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남겨진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여자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삼촌. 저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 이거 10억이에요? 천 원이나 만 원이 아니라 10억이란 말이에요?”중년남자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는지 두 볼이 상기되더니 이내 여자아이를 꽉 껴안았다.“장하다, 장해.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하느님이 널 구원해 주시러 온 거야!”이 말을 하던 그는 다 큰 남자답지 않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옆에 있던 의사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저도 몇 년 동안 이 보건소에서 일하면서도 그렇게 큰돈은 못 벌어봤는데, 정말 운이 좋은 분들이시네요.”“삼촌, 10억은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거예요.”“바보야, 너더러 갚으란 말도 안 했는데 그런 걱정을 왜 해. 넌 좋은 아이고 저분도 좋은 사람인 거야. 그러니까 이제 만나게 되면 정말 고맙다고 전해주면 돼.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여자아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성혜인이 떠난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귓가에 울려 퍼지는 그의 흐느낌 소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벅찬 행운이 그녀에게 주어졌음을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었고 덕분에 마음속이 한겨울의 난로처럼 더없이 따뜻해 났다.오늘부터 사는 게 지옥일 줄 알았는데 천사 같은 언니의 도움으로 한순간에 운명이 뒤바뀌게 될 줄이야.이제 그녀가 나고 자란 곳인 제원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비록 엄마는 없지만 주위엔 여전히 많은 친구가 그녀를 버티게 해주고 있다.그러니 힘을 낼 거다. 열심히 살아서 언젠간 저 언니와 정상에서 만날 거다.한편, 성혜인은 강민지의 차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강민지는 거즈로 둘둘 감싸진 그녀의 손바닥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 경찰이랑 이 길을 따라 널 찾았었어. 그런데 그때 사람이 너무 몰려있었고 차도 심하게 막혔어. 한 임산부가 끌려갔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너 대체 어떻게 된 거야?”성혜인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민지야. 나 포레스트로 데려다줘. 지금
Last Updated : 2024-04-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