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을 관찰하는 일이 점점 더 흥미로워질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유해은과의 사이가 너무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의 이성은 이제 본능을 붙잡지 못했고 두 사람은 이미 키스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입맞춤에 유해은이 깜짝 놀랄 줄이야. 그녀는 볼이 발개져서는 얼른 눈을 감았고 키스를 받아들였다.첫날 밤, 백현문은 자신에게 끝없는 세뇌를 했다. 유해은 같은 사람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많은 남자와 밤을 보냈을 것이기에 자신은 오늘 있을 일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그런데 처음 관계하는 순간 뜻밖에도 유해은은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백현문은 온몸이 굳은 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유해은이 내뱉은 첫 마디는 충격적이었다.“현문 씨, 나랑 결혼 할 거지?”그는 당연히 결혼할 생각 따위 없었다. 백현문이 이 집에 자주 들르는 이유는 그저 놀기 위해서, 자신의 비겁하고 음흉한 감정들을 쏟아내기 위해서, 이 가족들이 어떻게 발악하고 사는지 보기 위해서였다.그가 어떻게 유해은과 결혼하겠는가. 하지만 유해은의 눈빛은 손가락이 부러질 때처럼 고집스러웠다.백현문이 대답하지 않자 유해은이 그의 목을 껴안았다.“말해봐. 나랑 결혼할 거지?”“해은아, 나 아직 돈 없어.”잠긴 목소리로 대답한 그가 유해은의 가녀린 목에 키스했다.“난 돈 필요 없어. 당신만 나 사랑해 주면 돼. 난 당신이랑 배달 일도 같이 해줄 수 있어. 우리가 열심히만 산다면 분명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수 있을 거야.”이 업계에서 인간성을 잃은 온갖 더러움을 보고 살아온 백현문은 종래로 돈이 필요 없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돈과 권력은 그가 평생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여인은 사랑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한다.그 순간 그는 여자라는 생물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하면 물만 마셔도 배가 부르다더니. 어쩐지 착하고 좋은 여자들이 모두 남자에게 배신당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남자에 대한 요구가 너
Last Updated : 2024-04-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