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베이비: 아빠, 힘내!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661 챕터

제121화 질투해요?

“어디 나가게요?”“네. 그러는 재민 씨는 뭔 일 있어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의아한 듯한 눈빛을 보내는 권재민의 모습에 강윤아가 오히려 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이 시간에 권재민과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권재민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눈을 가늘게 접으며 또 질문을 던졌다.“어디 가는데요? 뭐 약속이라도 있어요?”주말 이른 아침부터 집에서 휴식하지는 않고 밖으로 나가는 강윤아가 몹시 못마땅한 모습이었다.“아니요. 회사 나가려고요. 어제 하던 일이 좀 남아서 일찍 가서 처리하려고요. 안 그러면 주말 내내 불편할 것 같거든요.”신발을 다 갈아 신은 강윤아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못 가.”하지만 때마침 권재민이 문 앞을 막아섰다.‘이른 아침부터 또 왜 이런담?’강윤아는 권재민이 이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힘들어 쓰러져야 일 그만할래요? 오늘 주말이에요, 휴식하는 날이라고요. 오늘은 제 말 들어요, 회사 나가지 말고 저랑 놀아요.”“재민 씨, 저는…….”잔뜩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권재민의 모습에 강윤아는 뭐라 설명하고 싶었지만 눈을 부릅뜬 채 보내오는 시선에 말을 잇지 못했다.“제 말 안 들어주면 어떤 결과가 있을 건지 윤아 씨도 알 텐데요?”잇따른 경고의 메시지에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그도 그럴 게, 강윤아도 권재민의 수단을 파악하고 있기에 자기가 고집을 부리면 권재민이 뭔가를 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때문에 끝내 타협하기로 결정했다.“알았어요.”“은찬은 뭐 해요?”방으로 들어가면서 무심코 묻는 물음에 강윤아가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은찬이 아직 자요.”“은찬이가 아직 깨어나지도 않았는데 혼자 나가려고 한 거예요? 퍽이나 안심이 되겠어요.”‘어머니들은 아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그런데 어떻게 된 게 눈앞의 여자는 아이를 내팽개칠 정도로 워커홀릭인지 권재민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저 어제 은찬이한테 이미 말해뒀어요. 그리고 은찬이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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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익숙한 곳을 다시 유람하다

밤이 되자 뭇별들이 탁 트인 하들은 수놓았고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강윤아의 눈은 파도처럼 일렁였고 알 수 없는 정서가 반짝였다.그러던 그때, 은찬이 갑자기 손을 잡아 오더니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감탄했다.“엄마, 저기 펜션 봐봐요. 진짜 예뻐요.”어안이 벙벙해서 눈을 들어 확인한 순간, 강윤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고풍스러운 펜션은 바로 자기가 5년 전 처녀의 몸을 잃은 그 펜션이었으니까.강윤아의 눈빛은 순간 이상한 기색이 서렸고 눈에는 약간의 노여움과 막연함이 배어있었다.‘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익숙한 곳을 다시 와보니 머릿속에 야릇하던 그날 밤의 화면들이 잠깐잠깐 스쳐지나갔다. 기억 속의 낯선 남자는 강윤아와 가장 친밀한 행위를 하고 난 뒤 차가운 옥패 하나만 남겨 놓고 떠나버렸다.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뒤 강윤아는 은찬을 임신했다.입술을 깨물며 머릿속에 흘러드는 기억을 털어버리며 강윤아는 복잡한 마음으로 권재민을 바라봤다.“왜 이 펜션을 선택한 거예요?”권재민도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들어 올리며 진지하게 대답했다.“여기가 이 부근에서 가장 유명한 펜션이라고 해서 일주일 전부터 예약한 거예요. 음…… 환경도 괜찮으니까 들어가 봐요.”강윤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미처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전데 권재민은 은찬을 데리고 나무다리를 건너 펜션 안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이에 강윤아는 이상한 기색을 한 채로 하이힐을 밟으며 두 사람 뒤를 따랐다.권재민은 펜션에 발을 들이자마자 은찬을 데리고 예약해 둔 방으로 걸어갔다. 강윤아가 그 뒤를 따라 들어왔을 때, 은찬이 잔뜩 흥분한 채 방키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강윤아는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훑어봤다.홀 안에 놓인 장식품들은 많이 변했지만 대체적인 인테리어는 5년 전과 똑같았다. 게다가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염주 팔찌를 한 채 카운터를 보고 있던 남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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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몸과 마음이 어우러지다

오래된 술이라 그런지 마개를 여는 순간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윤아는 본인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권재민이 건네는 술을 받아 드는 순간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목구멍으로 꿀꺼꿀꺽 넘겼다.그러고는 이내 발그레 해진 뺨을 들며 깊은숨을 내쉬었다.“이 술 진짜 괜찮네요. 향긋하면서도 목 넘김도 부드럽고.”잔뜩 흥분한 강윤아의 눈은 물이 차 넘치는 것처럼 일렁거리고 반짝거려 앞에서 보고 있던 권재민은 순간 호흡이 가빠왔다. 그러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눈웃음을 지었다.“거 봐요, 제가 뭐랬어요? 하윤 씨도 좋아할 거라고 했죠?”강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자기 잔을 채우더니 권재민이 들고 있는 잔에 짠하고 부딪혔다.“이렇게 둘만 술 마시는 것도 오랜만인데, 재민 씨도 마셔요.”그렇게 한 잔 두잔 마시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취기가 점점 올라왔다. 하지만 독한 술이 아닌지라 연속 몇 잔을 들이켰는데도 의식은 여전히 또렷했다.매혹적인 달빛 아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고 강윤아의 발그스름한 양 볼은 부드러운 달빛 아래에서 더 매혹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권재민은 순간 입이 말라 참지 못하고 강윤아를 잡아 자기 품에 끌어안았다.코끝을 스치는 술향기와 바디워시 냄새는 사람의 정신을 잡아끌었다.권재민은 강윤아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자 간지러우면서도 화끈거려 강윤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간지러워요.”손을 뻗어 자기를 꼭 끌어안은 남자의 팔뚝을 밀었지만 상대의 힘이 오히려 더해지는 바람에 강윤아의 심장은 더 심하게 요동쳤다. 그때, 귓가에 남자의 나자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디가 간지러워요? 응?”강윤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권재민의 품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입을 뻐금거리며 뭐라고 하려던 찰나 권재민의 입이 덮쳐오는 바람에 완정하지 못한 신음만 뱉어냈다…….품 안의 몸은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고 너무나 뜨거웠다. 심지어 흐릿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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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어부지리

권재민이 요구한 건 10배의 위약금인데 그걸 권지윤이 내놓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때문에 고민하던 끝에 결국 송해나를 찾았다.“해나야, 나 이제 어떡하면 좋아?”“재민 씨가 원하는 대로 해줘요. 재민 씨도 그것 외에는 다른 거 요구한 거 없잖아요.”초조하게 묻는 권지윤과 달리 송해나는 차를 음미하며 느긋하게 대답했다.어찌 됐든 이 일은 자기와 큰 상관도 없거니와 윤정호가 계약 해지를 하든 말든 큰 관심이 없었으니. 송해나가 신경 쓰는 건 오직 권재민이었다.송해나의 그런 속내를 모르는 권지윤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는소리를 해댔다.“너도 알잖아, 나한테 그렇게 큰돈이 없다는 거.”“그런데 그 계약금 물어주지 않으면 다른 방법은 없잖아요.”송해나도 솔직히 권지윤이 윤정호한테 이렇게까지 빠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래서 말인데 하루라도 시간 끌 수 있으면 시간을 끌어 보려고. 어찌 됐든 나도 재민이랑 같은 식구인데 제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가족인 나를 뭐 어떻게 하기야 하겠어?”권지윤은 속으로 침착을 유지해야 한다고 계속 자기를 암시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송해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고모님이 그렇게 하면 재민 씨가 난처해지지 않을까요?”“그게 뭐 내가 상관할 바인가? 아무튼 난 원래 이런 성격이야. 재민이도 내가 이렇다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안 된다고 해도 새언니도 있으니 꼭 나 도와줄 거야.”김소혜를 생각하니 권지윤은 저도 모르게 뱃심이 두둑해졌다.그때, 송해나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뭔가 좋은 수가 생각난 것처럼 분위기를 잡았다.“고모님, 저한테 좋은 방법이 하나 있는데, 들어볼래요?”“그럼 얼른 말하지 않고 뭐해?”권지윤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강수아를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되지 않겠어요?”송해나는 권지윤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강수아?”의아한 듯 이름을 한 번 더 중얼거리는 권지윤의 모습에 송해나는 씩 웃었다.“네. 강윤아의 이복 여동생이요. 강수아도 강윤아를 눈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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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권재민의 공로

잠시 생각하던 윤 실장은 끝내 입을 열었다.“속이 불편하면 먼저 병원 한번 가보세요. 이 서류들은 이미 며칠 동안 쌓여 있었는데 몇 시간 더 쌓여 있는다고 크게 달라질 거 없어요.”“안 돼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요, 일에 차질이 생겨 회사에 손실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요?”강윤아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잠시 휴식하면 되니까 윤 실장님도 나가서 일 봐요.”“그래요.”윤 실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강윤아의 고집 때문에 끝내 사무실을 나갔다.그 뒤로 강윤아는 잠깐 휴식하다가 상태가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렇게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에 파묻혀 있다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강윤아가 집에 도착했을 때, 은찬도 이미 집에 있었다.하지만 혼자 집에 있으면서도 심심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은찬도 뭔가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고개를 파묻고 뭔가에 몰두하고 있는 은찬을 보자 강윤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슬그머니 다가가 확인하더니 의자를 슬쩍 끌어당겨 옆에 앉으며 물었다.“은찬아, 지금 뭐 해?”“엄마, 저 지금 새로운 게임 연구하는 중이에요.”강윤아를 보자 은찬은 활짝 웃었다.“응? 무슨 게임인데?”아들의 반응을 보자 강윤아는 더 궁금해졌다.아이가 성장할 때 많이 관심 가져 주고 많이 소통해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웬 박사의 말이 생각나 강윤아는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이건 2년 전에 갓 출시된 게임인데 엄청 빨리 발전해 이제는 핫한 게임이 됐거든요.”은찬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윤아에게 게임에 대해 설명했다.어쩌다가 아는 게임을 보자 강윤아의 흥미도 한층 더해졌다.“아, 이거 말하는 거구나. 엄마도 이거 아는데. 확실히 핫한 거 같더라고, 이거 롤이랑 비슷한 게임이지?”“네. 그런데 조금은 달라요. 게다가 두 달 뒤면 시합이 있어서 지금 많은 작업실에서 게이머 모집하고 있어요.”은찬은 흥미진진해서 대답했다.그 말을 할 때 은찬은 눈을 반짝거렸다.“너도 신청할 거지?”“당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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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애교 부리면 다 넘어갈 거라고 생각 말아요

강윤아는 병원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권재민을 밀었다.“됐어요. 별일 아니에요.”하지만 권재민은 미간을 팍 구기며 강윤아의 대답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쩜 자기 몸을 이렇게 아낄 줄 몰라요?”“지금 시간도 늦어 나가기 불편하잖아요. 게다가 그렇게까지 불편한 건 아닌데…….”권재민의 엄숙한 태도에 강윤아도 반박할 말이 없었는지 작은 소리로 중얼댔다.그 말에 권재민은 미덥지 못하다는 얼굴로 강윤아를 바라봤다.“정말이에요?”“네, 정말 괜찮아졌어요.”강윤아는 권재민이 화라도 낼까 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급하게 말을 보충했다.“만약 내일도 불편하면 꼭 재민 씨 말대로 병원 가볼게요.”권재민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끝내 더 잔소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강윤아를 바라봤다.“그래요. 만약 불편하면 꼭 말해요.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알았죠?”권재민은 강윤아가 자기 눈앞에서 쓰러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강윤아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자신을 탓할 테니까.“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말아요!”강윤아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더니 권재민을 달래기라도 하듯 그의 어깨에 얼굴을 비벼댔다.그 모습에 권재민의 입꼬리는 살짝 위로 올라갔지만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애교 부리면 다 넘어갈 거라고 생각 말아요.”고개를 숙인 채 권재민의 잔소리를 듣고 있던 강윤아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달콤해 났다.“저도 재민 씨가 저 그냥 내버려 두는 거 싫어요.”그날 밤, 강윤아는 결국 담백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심지어 많이 먹지 않았지만 이내 배가 불러 숟가락을 내려놓았다.그 뒤로 거실에 한참 동안 앉아 있던 강윤아는 속이 계속 더부룩해 휴식하러 방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방에 도착하기 바쁘게 회사에서 채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생각나 서류를 꺼내 들었다. 잠이 오지 않던 찰나 차라리 잘됐다 하는 심정으로 불편한 상태는 무시한 채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갑자기 권재민이 문을 열고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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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함부로 말한 대가

점심때 권지윤은 윤정호와 레스토랑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윤기태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낯선 번호를 보는 순간 권지윤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잠깐 망설였지만 끝내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혹시 누구시죠?”권지윤은 눈살을 찌푸린 채 잔뜩 긴장한 말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제야 전화 건너편에서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는 권 대표님의 비서 윤기태라고 합니다. 저희 대표님이 이번 주 내로 위약금을 물라고 하십니다. 기한을 넘기면 고소장을 받을 준비 하라고 하시네요.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윤기태는 권지윤의 대답도 기다려 주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뚜뚜 하는 소리에 권지윤은 일순 멍해졌다.솔직히 약간 요행을 바라고 있었는데 권재민이 고모인 자기한테도 이토록 잔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권지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때마침 송해나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여보세요? 고모님, 지금 뭐 하세요?”송해나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대충 들어도 권지윤과 가까워지려고 아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원래도 짜증이 나 있던 권지윤은 송해나의 달콤하고도 느끼한 목소리에 인내심이 사라졌다.“아무것도 안 해.”권지윤의 말투는 당연히 좋지 못했다. 그걸 전화 건너편의 송해나도 바로 느꼈다.하지만 그런 태도에 불만을 품었다 할지라도 권지윤에게 빌붙어야 하는 입장이기에 송해나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모님, 무슨 일 있어요?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지금 어디예요? 제가 갈까요?”송해나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내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물론 권지윤의 마음을 헤아려 주려는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었지만…… 어찌 됐든 두 사람이 그동안 쌓은 정도 있고 권지윤을 잘 달래지 못하면 다음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송해나는 꾹 참았다.이러는 게 물론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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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안 아파요?

이토록 건방진 권지윤을 보고 있자니 강윤아는 정말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서가 옆에서 너무 걱정하는 바람에 권지윤한테 화풀이할 힘도 없었다.그러던 그때, 두 사람의 인기척에 다가온 지배인은 강윤아의 상처를 보다 얼른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물론 조금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큰 상처가 아니라 대충 지혈하고 싸매는 거로 끝날 수 있었다.하지만 윤 실장은 여전히 걱정됐는지 잔뜩 엄숙한 표정으로 강윤아를 설득했다.“대표님, 그래도 병원에 갑시다.”“아니…… 필요 없어요…….”“안 됩니다. 사장님이 병원에 가셔야 제 마음이 편해서 그럽니다. 사장님도 제발 좀 자기 몸 생각하세요.”강윤아는 자기의 상처를 아무리 봐도 비서가 너무 호들갑 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비서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끝내 동의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곧바로 레스토랑을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윤 시장님……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그냥 살짝 긁힌 정도인데요, 뭘.”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하는 비서를 보자 강윤아는 왠지 자꾸만 웃음이 났다.“안 됩니다. 권 대표님이 사장님 제대로 돌보라고 했단 말이에요. 만약 사장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저 진짜 죽어요.”윤 실장은 무엇보다 권재민이 마음에 둔 사람을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하긴,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윤 실장님이 고생하긴 하지.’강윤아도 권재민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 도착하기 바쁘게 윤 실장은 간호사 한 명을 불러와 강윤아의 상처를 소독하게 했다.두 사람이 온 병원에는 권재민의 지분이 있기에 병원 관계자들은 두 사람에게 모두 깍듯하게 대했다.심지어 강윤아의 상처를 보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처치하기 시작했다.다행히 상처가 크지 않아 꿰맬 필요가 없이 약만 바르고 붕대를 감는 거로 끝이 났다.“봐요. 제가 괜찮다고 했죠?”강윤아는 손에 감긴 붕대를 본 순간 오직 일에 영향 주지 않을 정도라서 다행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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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너무해

뭐라 말하려던 찰나 전화가 끊어지자 권지윤은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옆으로 내팽개쳤다.하지만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뭔가 대책을 마련하려고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순간 공장주인이 마음이 바뀌어 다시 협력을 제안해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권지윤은 고민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생각이 바뀐 거죠?”상대가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권지윤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오히려 어안이 벙벙해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권지윤 씨, 그게 무슨 소리죠?”그제야 목소리가 다르다는 걸 눈치챈 권지윤은 전화번호를 보고 상대가 기계 수입을 책임진 매니저라는 걸 알아차렸다.“무슨 일이죠?”“저기, 죄송하지만 저희가 기계를 수입해 들이는 과정에 세관에서 막혀버려 지금 물건을 들여오지 못하고 있습니다.”“뭐라고요?”상대의 설명을 듣는 순간 권지윤의 미간에 주름 한 줄이 더 생겨났다.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다시 한번 말을 반복하는 바람에 현실을 부인하려던 권지윤은 할 수 없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심지어 화가 치밀어 상대의 말을 더 들어보지도 않고 전화를 꺼버린 뒤 핸드폰을 내팽개쳐 버렸다.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은 현실에 충격을 받고 주저앉아 버린 권지윤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거금을 들여 구매한 제품이 모두 세관에서 걸려버리면 돈을 모두 날려버린 거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하지만 자세히 생각하면 할수록 이렇게 큰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게 너무 이상했다.‘뭐 안 좋은 일은 원래 한꺼번에 일어난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공교롭다고?’‘뒤에서 누군가 손을 쓴 게 틀림없어.’권지윤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가능성 외에는 달리 생각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대체 누가 나랑 이렇게 큰 원한이 있는 거지? 설마…….’한창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집사의 목소리가 잇따라 들려왔다.“아가씨, 송해나 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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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타협하지 않아

“알아요.”권지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아무리 봐도 재민이가 요즘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전에는 분명 이러지 않았는데. 제가 볼 때 분명 누군가 뒤에서 재민이를 부추기는 게 틀림없어요. 이대로 뒀다간 아주 언니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면 어떡해요?”심지어 너무 정중하고 진지한 태도에 듣고 있던 김소혜의 얼굴은 점점 파랗게 질렸다.그 말을 듣고 나니 김소혜도 권지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게, 아들이 그 여자랑 같이 지내기 시작한 뒤로 매번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했으니.분명 아들을 위해 진심으로 한 조언인데도 이러는 걸 보면 그 여자한테 단단히 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김소혜는 심혈을 기울여 키운 아들이 그런 뭣도 아닌 여자 때문에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서 그 여자를 아들한테서 떼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잠깐 고민을 한 김소혜는 눈살을 찌푸리며 권지윤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걱정할 거 없어. 이제 나도 알았으니 절대 네가 억울한 일 당할 일은 없을 테니.”“정말요? 언니, 저 이제 의지할 곳이 언니밖에 없어요.”권지윤은 이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히 아침부터 권지윤이 찡찡거리는 바람에 김소혜는 짜증이 치밀었지만 강윤아만 떠올리면 그 여자를 아들 옆에서 떼어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일은 오히려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그래. 내가 언제 약속한 일을 안 지키는 거 봤어? 소식 있으면 알려줄 테니 얼른 돌아가.”김소혜는 무표정한 얼굴로 축객령을 내렸다.권지윤이 아무리 둔감하다 할지라도 그 말에서 김소혜가 자기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걸 인지하는 순간 서럽고 억울했지만 이제 기댈 곳은 김소혜밖에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끝내 작별 인사를 했다.…….아침 8시, 권재민은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회사로 출근했다.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서기 바쁘게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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