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 Chapter 261 - Chapter 270
317 Chapters
261화 그녀의 목숨은 누구의 손에 달렸는가
이튿날 우문호는 원경능과 돌아갈 때 직접 산을 내려가지 않고 방장의 분부대로 뒷산에 있는 작은 절에 가서 조용히 기다렸다. 얼마 안돼 여러 마차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마차는 뒷산의 평지에 세워졌다. 한 사람 한 사람씩 마차에서 내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서일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말했다. “이 대인? 오 대인? 손 장군? 조 군왕?” 그걸 보고 있던 우문호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모든 사람들이 첫째가 부황의 명에 따라 여기에서 근신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또한, 엄격히 성지를 내려 누구도 방문할 수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성지를 무시하고 여기까지 왔다. 이건 절대로 방문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배웅하러 온 혜사부(慧師父)가 말했다. “왕야, 이 몇몇 대인들은 매일 옵니다. 뒷산으로 들어가서 기왕 전하와 일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우문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잘 알겠네. 알려줘서 고맙네, 사부. 방장한테 전해주게. 본왕이 먼저 작별을 고한다고.” 혜사부는 합장했다.“왕야, 왕비, 살펴 가십시오.” 마차는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비록 산길이었지만 황실의 사찰인지라 그렇게 흔들리지 않았다. 우문호는 내려오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거의 경성에 도착할 즈음에야 그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 기왕비를 치료할 충분한 약이 있는 거 맞지?” “네!”원경능도 사실 입을 떼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이 일을 꺼낼까 고민 중이었다. 하여 그가 말을 꺼내자 얼른 대답했다. 우문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그녀의 병을 치료해줄 수 있어. 하지만 이 일은 절대 비밀이야.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그녀의 명줄을 당신 손안에 쥐고 있어야 해. 나도 이번 사건으로 그녀를 견제할게.” 원경능은 그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니 조금 이상했다. “방금 그 사람들은 다 기왕 일당이에요?” “다 그런 건 아니야.”이 점이 우문호의 걱정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그는 예전에 큰 형님은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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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화 민간 처방의 문제
아사는 기왕부에 도착했다.기왕부는 측비를 맞을 준비로 분주하여 부중 어디에도 안주인의 병이 중하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호국사에 있는 기왕이 명하길 이번 결혼은 반드시 성대하고 번화하고 호화스럽게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하여 부중의 모든 가신과 집사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여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병세가 중한 정비의 뜰은 쓸쓸했다.아사는 원경능의 분부대로 입 가리개를 하고 나서야 기왕비를 만나러 갔다.기왕비는 주위를 물리고 침대식 의자에 누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아사를 한번 보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게.” “왕비께서 저더러 말을 전하라 하셨어요. 그녀는 내일부터 약을 제조한다 했습니다. 하지만 기왕비의 병세가 도대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니 내일 기왕비더러 한번 초왕부에 들르라 하셨어요.”아사가 말했다. 기왕비가 냉소했다. “그러던가? 그녀도 두려운 모양이지? 아니면 나의 조건에 동의한 것인가?” 아사가 쌀쌀하게 말했다. “왕비가 한마디 더 전하라 했습니다. 만약 기왕비가 목숨을 연명하고 싶다면 선후를 잘 판단하라 하였습니다. 만약 왕비가 협박에 의했거나 기타 다른 뜻이 있어 당신의 병을 치료해준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예 올 필요 없습니다.”말을 마친 아사는 몸을 돌려 나갔다.“왕비, 원씨네 계집애가 참으로 괘씸합니다.”신변에 있던 시녀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기왕비는 눈을 감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아사의 건방짐을 그녀는 이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목숨을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만약 네가 본비를 구할 능력이 있으면 너도 저렇게 건방져도 된다.”기왕비가 쌀쌀하게 말했다.시녀는 눈을 내리 깔았다. “소인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기왕비는 아주 의아했다.그녀는 자신이 비천한 먼지로 변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목숨만 구할 수 있다면 그녀는 원경능 앞에서도 비굴하게 아첨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었다그녀는 내키지 않았다.원경능 때문이 아니었다. 원경능이 다 뭐라고. 그녀는 그저 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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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화 저명양은 다섯째를 좋아한다
기왕부는 파악하기 아주 힘든 곳이다. 두 측비가 전부 죽었다. 기왕부부도 상생상살 하는 사이었다. 보기에는 잘 꼬아진 동아줄 같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비튼다면 실은 각자 제멋대로인 셈이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원경능은 오늘의 일을 그에게 알려주었다.우문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할 것 없어. 기왕비가 만약 병으로 죽는다면 동씨 집안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이고 틀림없이 계속 그를 도울 테니까.”“기왕은 실로 사악하고 잔인한 사람이네요.”원경능의 말했다.“부부가 다 똑같아. 둘 다 야심이 있으니깐.”우문호는 그들이 똑같이 모질고 지독한 것이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참, 그녀의 태도는 어땠어?” 원경능이 말했다. “제 말은 그렇게 모욕적이지 않았지만, 아사는 아마 그녀에게 꼭 거만하게 굴었을 거예요. 그래도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참았어요. 태도는 가히 비천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녀는 정세를 잘 볼 줄 아는 사람이니까.”우문호는 잠시 생각했다. “내일 오면 당신이 그녀에게 말해줘. 정강부의 사건은 내가 그녀에게 뒷길을 남겨 줄 것이라고. 일단 막문을 잘라내겠지만, 막문과 경중의 접촉은 내가 여백을 남길 거라고 전해주면 돼.” “하지만 어떻게 부황께 보고할건데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원경능을 보며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 “부황도 첫째가 연루되는 걸 바라지 않을 거야.”원경능은 어리둥절해졌다. “어째서 그렇게 말해요?”“내각에서 공문을 내려 보냈어. 이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정강부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일단 파면시키고 조사하라고 지시했어.”“이것으로 부황의 의중을 보아낼 수 있어요?”원경능이 보기에는 이 공문에 그리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저 빨리 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 같았다. 우문호가 말했다. “내각의 뜻은 먼저 파면시키고 안건을 수사하라는 거야. 이후에는 형부나 이부로 넘어가 처리되겠지. 그건 나도 몰라. 어쨌든 우리 경조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을 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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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화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원경능은 지금 떠돌아다니는 제왕부의 소문을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예전에 제왕비가 한가지 일을 벌였었는데 아사가 돌아와서 그녀에게 알려준 적 있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참으로 따분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처음에 저명취란 사람을 너무 높이 평가했었다. 원래는 그녀의 야심과 실력이 대등한 줄 알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가 그녀의 야심을 따라가지 못했으니, 결국에는 그저 안채에서 측비와 싸우는 지경까지밖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듣자 하니 일곱째와 원측비가 아직 합방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손왕비가 말했다.원경능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며 궁중의 일들을 두루 말했다. 나중에는 손왕비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오늘 손왕비와 나눈 이야기가운데서 원경능의 가슴에 맺힌 건 바로 저명양이 우문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저녁때 우문호가 돌아와 식사를 하려고 하자 그녀가 물었다. “저명양은 당신을 좋아하죠?”우문호는 천천히 그릇을 내려놓더니 시선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당신 어디서 그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어?”원경능도 그를 보았다. “애써 태연한척해도 당신 그 내면의 어수선함은 감출 수 없거든요. 당신은 알고 있어요.”“몰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당신이 임신 중이라 생각이 많아서 그래.”우문호는 그릇을 들고 계속 밥을 먹었다. 누가 아는가? 그는 모르는 일이다. 누가 또 입을 잘못 놀렸단 말인가?“손왕비가 말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대요. 그저 사람들이 말을 안하고 있을 뿐이래요.”남편마음은 부인이 제일 잘 안다고 했다. 원경능은 그가 눈을 똑바로 뜨고 앞만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감히 좌우로 곁눈질조차 하지 못했고, 감히 눈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못했다.그는 마치 잔잔한 하나의 못 같았다.켕기는 게 있는 것이다!그녀도 그릇을 내려 놓았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이 일은 당신 탓이 아니잖아요. 전 그저 알고 싶을 뿐이에요.”우문호의 눈빛은 그제야 가볍게 움직였다. “확실히 나를 탓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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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화 내가 잘못했어
아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서일, 당신의 말이 다 사실인가요?”“아주 확실합니다.”서일은 자칫하면 맹세까지 할 기세였다.“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돼요. 당신 어제 봤을 때 왕야는 그렇게 화난 표정이 아니었단 말이죠?” “화난 표정이 아니었어요. 왕야는 하나도 화를 내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아도 화내는 표정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제 돌아오자마자 왕비한테 알리려 했어요. 하지만 탕 대인한테 말하니 탕 대인이 왕비에게 말하면 안되다고 해서 감히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 손왕비가 와서 이 일을 말해주니 저도 응당 왕비께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왕비께선 울먹이셨는걸요.”서일은 누구에게 미안한 짓을 해도 다 괜찮았지만 왕비에게만은 아니었다. 특히 왕비가 막 울려고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마음은 개에게 물어 뜯긴 것처럼 괴로웠다.아사는 서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왕야는 당신을 죽이려 할거예요.”서일은 어리둥절해 났다.“무엇 때문에요? 제가 그 저씨 집안 둘째 아가씨를 들여보낸 것도 아닌데요.”원경능은 서일을 보며 말했다. “자네 지금 당장 가서 관아의 일군을 찾아보게. 어제 저명양이 경조부에가서 그를 찾은 일을 꼭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네. 가서 물어보게. 누가 그녀가 온 것을 보았는지. 그녀가 아무 이유도 없이 점심 휴식을 하는 곳에 찾아갈 리 없지 않은가.”“그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남성 복장을 한 작은 노파가 있었습니다.”서일이 말했다.“작은 노파?”원경능은 어리둥절했다. “혼자 들어간 게 아니었다고? 작은 노파를 자네 본적이 있나?”“본적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옷은 아주 진귀한 것이었습니다. 눈에 익숙한 옷이었고 어디서 본 것 같았습니다.”서일은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원경능은 즉각 명했다. “그만 생각하게. 자네 머리로 내년까지 생각해도 생각하지 못할 거네. 빨리 가 보게.”“지금 가라고요?”“지금 당장 가보게. 난 일초도 기다리지 못하겠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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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화 밝혀지기 전
원경능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우문호가 뒤를 따라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그럼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말해봐요. 말하면 제가 다 믿을게요.”원경능은 자신과 합의를 봤다. 이 남자는 그렇게 황당한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그녀는 화가 나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왜 그 일을 감추었는지 듣고 싶었다.우문호는 부아가 치밀어 말했다. “그녀는 확실히 왔었어. 하지만 와서 나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 그녀는 저수부와 함께 왔었어.”“서일은 저수부를 보지 못했어요. 그저 한 작은 노파를 보았대요.”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머리를 돌려 서일을 보았다. 눈에는 의혹만 가득했다. “저수부를 보지 못했다고? 작은 노파였다고?”서일은 굵은 허벅지를 탁 치며 문득 모든 것을 깨달았다. “소인 생각났습니다. 그건 저수부... 아니, 저수부의 옷이었습니다. 두루미를 수놓은 그의 옷이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저수부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남장을 한 작은 노파였습니다. 얼굴에는 주름이 있었습니다.” 우문호는 머리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본왕이 문지기에게 물었었다. 문지기가 말하기를 자신이 직접 저수부와 저명양을 안내했다고 했느니라, 그는 본왕이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돌아갔다고 했어. 돌아가기 전에 저수부와 저명양이 아래채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했어.”“방으로 들어간 뒤에는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 눈에는 온통 막연함뿐이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내가 나왔을 때 부윤이 말하기를 내 얼굴에....”그는 가만히 원경능을 한번 보고는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본왕의 얼굴에 커다란 입술자국이 있다고 했어. 그렇지만 본왕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원경능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그들은 들어가서 얼마 동안 있었어요?”“차 한잔 마시는 시간 정도라고 문지기가 말했어.”“나갈 때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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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화 번거로운 일들
우문호는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어보아도 여전히 막연했다.나중에는 원경능의 손을 잡았다. 원경능이 뿌리치려 하자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당신의 손을 잡으면 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단 말이야. 그래야 천천히 생각할 수 있어.”원경능은 그저 그가 손을 잡은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좀 지나자 그녀가 물었다. “생각났어요?”우문호는 허전해하며 말했다. “껴안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당신....”원경능은 화가 났다. “당신 좀 진지하면 안돼요?”우문호는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아주 진지해. 하지만 머리가 솜뭉치로 꽉 막힌 것 같아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당신 잘 생각해보세요. 저수부의 손이라든지, 옷, 머리 장식, 혹은 다른 것들....”원경능이 일깨워 주었다.“옷.....옷.”우문호는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 “두루미. 맞아. 그 옷이었어. 그 옷의 두루미는 움직이고 있었고 입에서는 ‘다다다’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어.”원경능은 알아챘다. 그녀가 서일에게 말했다. “가서 술 한 병과 닭 한 마리를 가져 오게.”서일은 명을 받들고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먼저 술을 갖고 들어와 원경능에게 주었다. 원경능은 술을 우문호에게 주며 말했다. “단숨에 반 병을 들이키세요. 절반 정도만 취하면 돼요.” 우문호가 물었다. “왜 술을 마셔야 해?”“마셔요!”원경능은 해석도 안하고 그저 무거운 소리로 명만 내렸다.우문호가 술을 받아 머리를 젖히고 벌컥벌컥 반 병을 마셨다. “그리 취하진 않았어.”“방금 마셨으니 그렇죠. 기다려요. 저 침대식 의자에 가서 반쯤 누워 있어요.”원경능이 말했다.우문호는 곧바로 가서 누웠다. 눕는 순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서일은 조리사 손에서 막 도마에 올라 머리가 잘릴 뻔한 닭을 빼앗아 후닥닥 뛰어갔다.원경능은 그더러 닭을 가슴에 안고 우문호에게 걸어가라 했다. 닭은 놀라서 꼬꼬댁 소리를 냈다.우문호는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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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화 당신은 저를 좋아해요
다섯째는 직접 저부로 가지 않고 먼저 관아로 가서 문지기와 관청 심부름꾼 여럿을 불러 그들을 증인으로 내세우려 했다. 또 예친왕와 소요공을 모시고 함께 갔다. 그들더러 증인이 되어달라 했다. 도대체 누구의 업신여김이 도가 지나친지 한번 보기로 했다.저수부는 오늘 조회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기분은 아주 나빴다.저명양은 어젯밤 밖에서 온밤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기왕과의 혼사를 취소해 달라고 했다. 실은 자신이 우문호와 이미 사사로이 종신대사를 결정했다면서 초왕의 신물까지 내놓았다. 그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이 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가 어찌 보아내지 못했겠는가? 하여 그녀를 관계치 않고 그녀더러 그냥 밖에 무릎을 꿇고 있으라 했다. 무릎을 꿇어 죽게 될 때까지 말이다. 아침이 되자마자 걱정이 태산이었던 저 대부인이 저명취를 불러들여 그녀더러 저명양을 설득하게 했다.그래서 저명취도 친정으로 돌아왔다. 저명양이 죽어도 우문호한테 시집가겠다는 말을 듣고 그녀도 놀랐다 그녀는 조부가 거주하는 정원 밖으로 왔다. 오래 꿇어 앉아 있던 저명양은 휘청거렸다. 원래의 아름답고 열렬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한떨기 서리 맞은 황화채(黃花菜)마냥 조금의 생기도 없었다. 하지만 눈빛은 오히려 아주 확고했다. “동생, 이게 무슨 고생이니? 기왕한테 시집가는 게 싫어?”저명취가 타일렀다. 저명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에게 시집가든 언니랑 무슨 상관인데요? 언니는 당연히 내가 초왕에게 시집가는 게 내키지 않겠죠. 언니가 행복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불행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저명취는 조금 화가 났다. “너 말을 왜 그렇게 거칠게 해? 내가 너에게 미움을 산 적도 없는데.”“그럼 저를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 서로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해요.”저명양이 냉랭하게 말했다.저명취는 기가 막혔다. “너 이렇게까지 누구한테나 다 거칠게 굴어야겠어? 난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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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화 가법으로 처리하다
우문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채찍을 빼앗고 던져서 바로 그녀의 목에 걸더니 다시 힘들이지 않고 서일의 허리띠를 풀어 채찍에 연결했다. 그는 허리띠를 끌고 공중으로 솟아올라 직접 저명양을 대들보에 매달아 놓았다. 이 동작은 단숨에 거침없이 이루어졌다. “초왕부의 문 앞에 목을 매고 죽을 필요 없어. 바로 여기에서 죽어버리면 돼.” 서일은 재빨리 옷이 흘러 내리지 않게 자신의 허리춤을 안았다. 이 거동에 저씨 집안의 하인들과 시위들은 놀라서 급히 달려 나와 도우려 했다. 우문호는 대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누가 앞으로 나서기만 하면 본왕은 먼저 그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저명양의 얼굴은 숨이 막혀 벌겋게 달아올랐다. 두 눈알도 금방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두 다리로 발버둥쳐 보았다. 발버둥칠수록 목은 더 옥죄여왔다. 그녀의 목에서는 ‘꺽꺽’하는 소리가 났다. 도움을 간청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시녀 만아가 갑자기 덤벼들며 말했다.“왕야께서 힘없는 여인을 괴롭히시다니요. 참으로 악랄합니다!” 우문호가 이 시녀의 몸매와 키를 보더니 저수부로 분장하여 그에게 그 미심쩍은 짓거리들을 한 사람은 아마 그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각 부아가 치밀어 올라 발길을 날려 힘껏 그녀의 아랫배를 차버렸다. 그녀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날아간 후 두 발로 벽을 박차더니 시위를 떠난 화살마냥 다시 날아오면서 손으로 비수를 날려 허리띠를 끊어버렸다. 저명양은 곧장 아래로 추락했다. 그녀는 달려가서 받으러 했다. 이미 채찍을 가져온 우문호는 그녀를 향해 채찍을 날렸다. 그녀가 피하기만 하면 저명양은 땅에 떨어진다. 아니면 이 채찍을 고스란히 맞으며 저명양을 받아야 했다. 채찍이 도달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채찍이 그대로 그녀의 머리꼭대기를 후려갈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한 줄기의 붉은 흔적이 남겨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저명양을 받아 천천히 땅 위에 내려 놓았다. 저명양은 땅에 내려지자 숨을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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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화 성가신 사람이 또 나타났다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저수부의 막대기가 내리쳐졌다. 방망이가 살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저명양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 뒤로는 죽기내기로 이를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저명취가 급히 뒤쫓아 왔다. 그 광경을 본 그녀가 달려왔다. 하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 막대기가 한 대 한 대씩 저명양의 등과 다리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뜻밖에도 말할 수 없는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저명양은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질렀다. 이 한대에 저수부는 아주 큰 힘을 들였다. 피부가 찢기고 터졌다.만아가 달려들어 저수부의 나무 막대기를 빼앗으려 했다. 우문호는 잔 하나를 쥐어 그녀에게 던졌다. 잔은 만아의 이마에 부딪쳤다. 곧 선혈이 낭자했다. 만아는 머리를 들고 음험하게 우문호를 보았다. 피가 아래로 뚝뚝 떨어지니 형용할 수 없이 음산하고 공포스러웠다. “초왕, 당신은 여인과 따지려 드네요. 정말 남자답지 못해요.”“저씨 집안의 노비는 이렇게 방자할 수 있군요. 본왕의 식견이 넓어졌습니다.”예친왕이 냉랭하게 말했다.저수부의 나무 막대기는 만아의 몸에 내려쳐졌다. 만아는 이를 악물며 버텼다. “어르신, 때리십시오. 이 노비를 때려 죽이시고 둘째 아가씨를 용서해 주십시오.”저씨 집안의 사람들이 잇달아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저명양의 부모도 마침 도착했다. 저명양이 맞아서 거의 의식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 급히 막아서며 땅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저명양은 땅에 엎드려 있었다. 너무 아파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입술도 깨물어 터져서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우문호를 보더니 팔꿈치를 약간 들어올리며 모진 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오늘 저에게 했던 모든 일들을 가슴 깊이 새길 거예요. 훗날 열 배로 갚아줄 겁니다.” 우문호는 그녀를 아예 보지도 않았다. 속으로 센 곤장이 서른 대를 넘기자 그의 화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가 일어서서 저수부를 향해 말했다. “수부,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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