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씨 어멈과 아사는 요 이틀 사이 조금 바빴다. 부중에는 일손이 부족했다. 특히 나중에 어린 세자가 태어나면 각종 일로 더 바쁠 터였다. 때문에 왕부에는 믿을 만한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좋기는 권법을 할 줄 아는 자여야 할 것이다. 이 건의는 아사가 했다. 왕비가 출입할 때 신변에 권법을 할 줄 아는 시녀가 따라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하여 다음날 아침부터 아사는 희씨 어멈을 이끌고 서집에 갔다. 그들은 초왕부에서 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몇몇 실력이 좋은 시녀를 구해 부인을 시중들게 한다고 했을 뿐이다. 내세운 가격이 퍽 훌륭한지라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적합한 이를 찾지는 못했다. 아사의 요구는 매우 높았는데 그녀와 십 수를 겨룰 수 있어야만 받아들이려 했다.안타깝게도 삼 수를 버티는 이도 적었다.오늘도 좌판을 벌렸더니 노예상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사가 손을 내저었다.“됐네, 우리가 알아서 구하겠어.”그녀는 노예상을 믿지 않았다. 말하는 법, 성격까지 모든 항목을 가르쳤으니 진심을 보아낼 수 없었다.노예상이 웃었다.“이미 이, 삼 일이나 나오셨지만 한 사람도 못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소인 수중의 이들을 한번 보시지요. 각양각색의 미녀들이 다 있답니다.”아사가 언짢은 듯 말했다.“누가 언제 미인들을 요구했어? 우리가 원하는 건 마음가짐이 순수하며 올곧고 권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저리가, 길 막지 말고. 이제 곧 사람이 올 테니.”노예상이 재미없다는 듯 자리를 떴다. 이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튼튼해 보이는 소녀였다. 아사는 먼저 권법에 대해 물어봤다. 소녀는 자신의 힘이 세다며 단번에 쇠솥을 들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겨뤄보니 아사는 발을 한 번 걷어차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쇠솥을 들어올리는 것은 쓸모가 없어 보이네요.”아사가 탄식했다.희씨 어멈이 웃었다.“그만 하시지요, 몇몇 튼튼한 이를 찾으면 될 겁니다. 요즘 무예를 배운 소녀들은 아주 적으니까요.”희씨 어
서일이 아사를 쳐다보며 물었다.“뜬금없네요. 그냥 본 것 같다고만 왜 뻔뻔스럽다고 그래요?”“분명 그녀가 예쁘니 어디서 본 것 같다고 한 거겠죠. 전 당신과 같은 호색가들을 많이 봤어요.”서일은 얼이 빠져있다가 그녀를 덥석 끌어당기며 벽으로 밀쳤다.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아사를 자신의 커다란 그림자 속에 가뒀다. 그가 커다란 얼굴을 들이밀며 근엄하게 말했다.“똑바로 말해봐요, 누가 호색가라는 겁니까?”아사는 깜짝 놀라서 얼른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며 밀쳐냈다. “무슨 짓이에요?”그녀가 밀치면서 손가락이 서일의 눈을 찔렀다. 서일이 급히 손을 올려 찰싹 때렸다. 아사도 손을 뻗어 때렸다. 하여 두 사람은 결국 겨루기 시작했다.서일이 크게 화를 냈다.“왜 자꾸 생트집을 잡아요? 당신 성이 원씨라서 내가 두려워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나한테 멍청하다 하는 것도 당신에게 따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아예 저더러 호색한이라면서 제 눈알을 파버리려고 하고 있네요.”아사가 화를 냈다.“난 그저 당신과 농담한 것 뿐이에요. 돼지 머리라서 모르는 거예요?”“당신이야말로 돼지 머리에요.”“댱신이 돼지 머리가 아니면 누가 돼지 머린데요?”아사가 불쑥 앞으로 몸을 날리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서일은 그녀가 또 손을 대려고 하자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쳤다.“꺼져요…”아사는 머릿속이 ‘펑’하고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이 머문 위치를 보노라니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녀가 하늘을 뒤흔들 듯 소리를 질렀다.“서일, 이 망할 호색한 같으니라고. 감히 나를 희롱해?”그녀가 펄쩍 뛰며 서일의 뺨을 갈겼다. 서일은 한 손으로 뺨을 감싸며 다른 한 손을 거뒀다. 그가 경악에 차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가슴을 쳐다보았는데 그의 얼굴빛이 공포로 물들었다.“세상에, 당신이 여인이라니.”“빌어먹을. 내가 여자인걸 몰랐어요?”아사가 노성을 질렀다. 서일이 목을 움츠러뜨리며 억울한 듯 말했다.“당신 항상 왁자지껄했잖아요. 누가 당신이
원경능은 처음에 정신을 딴 데 팔며 대충 듣고 있었지만 그녀의 비분에 가득 찬 말투를 듣고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여인으로서, 기왕비도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것이다.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쓸쓸한 인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한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 악랄한 수단을 사용했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아무리 그녀가 처참한 일을 당해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원경능이 말했다.“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생각할 줄 안다는 거예요. 어떤 일은 해야 하고, 어떤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죠. 모든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선(線)이라는 게 있어요. 모든 사람이 그래요. 당신은 많은 악행들을 저질렀어요. 그건 모두 당신이 기꺼이 원해서 한 일이죠. 누구도 당신에게 강요한 적 없어요. 기왕이 당신보다 백배는 악하다고 해서 당신이 무고한 게 아니에요.”“난 무고하지 않아요. 난 내가 무고하다고 말한 적 없어요.”기왕비는 약간 흥분한 듯 보였다.“당신이 내 죄상들을 셀 필요는 없어요. 난 내가 병에 걸린 게 인과응보란 걸 알아요.”“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원경능이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기왕비는 낙담한 듯 보였다.“당신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군요.”“우린 말이 통하지 않을 겁니다. 전 당신이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호소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기왕의 무정함을 털어놓거나 공감할 사람을 찾아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위해 변명하려 하죠. 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될 수 없어요. 사람 잘못 찾았어요.”기왕비가 냉랭하게 말했다.“뭘 그렇게 기고만장해있어요? 당신은 지금 다섯째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자신의 처지를 잊을 만하죠. 만약 당신이 시집 오자마자 다른 여인들과 총애를 다퉈야 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부군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면 당신도 저처럼 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 거예요.”원경능이 고개를 저으며 엄숙하게 말했다.“저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사실
삼 일 동안 단식하며 배를 곯았다. 그녀는 실로 물을 제외한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평생 이렇게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쟁취해 본 적 없었다. 심지어 이 순간, 우문호가 그녀를 대들보에 매달아 조여와 숨을 쉴 수 없을 때 조차, 심지어 가법에 의해 서른 대를 맞게 했을 때조차 그녀는 그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을 뿐 그 사랑이 줄어들지 않았다.그가 격노했던 순간이 그녀에게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마치 채찍을 들고 휘두르며 시녀들을 때리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같은 부류였던 것이다.그녀의 침대 옆을 지키던 저 대부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계집애가 어쩜 이리 고집이 센 것이냐? 대체 우문호가 뭐가 좋다고? 꼭 그에게 시집가겠다고 네 조부의 화를 돋워야겠느냐, 기왕에게 시집가면 좋지 않은 것이냐? 기왕비는 보기에도 오래 살 것 같지 못하니 네가 시집간다면 얼마 되지 않아 정비가 될 것이다. 무엇이 아쉬워서 초왕에게 모욕을 받겠다는 게야? 원경능은 현재 임신 중이다, 만약 아들을 낳는다면 그 지위가 산처럼 굳건할 테지, 네가 흔들 수 없단 말이다.”삼 일 동안 타일러보고 혼도 내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저 대부인은 가슴이 아프면서도 화가 났다. 특히 몸에 난 상처를 보면 화를 내다가도 그래도 가슴이 아팠다.저명양은 맥없이 엎드린 채 한사코 꼼짝하지 않았다.저 대부인은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는 큰 딸 저명취를 바라보았다.“네 동생 좀 타일러 보거라.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지 말고.”저명취는 더는 오고 싶지 않았다. 모친이 세 차례나 사람을 보내 통보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저명양의 규방에 한 발작도 들이고 싶지 않았다. 모친의 말을 듣고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어찌 타이를 수 있겠어요? 모친도 말씀 하셨잖아요. 그녀가 들어야지 쓸모가 있다고요. 그녀가 듣지 않는데 말을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그럼 가세요.”저명양이 나른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투는 매우 차가
희씨 어멈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티 나지 않게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그녀가 재차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대부인, 어서 앉으시지요.”저 대부인은 희씨 어멈을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든 그녀는 아사가 여기에 서있는 것을 보고 따라온 시녀라고 생각하며 명령했다.“너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일이 있으면 부를 터이니.”아사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요, 전 여기에서 희씨 어멈과 함께 하겠어요.”저 대부인은 잠시 멍해졌다.“너….”희씨 어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원씨 집안의 이 아이는 원래 무지막지합니다.”저 대부인은 그녀가 원씨 집안의 계집이라는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 원씨 집안의 다른 한 계집은 제왕부의 측비였다. 명취와 한바탕 난리를 피웠던 바로 그 거추장스러운 물건 말이다.아사는 검은 안은 채 서있었다. 턱을 조금 치켜든 모습이 냉랭해 보였다. 결코 저씨 집안의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아사가 이 곳에 있으니 저 대부인은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차는 이미 두 잔을 마신 상태였지만 저 대부인은 여전히 인사치레로 몇 마디 겉발림 말을 했을 뿐이었다.따분해진 아사는 몸을 돌려 문 어구에 서있었다. 어쨌든 방안에는 저 대부인과 희씨 어멈 두 사람뿐이었고 다른 사람들은 다 밖에 있었다. 방금 나가지 않은 것은 그저 저 대부인의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저 대부인은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희씨 어멈을 보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겠네. 오늘 어멈을 부른 것은, 어멈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네.”“소인이 어찌 ‘부탁’이라는 말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말씀 마시지요, 대부인.”희씨 어멈이 말했다.저 대부인이 희씨 어멈의 손을 잡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슬프고 가여운 눈빛으로 말했다.“어멈, 오늘 비웃음을 당하는 것도 무릅쓰고 나왔네. 내 차녀 저명양이 단식한지 삼 일이 지났네. 초왕에게 꼭 시집가겠다면서 말이네. 허나 그
희씨 어멈은 화가 나서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가 성을 내며 비난했다.“저씨 집안에는 어찌 당신 같은 사람만 난단 말입니까? 이게 어딜 봐서 부득이한 겁니까? 저는 이렇게 오래 살았지만 당신 같은 사람들은 아직 본 적 없습니다. 뻔뻔스럽게 한 남자를 쫓기나 하고. 처음엔 환술로 우롱하더니 이어서 압력을 가하고, 지금은 더욱 저에게 당근과 채찍을 휘두르고 있군요. 왜요, 초왕부에 시집오면 승천이라도 할거라 여기는 겁니까? 마음대로 소문 내십시오. 전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나이도 많고 이젠 관 냄새도 맡아집니다. 더 이상 훼손될 청렴한 명성 따윈 없단 말입니다.”말을 마친 희씨 어멈이 몸을 돌려 밖으로 떠났다. 밖에서 기다리던 아사는 희씨 어멈이 씩씩거리며 나오자 그녀가 모욕을 당한 것을 알고 급히 부축하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누굴 팰까요?”희씨 어멈이 화를 내며 말했다.“갑시다.”아사는 고개를 돌려 매섭게 저 대부인을 한번 노려보았다. 저 대부인은 손가락으로 찻잔을 움켜쥐었는데 화가 나서 손가락 마디가 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 희씨 어멈이 궁에서 보낸 세월이 있으니 그녀는 어멈이 정세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고집이 세고 냉담할 줄은 미처 몰랐다. 그녀가 일어서며 외쳤다“기다리게!”아사가 고개를 돌리며 화를 냈다.“또 무슨 일인데요?”저 대부인이 희씨 어멈을 보며 말했다.“본부인이 다시 자네에게 묻겠네. 자네 할 텐가, 말 텐가.”희씨 어멈은 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바로 아사를 끌고 자리를 떴다.저 대부인은 힘껏 찻잔을 내던졌다. 오늘 일이 반드시 성사될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희씨 어멈이 이런 태도로 자신을 대할 줄은 전혀 몰랐다. 명양이의 밀이 맞았다. 노비주제에 어찌 이렇게 오만하단 말인가?보아하니, 그녀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으면 저씨 집안의 무서움을 모를 것 같았다.***희씨 어멈은 왕부로 돌아가 원경능에게 보고했다. 원경능은 어멈의 말을 듣더니 놀라서 멍해있었다. “뭐라고? 감히 자네를 협
희씨 어멈이 석연치 않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왜 까발리지 않는단 말입니까? 설마 그녀를 여기에 두시려고요?”원경능이 말했다.“자네들이 말하길 그녀가 지원했을 때 이미 신분을 밝혔다고 했네. 저부에서 왔다고 말이야. 우리를 속이지는 않았지. 그러나 그녀에게 다른 의도가 없다는 뜻은 아니네. 하지만 이렇게 신분을 밝히고 초왕부로 들어와서 뭘 하려는 걸까? 외모를 바꾸지도, 신분을 바꾸지도 않았으니 내가 그녀를 중용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 텐데. 그녀도 나를 가까이 할 방도가 없지 않은가? 그럼 대체 여기에 와서 뭘 한단 말인가?”희씨 어멈이 불현듯 무언가 떠올라서 말했다.“그녀는 여기가 초왕부인 것을 몰랐습니다.”“몰랐다고?”원경능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어찌 모른단 말인가? 계약서를 쓰지 않았나?”“예, 하지만 그녀는 글을 모릅니다. 본인은 남강인이라며 글을 모른다고 했습니다.”희씨 어멈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날 제가 여기가 초왕부라고 하니, 그녀는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얼굴색도 변했고요. 그때 조금 주의하긴 했으나 그녀가 왕부에서 시중든 적이 없어서 규율을 모를까 걱정된다고 한 말을 믿었지요.”“초왕부인 걸 몰랐다고?”원경능은 의심스러운 시선을 들어올렸다.“혹시 모른 척 한 게 아닌가?”“그럴 수도 있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어쨌든 이 사람은 매우 위험합니다. 제가 보기엔 당장 쫓아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아사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너무 위험해요. 그녀는 환술을 할 줄 알아요.”“최면술이지 환술이 아니야.”원경능이 바로잡았다.“하지만 그녀는 무고도 할 줄 안다고요. 남강인 대부분은 무고를 할 줄 알아요.”아사는 그녀가 저명양을 도왔다는 걸 떠올리자 구역질이 났다.희씨 어멈이 말했다.“맞습니다. 그는 왕비를 가까이하지 않고도 무고를 할 수 있습니다.”원경능은 무고의 술에 대해 조금 연구했었다. 그녀가 말했다.“아니, 무고도 독충을 놓아야 가능한 일이네. 독충을 놓으려면 음식이나 혈액에 놓는
그녀는 만아를 감싸주려는 게 아니었다. 혹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만아가 이렇게 왕부에 들어온 것에 꼭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문제를 똑바로 해결한 다음 내보내면 더 좋지 않은가? 이렇게 애매하고 어정쩡한 일을 아직도 몇 번이나 더 당해야 한단 말인가?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후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싫어하고 그녀의 아이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이런 초목이 다 군사로 보이고 사람이 다 귀신으로 보이는 생활이 싫증났다. 모두들 이렇게 긴장해 하는데 그녀가 긴장해 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죄를 짓는 것 같았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생활이 좀 여유롭기를. 더는 이렇게 팽팽하게 죄이지 않기를 바랐다.그녀는 자신의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진 나머지 끊어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일어났다. ‘됐어, 그래도 나가서 들어나 보자.’밖으로 나오자 우문호는 그녀가 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는 체도 안 했다. 그저 정좌에 앉은 채 낯빛을 냉랭하게 굳히고 있었다.원경능은 객석의 의자에 앉았다. 그와 말을 섞지 않고 그저 아사한테 물었다. “그녀는?”“서일이 데리러 갔어요.”아사가 조용히 말했다.만아는 서일이 오는 것을 보고 자신이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도 달아나지 않았다. 운명에 순응하듯 앞으로 걸어나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서 대인.”서일이 냉랭하게 말했다. “왕야께서 너를 보자 하신다. 충고하는데 육체적인 고통을 적게 받으려면 순순히 다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만아가 말했다. “서대인, 길을 안내하시지요.”“네가 앞에서 걷거라. 뒤에서 무슨 속임수를 쓸지 누가 알겠어?”서일이 말했다.그리하여 만아가 앞에서 걷게 되었다. 뒷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였다.원경능은 만아가 걸어 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깔고 있었는데 표정은 고요했다. 비록 조금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저 운명에 맡긴 듯이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