윤아는 얼떨떨해서 한참을 서 있다가 얼른 아이에게 달려가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은찬아, 너…… 어떻게 돌아왔어?”“경비원 아저씨가 데려다줬어요. 엄마가 아빠…… 아저씨랑 식사하러 갔다면서요.”은찬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그 말에 강윤아는 일순 멍해졌고 마음마저 복잡했다.‘권재민 씨가…… 엄마인 나보다 낫네. 이런 것도 마음 써주고.’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은찬의 머리를 살살 문질렀다.“은찬아,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가서 자.”“네.”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삐죽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엄마, 그런데 오늘 아저씨랑 식사하러 갔으면서 저는 왜 안 불렀어요?”강윤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억울한 것만은 확실했다. 그녀는 애초에 권재민에게 은찬을 데려오면 어떠냐고 건의했지만 권재민이 거절하는 바람에 그녀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음. 그건 엄마랑 아저씨가 따로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랬어. 다음에는 꼭 너 데리고 갈게. 응?”조심스러운 강윤아의 말투에 은찬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더였다.“그래요.”다음날은 마침 주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은찬은 낮잠을 잤을 테지만 오늘에는 강윤아가 깨우기도 전에 스스로 깨어났다.거실에 있던 강윤아는 방에서 걸어 나온 은찬을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은찬아, 너 오늘 왜 이렇게 빨리 깨어났어? 더 자지 않고?”“할 일 있어서요.”은찬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강윤아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응? 뭐라고?”“아무것도 아니에요!”다시 묻는 강윤아의 물음에 은찬은 도망치듯 거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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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부자 같은 두 사람

“왜 그래요?”권재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윤아의 반응에 살짝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이에 그녀는 얼른 고개를 저으며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자꾸만 그를 슬쩍슬쩍 훔쳐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렸다.잇따라 권재민의 날카로운 눈빛이 날아오는 바람에 강윤아는 잔뜩 긴장해서 입을 꾹 다물었지만 다행히 권재민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다.그러나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바쁘게 은찬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왜 웃어요?”“아, 아무 것도 아니야.”강윤아는 황급히 부인했다.하지만 은찬은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골적으로 바라봤다.“엄마 혹시 아빠 비웃은 거예요? 뭐가 그렇게 웃긴데요? 아빠 저 옷 입은 거 멋있지 않아요?”은찬의 말에 권재민은 입꼬리를 올리며 낮게 대꾸했다.“음, 역시 보는 눈이 있네.”권재민의 우쭐대는 모습에 강윤아는 의외라는 듯 그를 힐끗거렸다. 솔직히 그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때 은찬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에요.”“은찬아, 오늘 시합 화이팅해.”살짝 미소 지으며 보낸 권재민의 응원에 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만만한 태도로 자기 가슴을 탁탁 쳤다.“당연하죠. 제가 언제 게임하면서 지는 거 봤어요? 걱정 마세요. 저 이번에 꼭 1등 할 거예요!”하지만 강윤아가 듣기에 은찬의 말은 너무나도 건방졌다. 이윽고 그녀는 얼른 은찬의 입을 막으며 경고했다.“은찬아, 말 함부로 하지 마!”“저…… 함부로 말한 거 아니에요.”은찬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강윤아를 바라봤다.심지어 권재민마저 그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바람에 권재민은 은찬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스르르 풀었다.“은찬아, 아빠는 우리 은찬이 실력 있는 거 알아.”권재민의 긍정적인 응원에 은찬은 그제야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와 대화를 이어갔다.그 때문에 강윤아는 자기가 이방인이라도 된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 내가 은찬이 혼낼 때마다 재민 씨가 감싸다간 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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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이상한 마음

경기는 여전히 계속됐다. 8 라운드의 경기를 치른 뒤 은찬은 심지어 8강에까지 진출했다.희망도 품지 않은 경기에서 은찬이 이렇게까지 뛰어난 성적을 따냈다는 것에 강윤아는 오히려 더 긴장했다.“재민 씨, 저 게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은찬이가 몇 위 할 것 같아요?”강윤아는 잔뜩 긴장해서 물었다.그녀도 당연히 은찬이가 우슨을 하길 바라지만 나이가 너무 어리다 보니 너무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더욱이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해설에 의존하며 겨우겨우 이해하고 있기에 은찬이의 실력이 가늠이 가지 않았다.그러던 그때.“우승.”권재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투는 오히려 은찬 본인보다도 더 자신감 넘치는 듯했다.물론 경기가 시작하기 훨씬 전에도 똑같은 말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그저 은찬을 격려하려고 한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은찬이도 없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이런 대답을 할 줄이야.“정말요?”강윤아는 약간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은찬이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권재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은찬이는 그럴만한 실력이 있어요. 청소년 조에 출전하더라도 아마 빛을 발했을걸요.”권재민이 성격상 이런 거로 자기를 속일 리 없다는 걸 강윤아는 누고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은찬이가 그렇게 대단하다니 놀랍네요…….”잠시 뒤, 하프타임이 다가와 선수들에게 휴식할 시간이 주어졌다. 은찬은 자기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이윽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씩씩하게 걸어오더니 강윤아 앞에 멈춰 서며 손을 쑥 내밀었다.“엄마, 나 손 아파. 안마해 줘.”강윤아는 은찬의 버릇 없는 말투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일부러 화를 내는 듯 엄숙한 표정을 연기했다.“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아들 쪽으로 뻗었다. 그런데 그때, 권재민이 그녀보다 빨리 은찬의 손을 잡으며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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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속임수

참가 선수들 중 가장 실력 있는 4명이서 치르는 4강전인 만큼 휴식 시간마저 다른 때보다 더 길었다. 그사이, 권재민은 강윤아와 은찬을 데리고 근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은찬아, 경기 때 많이 긴장했지?”긴장되고 짜릿한 오전 경기가 모두 끝나고 모처럼 찾아온 여유시간이라서 강윤아는 얼른 은찬을 끌어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만약 그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아마 시합도 전에 긴장해서 포기했을 거다. 하지만 은찬은 오히려 침착한 데다 매 경기마다 이런저런 계략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아니요. 긴장 안 되던데요.”고개를 틀어박고 음식을 먹는데 몰두하고 있던 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대답했다.강윤아는 문득 자기가 아들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참 동안 입을 달싹이다가 끝내 물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이 너만 보고 있는데…… 긴장도 안 돼?”“그게 경기랑 무슨 상관인데요? 저는 그냥 경기에만 집중하면 돼요. 누가 보든 영향 안 받아요.”아들의 똘똘한 대답과 어른 못지않은 모습에 강윤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은찬이 얘는 어쩜 날마다 대단해지는 것 같지? 대체 누구를 닮은 거야? 나는 아닌 것 같은데. 아마…… 아버지 쪽이겠지?’그러던 그때, 강윤아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는 모습에 은찬이 재촉했다.“엄마, 무슨 생각 그렇게 해요? 얼른 밥 먹어요. 다 먹고 바로 돌아가야 해요.”강윤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뒤, 그들이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과중석엔느 사람이 오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번이 마지막 경기라 치열할 거라는 기대감에 모두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모양이었다.그 시각, 강윤아는 오전보다도 더 긴장했다. 왜냐하면 방금 전 우승자한테 4천만 원이나 되는 상금이 차려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은찬은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 강윤아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그녀를 와락 끌어안더니 귓가에 속삭였다.“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꼭 엄마를 위해 4천만 원 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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