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는 겉으로는 맞장구를 치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은근한 아쉬움이 스쳤다.식사 중에도 영미는 눈길을 자꾸 최지용 쪽으로 향했는데, 때때로 표아정이 무언가를 말할 때면 적극적으로 대답하며 자꾸 이야기를 ‘어릴 적’으로 돌려놓으려 했다.어릴 적, 자기는 자주 아정 이모네 집에 머물렀다거나, 어릴 적에 그 집 뒤뜰에 있는 그네가 가장 좋았다거나, 심지어 어릴 적엔 최지용과 같은 침대에서 자곤 했다는 이야기를 은근히 꺼냈다.백인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입안의 음식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맞다, 지용 오빠.”영미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최지용을 쳐다보며 말했다.“산골로 간다면서 저도 데려가면 안 돼요? 저도 그곳에 가서 자료 수집하려고 했거든요, 산간 지역을 주제로 한 풍경 사진을 찍을 계획이에요!”최지용은 잠시 눈빛을 가라앉히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식탁 아래서 살짝 백인서의 손을 잡았다.“지용 오빠.”영미는 입을 삐쭉하며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배고프다면서?”표아정이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말했다.“얼른 밥이나 먹어.”“아정 이모, 저...”“내 생각엔 넌 안 가는 게 좋겠어.”표아정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둘이 볼일이 있어서 가는 건데, 네가 왜 따라가니?”“아정 이모!”영미는 앙탈을 부리며 말했다.“저 어렸을 때는 지용 오빠랑 같이 여행도 다니고 했잖아요!”“어렸을 때, 어렸을 때!”표아정은 말의 강세를 주며 말했다.“지금은 어릴 때가 아니잖아!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는 왜 생각은 어릴 때 그대로야?”식탁 위 공기가 순식간에 묘하게 변했다.최군형과 강소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든든한 시어머니가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백인서는 약간 놀랐다. 표아정이 이 상황에서 자신을 편들어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왜들 그래? 멍하니 다들 뭐 보고 있어?”표아정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 맞다!”최군
Last Updated : 2024-11-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