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혁은 살아생전 이렇게 수치스러운 경험은 처음이었다. 반승제에게 이건 조각상일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설명했지만, 그는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그는 조각상과 함께 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했고, 심지어 밤새 조각상을 품에 끌어안고 잠을 잤다.서주혁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 그를 돌보고 싶지 않았고 진세운 또한 밤새 시달려 진이 빠졌다.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심인우에게 그를 부탁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반승제는 마치 무언가에 짓눌린 듯 몸이 뻐근하고 불편했다.고개를 돌리자,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딱딱한 돌덩이가 시야에 들어왔고 이내 온몸이 얼어붙었다.그는 조각상을 옆으로 던지더니 누군가 자신을 암살할 계획을 세운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밤새 숨 막힐 정도로 짓눌렸으니, 암살이 아니면 뭐겠는가?반승제는 온몸이 쑤시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심 비서.”문을 지키고 있던 심인우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안으로 달려왔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이 조각상은 뭐죠?”“대표님이 어제 스카이웨어에서 만취한 후 이 조각상을 안은 채 돌아오셨습니다.”심인우는 그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 조각상을 성혜인으로 착각해 밤새 안고 잤다는 건 언급하지 않았다.반승제는 자신이 어젯밤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술주정을 부린 건가 싶었지만 그는 주사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어깨를 주물렀고 그곳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한 그는 조각상을 향해 소리치던 어젯밤의 장면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칫솔을 쥐고 있던 손이 서서히 굳어졌고 수치심이 밀려와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 뜨거워졌다.“심 비서, 저 조각상은 사람 시켜서 돌려보내요.”심인우는 마침 전화 한 통을 받았다.“스카이웨어 쪽에서 이미 새 걸 주문했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시면 남겨두셔도 됩니다.”반승제는 버럭 화를 냈다.“안 좋아한다고!”부랴부랴 전화를 끊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4-1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