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2286 챕터

제1121화 걱정스러운 마음

장영희는 홧김에 테이블을 뒤집었고 위에 놓인 꽃잎들과 와인은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다.레스토랑 경비원이 재빨리 들어섰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 나 혜인이 엄마야. 이 사람 내 딸 남자 친구라고.”장영희의 손끝은 자연스레 반승제를 향했으나 압도적인 그의 카리스마에 겁을 먹은 듯 이내 눈치를 보며 손을 거두었다.“다른 여자랑 데이트 중이니? 우리 혜인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네가 자고 싶을 때 연락하는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큰 오산이야. 이대로는 안 되겠어. 정신적 피해 배상금 내놔.”그녀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다들 반승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던 터라 차마 못 들은 척 자리에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반승제는 싸늘한 눈빛으로 장영희를 바라봤고 겁을 잔뜩 먹은 그녀는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었다.“내 말이 틀려? 솔직히 자고 싶을 때만 혜인이 찾잖아. 너 때문에 나중에 시집 못 가면 책임질 거야?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위자료 내놔. 안주면 지금 당장 고소할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 혜인이 감정을 갖고 노는 쓰레기라는 걸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게 될 거야. 내 딸이 망가졌는데 엄마로서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 죽인다고 해도 두렵지 않으니까 마음껏 해봐.”그 말을 들은 설인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얼굴은 한없이 차분했다.그녀는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들어보니 정말 너무하네요. 혜인 씨가 따님인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죠?”“넌 뭐야? 남 일에 참견하지 말고 꺼져.”장영희는 손을 들어 단숨에 설인아를 밀쳤다.뒤로 넘어지면서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자 ‘꽝’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진 설인아는 움직일 수 없었다.그 순간 장영희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보기와 다르게 연약하네. 살짝 밀었을 뿐인데 이렇게 다칠 일이야?’반승제는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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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가장 잔인한 고문

30분 후, 복도가 조용해지자 설기웅이 입을 열었다.“반 대표님, 인아랑 약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시죠? 솔직히 말해서 혜인 씨는 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 만약 제가 이번에 혜인 씨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대표님은 어느쪽에 설 생각인가요?”“혜인이한테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요?”“엄마니까 당연한 거죠? 결국엔 혜인 씨 때문에 우리 인아가 다친 거잖아요. 집안에서 귀하게 자란 애가 이런 대우를 받다니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네요.”설인아가 설씨 가문의 공주님인 건 맞는 말이니 반승제도 차마 이를 반박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복도는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설기웅은 그의 답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응급실 방향을 애타게 바라봤다.밤새도록 기다렸으나 설인아는 응급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복도의 끝에는 엔디가 서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설인아가 일부러 꾸민 일이 틀림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허약한 몸과 달리 마음먹은 일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꺼이 해내는 불도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니까.이번 일은 반승제를 자극하기 위함이다. 그녀는 성혜인의 집안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게다가 그녀가 다쳤으니 설씨 가문은 반드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일석이조가 아닌가?구석에 조용히 서있던 엔디는 반승제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졌다.그는 지난번에 설인아가 기회를 틈타 성혜인을 죽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하지만 아무리 철저한 계획이라도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혼자 자리를 피한 성혜인은 우연히 반태승을 만났고 그렇게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되었다.엔디는 응급실에 누워있는 설인아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기로 결심했다.곧이어 사악한 눈빛으로 돌변하더니 조용히 병원을 떠났다.그는 설인아가 이번 일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성혜인에게 가장 잔인한 고문을 맛보게 할 것이라며 이를 갈았다.그 시각 성혜인은 포레스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몸이 많이 힘들고 지친건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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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암살

반승제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성혜인은 자연스레 그들의 표적이 된다. 왜냐하면 이건 설인아가 일찌감치 설기웅에게 요구했던 일이니까.성혜인의 번호로 전화가 걸리자 잠깐 사이에 S.M의 직원들은 회사의 새로운 프로젝트와 관련된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사장님, 저희가 TJ 엔터의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회사가 TJ 엔터를 매입하면서 협력사에 유리한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저희와 함께 손을 잡기로 했던 회사들은 전부 TJ 엔터로 등을 돌렸고, 이름만 그대로일 뿐 경영진까지 싹 다 갈아엎었다고 합니다.”그동안 많은 계약을 성사했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프로젝트들이 바람맞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TJ 엔터에 새로운 자본이 개입된 것도 모자라 그들이 직접적인 이익을 협력사에 양도했으니, 이익을 좇는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성혜인은 현기증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TJ 엔터를 사들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냈어요?”“설씨 가문인 것 같습니다.”그 답을 들은 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졌다.수년에 걸쳐 많은 부를 축적한 플로리아의 명문가인 설씨 가문에 비하면 S.M은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설씨 가문의 빌딩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이 그들 소유이자 자산이고, 금싸라기 땅인 플로리아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이라는 과장된 비유가 있을 정도였다.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렸다.‘인아 씨 때문에 지금 의도적으로 이러는 건가?’그녀는 장하리에게 물었다.“지금 우리가 따낸 프로젝트가 몇 개죠?”“예정대로라면 절반이어야 하는데 몇몇 기업들이 등을 돌리면서 계획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 프로젝트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 일주일 동안 밤새우면서 야근했는데...”바람맞은 게 빼박인 상황이니 다들 불만이 생기고 마음이 답답하기 마련이다.성혜인은 이 모든 게 설기웅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깨닫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설기웅은 반승제에 겨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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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책임 전가

“장 비서!”그녀의 외침 소리와 함께 엔디는 시야에서 사라졌다.이 한 방은 성혜인을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한 엔디의 감정 분풀이나 다름없었다. 성혜인을 죽이지 못한다면 그녀에게 절망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성혜인은 겁을 먹은 채로 바닥에서 일어나 재빨리 장하리의 곁으로 달려갔다.“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요.”장하리는 피가 나는 곳을 힘껏 막았고 순식간에 손바닥은 피범벅으로 되었다.“사장님이 괜찮으시다면 다행입니다.”성혜인은 가슴이 미어져 괴로울 지경이었다. 엘리베이터로 몸을 피했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바보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으니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거나 다름없었다.그녀는 장하리를 부축하며 얼른 병원으로 가려고 했으나, 장하리는 고개를 저었다.“매니저님에게 부탁하면 됩니다. 사장님 지금 온몸이 휘발유로 젖어있어요. 작은 불꽃이 튀어도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니 너무 위험합니다. 게다가 그 남자가 밖에서 저희를 기다리고 있다면 자칫하다 지하 주차장 전체가 불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부상을 입은 채로 이 악물고 말하던 장하리는 끝내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성혜인은 그녀가 다친 곳을 손으로 누르며 곧바로 한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2분 후, 한서진이 도착했다.처참한 현장을 목격한 그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장하리를 차에 태웠고 성혜인은 걱정스레 한마디를 건네고선 사무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그들이 향한 병원은 공교롭게도 설인아와 같은 병원이었고, 그들은 같은 층의 다른 수술실에 있었다.성혜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땐 마침 설인아가 응급실에서 나왔고 그 자리 그대로 장하리가 들어갔다.샤워했지만 온몸에 아직도 휘발유 냄새가 가득했다. 그녀는 설기웅 일행은 물론 반승제와도 스치듯 마주쳤다.반승제는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고, 그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설명할 힘이 없었던 성혜인은 단지 장하리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을 뿐이다.하지만 이대로 놓아줄 설기웅이 아니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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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크나큰 오해

설우현과 설기웅도 서둘러 병실로 들어갔다.병상 위의 설인아는 여전히 혼수상태였고 한쪽으로 늘어진 손목은 눈부실 정도로 하얗다.설기웅은 그녀의 손을 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이 일로 인하여 건강이 악화되는 건 확실하니까.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설우현은 그가 건 번호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형, 아버지한테 사실대로 말할 거예요?”“응.”불안함을 느낀 설우현은 안절부절못했다. 아버지는 설씨 가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이기에 설인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된다면...하지만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전화가 걸렸다.플로리아는 시차가 있었다. 핸드폰 너머의 중년 남성은 번쩍이는 화면을 보며 통화버튼을 눌렀다.“기웅아, 무슨 일이니?”“아버지, 인아가 입원했습니다. 지금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아버지도 이 일을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핸드폰 너머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생명에는 지장 없고? 많이 다쳤니?”“반 대표님의 전처와 관련된 일입니다. 인아가 반 대표님이랑 결혼한다는 사실을 전처의 부모님이 알게 되었고 홧김에 인아를 밀쳤습니다.”설의종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더니 멍하니 창밖에 풍경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이었다.“인아가 괜찮으니 됐어. 다른 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제원으로 오실 건가요?”“며칠 뒤에 갈 거야.”진세운에게 부탁한 일이 있었으나 지금껏 그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어찌 보면 당연하다. 20년 전의 일인 데다가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어떻게 쉽게 아이를 찾을 수 있겠는가?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기웅아, 혹시 그쪽에서 우리 가족인 것 같은 아이를 만난 적 있니? 성격 좋고 천성이 착한 아이 말이다.”설씨 가문에서 설인아가 혈연관계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그뿐이었기에 이 말은 단지 떠보는 것에 불과했다.설기웅의 머릿속엔 성혜인의 맑고 강렬한 눈동자가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녀가 동생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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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결혼은 고민해 볼게요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말에 여자는 눈물을 펑펑 쏟았고, 다급하게 달려온 남편의 부축을 받아 병실로 돌아갔다.남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와이프가 임신해서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거든요. 제가 늘 옆에서 괜찮을 거라고 타일러도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늘 불안해했었는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이 좋아질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성혜인은 남편에게 안겨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비록 임신은 힘든 일이지만 남편의 헝클어진 머리와 구겨진 정장을 보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 무슨 기분이었는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고 남편은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닦아주었다.“여보, 아이 낳지 말자. 그냥 우리 둘이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 가는 게 어때? 난 아이 없어도 정말 괜찮아.”“안돼. 난 갖고 싶단 말이야. 무조건 낳을 거야.”“그래그래, 알겠으니까 흥분하지 마.”성혜인은 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들 부부를 바라봤다. 그녀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반승제의 얼굴도, 심지어 아이의 얼굴도 못 봤으니까.자고 일어났더니 아이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절망적인 상황에 반승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는 짜증 내며 잔인하게 전화를 끊었다.이것이 그녀의 마음에 가시가 되었다. 설령 그녀가 지금 반승제를 좋아하더라도 이 일을 떠올리기만 하면 심장을 찌르는 듯 아파졌다.성혜인은 멍하니 자리에 서 있다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부딪히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손에 든 물건을 집어 들고 장하리가 있는 층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그녀 역시도 검사를 마쳤다. 정상적인 생리불순이었고 주기적으로 소요환을 복용하며 몸조리를 잘한다면 바로 생리가 온다고 한다.임신이 아니면 된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하지만 그녀는 방금 의사와 나눴던 대화가 반승제에게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몰랐다.설인아의 병실로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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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나도 자존심 있는 사람이야

성혜인은 그에게 정말 이 관계를 끊고 싶은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볼 뿐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1분 후, 반승제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고 성혜인은 재빨리 뒤를 따랐다.“승제 씨...”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간 그녀는 문이 닫히려고 하자 직접 손으로 막았다.그녀의 행동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반승제는 재빨리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눌렀고 잔뜩 화난 표정으로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정말 인아 씨랑 결혼 할 거예요?”“응.”성혜인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약봉지를 꽉 쥐었다.“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할아버지를 해치지 않았다는 걸 믿지 않는 거죠?”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늘 그렇듯 가슴이 미어졌고 마치 칼로 긋는듯한 고통에 이 상황을 피하고자 망설임 없이 닫힘 버튼을 눌렀다.“할아버지를 다치게 한 사람은 제가 아니에요. 전 칼에 찔린 걸 보고 바로 달려갔다고요. 할아버지가 검은 상자를 건네주면서 꼭 승제 씨에게 건네주라고 하셨어요. 그 안에 독사가 들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단 말이에요.”그녀는 모든 걸 설명했지만 유독 배현우의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편파적인 그녀의 행동에 반승제는 헛웃음이 나왔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혜인아,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건 네 탓이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데 아이가 그걸 버티겠니?”믿기지 않는 말에 성혜인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뭐라고요?”“난 단지 아이가 왜 잘못됐는지 얘기해주는 것뿐이야.”찰싹!성혜인은 뺨 한 대를 날리고선 분풀이를 하는 듯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어느새 입가는 피로 물들고,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반승제는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배현우의 대체품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였으니까.그는 배현우야말로 그녀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자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의 아이를 낳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사람으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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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비수처럼 꽂힌 말 한마디

반승제는 엘리베이터에 서서 천천히 줄어드는 층수를 보며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순간 정신을 번쩍 차린 그는 필사적으로 위층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렇게 1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성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애타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베이터는 애석하게도 지하 2층으로 내려갔고 옆에 있던 또 다른 엘리베이터는 위층에 멈춰 내려올 기미가 없었다.족히 1분을 꼬박 기다리다 지친 듯 바로 옆에 있는 계단으로 다가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단숨에 8층으로 올라간 그는 어느새 이마가 땀범벅이 되었다. 답답함에 고민할 틈도 없이 넥타이를 잡아당겼고 단추들이 우수수 떨어졌으나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본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성혜인을 발견했다.자리에 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 고통스러웠다.그래도 다가가기 전에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정장이 단정한 걸 재차 확인하고서야 다가갔다.“성혜인.”반승제는 그녀의 뒤에 서서 이름을 불렀다.순간 환청이 들린 줄 알고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성혜인은 재빨리 눈물을 닦고 맑은 눈동자로 뒤를 돌아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속눈썹마저 눈물에 젖은 모습을 보니 반승제는 가슴이 미어졌고 전보다 야윈 모습에 저도 모르게 반승우를 원망하게 되었다.정말로 그녀를 위한다면 임신 전에 몸 관리할 시간을 주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혜인아,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만약 그녀가 솔직하게 터놓는다면 결혼은 물론이고 그녀의 아이마저 키울 생각이었다.반승제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묻는 거나 다름없었다.한때 그는 오매불망 자신을 바라보는 순수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게 로망이었지만 하필이면 유부녀인 성혜인에게 사로잡혔다.나중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된다고 기준을 낮췄으나 성혜인은 그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뱃속에는 반승우의 아이까지 있다.하지만 사실대로 진실을 얘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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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부질없는 사랑

장하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병실에 들어오는 성혜인을 보고선 걱정스럽게 물었다.“회사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성혜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장 비서님은 당분간 출근하지 말고 병원에서 쉬어요. 전 돌아가서 샤워하고 바로 회사로 나가봐야겠어요.”“알겠습니다. 사장님도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는데...”“괜찮아요.” 곧이어 성혜인은 병원을 나섰다. 고개를 들어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녀는 포레스트로 돌아와 온몸을 뒤덮은 휘발유를 깨끗이 씻었다. 마치 배현우와의 하룻밤을 씻어내는 듯 사정없이 몸을 문질렀고 어찌나 정신이 없었는지 욕실을 떠나고서야 자기 피부가 빨갛게 물든 걸 발견했다.곧이어 아래층으로 내려온 성혜인은 쓴 커피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선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회사에서는 다음 달 목표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고 그녀는 자정까지 서류를 보며 일에 전념했다.건물 밖의 네온사인들이 하나둘씩 켜지자, 그녀는 커피를 들고 창가로 다가가 창밖의 모든 것을 묵묵히 바라봤다.이때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알고 보니 방송국에서 걸려 온 인터뷰 요청 전화였다.완곡하게 거절했으나 휴대전화 너머의 질문 폭격은 멈출 줄 몰랐다.“평생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계획입니까?”그 질문에 성혜인은 순간 얼어붙었다. 한때 인터넷에는 그녀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라는 소문이 돌았고 심지어 잘나가는 남자 연예인의 스폰서라는 터무니없는 일이 사실인 양 널리 퍼졌다. S.M그룹이 현재 사정이 어려운 건 이미 모두가 알고 있기에 협력사 입장에서는 섣불리 배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인터뷰한다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뿐만 아니라 주가 상승도 가능하다.스스로를 상품으로, 그것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 상품으로 홍보한다면 이 모든 게 쉬울지도 모른다.하지만 성혜인은 이런 인터뷰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설사 참여한들 기자들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며 난처하게 만들 것이다. 만약 설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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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심상치 않은 눈빛

일에 모든 정력과 마음을 쏟게 되면서 성혜인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고 역시나 계획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은 실검에 오르게 되었다. 예전에 그녀는 장하리에게 마케팅 계정을 운영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어느덧 그 계정에는 수백만 명의 팔로워가 생겼다.성혜인이 온수빈을 버리고 반승제에게 고급 승용차와 다이아몬드 시계를 선물하며 애정 공세를 벌인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케팅 계정에는 빠르게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반 대표님이 설마 명품 시계가 없겠어?][참 수준 떨어지는 여자네.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봐? 대표님은 왜 저런 여자를 가만두는 거지?][성혜인 사진 갖고 있는데 공유받고 싶은 분 대댓글 남겨줘요.]곧이어 사진 한 장이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었다.의외인 건 사진 속의 여자는 성혜인 본인이 맞았다.박시한 옷을 입고 있던 탓에 평소보다 훨씬 뚱뚱하게 찍혔는데 뒷모습만 보면 백 킬로가 넘는 것 같았다.성혜인은 이런 사진을 찾아낸 네티즌들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이 사진 공개되자마자 순식간에 10만 명의 팔로워가 늘었고 하나같이 그녀를 조롱하려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성혜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메이크업팀을 찾아가 차분한 스타일로 꾸몄다.우선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게 화려해서는 안 됐고, 그룹의 대표라는 포스가 느껴지는 스타일로 단장했다.짙은 메이크업은 아니었지만, 두 시간이 걸렸다. 쌩얼처럼 보이는 꾸안꾸 컨셉이었는데 뭔가 청초해 보이면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산뜻함이 묻어났다.성혜인은 미리 준비한 하얀색의 정장으로 갈아입고 곧바로 시상식 현장으로 향했다.주최 측은 그녀를 위해 미리 의자를 준비해 두었고, 같은 시각 밖에 서는 연예인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었다.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성혜인은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리라 짐작하고 온수빈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성혜인의 이름이 붙어있는 의자를 보고 감격을 금치 못하던 온수빈은 깔끔한 슈트 차림의 그녀를 보고선 더욱이 어쩔 줄 몰라 했다.그는 마치 사랑을 막 배운 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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