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1391 - 챕터 1400

1575 챕터

제1391화

최군성은 육연우를 따라 병원 입구까지 달려갔다.연우는 바람처럼 빠르게 걸어갔고 뒤따라오는 최군성을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최군성이 몇 걸음만 더 가면 육연우에게 닿을 수 있었지만 붙잡으려 할 때마다 육연우는 그의 팔을 강하게 뿌리쳤다.지금의 육연우는 최군성에게 완전히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최군성의 마음은 서서히 차가워졌다.“연우야!”최군성은 걸음을 멈추고 억울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육연우도 걸음을 멈췄지만 오랫동안 뒤돌아보지 않았다.육연우의 이 뒷모습은 최군성이 수없이 봐온 것이었다.작고 연약해서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오르게 만드는 모습이었다.하지만 오늘 육연우의 뒷모습은 유독 차가워 보였다.둘 사이의 거리는 고작 몇 걸음일 뿐이었지만 마치 수많은 협곡이 가로놓인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연우야, 너...”“더 할 말이라도 있어요?”육연우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최군성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조급한 눈빛으로 말했다.“왜 자꾸 나를 오해하는 거야? 분명히 메시지도 보냈잖아. 만화를 그리고 싶어서 내 작품을 윤아한테 보여주겠다고 이미 말했는데 왜 아직도 기분이 안 좋은 거야?”“흥, 윤아? 참 친근하게도 부르네요!”육연우는 입술을 떨며 말했다.“세상에 만화 그리는 사람이 윤아 씨 하나뿐이에요? 왜 꼭 윤아 씨한테 보여줘야 하죠?”“난...”최군성은 억울함에 숨이 막혔다.“윤아 말고는 내가 아는 만화가가 없잖아!”“최군성 씨!”육연우는 소리쳤다.“그거 알아요? 저번에 윤아 씨가 백인서랑 짜고 영업부에서 날 얼마나 창피하게 만들었는지? 수많은 영업사원이 있었는데 왜 굳이 백인서와 계약을 맺었겠어요? 분명 백인서와 짜고 저를 겨냥한 거라고요!”“연우야, 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윤아가 이미 다 설명해 줬어. 그때 방 안에 네가 있는지 몰랐다고 했어.”“설명해 줬다고요?육연우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지며 최군성을 비웃듯 바라보았다.“그럼 둘이 평소에 자주 연락했다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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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육연우는 최군성을 바라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물론 육연우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엄마를 잃은 뒤 육연우는 많은 생각을 했고 그럴수록 예전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을 남에게 넘기며 다른 사람들의 발판이 되어주면서도 전혀 깨닫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었다.만약 그때 엄마가 자신을 육소유로 속이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면 진짜 육소유가 어떻게 다시 육씨 집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어떻게 최군형과 다시 이어질 수 있었을까?엄마는 그들에게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들은 엄마에게 이렇게 배은망덕하게 굴었다.아무리 육명진을 미워했어도 육명진이 사형당하던 날 육연우의 마음은 돌덩이처럼 무거웠다.그날 이후, 육연우는 더 이상 아빠도 엄마도 없는 철저한 고아가 되었고 남의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으며 누구에게나 동정받는 존재이자 완전히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육연우는 목이 메었지만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군성 씨,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정확히 알고 있어요.”육연우는 살며시 최군성의 손을 잡았다.“나는 군성 씨와 함께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최군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나도 지금 그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군성 씨는 만화를 그려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상 그룹이 이렇게 큰데 군성 씨가 설 자리 하나 없겠어요? 군성 씨 부모님이 정말 모든 것을 형에게만 줄 생각이겠어요?”“너...”“육자 그룹도 마찬가지예요!”육연우의 눈에 비친 복잡한 감정이 최군성을 혼란스럽게 했다.“나도 육씨 집안 사람이잖아요. 육자 그룹에도 내 자리가 있어야죠! 아까 내가 언니 대신 회사를 관리하겠다고 했을 때 왜 저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결국 그 자리는 백인서에게 넘어갔잖아요.”“연우야!”최군성은 육연우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만약 이게 효과가 있다면 이렇게라도 정신 차리게 하고 싶었다.“연우야, 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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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특수부대 출신인 이 남자는 다른 최상 그룹 가문의 도련님들과는 달랐다. 최지용은 최상 별장에서 살지 않고 시내에서 가까운 작은 별장을 하나 구입해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집은 넓지 않았지만, 군인 출신이라는 게 한눈에 드러날 만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이 집은 백인서의 아파트와도 아주 가까웠다.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최군형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왜 웃는 거야?”최지용은 과일을 가져오고 커피를 갈아주면서 말했다.“들어오자마자 왜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웃는 거야?”최군형은 최지용의 어깨를 툭툭 치며 '같은 남자로서 다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내가 알기론 평소에 이곳에서 지내지 않잖아.”“뭐?”“백인서가 사는 곳이 여기서 멀지 않지?”“그래 멀지 않아.”최지용은 솔직하게 대답했다.“평소에 인서 집에서 같이 밥 먹곤 했는데... 요즘은 가기 싫어.”“싸운 거야?”최지용은 최군형을 흘겨보고는 고개를 저었다.“그러면 왜?”“인서가 요즘 임산부 식단 연구에 푹 빠졌거든.”최지용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매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긴 하는데 잘 만든 건 나한테 안 주고 실험 중인 것만 먹여. 나 진짜...”최군형은 가까스로 입술을 꽉 다물고 웃음을 참았다.“내가 경고하는데 웃으면 진짜 한 대 맞을 줄 알아!”최지용은 최군형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너희 마누라 때문에 내가 이렇게 희생하는데, 너마저 내 앞에서 웃으면 안 되지!”최군형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새빨개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건 그렇고, 지용아.”최군형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요즘 뭐 하느라고 바빠?”“내가 보여줄 게 있어!”최지용은 그제야 얼굴에 웃음을 띠며 안쪽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뭔가를 들고나왔다.“이게 뭐야?”“내가 인서에게 줄 총이야!”“푸흡! 콜록콜록...”최군형은 커피를 마시다 입을 데었다.“이거 봐, 내가 만든 권총 어때?”최지용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최군형은 이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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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군형아, 왜 그래?”최군형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미소를 지었다.어쩌면 과민 반응일지도 몰랐다. 일단 생각이 한 번 연결되기 시작하면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으니까.“음... 아무것도 아니야.”최군형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냥 좀 배가 고프네. 집에 먹을 거 없어?”최지용도 배가 고팠는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배달시켜 먹자.”최군형은 얼굴을 찡그렸다.“나는 배달음식 절대 안 먹어.”“대단한 도련님께서, 설마 나한테 요리하라는 건 아니지?”“너 요리할 줄 알잖아.”최지용은 최군형을 노려보았다. 요리는 할 줄 알았지만, 굳이 해주고 싶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백인서가 보온 도시락을 들고 웃으며 들어왔다. 최군형이 있는 걸 보자 백인서는 조금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백인서 씨.”최군형은 웃으며 말했다.“최빡빡이랑 텔레파시라도 통한 거예요? 지용이가 배고픈 걸 알고 마침 음식을 가져온 거예요?”“네.”백인서는 보온 도시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마침 배고프던 두 남자는 재빨리 식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한 음식은...다소 실망스러웠다.보온 도시락에 담기기 전에는 아마 육수였을 것이다.아니면 삼계탕이었다던가...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건 부서진 고기 조각과 닭 뼈가 기름 위에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국물이었다. 몇 장의 채소 잎이 그 위에 장식처럼 얹혀 있었다.“인서야...”최지용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또 실험 실패작인 거야?”백인서는 최지용을 힐끗 쳐다봤다. 최지용의 말은 정확했다.이번에도 불 조절과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닭이 돌처럼 딱딱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 닭을 압력솥에 넣고 다시 끓였다.결국 닭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다.백인서는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서 최지용에게 가져왔다.그리고 최지용은 알고 있었다. 비록 실패한 음식이지만 백인서는 항상 최지용이 먹고 남은 것을 먹곤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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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내가 뭘 조사한다는 거야?”최군형은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을 감추며 억지로 웃었다.“너 대신 묻는 거야. 네가 나중에 인서를 집에 데려가면, 사촌 형님이 물어볼 게 뻔하니까.”최지용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백인서의 얼굴에도 약간의 변화가 일었다.백인서는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육수를 한 모금 마신 후, 조용히 그릇과 젓가락을 싱크대에 놓았다.최군형은 이때를 틈타 밖으로 나갔고 집안에는 백인서와 최지용만 남았다.백인서는 식탁을 정리하며 설거지하려 했다. 갑자기 옆에서 커다란 손이 백인서를 붙잡았다.“물 차가워, 내가 할게.”백인서는 잠시 멍해서 서 있는 사이 최지용이 민첩하게 수도꼭지를 틀고 그릇을 닦고 있었다.최지용은 소매를 걷어 올려 튼튼한 팔을 드러내고 낮은 싱크대에 맞춰 몸을 살짝 굽혔다. 그럼에도 넓은 그의 등은 여전히 든든한 성벽처럼 백인서를 감싸는 듯했다.하지만 자신이 과연 이런 빛나는 남자와 어울릴 자격이 있을까?최군형이 건넨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백인서에게는 진지하게 다가왔다.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할 거라면, 반드시 최지용의 부모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최연서 부부는 과연 강서연과 최연준처럼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일까?백인서는 자신의 출신을 평생 비밀로 감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지용의 부모님이 캐묻는다면, 그때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백인서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워졌다.최지용을 만나기 전에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그러나 최지용을 만나고 나서 최지용과 함께하는 미래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인서야, 무슨 생각해?”“네?”백인서는 갑작스레 생각에서 깨어났다.“얼굴이 안 좋아 보여. 어디 아파?”백인서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아니에요... 설거지 제가 할게요!”백인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고 노력했다.“날씨도 춥지 않은데, 설거지 몇 개쯤은 괜찮아요.”“그래도 안 돼.”최지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내가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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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백인서는 코끝이 시큰해지며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삼켰다.가장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백인서는 여전히 독립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다.최지용은 미소 지으며 손끝으로 백인서의 얼굴을 살짝 스치고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지용 씨.”백인서는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언젠가 내 과거를 알게 된다면... 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진 않을까요?”“왜? 혹시 네 과거가 요정의 환생이라도 되는 거야?”최지용은 일부러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백인서는 웃으며 최지용의 팔을 가볍게 쳤다.“네가 요괴라 해도, 난 기꺼이 너에게 잡아먹힐 거야.”최지용은 백인서의 이마에 코끝을 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어떻게 그렇게 날 믿을 수 있어요?”“왜냐하면 너는 백인서니까.”최지용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리고... 내 선택을 믿으니까.”*육연우는 육자 그룹 빌딩 아래 작은 카페에 앉아 있었다. 육연우의 맞은편에서 동혜림은 고개를 숙이고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하지만 육연우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눈빛엔 경멸과 혐오가 섞여 있었다. 육연우의 입가에는 비웃는 듯한 미소가 살짝 번졌다.“연우 아가씨, 정말 죄송해요!”이곳이 공공장소가 아니었다면, 동혜림은 이미 육연우 앞에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른다.“저번에... 저번에 저는 그저 윤아 아가씨 건을 꼭 따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윤아 아가씨 쪽으로 갔던 거예요. 일부러 연우 아가씨를 무시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연우 아가씨, 저도 단지 영업 직원일 뿐이에요, 제 처지를 좀 이해해 주세요!”육연우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커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사실 육연우는 동혜림의 본성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기회주의자, 강자에게 붙고 약자를 무시하며 오직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 그런 표현조차 동혜림에게는 지나치게 온화했다.육연우는 동혜림이 자신에게 진심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약 육연우가 육자 그룹의 주주가 아니었고 육경섭의 조카가 아니었다면 동혜림은 육연우를 거들떠보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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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강소아는 백인서와의 관계를 철저히 비밀로 하고 싶어 했고 백인서 역시 그런 언니의 마음을 존중하며 지켜주었다.강소아가 삼계탕을 먹고 싶다고 하자 백인서는 매일 집에서 연습했다. 마침내 훌륭한 삼계탕을 끓일 수 있게 되자 서둘러 강소아에게 가져다주었다.백인서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조금 전까지 기운 없던 강소아는 마치 작은 참새처럼 생기를 되찾으며 백인서에게 달려갔다.“바로 이 향기야!”강소아는 서둘러 보온 도시락을 열었다. 백인서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강소아는 아마 보온 도시락째로 국물을 들이켰을지도 모른다. 백인서는 미소 지으며 조심스럽게 강소아에게 한 그릇 떠서 책상 위에 놓아주었다.“천천히, 아직 좀 뜨거워요.”“그래!”강소아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이 시기에 강소아는 임신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강소아의 임신 초기 증상은 아주 심각해서 먹기만 하면 바로 토해버리는 상황이었다. 최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요리사들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준비했지만, 어느 것 하나 강소아의 입맛을 자극하지 못했다.강소아는 음식을 먹고는 토해내고, 다시 먹기를 반복하고 있었다.다른 임산부들은 임신 중에 체중이 늘어난다지만, 강소아는 오히려 몇 킬로그램이나 빠져버렸다. 볼이 움푹 꺼지고 안색도 나빠져서 보는 이들이 안쓰러워했다.최군형은 초조한 마음으로 강소아 곁을 맴돌기만 했다.그러던 중 최군형은 갑자기 며칠 전 백인서가 가져온 “실패작”을 떠올리고 백인서에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뜻밖에도 이번엔 성공했다.강소아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삼계탕이 강소아의 미각을 자극해 요즘 강소아가 유일하게 먹고 싶은 음식이 되었다.백인서는 언니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인서야, 정말 미안해, 자꾸만 너를 귀찮게 하네.”“그런 말 하지 마세요.”백인서는 미소 지으며 휴지를 꺼내 강소아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닦아주었다.“언니가 좋아한다면 매일 끓여줄게요.”“그건 안 돼!”강소아는 백인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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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최군형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하지만 최지용의 끈질긴 경쟁심을 이기지 못한 최군형은 결국 얼굴을 드러내고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나니, 둘 다 그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둘이 투덜대고 있는 사이, 백인서가 문을 열고 나왔다."누구세요?"최군형과 최지용은 순간 얌전해졌다.백인서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고 최군형이 가져온 음식을 함께 나눠 먹었다.강소아는 오랜만에 식욕이 돋아 모두 함께 웃고 떠들며 식사했고 임신 초기의 불편함도 잠시 잊은 듯했다.“인서야.”최지용이 백인서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지금 점심시간인데, 계속 여기 있을 거야?”최지용은 말하면서 은근한 눈짓을 보냈다.백인서는 최지용의 눈치를 알아차리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강소아가 백인서의 손을 잡아 멈춰 세웠다."잠깐만!"강소아는 마치 먹을 것을 찾는 작은 고양이처럼 백인서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인서야... 내일도 올 거야?”백인서는 그 말에 마음이 녹을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네, 내일도 올게요. 그리고 또 삼계탕도 가져올게요!”최지용은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최군형을 바라보았고 최군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무력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문 앞에서 또다시 소란이 일었다. 이어서 비서의 난처한 목소리가 들렸다.“연우 아가씨, 작은 대표님께서 쉬고 계세요. 들어가시는 건...”“우리 언니 보러 온 건데, 왜 막아요?”“연우 아가씨...”비서가 막지 못하고 육연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 안에 사람들이 가득한 걸 본 육연우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언니.”육연우는 억지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강소아는 잠시 어리둥절해졌다.육연우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동생에게 너무 의지해온 탓인지 복잡한 마음이 강소아를 감쌌다. 순간적으로 마치 학생 시절 선생님에게 부정행위가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육연우의 시선은 강소아를 불편하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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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백인서는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말했다.“맞아요,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죠. 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에요. 짖으면서도 사람을 물어 광견병에 걸리게 하는 개를 본 적이 있어요.”“뭐라고?”육연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백인서, 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예요.”백인서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육연우 씨는 그룹의 주주니까 저보다 학식이 높을 텐데, 제가 외국어로 말한 것도 아닌데 혹시 이해가 안 되나요?”육연우는 눈이 커지며 얼굴이 창백해졌고 화가 치밀어 가슴이 들썩였다.“그리고.”백인서는 처음으로 육연우에게 이렇게 긴 말을 건넸다.“소아 언니가 지금 임신 중이니, 입에 들어가는 것은 신중해야겠죠. 하지만 음식 가져다주는 사람이 저만은 아니잖아요?”“너...”육연우는 백인서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최지용은 작게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백인서를 바라보다가 백인서의 어깨를 감싸고 함께 밖으로 나가려 했다.“백인서, 멈춰!”육연우는 이성을 잃고 크게 소리쳤다.최지용은 주먹을 꽉 쥐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 여기는 육자 그룹의 사무실이자 강소아의 자리였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연우야!”최군형은 육연우에게 다가가며 냉정한 표정 속에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최지용은 분명하게 말했다.“네가 좋은 마음으로 언니를 보러 온 건 알겠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 언니를 보고 싶으면 우리 집으로 와. 여기는 사무실이고 소아는 육자 그룹의 대표야. 이렇게 무작정 들어오는 건 경우가 아니지.”육연우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최군형의 말에서 자신을 멀리하려는 의도를 느낀 육연우는 조금 전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했다.육연우는 사람들 앞에서 더 약하고 여린 모습을 보여야 했다. 과거처럼 선량하고 의지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다시 육연우의 편에 설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같이 백인서를 감싸고 있었다.이제 백인서의 이름만 들어도 육연우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형부.”육연우는 최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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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이 기간에 육연우와 최군성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뀌었다.예전에는 최군성이 육연우에게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내도 육연우는 단 몇 글자만 답하곤 했다.하지만 요즘은 육연우가 보낸 메시지들이 아무런 반응 없이 허공에 묻히고 있었다. 최군성은 한 글자도 답하지 않았다.육연우는 그제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날 자신이 한 말들이 확실히 선을 넘었음을 깨달았다.육연우는 최군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최군성은 받지 않았고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결국 자존심을 굽혀 최씨 집안을 찾았지만, 육연우를 맞이한 건 단지 두 명의 집사뿐이었다. 강서연과 최연준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최군성은 육연우와의 모든 연락을 끊은 듯했다. 마치 세상에서 증발한 듯, 최군성의 흔적은 육연우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육연우는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육연우는 어쩔 수 없이 강소아를 찾아온 것이다.육연우는 최군성을 놓칠 수 없었다.세상에는 최군형처럼 영리하고 유능한 후계자는 많았지만, 최군성처럼 순진한 부잣집 아들은 쉽게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군형 오빠, 저...”육연우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써봤는데 군성 씨를 찾을 수가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군성 씨를 잃고 싶지 않아요.”“그래?”최군형은 차가운 눈빛으로 육연우를 바라보며 말했다.“군성이를 잃고 싶지 않다면서 대체 군성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육연우는 긴장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최군형의 눈에는 점점 더 깊은 분노가 서렸다.이 기간에 최군성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최군형이었다.최군성은 연회에서조차 달콤한 탄산음료를 즐기던 순진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런 최군성이 요즘은 집에서 술에 취한 채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잠만 자고 있었다.집안에서는 더 이상 군성의 웃음소리도, 게임을 하며 떠들던 시끄러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원래도 차가운 집은 이제 얼음창고처럼 더욱 싸늘하게 느껴졌다.주씨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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