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101 - Chapter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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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그때 이미 사랑하게 되었어요

반승현은 지금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으니 쥐푸라기라도 한 번 붙잡아보려는 심정이었다.그때 반승제를 사칭해 설인아에게 편지를 쓸 때만 해도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설인아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는 희망을 모두 설인아에게 걸었다. 주고받았던 편지를 봐서라도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자신을 위해 사정해 주길 바랐다.“인아 씨, 그 편지는 모두 제가 쓴 거예요. 제가 승제 글씨체로 편지를 써서 보냈거든요. 물론 안 좋은 행동인 걸 알지만 외국에서 인아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인아 씨에게 첫눈에 반했어요. 인아 씨가 혹시나 제 신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봐 일부러 승제인 척 편지를 쓴 거예요.”설인아는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반승현을 바라봤다.사실 제원에 도착한 후로 그녀는 편지를 주고받았던 상대가 과연 반승제가 맞는지 의심했었다.반승제는 워낙 그녀를 차갑게 대했기 때문에 다정하게 안부를 주고받던 편지 속 인물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편지를 쓴 사람이 반승현이라는 것도 그녀는 오늘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설인아는 반승제의 뒤로 숨으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반승제를 불렀다.“승제 여보.”그녀는 반승현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반승현은 한낱 패배자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마음을 빼앗으려 한단 말인가?설인아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이 기회를 빌려 반승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설인아가 자신을 도우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하자 빈승현의 반짝이던 두 눈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때 인아 씨에게 편지를 쓴 사람은 저예요. 인아 씨에게 다정하게 안부를 묻던 사람이 저라고요. 편지를 주고받았던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정이 남아있지 않아요?”설인아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무슨 정이 남아있겠어요? 나는 오래전에 이미 플로리아에서 승제 여보를 만났어요. 그때부터 이미 승제 여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요. 편지를 쓴 사람이 승제 여보가 아닌 걸 알았으면 답장도 하지 않았을 거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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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나를 찾을 생각은 없는 건가?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친구가 반승제에게 맞았으니 다른 건달들은 표독스러운 얼굴을 보이며 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하지만 반승제의 싸움 실력은 꽤 훌륭했기 때문에 30초도 지나지 않아 건달들을 모두 바닥에 쓰러 눕혔다.이어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휘파람까지 불었다.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설인아를 힐끔 쳐다봤다.설인아는 반승제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에 잠겨 있었다.“승제 여보, 나 지켜줘서 고마워. 나를 받아들이는 걸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또 오늘 나를 보호해 줬으니 나 정말 승제 여보가 너무 좋아.”그 말에 현장에서는 또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불빛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그 소리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반승제가 그 임산부의 옆을 지나갈 때 상대가 발끝을 그의 발끝에 댄 것을 느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제자리에 선 채 오빠에게 전화를 건 설인아는 임산부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오빠, 승제 여보가 나를 받아들이는 걸 생각해 보겠대. 정말이야, 헤헤. 방금 나를 위해 싸우기까지 했거든.”설인아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설기웅은 걱정하는 얼굴을 보였다.“벌써 병원에서 나갔어? 며칠 푹 쉬라고 했잖아.”“알겠어, 지금 바로 병원에 돌아갈게. 승제 여보가 직접 데려다줄 거야. 성혜인이 없을 때 기회를 잘 잡아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더라고. 성혜인의 얘기만 꺼내면 승제 여보가 어찌나 진절머리를 치는지. 이번엔 내가 이겼어, 성혜인은 아웃이라고. 오빠, 엄마에게 전해줘. 이제 반씨 가문과 혼사를 상의해 봐도 될 것 같다고. 어떡해, 나 너무 기대돼!”설기웅은 씩 웃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그래도 반승제가 먼저 얘기를 꺼내게 해야지. 여자애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겠어?”설인아는 혀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그만 말해. 승제 여보가 나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설인아는 전화를 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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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자존심도 없이 찾아가?

주위가 시끄러웠는데도 이 질문은 유독 귀청이 터질 것처럼 크게 들렸다.성혜인은 말할 힘도 없이 그저 반승제가 떠난 곳만 바라봤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이미 반승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성혜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물을 흘렸다.‘하긴, 날 원망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반승제는 회장님의 죽음에 그녀가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성혜인은 독뱀을 담은 상자를 내던졌으니 충분히 오해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그리고 설인아는 반승제에게 독을 주입했기 때문에 반승제가 유난히 설인아를 챙기는 것이라고 성혜인은 믿고 싶었다.‘분명 이러한 상황 때문에 승제 씨가 날 오해했을 거야. 승제 씨가 날 포기한 건 절대 아니라고. 난 꼭 돌아가야 해, 승제 씨의 옆으로 돌아가야 해. 회장님도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승제 씨는 옆에 같이 있어줄 사람이 필요할 거야.’성혜인의 눈빛이 워낙 확고했기 때문에 배현우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는 씩 웃으며 성혜인의 턱을 움켜쥐었다.“방금 그 광경을 지켜보면 네 마음이 움직일 줄 알았는데 고집이 엄청 세네. 성혜인, 넌 자존심도 없어? 반승제는 네 생각을 하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달려들려고 해? 돌아가신 어머님도 네가 이런 년인 걸 알아? 정말 가족 망신을 다 시키네.”배현우는 말을 끝낸 후, 그녀의 팔을 확 잡아당기고는 다른 샛길을 통해 자리를 떴다.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승제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자기가 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다만 어지럽고 더러운 냄새 속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을 뿐이다. 마치 영혼 깊숙이 새겨져 있는 것처럼 익숙했다.그는 스테이지를 누비며 한 사람 한 사람씩 찾기 시작했다.연달아 열댓 명을 확인한 후 설인아는 뒤에서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승제 여보, 누굴 찾는 거야?”반승제는 그제야 막 꿈에서 깬 듯 정신을 차렸다.심인우는 성혜인이 이 지역에 있다는 정보를 전달했었다. 하지만 심인우는 그에게 성혜인을 찾을 것인지에 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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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형의 대체자

그는 모든 자료를 내려놓은 후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것처럼 잘 포개어 놓았다.반승제 본인마저도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스스로 굴욕을 자초하는지 몰랐다.도대체 성혜인과 반승우는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란 말인가? 왜 성혜인은 또 반승제의 곁으로 온 것일까? 그리고 반승우를 왜 배현우라며 거짓말을 했을까?반승제는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그 대답들을 들을 용기가 있을지는 몰랐다.결국 그는 성혜인에게 있어서 형의 대체자일 뿐이었다.그 생각에 반승제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전에 다른 사람들이 그가 반승우보다 못하다며 비난했을 때도 그는 반박하지 않고는 입대해버렸다. 사실 그는 반승우와 싸워서 이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도 형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람은 이기적이기 마련이다. 계속 무시를 당하니 그도 형에 대한 원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점점 이런 원망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반승우가 죽은 후에도 반씨 가문을 이어받았던 것이다. 이는 물론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더 큰 이유였다.반승제는 모든 자료를 정연하게 잘 정리했다.이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에 성혜인이 반씨 가문에 시집오기로 약속한 건 성씨 가문을 도우려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생각해 보니 성혜인은 진작 반씨 가문에 시집오려는 생각이 있었던 듯했다. 다만 그녀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상대는 그가 아닌 반승우였다. 그리고 반승우가 죽은 뒤로 성혜인은 어쩔 수 없이 반승제를 반승우의 대체자로, 세컨드로 뒀을 뿐이다.성혜인은 유일하게 그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여자였는데, 그는 고작 성혜인의 세컨드였다니. 사랑이 아닌 오직 복수하려는 마음 때문에 그의 곁에 나타난 것이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반승제는 주먹으로 벽을 세게 쳤다. 성혜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그때 귀국하고서 제멋대로 성혜인과 잠자리를 하는 게 아니라 이혼했어야 했는데. 아니면 내가 지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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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곧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반승제는 전화를 끊은 후 회사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서재로 향했다.성혜인의 일에 대해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유경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대표님, 사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서요. 조금 걱정이 되네요.”그 말을 들은 반승제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었다.유경아든 S.M그룹의 직원이든 성혜인의 실종이 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유경아는 회장님이 돌아가신 것만 알았지, 회장님의 죽음이 성혜인 때문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으니 반승제가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는 이런 일로 둘 사이를 이간질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성혜인을 미워하는 건 맞지만 차마 유경아 앞에서 그녀의 약점을 들추어낼 수는 없었다.“출장을 갔으니 곧 돌아올 거예요.”그 말을 남긴 후 반승제는 전화를 끊고 계속 서류를 살펴봤다.하지만 유경아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대표님, 겨울이와 흰둥이가 매우 무기력해 보입니다. 특히 겨울이 말이에요. 사모님이 한동안 사라지면 먹지도 않고 가만히 있어요. 겨울이가 워낙 대표님을 좋아하잖아요, 겨울이를 네이처 빌리지에 데려가는 건 어떠세요?”반승제는 깊게 들이마신 숨을 내뱉지 못했다.가슴이 답답하고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해 피를 토하지 않으려면 숨을 꾹 참아야 했다.분노의 여파로 그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고, 심지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어디 편찮으세요?”반승제는 손으로 테이블을 짚다가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전에 제가 귀국하기 전에는 어떻게 키웠는데요?”“그때는 사모님이 바쁘더라도 잠깐씩 시간을 내서 자주 돌아왔었죠. 전에 겨울이가 하마터면 무지개다리를 건널 뻔했잖아요. 그 뒤로 겨울이는 사람 손을 더 탔어요.”겨울이는 반승우가 남겨둔 강아지였다. 성혜인이 그렇게 겨울이를 예뻐하는 것도 다 그 남자 때문이었다니...그 생각에 반승제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겨울이는 곧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말을 마친 후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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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거짓말

신예준은 강민지가 오늘 밤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침대에서 일어났다.“지금 바로 갈게.”“오빠, 강민지라는 그 여자와 연애하고 있지?”강민지는 병원에 여러 번 나타났다. 게다가 그녀에게 워낙 친절했기에 그녀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강민지는 너그럽게 그녀의 앙탈을 받아들였다.조희서는 신예준 옆에 새로운 여자가 나타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신예준의 약혼녀는 그녀였으니까. 다만 이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신예준이 그동안 열심히 일해 돈을 번 것도 모두 그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아니야, 민지랑은 그냥 친한 사이야. 희서야,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다른 생각은 하지 마. 넌 아직 병원에서 잘 치료해야 한다고.”조희서는 안도의 한숨을 푹 쉬더니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알아, 오빠는 내게 최고야.”신예준은 침대에서 일어난 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마침 집을 나서려던 그때, 강민지가 돌아왔다.강민지는 귀티 나는 얼굴에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했다. 거친 포장 마대를 입고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일 것이다.강민지는 열쇠를 까먹고 챙기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려고 하던 찰나에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서는 신예준을 보며 잠깐 멈칫했다.‘이 늦은 새벽에 어디로 가려는 거지?’“예준 씨, 어디 가?”신예준은 미간을 구기더니 강민지를 품에 꼭 안았다.“희서가 또 불안하대. 한 번 가보려고.”조희서의 수술비는 모두 강민지가 마련했다. 외국에서 전문가를 모신 것도 모자라 지금 요양하는 것까지 이미 수십억 원을 썼다. 물론 이 모든 것도 조희서가 신예준의 사촌 여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하지만 조희서는 불평을 늘어놓을 뿐 전혀 호의를 받은 사람처럼 살갑게 굴지 않았다.그래도 강민지는 꾹 참았다. 신예준을 좋아하기 때문에 조희서도 잘 챙겨야 하는 생각이었다.게다가 조희서의 부모님은 신예준의 아버지와 같은 차를 타고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조희서는 그 뒤로 돌봐줄 사람이 없어 계속 신예준을 따라다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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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단지 게임일 뿐이야

“미안해. 내가 네 기분을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이제 희서랑 얘기해 볼게. 걔가 확실히 나한테 너무 의지하고 있긴 한 것 같아.”바로 사과하는 그를 보니 강민지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의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의 일로 애쓰며 동분서주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강민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까치발을 하고 신예준의 입술에 살며시 뽀뽀했다.“알겠어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말을 마친 강민지는 옆에 있던 키를 챙기고 얼른 자리를 떴다.강민지의 뒷모습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자 신예준의 얼굴에서 다정하던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 그는 음험하게 입술을 몇 번 닦아냈다.그러나 조금 전의 감촉을 생각하면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하고 호흡마저 흐트러질 것 같았다.그저 심심해서 시작했던 연극에 감독인 자신이 점차 몰입되고 있었다.단지 게임일 뿐이야.신예준은 세뇌하듯 끊임없이 이 말을 반복했다.그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자리를 떴다....강민지는 우선 BH 그룹으로 왔다. 반승제가 혹시라도 일에 미쳐서 밤늦게까지 야근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그러나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물으니 반승제가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강민지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차를 몰고 이번에는 네이처 빌리지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 임경헌과 맞닥뜨리게 되었다.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으므로 강민지는 망설임 없이 차창을 내리고 인사했다.“안녕하세요.”임경헌 역시 그녀를 알고 있었다. 강민지의 제이엔 쥬얼리는 전국의 독점산업이고 업계에서는 5위 안에 들었다.임경헌이 웃으며 고개를 까딱했다.“민지 씨, 오랜만이에요! 요새 서클에서 통 못 보고 있네요?”강민지는 이 몇 달간 연애하느라 서클은 뒷전이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녀가 이제야 철이 들어 자기 계발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강민지는 클럽의 단골손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저 사실 성혜인에 관한 일 좀 알고 싶어서요. 알지 모르겠지만 혜인이는 제 가장 친한 친구거든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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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좋아하기는 무슨

강민지는 조금 놀라면서도 성혜인이 더 걱정되었다.“반승제 씨, 당신이 외국에 있는 3년간 혜인이의 안부 한번 안 물어봤어도 혜인이는 매일 어르신이 어떻게 좋다, 어떻게 잘 대해준다 자랑하기 바빴어요. 혜인이는 어르신을 거의 친할아버지로 여기고 대했다고요. 이런 것도 믿지 않으면서 좋아하기는 무슨.”“혜인이는 당신과의 일을 좀처럼 저에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처음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제가 오히려 혜인이를 말렸죠. 당신이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으니 관계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요. 혜인이도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거라고 그럴 일 없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보니 승제 씨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라고요? 당신이 아무리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속을 썩여도.”혜인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강민지는 급기야 눈물이 날 것 같았다.“이게 다 반승제 씨 때문에 벌어진 일이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바로 포기해요? 남자들은 다 이렇게 좋아하는 감정마저 술 몇 번 마시면 싹 다 잊는 거예요? 그럼 더 이상 역겹게 혜인이랑 애틋한 척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우리 가문 세력으로 찾아볼 거니까!”화가 나서 자리를 뜨려던 강민지를 임경헌이 막았다.“민지 씨, 이 일 사실 좀 복잡해요.”임경헌이 그날의 구체적인 일을 다시 설명했다. 반승제가 성혜인의 상자에서 나온 독사에게 물렸다는 사실까지 빠짐없이 말이다.자초지종을 들은 강민지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혜인이를 더 걱정했다.“혜인이가 반승제 씨를 좋아하는데 그러면 더더욱 해칠 리가 없잖아요! 당연히 누군가에게 협박당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럼 더 빨리 혜인이를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반승제 씨, 자신이 없어서 혜인이 못 믿는 거 알겠는데요. 그동안 혜인이가 반승제 씨 바라볼 때, 그리고 반승제 씨와 이야기할 때 한 번도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사랑이라는 것은 난로 옆에 앉아 불을 쬐는 것과도 같아서 사랑이 있기만 하면 반드시 느낄 수 있는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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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지 마

술집에서 나온 성혜인은 또다시 이 작은 방에 갇혔다.배현우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통화 내용을 엿들어보니 앞으로 두 시간이면 비행기가 뜰 것이라고 했다. 배현우는 아마 곧 자신을 데리고 공항으로 갈 것이다.도중에 다른 부득이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약효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성혜인은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여전히 술집에 갔을 때의 분장 차림이었고 이 역시 공항으로 가는 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네 배 위에 그거 인공피부로 만든 거야. 베개 집어넣는 거보단 훨씬 낫지?”배현우가 인공피부를 톡톡 쳤다. 얼굴에는 흉악한 미소를 띠었다.“자기야, 가자.”그의 부름에 성혜인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아직도 그녀는 배현우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들을 벌이는 건지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것이다.차에 태워지고 성혜인은 창가에 힘없이 기댔다.앞에는 누군가 운전하고 있었고 배현우는 한 손으로 성혜인이 떨어지지 않게 끌어당겼다.몇 개의 정거장을 거듭 지날수록 톨게이트에서 단속하는 경찰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배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앞사람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죠?”“강씨가문에서 사람을 찾고 있답니다.”이 말에 성혜인의 눈이 반짝였다.강민지다!강씨가문의 세력은 제원에서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강민지가 이번에 경찰까지 대동하며 일을 크게 키운 건 분명 아버지를 설득해서 도움을 청했기 때문일 것이다.성혜인은 코끝이 찡했고 눈물이 찔끔 났다.그녀가 온 힘을 다해 차창을 향해 부딪쳤지만 그저 둔탁한 소리만 낼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애쓰는 그녀를 보고 배현우가 험상궂은 얼굴로 덥석 끌어당겼다.“말 들으랬지?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지 마.”성혜인은 초조함에 온몸에 땀까지 났다. 강씨가문의 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지금이 도망칠 절호의 기회란 것은 잘 알고 있었다.이후, 자동차가 단속하는 경찰들에 의해 멈췄고 곧이어 경찰이 다가왔다.배현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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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반려동물 대하듯

강민지는 놀라움을 느낌과 동시에 나중에 성혜인을 찾게 되면 반승제에 대한 좋은 말을 꼭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저씨, 추적합시다.”현장에 있는 몇 대의 승용차들이 그 차를 뒤따라갔다. 그중에는 예외 없이 반승제가 탄 차도 포함되어 있다. 강민지 역시 그 차에 탑승했다.“승제 씨, 저 차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반승제는 대답이 없다.그는 조금 전 멀리서 그저 한 남자의 반쪽 얼굴을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가 기억하는 누군가의 얼굴과 너무나 흡사했다.그가 핸들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자비 없이 밟아버렸다.멀리서 백미러로 뒤따라오는 차량을 확인한 배현우가 혀를 찼다.“쯧, 걸렸네. 오늘은 비행기 못 탈 것 같으니까 따돌리고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봐.”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액셀을 밟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의 말에 희망을 본 성혜인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이때, 성혜인을 바라보던 배현우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뒤에 따라오는 차 중에 아마 반승제도 있겠지? 그런데 걔가 설마 네가 걱정돼서 왔겠어? 널 데려가 구속하러 온 거겠지. 설인아랑도 약혼할거라던데. 네가 어르신께서 돌아가시는데 일조했으니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성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를 얄밉게 말하는 병풍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승용차는 이어서 고속도로를 달렸고 배현우는 정말 미치기라도 한 건지 운전자에게 명령했다.“아무 차나 들이박아.”운전자는 낮게 응답하고는 바로 차 하나를 들이박고 유유히 지나갔다. 그들의 차 뒤로 순식간에 차들이 연쇄추돌 하며 큰 규모의 교통사고가 났다.무고하게 큰 충격을 받은 차량이 전복된 채로 몇 미터나 미끄러져 나갔다.성혜인이 충격과 당황스러움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차가 한데 뒤엉켜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된 채 부축을 받고 있었다.배현우는 그야말로 악마다.이렇게 끔찍한 상황에도 배현우는 만족스러운 듯 씩 웃어 보였다.특히나 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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