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 Chapter 1471 - Chapter 1480

1571 Chapters

제1471화

“네.”백인서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강소아가 백인서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백인서는 강소아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저분이... 아마도 최 사모님이 생각하는 며느릿감이겠죠? 보니까 조건에도 잘 맞는 것 같고, 예쁘고 집안도 괜찮고, 둘이 같이 자라서 서로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무슨 소리야!”강소아는 인상을 찌푸렸다.“결혼은 너와 지용 씨의 일이잖아. 그 여우 같은 여자랑 상관없지 않아?”“여우 같은 여자요?”“아... 그게...”강소아는 혀를 내밀며 쑥스럽게 웃었다.백인서가 늘 강소아를 지켜주듯 강소아 역시 언제나 백인서를 지켜주고 싶었다. 누군가가 백인서의 자리를 위협하려 든다면 그가 누구든,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었다.“어쨌든, 누가 됐든 네가 상처받는 일은 내가 절대 못 보지!”강소아는 백인서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최지용 씨까지 포함해서 말이야!”“언니...”“일단 좀 더 지켜보자.”강소아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만약 저 여우 같은 여자가 얌전히만 있으면 다행이고, 만약 까불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이때 집사가 문을 두드려 식사가 준비되었음을 알렸다.강소아는 백인서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갔다. 모두가 자리를 잡고 착석하고 있었다.영미와 최지용은 여전히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이때 영미가 최지용 옆에 앉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백인서는 갑자기 누군가에게 손을 이끌려 최지용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놀라서 보니, 바로 표아정이 백인서의 어깨를 눌러 최지용 옆에 앉힌 것이었다.“밥 한 끼 먹는 데 이렇게 망설일 필요가 있니?”표아정이 투덜거리듯 말했다.“늦게 왔으면 앉을 자리도 없어!”백인서는 잠시 멍해졌다.놀란 건 백인서뿐만이 아니었다. 영미의 표정에도 당혹스러움이 서렸다.최군형과 강소아는 서로 미소를 주고받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 앉았다.영미는 자리를 찾지 못해 잠시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때, 표아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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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영미는 겉으로는 맞장구를 치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은근한 아쉬움이 스쳤다.식사 중에도 영미는 눈길을 자꾸 최지용 쪽으로 향했는데, 때때로 표아정이 무언가를 말할 때면 적극적으로 대답하며 자꾸 이야기를 ‘어릴 적’으로 돌려놓으려 했다.어릴 적, 자기는 자주 아정 이모네 집에 머물렀다거나, 어릴 적에 그 집 뒤뜰에 있는 그네가 가장 좋았다거나, 심지어 어릴 적엔 최지용과 같은 침대에서 자곤 했다는 이야기를 은근히 꺼냈다.백인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입안의 음식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맞다, 지용 오빠.”영미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최지용을 쳐다보며 말했다.“산골로 간다면서 저도 데려가면 안 돼요? 저도 그곳에 가서 자료 수집하려고 했거든요, 산간 지역을 주제로 한 풍경 사진을 찍을 계획이에요!”최지용은 잠시 눈빛을 가라앉히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식탁 아래서 살짝 백인서의 손을 잡았다.“지용 오빠.”영미는 입을 삐쭉하며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요?”“배고프다면서?”표아정이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말했다.“얼른 밥이나 먹어.”“아정 이모, 저...”“내 생각엔 넌 안 가는 게 좋겠어.”표아정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둘이 볼일이 있어서 가는 건데, 네가 왜 따라가니?”“아정 이모!”영미는 앙탈을 부리며 말했다.“저 어렸을 때는 지용 오빠랑 같이 여행도 다니고 했잖아요!”“어렸을 때, 어렸을 때!”표아정은 말의 강세를 주며 말했다.“지금은 어릴 때가 아니잖아!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는 왜 생각은 어릴 때 그대로야?”식탁 위 공기가 순식간에 묘하게 변했다.최군형과 강소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든든한 시어머니가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백인서는 약간 놀랐다. 표아정이 이 상황에서 자신을 편들어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왜들 그래? 멍하니 다들 뭐 보고 있어?”표아정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 맞다!”최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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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백인서와 최지용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면서 오랜만에 둘만의 평온한 시간을 만끽했다.“그럼 이렇게 하자.”최지용이 말했다.“갈 땐 기차로 가고, 돌아올 땐 아이들과 함께 전용기로 오자. 아이들도 편하게 오면 좋으니까.”“좋아요!”이야기하는 사이에 최지용은 이미 기차표를 예매했다.두 사람이 나란히 앉는 일반석이었다. 평범한 연인처럼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최지용은 기대에 가득 찼다.모든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맑은 아침 햇살을 맞으며 기차역에 도착했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지용 오빠!”막 기차에 타려던 백인서는 멈칫해서 최지용을 쳐다보았다. 최지용도 백인서만큼 놀란 표정이었다.영미가 멀리서 뛰어오고 있었다. 커다란 짐 가방을 두 개나 들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지용 오빠, 이렇게 우연히 만나네요? 오빠도 이 기차 타요?”“응...”최지용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네가 어떻게...”“내가 말했잖아요, 산골에 사진 찍으러 간다고!”백인서의 눈길이 영미의 목에 걸린 카메라에 닿았다. 가방 안에도 촬영 장비가 있을 터였다.“지용 오빠!”영미는 가볍게 웃으며 짐을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좀 들어줘요, 너무 무거워요!”백인서의 얼굴에 미세한 변화가 스쳤지만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기차에 올랐다.백인서와 최지용의 자리는 나란히 붙어 있었고 영미는 바로 뒷자석에 혼자 앉아 있었다.“지용 오빠, 이 기차로 얼마나 걸려요?”“차표에 쓰여 있잖아.”최지용은 영미의 짐을 자리에 놓고 담담하게 말했다.“총 여섯 시간.”“여섯 시간이요?”영미가 매우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영미의 큰 목소리에 승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최지용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백인서 곁으로 돌아왔다.“지용 오빠!”영미는 다시 말했다.“저 이렇게 오랜 시간 기차 타는 거 처음이에요!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 앉게 돼서 너무 외로워요!”백인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최지용을 바라보았다. 눈빛엔 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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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백인서는 얼굴이 붉어진 채 미소를 지으며 최지용과 함께 비즈니스석으로 향했다.영미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최지용을 부르려던 찰나, 승무원이 예의 바르게 제지했다.“손님, 이 두 자리는 모두 손님의 자리입니다. 편하게 앉아주시길 바랍니다.”“네?”영미는 억울한 표정으로 승무원을 노려보았지만, 승무원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혹시 다른 요구사항이 있으신가요?”영미는 눈을 굴리며 툴툴거리듯 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백인서는 처음으로 비즈니스석에 앉아보게 되었다. 백인서는 이렇게 넓은 공간이 기차에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 좌석은 앉는 것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누울 수도 있었다.“어때?”최지용이 웃으며 백인서를 바라봤다.백인서는 사실 영미에 대해 아예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최지용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속의 질투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백인서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좋은데요, 지용 오빠?”최지용은 말문이 막혀 콧잔등에 엷은 땀이 맺혔다.“왜 그러세요? 지용 오빠?”백인서는 순진한 얼굴로 티슈를 꺼내 최지용의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이렇게 당황하는 걸 보니, 뭔가 찔리는 일이라도 있나 봐요?”최지용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장난으로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백인서의 작은 손을 단단히 잡으며 말했다.“전혀 당황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질투 냄새가 나는 거 같네.”백인서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힘주어 최지용을 밀어내려는 순간 오히려 그의 품 안으로 끌려들어 가게 되었다.두 사람은 균형을 잃고 넓은 좌석 위에 나란히 쓰러졌다.백인서는 심장이 두근거렸고 최지용의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그만 좀 하세요.”최지용의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하지만 최지용은 선을 지킬 줄 아는 남자였다. 그는 마음을 다잡고 승무원에게 슬리퍼와 담요를 부탁해 백인서에게 살포시 덮어주었다.“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잠깐 눈 좀 붙여.”최지용이 다정하게 말했다.백인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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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아이고, 가원이도 이제 둘째 삼촌을 외면하는 거야?”최군성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작은 공주님, 나중에 시집갈 때 삼촌이 멋진 선물 줄 거야, 알지?”최군형이 웃으며 기침을 살짝 하더니 말했다.“말 돌리지 마!”최군성은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배윤아를 쳐다봤다.배윤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최군형과 강소아에게 다정하게 말했다.“조금 봐주는 건 어때요?”“그러려면 솔직히 털어놔야지!”강소아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말했다.“지용 씨와 인서 일정 왜 영미에게 알려준 거야? 세 사람 같은 기차에 탔다더라!”“그게...”최군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해했다.그날의 상황은 이랬다. 영미가 웹사이트에서 최군성의 만화 원작 작품을 봤다며, 천재 만화가를 꼭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영미의 ‘만화가님’, ‘대작가님’으로 치켜세우는 칭찬에 흥분한 최군성은 그만 이성을 잃고 영미가 묻는 말에 곧이곧대로 다 털어놓은 것이다.“나... 그냥 별생각 없이 말해버렸어!”최군성은 민망하게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지용 형님은 이번에 좋은 일 하러 가는 건데 뭐 그렇게 숨길 필요가 있나 했지. 영미랑은 어릴 때 정도 있고... 어릴 때 영미랑도 같이 놀았으니까. 윤아와 같은 친구잖아.”“뭐라고?”강소아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그 여우 같은 애를 어디 윤아랑 비교해?”“소유야, 너 영미한테 뭐 좀 쌓인 게 있는 것 같은데?”“맞아.”강소아는 품에 안은 공주님을 달래며 말했다.“그냥 그 애가 맘에 안 들어!”“군성아, 영미는 윤아와는 다르다고.”강소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윤아는 행동도 당당하고 진정성이 느껴지잖아. 근데 그 여우 같은 애는 지용 씨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남달라?”“너 배인서를 너무 감싸는 거 아니야?”최군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최군성의 기억 속 영미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영리했으며 남자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다른 꿍꿍이 같은 게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자자,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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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최군성은 밖으로 몇 발짝 뛰어나가다 갑자기 멈춰 섰다.늘 웃음을 잃지 않던 최군성의 얼굴에 드문드문 무거운 기색이 떠올랐다.강소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조용히 물었다.“왜 그래?”“나... 굳이 따라갈 필요 없을 것 같아.”최군성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왜?”“그게… 윤아도 길을 잘 알 테고, 여기가 그렇게 외진 곳도 아니니까 차를 부르겠지. 게다가 배씨 집안이 윤아를 혼자 두진 않을 거야. 차를 부르지 않는다면 경호원이 데리러 올 테니,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지 않아?”최군형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뭔가 짐작한 듯 보였다.최군형은 최군성의 마음을 이해했다. 육연우와의 지난 연애가 최군성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그 후로는 사랑을 다시 느끼기조차 힘들어 보였다.하지만 삶은 계속 나아가야 하는 법이다.지난 기억의 그림자 속에 평생 갇혀 살 수는 없었다.“아, 그러니까...”최군성은 둘의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자, 공주님은 나한테 맡기고 두 사람은 데이트하든 편히 쉬든 하고 싶은 거 해. 아이는 내가 잘 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하하하...”최군성은 강소아의 품에서 최가원을 받아들였다. 이때 가원이는 유난히 순둥하게 조용히 있었다.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삼촌을 바라보다가 오동통한 손을 입에 넣고 가만히 있다.최군형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보기엔... 군성이와 배윤아, 잘 될 가능성 있을까요?”강소아가 조용히 물었다.“일단은 지켜보자고.”최군형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군성이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야. 이렇게 성장하는 거지.”...저녁에 강소아는 백인서가 보내온 안부 메시지를 받고 웃음을 터트렸다.“시간을 보니 어제 보낸 메시지 같아요.”강소아는 최군형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에서야 받다니, 저쪽 신호가 영 별로인가 봐요!”“어차피 오래 있지는 않을 텐데.”최군형이 강소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일주일도 못 기다리겠어?”“그러게요. 인서가 없으니까, 생각보다 보고 싶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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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아마 꿈을 꾸었나 봐요.”강소아는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했다.“한 시간 전에 분유도 먹였고, 기저귀도 깨끗해요. 아마 꿈속에서 나쁜 할머니에게 혼났나 봐요!”“나쁜 할머니도 참... 하필이면 지금 혼낼 게 뭐야.”하려던 것들이 다 수포가 되었으니...하지만 푸념은 푸념일 뿐, 딸이 아직 너무 작아 다른 방에서 따로 재울 수 없어서 작은 침대를 침실에 들인 것도 최군형의 제안이었다.최군형은 다가가 강소아의 품에서 딸을 부드럽게 받아 들고는 속삭이며 달래기 시작했다.“여보, 당신 먼저 자. 내가 가원이를 좀 안고 있을게.”강소아의 눈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사실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강소아는 여러 사이트에서 출산 후의 고충을 다룬 글들을 많이 봤다.대부분 남편이 전혀 돕지 않아 온갖 일을 아내가 홀로 감당하는가 하면 심지어 남편까지 챙기느라 온몸이 녹초가 된다는 이야기들이었다.그러나 최군형은 달랐다.딸이 태어나자마자 기저귀 갈기, 분유 타기, 젖병 닦기, 마사지까지, 맡겨 둔 보모가 있어도 직접 하고 싶어 했다.딸이 조금 자라자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시간을 내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가원이의 작은 옷과 양말까지 직접 고르며 계약서에 사인할 때보다 더 신중한 모습이었다.그렇다고 딸을 돌보느라 아내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었다. 강소아에게는 전보다 더 세심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밤중에는 절대 강소아를 깨우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집사가 가져온 보양식까지도 최군형이 먼저 맛을 보고 맛이 괜찮으면 그제야 강소아에게 내밀었다.밤에 딸이 울음을 터뜨리면, 최군형은 딸을 안고 방 안을 이리저리 돌며 달래곤 했다. 최군형의 지친 모습을 바라볼 때면, 강소아는 짠하면서도 깊은 행복감을 느꼈다.좋은 사람과 결혼했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여보...”강소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당신은 좀 쉬어요, 내가 가원이를 안을게요.”“이것까지 나한테서 뺏겠다는 거야?”최군형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낮에는 회사에 있어서 딸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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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오성 구치소.흐린 회색빛 하늘 아래, 거대한 건물은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 건물을 감싼 철조망은 보는 이를 서늘하게 했다.강소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짐을 진 듯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었다.“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돼.”강소아의 어깨를 감싸안은 최군형은 강소아의 불안감을 느끼고는 부드럽게 말했다.“굳이 육연우 같은 사람을...”“그래도 한 번은 만나야죠.”강소아는 고개를 숙였다.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과 추억을 하루아침에 내던질 수는 없었다.지금도 강소아는 육연우가 그저 마음이 병든 것이라 믿고 싶었다. 정말로 악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최군형은 강소아의 어깨에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그리고 한층 더 단단한 걸음으로 강소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두 사람이 마주한 곳은 투명한 칸막이로 나뉜 면회실이었다. 철문이 열리자 강소아는 그 너머로 나오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은 여위고 창백했으며 눈빛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런데 입가엔 비웃음 같으면서도 두려움 없는 기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육연우는 거친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고 한때 길었던 머리카락은 귀밑까지 짧게 잘려 있었다. 육연우는 마치 혼이 나간 인형처럼 멍하니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연우야.”오랜 침묵 후, 강소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강소아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조용히 말했다.“조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가져왔어. 교도관이 검사하고 나서 너한테 전달해 줄 거야. 다 먹고 쓰는 건데, 부족하면...”“당연히 부족하죠.”육연우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언니, 이제 와서 이런 거 가져다주는 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강소아의 가슴이 순간 아려왔다.육연우는 손을 들어 수갑을 흔들었고 철컥거리는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이 소리, 듣기 좋죠?”육연우는 웃으며 말했다.“나에게 이런 멋진 선물을 줬으니 더는 바랄 것도 없네요. 언니의 호의도 이제는 사양할게요!”“육연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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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최군형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언니, 내가 이렇게 만나자고 한 이유는 딱 하나에요.”육연우가 강소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딸이 있는 사람이니 무슨 일을 하든 딸을 위해 생각해야죠.”강소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야?”“아직도 백인서를 곁에 둘 생각이세요?”육연우의 눈에는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육연우의 표정을 보고 강소아는 속이 불편해졌다.“언니, 나 요즘 자주 악몽을 꿔요... 기억해요? 우리가 배에 갇혔을 때, 거기서 홍이 언니를 만났었죠. 홍이 언니 기억나요? 그 사람은 인신매매범이었잖아요! 하하!”육연우는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그런데 홍이 언니의 또 다른 정체가 백인서의 엄마라는 거 아세요?”“그만해!”강소아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날 여기 부른 게 겨우 이런 소리 하려는 거였어? 이런 말이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강소아는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육연우의 절망적이고 악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백인서를 보물처럼 곁에 두면서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백인서는 인신매매범인 백홍의 딸이라고요! 그 피가 백인서에게도 흐르고 있다고요!”강소아는 걸음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교도관이 다가와 육연우의 어깨를 눌러 제지했지만, 육연우는 미친 듯한 기세로 저항했다. 육연우의 눈에는 붉은 기운이 돌았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번졌다.“저의 아버지는 육명진이었어요. 제 몸엔 육명진의 피가 흐르고 있죠. 맞아요, 난 나쁜 사람이에요!”육연우는 목이 쉬어라 외쳤다.“하지만 백인서는요? 백인서의 엄마는 인신매매범이었어요. 그 피가 백인서에게도 흐르고 있다고요!”“언니, 내가 미리 경고하는 거예요. 딸을 잘 지키세요! 언젠가 언니 딸이 백인서의 목표가 될지 모르니까요! 하하하...”강소아의 눈이 크게 떠지며 심장이 마구 뛰었다. 강소아는 주먹을 꽉 쥐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그 어떤 엄마도 견디기 힘든 말이었다.“미쳤군!”최군형은 소리치며 교도관들에게 손짓을 보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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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영미는 며칠 동안 산골에서 불편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영미는 최지용과 백인서를 따라 함께 다녔지만, 기차에서 내린 후 최지용은 마치 영미를 잊은 듯했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때 영미가 잔돈이 없다 하자, 최지용은 표를 사주었지만, 마치 낯선 이를 돕듯 전혀 친근하지 않은 태도로 대했다.영미가 먼저 말을 걸어도 최지용은 대꾸도 없이 무시했고 오직 백인서에게만 다정하게 대해주었다.영미는 이번 여정에서 얻은 것 하나 없이, 그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지켜보며 속상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산골에 들어온 뒤로도 일부러 매일 최지용과 백인서가 다니는 곳마다 모습을 보였고, 그들이 방문한 학교에도 찾아가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자청했다.하지만 최지용은 여전히 영미한테 차갑기만 했다.최지용의 눈엔 오직 백인서만이 비칠 뿐이었다.하필 산속이라 신호도 안 터져 하소연할 곳도 없었고 불편한 생활환경까지 겹쳐 영미는 점점 지쳐갔다....최지용과 백인서는 이곳의 유일한 민박집에서 묵고 있었다. 사장님은 따뜻한 인상의 아저씨였는데, 원래는 이곳 사람이 아니었으나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고 민박을 운영하며 살고 있었다.이곳 민박집은 일 년 내내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아저씨는 매일 꼼꼼하게 청소해 두고 있었다. 이번에 한꺼번에 무려 세 명의 손님이 찾아와 아저씨는 그야말로 들떠 있었다.아저씨는 틈만 나면 좋은 차를 우려내어 마당에서 최지용과 백인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두 사람과 친해진 민박집 아저씨는 웃으며 물었다.“두 분이 커플이라는 건 금방 알겠어요. 그런데 저 아가씨는...?”“아, 그쪽은 그냥 이웃집 딸이에요.”최지용은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저 아가씨는 그쪽을 쫓아온 것 같은데요?”최지용은 깜짝 놀라며 아저씨에게 눈짓을 보냈고 백인서 쪽을 흘깃 보았다.백인서는 조용히 차를 음미하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아, 이제 알겠네.”아저씨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 아가씨가 그쪽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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