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의 모든 챕터: 챕터 1131 - 챕터 1140

2282 챕터

제1131화 숨 막히는 고통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시상식인 만큼 S.M그룹을 비롯한 많은 영화와 방송사 관계자들이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었다.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하리마저도 의사에게 TV를 켜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실시간으로 모든 걸 지켜보던 그녀는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성혜인의 정성에 혀를 내둘렀다.최근에 많은 파트너와 협력사가 등을 돌렸으니 반드시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임펙트가 있어야만 했다.장하리는 그녀의 희생에 감동받은 듯 눈도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라 TV를 바라봤다.카메라가 S.M 소속 연예인을 비추는 순간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자부심마저 느껴졌다.회사가 밑바닥일 때부터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던 장하리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회사가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눈시울을 붉히며 TV를 보던 그녀는 노크 소리를 듣고서도 신경 쓰지 않았고, 간호사가 왔겠거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병실 문이 열리면서 남자가 들어왔다.그의 아우라에 압도된 장하리는 온몸이 굳어졌고 이불 밑에 감춘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그녀는 주눅 든 모습을 보이기 싫은지 당당한척하며 벽에 기대었으나 그 행동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남자는 그녀의 곁에 앉아 곁눈질로 힐끗 쳐다봤다.오가다 여러 번 만났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장하리는 그를 볼 때마다 지레 겁을 먹더니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그렇게 한동안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어쩌다가 다친 거예요?”장하리는 남자가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상상이라도 되는 듯 흠칫 놀라더니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누군가 사장님을 암살하려고 했습니다. 그걸 막다가 한방 찔렸어요.”남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흥미로운지 살며시 눈썹을 치켜올렸다.현실은 칼이 조금만 빗겨나갔다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심각했다.“충성심이 넘치네요.”장하리는 제원의 모든 사람이 성혜인을 멀리한다는 걸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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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안 좋아해서 헤어졌어

반승제는 화면 속의 성혜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뺨이 따끔하게 아파졌다.이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로 온 문자메시지였다.[성혜인 임신했지?]그 말은 순식간에 반승제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홧김에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으나 핸드폰 너머로는 아무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반승제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어디야?”상대방의 비웃는 소리와 함께 통화는 마무리되었다.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고, 곧바로 전화해 부하들에게 배현우의 위치를 알아내라고 명령했다.반승제는 짜증스럽게 목에 감은 넥타이를 풀고선 의자에 앉았다.그 후 생방송이 끝나자, 외투를 들고 BH 그룹을 나섰다.운전해서 스카이웨어에 도착한 그는 우연히 그곳에서 진세운을 마주쳤다.진세운은 워낙 바쁘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그를 만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서주혁과 온시환이 없으니, 오늘은 진세운이 그의 술친구가 되어줬다.그렇게 서로 잔을 주고받다가 진세운이 물었다.“너 혜인 씨랑은 완전히 정리한 거야? 인아 씨를 만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반승제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의자에 기댔고 볼에 찍힌 손자국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맞아.”“어쩌다가?”그는 손을 들어 볼을 어루만지며 애써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빨리 취했다.“뭘 그런 걸 물어. 그냥 안 좋아해서 헤어진 거지.”“너 혜인 씨 안 좋아해?”진세운은 성혜인이 그를 좋아한다는 걸 확신했기에 자연스레 원인은 반승제에게 있다고 생각했다.“그럴 리가 없잖아.”“너 도박한 거 터졌을 때 혜인 씨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리고 혜인 씨가 너 때문에 애까지 잃었다며?”잔을 들려던 반승제의 손은 그대로 얼어붙었다.“그 아이는... 내 잘못이 맞아. 내가 지키지 못했거든.”반승제는 잇달아 술을 마셨고 어느새 눈빛이 흐리멍덩하게 변했다.“단언컨대 혜인 씨는 너한테 진심이야. 너는 왜 혜인 씨가 널 좋아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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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마음에 드는 조각상

서주혁은 살아생전 이렇게 수치스러운 경험은 처음이었다. 반승제에게 이건 조각상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설명했지만, 그는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그는 조각상과 함께 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했고, 심지어 밤새 조각상을 품에 끌어안고 잠을 잤다.서주혁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 그를 돌보고 싶지 않았고 진세운 또한 밤새 시달려 진이 빠졌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심인우에게 그를 부탁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반승제는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 듯 몸이 뻐근하고 불편했다.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딱딱한 돌덩이가 시야에 들어왔고 이내 온몸이 얼어붙었다.그는 조각상을 옆으로 던지더니 누군가 자신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밤새 숨 막힐 정도로 짓눌렸으니, 암살이 아니면 뭐겠는가?반승제는 온몸이 쑤시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심 비서.”문을 지키고 있던 심인우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안으로 달려왔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이 조각상은 뭐죠?”“대표님이 어제 스카이웨어에서 만취한 후 이 조각상을 안은 채 돌아오셨습니다.”심인우는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 조각상을 성혜인으로 착각해 밤새 안고 잤다는 건 언급하지 않았다.반승제는 자신이 어젯밤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술주정을 부린 건가 싶었지만 그는 주사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어깨를 주물렀고 그곳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한 그는 조각상을 향해 소리치던 어젯밤의 장면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칫솔을 쥐고 있던 손이 서서히 굳어졌고 수치심이 밀려와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 뜨거워졌다.“심 비서, 저 조각상은 사람 시켜서 돌려보내요.”심인우는 마침 전화 한 통을 받았다.“스카이웨어 쪽에서 이미 새 걸 주문했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시면 남겨두셔도 됩니다.”반승제는 버럭 화를 냈다.“안 좋아한다고!”부랴부랴 전화를 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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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벼락스타

두 달 전 유해은은 해외로 파견되어 할리우드에서 비공개 훈련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게 되었고 이번에 촬영을 마치고 극비리에 귀국했다.동시에 병원에 누워있던 백현문도 깨어났으나 정신 상태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그는 유해은이 정말 죽었다는 생각에 약간의 무기력함도 느꼈다.그날 밤, 백현문은 술집으로 향했다.저녁 열한 시, 유해은과 혼혈 남자 연예인의 파격적인 사진이 연예계를 뜨겁게 달궜다.그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반응 좋은 스타이자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아이돌이다.그의 팬덤 역시 악랄하기로 유명하다. 전에 다른 여자와 열애설이 불거졌을 때, 그들은 온갖 악플을 퍼부으며 괴롭히더니 끝내 여자 연예인이 우울증을 호소하며 연예계를 은퇴하고서야 사건이 일단락됐다.뛰어난 재능으로 칭찬을 받는 그의 이름은 허민환이다.해당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그의 팬들은 눈이 뒤집혀 미친 듯이 유해은을 몰아세웠다.하필 이런 상황에 유해은은 SNS에 본인 인정 마크를 달았다. 심지어 프로필에는 이번에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의 이름이 버젓이 적혀있다.[유해은, ‘판타스틱 어드벤처 2’ 동양인 인어공주역]이 영화는 아직 방영되지 않은 데다가 모든 촬영을 극비리로 진행할 만큼 비밀 유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SNS에 이걸 밝히다니? 허민환과의 잠자리로 배역을 따냈다는 걸 티를 내고 싶었던 걸까?사고를 쳐버린 유해은 때문에 성혜인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 로그아웃을 반복하며 재차 확인했으나 사진 속 인물은 빼박 유해은이다.다음 날 아침 일찍 그녀는 사무실에서 유해은을 만났다.오늘의 유해은은 두 달 전 혼비백산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었고 굳건한 눈빛에는 일말의 고통이 느껴졌으나 지금은 마치 모든 걸 놓아버린 듯 한결 가벼워 보였다.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성혜인은 말문이 막혔다.숨 막히는 정적이 흐른 뒤, 유해은 자진해서 자백했다.“논란으로 유명해진 것도 성공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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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예상치 못한 만남

유해은의 행보에 모두가 당황했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사람들의 검색량이 급증하면서 이제 톱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성혜인은 한숨을 내쉬며 손사래를 쳤다.“해외에서 촬영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이틀 동안은 푹 쉬어요. 매니저님한테 괜찮은 대본 있는지 알아보라고 할게요.”유해은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공손히 물러갔다.그녀가 떠난 후, 성혜인은 골치가 아픈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바로 이때 며칠 전 퇴원한 장하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칼에 찔린 상처에는 이미 흉터가 생겼다.“사장님, 오늘밤 전 감독님과의 약속이 잡혀있습니다. 감독님이 투자자의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고 하여 오늘밤이 되어야 그분이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투자자 쪽에도 저희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셨습니다.”이번에 준비한 영화는 블록버스터급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 회사와 계약한다고 했으나 주영훈의 명성에 힘입어 성혜인은 투자자의 자리를 따냈다.너무 좋은 대본이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다른 투자자와 함께 600억을 반반 부담하기로 했다.어쩌면 다른 투자자는 그녀의 업무 방식에 상당한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다.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도 모자라 수익이 반 토막 되게 생겼는데 솔직히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인맥이 전부인 연예계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지난 보름 동안 성혜인은 필사적으로 회사를 발전시켰고, 그 덕분에 등 돌렸던 파트너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회사는 안정을 되찾았다.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녁 7시에 만나 는거로 하죠.”장하리는 그녀가 유해은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유해은은 유명세를 얻고싶어 스스로 논란이 될 만한 사진을 퍼뜨릴 만큼 간절했다.비록 그녀가 선택한 길이지만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모두가 알고 있다. 매일 사람들의 욕설에 직면하다 보면 자칫 우울증에 걸려 목숨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허민환의 전 여친이 바로 그 케이스다. 사실 그 여자는 일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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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내가 임신했다고 누가 그래요?

반승제는 성혜인의 건너편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을 사이 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1.5 미터 정도였다.설인아는 반승제의 곁에 앉아있었다. 아침에 성혜인과 마주쳤을 때부터 기분이 상한 듯 언짢은 티를 팍팍 내며 입을 삐죽였다.요즘 설인아와 반승제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제원에 온다고 했던 아버지의 계획은 설인아의 건강이 호전되면서 잠시 보류되었다.큰오빠 설기웅은 두 사람의 혼사를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의 열애 사실을 얼른 업계에 알리고 싶었으나 반승제는 이를 거부했다.설인아는 반승제의 곁에 바짝 달라붙어 성혜인을 아니꼽게 바라보았다.그와 반대로 성혜인은 태연하고 차분했다. 그녀는 설인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이어서 전 감독과 대본에 관해 이야기했다.이때 마침 웨이터가 음식을 내왔다. 이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로는 소고기미역국과 술게장이었는데 술게장으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가게라고 했다.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던 성혜인은 잠시 틈이 생기자 젓가락을 들고 술게장을 집으려 했다. 그런데 젓가락을 막 뻗자마자 반승제의 젓가락과 부딪혔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술게장을 집어 설인아의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이에 설인아의 안색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설인아는 성혜인을 비웃듯 힐끔 보더니 대답했다.“여보, 고마워. 이 가게 술게장이 유명하다고 들어서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일에 대해 상의하러 나온 자리에서 말다툼 하기가 싫었던 성혜인은 다른 게장을 집으려 했다. 그런데 반승제가 그 게장마저 집어 본인 접시에 가져갔다.순식간에 기분이 불쾌해진 성혜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이곳의 음식 접시는 매우 작았고 한 접시에 오직 두 마리의 게장만 있었다. 다른 접시의 게장을 먹으려면 자리에서 일어나 전 감독 쪽의 것을 집어야 했다. 그러나 일에 대해 상의하려고 모인 자리에서 이런 행동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우리의 주목적은 일이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니까.반승제의 테이블 쪽에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술게장이 그대로 있다. 본인의 것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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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거짓말을 할 거면 좀 제대로 하던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가 다시 물었다.“임신이 아니야?”성혜인은 정말이지 이 사람의 뇌 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 갑자기 그런 이상한 오해를 하고 나더러 식사 자리에서 그렇게 추태를 부리게 한 거야?이미 보름도 전의 일이다. 병원에서 마주쳤던 임산부마저 거의 잊었는데 반승제가 문밖에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는가.“승제 씨, 제가 언제 의사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병원 산부인과에서. 네가 의사한테 직접.”그제야 성혜인은 무언가 생각나는 듯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해 낸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승제를 올려다보았다.그녀가 의사에게 한 말을 반승제가 어떻게 아는 걸까, 게다가 뒷말은 알지도 못한다.“저 미행한 거예요?”반승제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대답했다.“내가 미행은 무슨. 마침 지나가다 들었을 뿐이야.”건강한 성인 남자가 산부인과를 우연히 지나갈 리가.거짓말을 할 거면 좀 제대로 하던가.성혜인이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정말 반승제의 이런 성격이 너무 싫었다.아무렇지 않게 사람 마음을 후벼파놓고선 또 이렇게 은연중에 마음이 약해지게 만든다.“임신한 거 아니에요. 혼자 멋대로 추측하고 생각하지 마세요.”마침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밖에서 설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연하게도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중이었다.성혜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덧붙였다.“아무리 이혼했고 승제 씨가 날 미워한다고 해도, 일부러 설인아까지 데리고 와서 날 난감하게 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설인아가 얼마나 악독한 사람인지는 승제 씨도 잘 알 텐데.”반승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참지 못하고 뒤에서 급히 안아버렸다.성혜인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몸이 얼어붙었다.반승제가 쉰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나 요새 잠도 잘 못 잤어.”그가 전처럼 성혜인의 목에 애교스럽게 얼굴을 비벼댔다. 지금 두 사람은 다정한 한 쌍의 커플처럼 보였다.그의 행동이 성혜인의 이성을 잠시 흔들었다.반승제는 늘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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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난 역시 성혜인 없으면 안 돼

반승제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접시를 또 한 번 밀었다. 그의 표정이 마치 이렇게 말하는듯했다.‘먹고 싶었잖아? 먹지 않고 뭐해.’룸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괴이해진 가운데 반승제 혼자 전혀 느끼지 못한듯했다.성혜인은 젓가락을 더 들지 않고 전 감독과 빠르게 영화에 관한 얘기를 이어나갔다.그런데 반승제가 국자로 미역국 한 그릇을 뜨더니 성혜인의 앞에 놓아주었다.그의 눈치 없는 행동에 성혜인은 어이가 없어 바라만 보았다.이때 설인아가 끼어들어 말했다.“여보, 나도 미역국 먹고 싶은데.”반승제가 국자를 탁 놓으며 인상을 썼다.“넌 손 없어?”이 말 한마디가 방 안의 분위기를 더 이상하게 만들었다. 전 감독마저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느껴져 이곳을 뜨고 싶어졌다.성혜인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감독님, 그럼 영화에 관한 얘기는 이쯤하고 더 상의할 일이 있으면 회사로 모실게요.”전 감독도 얼른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악수를 덥석 받았다.“네. 좋습니다.”말을 마친 그가 고개를 돌려 반승제를 보았다.“대표님, 그럼 이만 갈게요.”반승제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보였다. 성혜인이 술게장도, 소고기미역국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방에서 나올 때 그가 곁에 서 있던 매니저를 불러냈다.“술게장 열 마리 포장해서 혜인이한테 갖다줘요.”어리둥절하던 매니저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주방으로 달려갔다.그리고 3분도 되지 않아 열 마리의 술게장이 성혜인의 차 앞에 대령하였다.성혜인이 놀라며 대답했다.“전 포장 주문한 적이 없는데요.”“혜인 씨, 우선 가져가세요. 대표님께서 분부하신 겁니다.”매니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술게장을 받았다.운전석에 앉아있던 장하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줄곧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반승제와 설인아가 오붓하게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터였다. 그래서 저 남자는 도대체 어쩌자는 거지?곧이어 성혜인이 차 뒷자리에 탔다. 술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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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걘 절대 이런 식으로 복수 할 생각 못 해

집으로 돌아온 설인아는 줄곧 화를 삭이고 있었다.결국 반승제는 성혜인 하나를 버리지 못하고 제 속을 썩이고 있다. 결국 성혜인이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잊을 건가?설인아는 깊게 심호흡한 뒤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아버지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아빠, 제원에 한 번 와주시면 안 돼요? 아빠만 오시면 승제 씨 쪽에서 결혼 허락할 거예요. 저 이제 못 기다리겠어요. 얼른 결혼하고 싶어요.”잠시 침묵을 지키던 중년 남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주에 갈게. 요즘은 일 때문에 바빠서.”“알겠어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역시, 이 집안에서 자신은 가장 사랑받는 막내딸이다.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은 설인아가 누군가를 불렀다.“엔디.”엔디가 얼른 모습을 드러냈다.“네, 아가씨.”“오늘 밤 바로 움직여. 성혜인 꼭 죽이고 와. 그년이 더 이상 승제 씨랑 엮이는 꼴 보기 싫으니까.”“네.”“엔디. 오늘은 실패 따위 절대 용납 못해. 네 목숨을 걸어서라도 성혜인 제대로 처리하고 와. 알겠어?”엔디가 반성하듯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 성혜인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았을 때 실패했었던 그였다.주인님의 명대로 절대 밖으로 새 나가지 않게 철통 보안을 지켰지만 암살하지 못한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알겠습니다.”설인아가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진지하게 훑어보았다.“엔디, 네 사명은 두 가지야. 날 지키는 것과 내가 시키는 건 다 하는 것.”엔디가 순종의 뜻으로 얼른 무릎을 꿇었다.“네. 잘 알고 있고 명심하겠습니다.”순순히 따르는 그의 모습에 만족한 설인아가 손을 내저었다.“제일 빠른 방법으로 죽이고 토막 내서 들개한테 먹이로 줘.”그녀가 음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성혜인이 고통스럽게 죽을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아, 그리고 성혜인 부모는 감옥에 있지?”“네. 기웅 도련님이 직접 처리하셨습니다.”“그래. 큰오빠가 날 많이 예뻐하긴 해.”설인아가 행복한 얼굴로 소파에 다시 기댔다. 이제 아빠가 제원으로 오고 반승제와 약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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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무엇보다도 나를 사랑해

“성혜인, 네가 유해은을 어떻게 구슬렸든 간에 나쁜 길 걷게 하면 죽여버릴 거야.”백현문이 거칠게 윽박질렀다.백현문은 악랄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다. 이를 아는 성혜인은 아무 말 없이 조소를 머금은 얼굴로 호텔로 향해 나아가는 차를 바라볼 뿐이었다.호텔 로비에 도착해 백현문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는 직원을 보고서야 성혜인은 백현문이 어떻게 자초지종을 아는 건지 알게 되었다. 이 호텔이 백씨 가문의 소유였던 것이다.이게 바로 정신고문이라는 것인가.유해은이 마음을 굳게 먹고 아기를 낙태했을 때부터 큰일을 해낼 사람이라 짐작했었다.방 카드를 받은 백현문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손을 벌벌 떨며 엘리베이터 버튼조차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헛손질했다.곁에 서 있는 성혜인은 오히려 통쾌함을 느꼈다. 쓰레기 새끼는 응당 이런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성혜인은 차가운 눈으로 백현문을 바라보며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백현문은 이렇게 장장 10분 동안 동작을 반복해서야 유해은이 있는 층의 버튼을 제대로 눌렀다.유해은이 있는 로열 스위트룸 앞에 선 그가 카드로 문을 열려고 했다.그러나 감히 할 수 없었다.어쨌든 유해은은 한 번 죽었던 사람이기에 그도 걱정되었다.백현문은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자신의 발걸음이 오히려 그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몸을 섞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아마 그들도 이 방의 창문 앞에서나 욕실에서 하고 있을 것이다. 전의 두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그때의 유해은은 팔로 자기 목을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했었다.그 말을 하는 유해은은 자신의 사랑만을 갈구하는 순진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어떤 지나친 일을 하더라도 용서받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3분간 망설이던 그가 결국 카드를 성혜인에게 넘겼다.“네가 열어.”성혜인이 태연하게 카드를 내팽개쳤다.“전 그런 짓 안 하죠.”카드가 문과 부딪치며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이에 백현문이 격분하며 한 손으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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