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111 - Chapter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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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감정 없는 사람

이곳은 고속도로 옆 갓길이었고, 차는 이미 교외 지역에 도착한 상태였으며 아래로는 녹지대가 펼쳐져 있었다.성혜인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단지 앞쪽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급하게 소리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대표님!”“끼익.”차가 다급하게 멈췄고 성혜인은 반동에 의해 앞좌석에 머리를 부딪쳤다.운전자는 바로 차에서 내려 배현우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그리고 이 기회를 틈타 성혜인은 천천히 차 밖으로 기어 나왔다.약 때문에 힘이 없었기 때문에 차에서 내려가면서도 한번 무릎을 땅에 찧었다.퉁퉁 부은 몸은 비대해져 움직이기 불편했고 성혜인은 겨우 몇 미터 기어갈 뿐이었다.날카로운 돌멩이가 손바닥을 찔러 피가 흘렀고 고속도로변에 세운 차는 이미 다른 차에 치여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성혜인은 땅을 진동하는 거센 폭발음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조금 전 배현우의 표정뿐이었다.마치 아주 오래전의 배현우가 돌아온 느낌이었다.성혜인은 가슴이 아파왔다. 이제는 알 것 같다. 배현우는 병에 걸린 것이다. 아주 심각한 병.그는 자기 몸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했다. 아마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의학계에서는 정신 분열이라고 부르는 병이 있지.배현우 선배는 여전히 그때의 다정한 선배이고 단지 그 몸속의 다른 한 사람이 미치광이일 뿐이다.성혜인은 착한 배현우가 그 미치광이 때문에,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본인을 희생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살갗을 마구 찌르고 긁는 돌멩이로 인한 통증에 정신이 든 성혜인은 도롯가의 펜스를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지금 이 고속도로는 앞 차의 사고로 또 정체되고 있었다.백여 대의 차가 막혔고 도처는 차에서 내려 욕설을 퍼붓는 운전자들로 가득했다.성혜인은 그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기에 찾아내기에 어려웠다.성혜인은 오직 본능에 의지한 채 무거운 두 다리를 이끌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도움 필요하시죠?”한 여학생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성혜인이 고운 얼굴을 들어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성혜인이 고개를 끄덕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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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마음이 가장 여린 사람

강민지는 숨이 턱 막혔다. 그 착한 성혜인더러 감정이 없다니...성씨 가문에서 아무리 가혹하게 대해도 복수조차 생각해 본 적 없는 아이, 서천의 사람들이 아무리 모질게 대해도 그저 인연을 끊는 것으로 마무리한 아이, 겉보기에는 냉정해 보여도 실제로는 가장 여리고 따뜻한 아이가 바로 성혜인이다. 반승제는 그런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 침대에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 지금 이런 못된 말을 내뱉고 있다.강민지는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자신이 성혜인에게 한 경고가 옳았다.강민지는 뒤로 물러서서 반승제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흘러내린 눈물을 의연하게 소매로 닦았다. 그러고는 사고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현장은 어수선했고 경찰들이 도착해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앞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어수선하게 차가 언제쯤 다닐 수 있느냐 물어보기에 바빴다.강민지가 차량 앞으로 달려갔을 때 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고 달려온 경찰들은 현장을 에워싸고 소방차를 위한 길을 터주고 있었다. 불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2차 폭발의 위험이 있었다.맥없이 서 있던 강민지는 아직 불타고 있는 차를 보고는 혼절할 뻔했다.화가 나고 걱정될수록 그녀는 이토록 중요한 순간에 혜인이를 포기한 반승제가 사무치게 증오스러웠다.혜인이의 좋아하는 마음을 이렇게까지 짓밟을 수도 있다니.20분 뒤 소방차가 도착해 불을 껐고 폭발 위험이 사라진 뒤에야 경찰이 차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강민지도 서둘러 경찰을 따라 앞으로 나가 살폈다.“안에 사체는 없는 거로 보아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중도에 내린 것 같습니다.”강민지가 입을 가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경찰이 그녀의 곁에 다가와 말을 덧붙였다.“제가 경찰관을 시켜 수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도에 내린 거라면 반드시 흔적이 있을 겁니다.”강민지는 감격한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그가 하이힐을 신은 채 경찰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경찰들이 길을 수색한 결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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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사실 이미 이혼했어

성혜인이 고개를 떨구었다. 굴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엔 아예 차단당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민지는 깜짝 놀라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당장 갈 테니까 얼른 주소 보내!”성혜인은 여학생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쉰 목소리로 인사했다.“고마워요.”전화기 너머 남자의 반응을 모두 들은 여학생이 얼른 위로했다.“아까 그 사람이 혹시 남편이에요? 임신까지 한 몸인데, 진짜 쓰레기네요. 돌아가면 이혼부터 해요. 저런 남자한텐 시집 가면 안 돼요!”성혜인이 입술을 말아 물었다.사실 이미 이혼했어. 그 사람은 내 전남편이고.성혜인은 말없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귓가에 중년 남자가 재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인제 그만 가자. 빚쟁이들 진짜 따라 오겠어.”여학생이 성혜인을 힐끗 보더니 조심스레 어깨를 토닥였다.“돌아가면 꼭 이혼해요. 이렇게 힘들 때 기댈 수 없는 사람은 결국 가정을 망치게 돼요. 우리 아빠처럼 도박하고 바람이나 피우고. 빚쟁이들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음으로 내몰렸는데 아빠는 돈 훔쳐서 내연녀랑 도망갔어요. 언니, 언니는 예쁘니까 절대 남자 하나 때문에 인생 망치지 마요.”고작 열몇 살 난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성혜인은 조금 놀랐지만 아이를 향해 웃어 보였다.“그래. 꼭 기억할게. 너도 나중에 크면 남자보다 커리어에 더 신경 써야 해.”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에서 보고 있던 중년 남자는 그들의 대화에 가슴이 아팠지만 얼른 아이를 잡아당겼다.“이제 가자. 그 사람들이 정말 찾으러 오기 전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성혜인이 혼자 이곳에 있을 것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언니, 가족이 곧 도착할 것 같으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요.”성혜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녀에게 휴대폰이 있었다면 당장에서 아이에게 돈을 보내주었을 것이다. 그들의 대화로부터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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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간절한 부탁

하지만 자신은 임신한 언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삼촌까지 다치게 했다.남자가 한숨을 쉬며 아이의 볼을 어루만졌다.“괜찮아. 괜찮으니까 울지마...”그러나 아이는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몇몇 건달들이 마음 아픈 장면을 보기 싫어 바로 여자아이를 잡아 데려가려 했지만 삼촌이라는 사람이 아이의 손을 잡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는 손을 놓기라도 하면 여자아이가 정말로 어딘가 팔려 갈까 봐 겁이 났다.“삼촌, 놔줘요.”여자애는 심지어 그에게 부탁하고 있었다.건달들도 경찰이 올까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그들이 야구방망이로 남자의 팔을 부러뜨리기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위기일발의 순간, 성혜인이 저 멀리서 외쳤다.“빚진 돈이 얼만데요? 제가 대신 갚을게요.”그녀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는 지친 몸을 이끌고 천천히 걸어왔다.건달들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눈을 돌렸다가, 그녀의 비대한 몸을 보고 다시 험악한 얼굴을 했다.“이 여자가 정말. 여기서 진료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무려 10억이야. 네가 어떻게 그걸 갚을 수 있겠어?”성혜인이 배 위에 붙였던 인공피부를 떼어냈다. 배가 다시 원래의 모양을 되찾았지만 몸은 여전히 뚱뚱한 모습이다.그녀가 천천히 여자아이 곁으로 걸어가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10억이라고요? 제가 갚아드리죠. 이 아이 열 명을 팔아도 갚지 못한다고요. 그럼 차라리 제가 갚는 것이 그 쪽한테 훨씬 이득이지 않겠어요? 지금 제 친구가 오고 있어요. 친구가 오면 바로 수표 써드리죠.”“뚱녀야, 네가 우릴 속이는 거면 어쩔 건데? 몰래 경찰에 신고한 거면?”“그럼 경찰이 오면 절 인질로 잡으세요.”그녀가 담담하게 말하더니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중년 남자를 응시했다.그의 머리에선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성혜인이 여학생에게 말했다.“일단 네 삼촌 진료소로 데려가. 처치 좀 하게.”여학생이 성혜인의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불러있던 그녀의 배가 갑자기 날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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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더 깊은 지옥으로

그 자리에 남겨진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여자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삼촌. 저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 이거 10억이에요? 천 원이나 만 원이 아니라 10억이란 말이에요?”중년남자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는지 두 볼이 상기되더니 이내 여자아이를 꽉 껴안았다.“장하다, 장해.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하느님이 널 구원해 주시러 온 거야!”이 말을 하던 그는 다 큰 남자답지 않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옆에 있던 의사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저도 몇 년 동안 이 보건소에서 일하면서도 그렇게 큰돈은 못 벌어봤는데, 정말 운이 좋은 분들이시네요.”“삼촌, 10억은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거예요.”“바보야, 너더러 갚으란 말도 안 했는데 그런 걱정을 왜 해. 넌 좋은 아이고 저분도 좋은 사람인 거야. 그러니까 이제 만나게 되면 정말 고맙다고 전해주면 돼.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여자아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성혜인이 떠난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귓가에 울려 퍼지는 그의 흐느낌 소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벅찬 행운이 그녀에게 주어졌음을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었고 덕분에 마음속이 한겨울의 난로처럼 더없이 따뜻해 났다.오늘부터 사는 게 지옥일 줄 알았는데 천사 같은 언니의 도움으로 한순간에 운명이 뒤바뀌게 될 줄이야.이제 그녀가 나고 자란 곳인 제원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비록 엄마는 없지만 주위엔 여전히 많은 친구가 그녀를 버티게 해주고 있다.그러니 힘을 낼 거다. 열심히 살아서 언젠간 저 언니와 정상에서 만날 거다.한편, 성혜인은 강민지의 차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강민지는 거즈로 둘둘 감싸진 그녀의 손바닥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 경찰이랑 이 길을 따라 널 찾았었어. 그런데 그때 사람이 너무 몰려있었고 차도 심하게 막혔어. 한 임산부가 끌려갔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성혜인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민지야. 나 포레스트로 데려다줘.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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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진심으로 그녀를 원망하다

한편,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성혜인은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어 이실직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심지어 그 전화를 먼저 끊은 건 반승제였다는 것도.아무래도 이제 진짜 그녀를 원망하게 된 모양이다. 그런데 어젯밤엔 왜 찾아왔던 거지?성혜인은 시선을 떨군 채 뜨거운 김에 눈이 따가워 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나중에 반승제에게 제대로 설명해야겠다고 결심했다.따뜻한 물에 30분 동안이나 몸을 담그고 있었더니 그제야 몸이 조금 회복된 것 같았다. 성혜인은 만족스럽게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향했다.아래층으로 가자, 소파에서 신예준에게 연락을 하는 강민지가 보였다.아직도 야근한다는 신예준은 늘 그렇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젯밤에 왜 돌아가지 않았냐며 그녀에게 물었다.“혜인이 일이 아직 해결이 안 돼서. 나중에 찾으러 갈게. 예준 씨, 나 없다고 밥 거르지 말고 제때 챙겨 먹어. 일도 너무 힘들지 않게 쉬엄쉬엄 해.”신예준은 병상에 있는 조희서의 옆에서 죽을 든 채 통화를 하고 있었다.조희서는 잘 요양한 덕인지 얼굴도 전처럼 창백하지 않았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신예준을 보고 있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누구와 통화하냐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신예준은 그녀의 뜨거운 눈빛을 의식하고 말했다.“응. 알겠어. 그럼 이만 끊을게.”전화를 끊은 후 조희서는 언짢은 듯 입술을 앙다물었다.“오빠. 누구야? 설마 또 그 여자야? 왜 내가 오빠 약혼자라고 말하지 않는 거야? 오빠 설마 그 여자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니지?”조희서는 잔뜩 시무룩 해져서는 말했다.그러자 신예준은 손을 올려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그런 거 아니야. 희서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영원히 너뿐이야.”조희서는 그제야 입을 벌려 그가 건넨 죽을 받아먹었다.“그 여자가 오빠한테 너무 잘해주니까 그러지. 오빠가 분명히 말했어. 나 다 나으면 나랑 결혼하겠다고. 결혼 안 해주면 나도 수술 안 해. 말 바꾸면 나 그냥 죽어버릴 거야.”그 말에 신예준의 얼굴에 그늘이 지더니 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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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진짜 널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면

청천벽력이라도 들은 듯 성혜인이 안색이 파리한 채로 멍하니 있자 강민지가 대신 쪼그려 깨진 조각을 모았다.“내가 아까 한 말에 과장된 부분은 전혀 없었어. 차에 시동 걸릴 때 울기까지 했는데 그냥 가 버리더라. 내 생각엔, 정말로 너를 조금이라도 좋아했다면 절대 그럴 수 없어. 게다가 요즘은 설인아랑 가깝게 지내는 것 같던데...”성혜인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새 숟가락을 꺼내 눈앞의 죽을 먹을 뿐이었다.반승제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 어려웠지만, 그가 설인아와 만난다는 소식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사실 오해는 전부 해명할 수 있었다.“혜인아.”멍 때리는 성혜인의 눈앞에서 손을 휘젓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성혜인이 웃어보였다.“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서. 내가 나중에 해명할게.”그 말에 강민지의 말문이 막혔다.“해명해도 안 들으면 어쩔 건데.”“그럼 인연이 아니라는 거지.”성혜인은 뱉은 말과 반대로 속이 문드러지는 중이었다. 그걸 아는지 강민지가 손을 꽉 붙잡았다.“요 며칠 시간 있으면 꼭 같이 있어 줄게. 만약 반승제가 진짜 태도를 안 바꾼다면 내가 무조건 더 좋은 사람 소개해 줄 거야. 그러고 보니까 온수빈도 괜찮던데? 최소한 부정적인 감정은 안 생기게 하잖아.”성혜인은 자신을 위해 일부러 하는 말이라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답해야 할지는 몰랐다.다행히 강민지가 더 자세히 엮으려 하지 않았기에 조용히 죽만 먹을 수 있었다.아침 식사를 끝내고 났을 때 시계는 정확히 열 시를 가리켰다.배현우와 함께 했던 시간이 몸을 혹사시켜 성혜인은 여전히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성혜인은 배현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다.만약 다정한 배현우가 사라진다면 나중에는 그 미친놈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때 강민지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발신인은 강민지의 아버지였다.“너 요즘 별 이상한 놈이랑 연애한다는 말이 들리는데. 거래처에서는 네가 어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걸 봤다고도 하고. 얼른 집에 들러서 해명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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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갑자기 차가워진

성혜인이 손을 뻗어 반승제의 옷을 잡으려 했지만 그에 의해 제지되었다.“반...”한 글자 불렀을 때 반승제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의 행동은 꼭 성혜인을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다.설기웅은 여전히 성혜인의 옆에 선 채로 말했다.“저희 두 가문 요즘 혼담이 오고 가는 사이라서요. 양해 부탁드릴게요.”그 말을 한 설기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이 바닥에서 혜인 씨 명성 어떤지 모르세요? 반 대표님을 위해서라도 좀 멀어지셔야죠.”설기웅은 그대로 성큼성큼 멀어졌다.잠깐 멍하니 있던 성혜인이 정신 차리고 쫓아갔을 때는 이미 엘리베이터의 문이 거의 닫힌 상태였다. 반승제는 그 작은 틈새로도 성혜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이런 식의 태도는 성혜인으로 하여금 첫 만남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성혜인이 서둘러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내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전용 엘리베이터였기 때문에 성혜인은 탑승할 수 없었다.결국 직원 엘리베이터로 달려가 1층을 눌렀지만 반승제가 내릴 층은 지하 주하장이었다.양복을 입은 성인 남성 두 명이 들어간 엘리베이터는 조금 좁았다.반승제는 태연하게 앞만 주시하며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왼손은 아까 성혜인이 붙잡은 소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남은 온기를 찾으려는 것처럼... 그런 반승제의 미묘한 행동을 설기웅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주차장에 도착해 뒷좌석에 올라탄 순간 룸미러로 누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성혜인이었다.성혜인은 아직 다 낫지 않아 계단으로 내려올 때 또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해 몸을 일으켰지만 자각하고는 억지로 눈을 뗐다.“출발하지.”거부할 수 없던 심인우는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반승제!”제대로 선 성혜인이 외쳤지만 차는 이미 주차장을 빠져나간 상태라 성혜인의 외침만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졌다.아까 일 층에 내려 반승제의 차를 보지 못해 지하로 급히 달려온 거라 성혜인의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 같았다.비틀거리며 벽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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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사랑에 있어서는

갑자기 안을 줄 몰랐던 반승제가 당황하며 설인아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설인아가 눈치껏 팔을 풀더니 고개를 들어 말을 걸어왔다.조금 어지러웠는데 손은 여전히 소매를 매만지는 중이었다.한참이 지나고 소매를 놓은 순간 설인아가 물었다.“여보, 오늘 나랑 저녁 같이 먹을래?”눈을 내리깐 순간 성혜인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금세 지워지고 말았다.“응.”설인아의 시선이 반승제를 거쳐 성혜인에게 닿았는데 그 눈빛에는 도발이 잔뜩 담겨 있었다.“그럼 위치는 오빠가 정해서 알려 줘.”성혜인은 설인아가 일부러 자기를 도발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 도발에 넘어갔다.결국 성혜인은 뒤돌아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 문에 닫힐 때가 되어서야 겨우 몸을 뒤로 기댈 수 있었다.일 층에 도착하자 심인우를 마주쳤는데 커다란 꽃다발을 안은 심인우가 어색한 눈빛을 떨치지 못했다.“페니 씨.”물론 성혜인은 저 꽃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그래서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피했다.꽃다발을 안은 심인우도 한동안 무어라 할 말을 못 찾았다.병실에 들어선 후 병실의 주인에게 꽃다발을 건넬 때까지 그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사람은 자기 상사의 아내고 이 꽃은 그 상사가 시켜서 가져온 것뿐인데 그 모습을 성혜인이 볼 줄은 몰랐다.설인아의 병실에서 반승제를 봤을 때 결국 말하고 말았다.“저 페니 씨와 마주쳤어요.”반승제는 그가 회사에서 마주쳤다는 줄 알고 별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심 비서님,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 있나 찾아봐 줘요.”“설인아 씨랑 가시려고요?”“네.”반승제는 입술을 짓씹으며 소매 부근을 봤다.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심인우는 또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다.반승제는 회사에 돌아와 업무를 보는 순간까지도 집중하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반승제는 못 참고 관제실로 향해 성혜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았다.성혜인은 BH그룹에 들어온 순간부터 침착했다. 얼굴에서 민망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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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그저 대역으로만 생각하니

전화를 끊고 짧게 비웃은 반승제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신이한이 말을 이었다.“대표님께서 포기하셨다니까 저랑 페니 씨 일에 간섭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대표님이랑 설인아 씨가 약혼하실 때 저도 페니 씨랑 좋은 소식 들려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이 말을 들은 반승제는 그저 이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신이한이 어디 반승우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인가?속눈썹을 내리깐 반승제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신도 성혜인을 잘 아는 건 아니니 어쩌면 성혜인이 그저 자기 같은 스타일을 싫어하는 것뿐일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 생각은 결국 자신과 밤을 보냈을 때 진심으로 생각했던 사람은 반승우일지도 모른다는 곳까지 이르렀다.이 생각들은 반승제의 이성을 끊기게 하는 데 충분했다.반승제는 4억이라 쓴 수표를 신이한의 얼굴에 던지고 앞 범퍼가 움푹 파인 차를 끌고 떠났다.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던 신이한이 자기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잔뜩 붉어진 얼굴로 반승제의 차를 향해 중지를 세웠다.차를 몇백 미터 몰고 가던 반승제는 신이한이 안 보일 때가 되어서야 갓길에 차를 세웠다.바깥 공기는 더웠지만 차 안에는 에어컨이 있어 시원했다. 그러나 반승제는 여전히 밖에 있는 것처럼 제대로 숨 쉴 수가 없었다.좌석에 몸을 기대 멍때린지 한 시간이 지났을 때쯤 설인아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디냐 묻는 말에 곧 도착한다는 말을 남기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삼십 분이 더 지나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약속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나 늦은 시각이었다.설인아는 기분 나쁜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반승제를 환영했다. 그뿐인가, 레스토랑에 미리 연락해 이벤트도 준비했다.반승제가 결단을 못 내리니 자기가 나서서 결정하게 해 주려는 것이었다.오늘이 지나면 성혜인이 반승제의 곁에 얼씬도 못 하게 할 작정이었다.뒷좌석에 앉은 설인아가 무슨 말이라도 해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했지만 반승제의 표정이 여간 차가운 게 아니었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성혜인 곁에 있을 때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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