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서일, 당신의 말이 다 사실인가요?”“아주 확실합니다.”서일은 자칫하면 맹세까지 할 기세였다.“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돼요. 당신 어제 봤을 때 왕야는 그렇게 화난 표정이 아니었단 말이죠?” “화난 표정이 아니었어요. 왕야는 하나도 화를 내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아도 화내는 표정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제 돌아오자마자 왕비한테 알리려 했어요. 하지만 탕 대인한테 말하니 탕 대인이 왕비에게 말하면 안되다고 해서 감히 말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 손왕비가 와서 이 일을 말해주니 저도 응당 왕비께 말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왕비께선 울먹이셨는걸요.”서일은 누구에게 미안한 짓을 해도 다 괜찮았지만 왕비에게만은 아니었다. 특히 왕비가 막 울려고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마음은 개에게 물어 뜯긴 것처럼 괴로웠다.아사는 서일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왕야는 당신을 죽이려 할거예요.”서일은 어리둥절해 났다.“무엇 때문에요? 제가 그 저씨 집안 둘째 아가씨를 들여보낸 것도 아닌데요.”원경능은 서일을 보며 말했다. “자네 지금 당장 가서 관아의 일군을 찾아보게. 어제 저명양이 경조부에가서 그를 찾은 일을 꼭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네. 가서 물어보게. 누가 그녀가 온 것을 보았는지. 그녀가 아무 이유도 없이 점심 휴식을 하는 곳에 찾아갈 리 없지 않은가.”“그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남성 복장을 한 작은 노파가 있었습니다.”서일이 말했다.“작은 노파?”원경능은 어리둥절했다. “혼자 들어간 게 아니었다고? 작은 노파를 자네 본적이 있나?”“본적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옷은 아주 진귀한 것이었습니다. 눈에 익숙한 옷이었고 어디서 본 것 같았습니다.”서일은 눈을 감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원경능은 즉각 명했다. “그만 생각하게. 자네 머리로 내년까지 생각해도 생각하지 못할 거네. 빨리 가 보게.”“지금 가라고요?”“지금 당장 가보게. 난 일초도 기다리지 못하겠네.”그녀
원경능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우문호가 뒤를 따라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그럼 어떻게 된 일이에요? 말해봐요. 말하면 제가 다 믿을게요.”원경능은 자신과 합의를 봤다. 이 남자는 그렇게 황당한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그녀는 화가 나는 것과는 별개로 그가 왜 그 일을 감추었는지 듣고 싶었다.우문호는 부아가 치밀어 말했다. “그녀는 확실히 왔었어. 하지만 와서 나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 그녀는 저수부와 함께 왔었어.”“서일은 저수부를 보지 못했어요. 그저 한 작은 노파를 보았대요.”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머리를 돌려 서일을 보았다. 눈에는 의혹만 가득했다. “저수부를 보지 못했다고? 작은 노파였다고?”서일은 굵은 허벅지를 탁 치며 문득 모든 것을 깨달았다. “소인 생각났습니다. 그건 저수부... 아니, 저수부의 옷이었습니다. 두루미를 수놓은 그의 옷이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저수부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남장을 한 작은 노파였습니다. 얼굴에는 주름이 있었습니다.” 우문호는 머리를 저었다. “불가능하다. 본왕이 문지기에게 물었었다. 문지기가 말하기를 자신이 직접 저수부와 저명양을 안내했다고 했느니라, 그는 본왕이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돌아갔다고 했어. 돌아가기 전에 저수부와 저명양이 아래채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했어.”“방으로 들어간 뒤에는요?”원경능이 물었다. 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 눈에는 온통 막연함뿐이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내가 나왔을 때 부윤이 말하기를 내 얼굴에....”그는 가만히 원경능을 한번 보고는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본왕의 얼굴에 커다란 입술자국이 있다고 했어. 그렇지만 본왕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원경능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럼 그들은 들어가서 얼마 동안 있었어요?”“차 한잔 마시는 시간 정도라고 문지기가 말했어.”“나갈 때 문지기
우문호는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어보아도 여전히 막연했다.나중에는 원경능의 손을 잡았다. 원경능이 뿌리치려 하자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당신의 손을 잡으면 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단 말이야. 그래야 천천히 생각할 수 있어.”원경능은 그저 그가 손을 잡은 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좀 지나자 그녀가 물었다. “생각났어요?”우문호는 허전해하며 말했다. “껴안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당신....”원경능은 화가 났다. “당신 좀 진지하면 안돼요?”우문호는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아주 진지해. 하지만 머리가 솜뭉치로 꽉 막힌 것 같아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당신 잘 생각해보세요. 저수부의 손이라든지, 옷, 머리 장식, 혹은 다른 것들....”원경능이 일깨워 주었다.“옷.....옷.”우문호는 갑자기 머리를 들었다. “두루미. 맞아. 그 옷이었어. 그 옷의 두루미는 움직이고 있었고 입에서는 ‘다다다’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어.”원경능은 알아챘다. 그녀가 서일에게 말했다. “가서 술 한 병과 닭 한 마리를 가져 오게.”서일은 명을 받들고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먼저 술을 갖고 들어와 원경능에게 주었다. 원경능은 술을 우문호에게 주며 말했다. “단숨에 반 병을 들이키세요. 절반 정도만 취하면 돼요.” 우문호가 물었다. “왜 술을 마셔야 해?”“마셔요!”원경능은 해석도 안하고 그저 무거운 소리로 명만 내렸다.우문호가 술을 받아 머리를 젖히고 벌컥벌컥 반 병을 마셨다. “그리 취하진 않았어.”“방금 마셨으니 그렇죠. 기다려요. 저 침대식 의자에 가서 반쯤 누워 있어요.”원경능이 말했다.우문호는 곧바로 가서 누웠다. 눕는 순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서일은 조리사 손에서 막 도마에 올라 머리가 잘릴 뻔한 닭을 빼앗아 후닥닥 뛰어갔다.원경능은 그더러 닭을 가슴에 안고 우문호에게 걸어가라 했다. 닭은 놀라서 꼬꼬댁 소리를 냈다.우문호는 눈앞
다섯째는 직접 저부로 가지 않고 먼저 관아로 가서 문지기와 관청 심부름꾼 여럿을 불러 그들을 증인으로 내세우려 했다. 또 예친왕와 소요공을 모시고 함께 갔다. 그들더러 증인이 되어달라 했다. 도대체 누구의 업신여김이 도가 지나친지 한번 보기로 했다.저수부는 오늘 조회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의 기분은 아주 나빴다.저명양은 어젯밤 밖에서 온밤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는 기왕과의 혼사를 취소해 달라고 했다. 실은 자신이 우문호와 이미 사사로이 종신대사를 결정했다면서 초왕의 신물까지 내놓았다. 그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이 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가 어찌 보아내지 못했겠는가? 하여 그녀를 관계치 않고 그녀더러 그냥 밖에 무릎을 꿇고 있으라 했다. 무릎을 꿇어 죽게 될 때까지 말이다. 아침이 되자마자 걱정이 태산이었던 저 대부인이 저명취를 불러들여 그녀더러 저명양을 설득하게 했다.그래서 저명취도 친정으로 돌아왔다. 저명양이 죽어도 우문호한테 시집가겠다는 말을 듣고 그녀도 놀랐다 그녀는 조부가 거주하는 정원 밖으로 왔다. 오래 꿇어 앉아 있던 저명양은 휘청거렸다. 원래의 아름답고 열렬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한떨기 서리 맞은 황화채(黃花菜)마냥 조금의 생기도 없었다. 하지만 눈빛은 오히려 아주 확고했다. “동생, 이게 무슨 고생이니? 기왕한테 시집가는 게 싫어?”저명취가 타일렀다. 저명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누구에게 시집가든 언니랑 무슨 상관인데요? 언니는 당연히 내가 초왕에게 시집가는 게 내키지 않겠죠. 언니가 행복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불행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저명취는 조금 화가 났다. “너 말을 왜 그렇게 거칠게 해? 내가 너에게 미움을 산 적도 없는데.”“그럼 저를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 서로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해요.”저명양이 냉랭하게 말했다.저명취는 기가 막혔다. “너 이렇게까지 누구한테나 다 거칠게 굴어야겠어? 난 좋은
우문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채찍을 빼앗고 던져서 바로 그녀의 목에 걸더니 다시 힘들이지 않고 서일의 허리띠를 풀어 채찍에 연결했다. 그는 허리띠를 끌고 공중으로 솟아올라 직접 저명양을 대들보에 매달아 놓았다. 이 동작은 단숨에 거침없이 이루어졌다. “초왕부의 문 앞에 목을 매고 죽을 필요 없어. 바로 여기에서 죽어버리면 돼.” 서일은 재빨리 옷이 흘러 내리지 않게 자신의 허리춤을 안았다. 이 거동에 저씨 집안의 하인들과 시위들은 놀라서 급히 달려 나와 도우려 했다. 우문호는 대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누가 앞으로 나서기만 하면 본왕은 먼저 그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저명양의 얼굴은 숨이 막혀 벌겋게 달아올랐다. 두 눈알도 금방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두 다리로 발버둥쳐 보았다. 발버둥칠수록 목은 더 옥죄여왔다. 그녀의 목에서는 ‘꺽꺽’하는 소리가 났다. 도움을 간청하며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시녀 만아가 갑자기 덤벼들며 말했다.“왕야께서 힘없는 여인을 괴롭히시다니요. 참으로 악랄합니다!” 우문호가 이 시녀의 몸매와 키를 보더니 저수부로 분장하여 그에게 그 미심쩍은 짓거리들을 한 사람은 아마 그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각 부아가 치밀어 올라 발길을 날려 힘껏 그녀의 아랫배를 차버렸다. 그녀는 허공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날아간 후 두 발로 벽을 박차더니 시위를 떠난 화살마냥 다시 날아오면서 손으로 비수를 날려 허리띠를 끊어버렸다. 저명양은 곧장 아래로 추락했다. 그녀는 달려가서 받으러 했다. 이미 채찍을 가져온 우문호는 그녀를 향해 채찍을 날렸다. 그녀가 피하기만 하면 저명양은 땅에 떨어진다. 아니면 이 채찍을 고스란히 맞으며 저명양을 받아야 했다. 채찍이 도달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채찍이 그대로 그녀의 머리꼭대기를 후려갈기도록 내버려 두었다. 한 줄기의 붉은 흔적이 남겨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저명양을 받아 천천히 땅 위에 내려 놓았다. 저명양은 땅에 내려지자 숨을 헐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저수부의 막대기가 내리쳐졌다. 방망이가 살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저명양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 뒤로는 죽기내기로 이를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저명취가 급히 뒤쫓아 왔다. 그 광경을 본 그녀가 달려왔다. 하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 막대기가 한 대 한 대씩 저명양의 등과 다리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뜻밖에도 말할 수 없는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저명양은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질렀다. 이 한대에 저수부는 아주 큰 힘을 들였다. 피부가 찢기고 터졌다.만아가 달려들어 저수부의 나무 막대기를 빼앗으려 했다. 우문호는 잔 하나를 쥐어 그녀에게 던졌다. 잔은 만아의 이마에 부딪쳤다. 곧 선혈이 낭자했다. 만아는 머리를 들고 음험하게 우문호를 보았다. 피가 아래로 뚝뚝 떨어지니 형용할 수 없이 음산하고 공포스러웠다. “초왕, 당신은 여인과 따지려 드네요. 정말 남자답지 못해요.”“저씨 집안의 노비는 이렇게 방자할 수 있군요. 본왕의 식견이 넓어졌습니다.”예친왕이 냉랭하게 말했다.저수부의 나무 막대기는 만아의 몸에 내려쳐졌다. 만아는 이를 악물며 버텼다. “어르신, 때리십시오. 이 노비를 때려 죽이시고 둘째 아가씨를 용서해 주십시오.”저씨 집안의 사람들이 잇달아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 저명양의 부모도 마침 도착했다. 저명양이 맞아서 거의 의식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 급히 막아서며 땅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저명양은 땅에 엎드려 있었다. 너무 아파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입술도 깨물어 터져서 아래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우문호를 보더니 팔꿈치를 약간 들어올리며 모진 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오늘 저에게 했던 모든 일들을 가슴 깊이 새길 거예요. 훗날 열 배로 갚아줄 겁니다.” 우문호는 그녀를 아예 보지도 않았다. 속으로 센 곤장이 서른 대를 넘기자 그의 화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가 일어서서 저수부를 향해 말했다. “수부, 저는
저수부는 자신이 정말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술을 올리라 명했다. 그는 소요공과 나한 침대에 앉아 가부좌를 한 채 술을 마셨다.“다섯째 그 녀석도 그래, 좀 쩨쩨했지.”소요공이 웃으면서 말했다.“너무 마음에 두지 마.”저부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쩨쩨하다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공처가인 거겠지.”소요공이 웃으며 술잔을 들어 그의 것과 부딪쳤다.“그 말에 반박하지 않겠어. 확실히 그랬어. 여인을 위해 정말 필사적이었지, 자네의 미움을 사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이야.”저수부가 그를 흘겼다.“그는 황실의 사람이야, 내 미움을 사는 게 어때서? 그럼 안되나? 다른 사람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그렇다 쳐도, 자네와 내가 무슨 사이인데 어찌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자네에게 좋은 술을 대접하면 안됐었어.”말을 마친 그가 손을 뻗어 가로채려 했다.소요공은 그의 손을 찰싹 때리며 입을 쩝쩝댔다.“됐어, 됐어. 인색하긴, 두 마디 말했다고 귀에 거슬려 할건 뭐람. 요 몇 년 동안 저씨 집안에서 좀 제멋대로 굴었어? 자네 정말 아랫사람들을 관리해야겠어. 어디서 온 배짱인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건방지게 구는 거야? 어린 계집이 감히 친왕에게 행패를 부리며 그가 아니면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하질 않나.”그가 자신의 얼굴을 때렸다.“낯은 어쩔 거야? 낯은? 내가 다 자네 대신 부끄럽군.”저수부가 차갑게 말했다.“관리라고? 적게 한 줄 아나? 내가 바쁘단 걸 자네도 알잖아. 부중의 일은 다 맏이한테 맡겼지만 그는 성정이 모질지 못해. 됐네, 됐어. 운이 다 한다면 그건 조상님의 복이 다 했다는 뜻이야. 내가 관 냄새를 맡을 나이에 아직도 그들을 관리해서 뭐하나? 죽을 사람은 죽어야지. 심란하지 않게 말이야.”“”자넨 죽어서도 편치 못할까 봐 걱정되는 군. 언젠가 자네가 들들 볶여 관에서 뛰쳐나올 듯싶어.”소요공이 회향콩을 먹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수부가 손을 내저었다.“이 얘기는 그만하지. 자네가 보기엔 초왕은 어떻던가?”“말했잖아, 쩨
만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온몸이 지저분한 소년의 눈빛은 차가웠고 적의가 가득했다. 그녀가 눈물을 훔치고는 말했다.“내가 네 집에 앉은 거야? 미안해, 자리를 좀 옮길게.”“넌 손발이 멀쩡하잖아. 일거리를 찾아.”소년이 냉랭하게 말했다.“왜 구걸을 하냐?”만아가 울음을 터뜨렸다.“난 남강인이야. 어느 집안에서도 남강 출신 여종을 원하지 않아.”“부두에 가서 큰 짐을 날라. 넌 손발이 튼튼하고 힘이 있잖아.”소년이 앉더니 배를 만졌다. 오늘도 역시 헛물만 켰다. 그는 이틀 동안 먹을 것을 얻지 못한 채 뱃속 가득 물만 채웠다.만아가 몸을 일으켜 떠났다.얼마 후 그녀가 돌아왔는데 손에는 찐빵 두 개를 쥐고 있었다. 그녀가 소년에게 찐빵을 건넸다.“내가 사주는 거야.”소년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너….”“훔친 게 아니고 내가 산 거야.”그녀가 자신의 귓불을 매만졌다. “원래 주인 댁에서 은귀걸이를 주셨어. 그걸 팔아서 돈 좀 바꿨지.”“너 거지가 아니었어?”소년은 그것을 건네 받아 조금씩 떼먹으며 오랫동안 씹고 나서야 삼켰다.“아니야. 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 같아.”만아가 서글프게 말하며 앉아서 소년을 바라봤다.“부두에 큰 짐을 나르는 곳 말이야, 여인을 받아줄까?”소년이 고개를 저었다.“아마 안 받아 줄걸.”만아가 한숨을 내쉬며 벌겋게 부은 눈을 문질렀다. 어쩌면 좋을 지 몰랐다.소년이 말했다.“너 권법 할 줄 알아?”“조금.”소년이 말했다.“내일 서집(西集)에 한번 가봐. 어떤 집안에서 권법을 하는 시녀를 구한다더라.”“나는 남강인이라니까.”만아는 일반 사람들이 남강인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년은 조금 짜증이 났다.“시도는 해보란 말이야. 안되면 그때 가서 다시 보면 되고.”“응, 알겠어.”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년은 참 괜찮은 사람 같았다.***한편 우문호는 왕부로 돌아가서 어떻게 저명양에게 죄를 물었는지, 어떻게 가법으로 다스려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