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아, 왜 그래?”최군형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미소를 지었다.어쩌면 과민 반응일지도 몰랐다. 일단 생각이 한 번 연결되기 시작하면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으니까.“음... 아무것도 아니야.”최군형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냥 좀 배가 고프네. 집에 먹을 거 없어?”최지용도 배가 고팠는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배달시켜 먹자.”최군형은 얼굴을 찡그렸다.“나는 배달음식 절대 안 먹어.”“대단한 도련님께서, 설마 나한테 요리하라는 건 아니지?”“너 요리할 줄 알잖아.”최지용은 최군형을 노려보았다. 요리는 할 줄 알았지만, 굳이 해주고 싶지 않았다.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백인서가 보온 도시락을 들고 웃으며 들어왔다. 최군형이 있는 걸 보자 백인서는 조금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백인서 씨.”최군형은 웃으며 말했다.“최빡빡이랑 텔레파시라도 통한 거예요? 지용이가 배고픈 걸 알고 마침 음식을 가져온 거예요?”“네.”백인서는 보온 도시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마침 배고프던 두 남자는 재빨리 식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한 음식은...다소 실망스러웠다.보온 도시락에 담기기 전에는 아마 육수였을 것이다.아니면 삼계탕이었다던가...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눈앞에 있는 건 부서진 고기 조각과 닭 뼈가 기름 위에 떠다니는 정체불명의 국물이었다. 몇 장의 채소 잎이 그 위에 장식처럼 얹혀 있었다.“인서야...”최지용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또 실험 실패작인 거야?”백인서는 최지용을 힐끗 쳐다봤다. 최지용의 말은 정확했다.이번에도 불 조절과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닭이 돌처럼 딱딱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 닭을 압력솥에 넣고 다시 끓였다.결국 닭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다.백인서는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서 최지용에게 가져왔다.그리고 최지용은 알고 있었다. 비록 실패한 음식이지만 백인서는 항상 최지용이 먹고 남은 것을 먹곤 했다는
“내가 뭘 조사한다는 거야?”최군형은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을 감추며 억지로 웃었다.“너 대신 묻는 거야. 네가 나중에 인서를 집에 데려가면, 사촌 형님이 물어볼 게 뻔하니까.”최지용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이마를 살짝 찡그렸다.백인서의 얼굴에도 약간의 변화가 일었다.백인서는 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육수를 한 모금 마신 후, 조용히 그릇과 젓가락을 싱크대에 놓았다.최군형은 이때를 틈타 밖으로 나갔고 집안에는 백인서와 최지용만 남았다.백인서는 식탁을 정리하며 설거지하려 했다. 갑자기 옆에서 커다란 손이 백인서를 붙잡았다.“물 차가워, 내가 할게.”백인서는 잠시 멍해서 서 있는 사이 최지용이 민첩하게 수도꼭지를 틀고 그릇을 닦고 있었다.최지용은 소매를 걷어 올려 튼튼한 팔을 드러내고 낮은 싱크대에 맞춰 몸을 살짝 굽혔다. 그럼에도 넓은 그의 등은 여전히 든든한 성벽처럼 백인서를 감싸는 듯했다.하지만 자신이 과연 이런 빛나는 남자와 어울릴 자격이 있을까?최군형이 건넨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백인서에게는 진지하게 다가왔다. 만약 두 사람이 앞으로 함께할 거라면, 반드시 최지용의 부모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최연서 부부는 과연 강서연과 최연준처럼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일까?백인서는 자신의 출신을 평생 비밀로 감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지용의 부모님이 캐묻는다면, 그때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백인서의 마음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워졌다.최지용을 만나기 전에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그러나 최지용을 만나고 나서 최지용과 함께하는 미래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인서야, 무슨 생각해?”“네?”백인서는 갑작스레 생각에서 깨어났다.“얼굴이 안 좋아 보여. 어디 아파?”백인서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아니에요... 설거지 제가 할게요!”백인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고 노력했다.“날씨도 춥지 않은데, 설거지 몇 개쯤은 괜찮아요.”“그래도 안 돼.”최지용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내가 있을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
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이 카드로 결제해."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현수 씨."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뭐?""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구현수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문지르더니 심호흡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오성에 다녀오기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지금 돌아가면, 구현수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시 말썽을 일으키며 더 악랄한 방법을 생각해 내 그를 해칠 것이다!"캐러멜과 바닐라 중 어느 쪽이에요?"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반짝이는 큰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은 그녀의 손에 든 밀크티처럼 달콤했다."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괜찮아."다른 사람에게 들통나는 느낌은 정말 좋지 않았다.구현수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말했다."혼자 먹어, 난 이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강서연은 밀크티 두 잔을 손에 들고 그 자리에 한창이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입술을 깨물며 쫓아갔다.그녀는 그의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따라갔다. 그의 넓은 등은 차가운 벽과 같았다. 그 벽 너머에는 그만의 세계였고, 그녀는 비록 그의 가까이에 있지만, 도저히 그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신혼 다음 날은 평소와 다름없었다.구현수는 강서연에게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밖에 있는 소파에서 잤다. 이불도 하나뿐이어서 강서연에게 양보한 뒤 낡은 시트로 몸을 감쌌다. 강서연은 미안한 마음에 침실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어서 가서 쉬어!"구현수의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대로 돌아갔다.구현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였다.강서연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가볍게 웃었다.소문에 따르면 구현수는 성격이 차갑고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않으며 싸움에 매우 익숙하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연은 그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를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해 주고 있다.현지 습속에 따르면 셋째 날에는 신부 쪽 집을 방문해야 한다.강서연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셋째 날에는 보통 남편과 함께 떡 같은 걸 준비하여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