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071 - Chapter 1080

2286 Chapters

제1071화 존엄 따위

한편 방으로 돌아온 설인아는 아직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서러워하는 동생이 이내 안타까워진 설기웅은 동생이 따뜻하게 샤워하며 기분 전환할 수 있게끔 샤워 전 준비까지 직접 해주었다.하지만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설인아의 울음소리에 설기웅은 그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아직도 모르겠어? 그놈이 지금 너랑 성혜인 둘 다 재고 있잖아.”“나도 알고 있어. 머리로는 분명히 알고 있는데 내 마음이 그렇게 안 돼. 나한테 아무리 막돼 먹게 굴어도 난 그 사람이 좋아. 좋은 걸 나보고 어떡하라는 건데.”반승제에게 푹 빠진 설인아의 말과 행동에 설기웅은 눈에 가시라도 박힌 듯 인상을 찌푸렸다.그동안 도 넘을 정도로 집안에서 설인아를 애지중지 여긴 것이 잘못인 듯싶었다.이성과의 접촉마저 가능한 한 처단했었기에 이처럼 사랑이란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첫 단추부터 잘못 낀 것처럼.“그때도 승제 여보가 먼저 나한테 편지 쓰고 그랬었어. 난 그때 그 편지들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몸만 건강했어도 이미 천백 번은 찾아갔을 건데 내가 많이 아팠잖아. 나만 괜찮았다면 우린 이미 예쁘게 사랑했을 거고 성혜인 그년이 끼어들 자리조차 없었을 거야.”“조금 전에 승제 여보가 나를 품속으로 끌어안을 때도 난 마냥 좋기만 했어. 밀어낼 수 없었다고.”설인아는 발개진 얼굴을 들어 설기웅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았다.“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빠가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나 승제 여보랑 결혼하고 싶어. 내가 아닌 성혜인을 마음에 두고 있는 승제 여보라도 상관없어. 난 그냥 승제 여보만 내 곁에 있으면 돼. 결혼하고 나면 나만 바라보고 나한테 엄청 잘 해 줄거야. 꼭 그러리라 믿어.”이성을 잃은 듯한 설인아의 말에 설기웅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랑에 올인한 동생이 낯설기만 했다.설인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기웅의 커다란 손을 살포시 잡고 흔들었다.그러면서 반승제에 대한 자기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반승제를 위해서라면 존엄 따위를 모두 버릴 수 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2화 혜인아, 나 할 말이 있어

짧디짧은 한마디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화들짝 놀란 성혜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누구지? 왜 이 시간에 이런 장난을 하는 거지?’[잠옷 예쁘네.]잇따라 오는 메시지에 성혜인은 파르르 떨리고 말았다.감시 카메라로 가득했던 전에 그 방이 떠오르면서 다시금 심장이 철렁이고 역겨웠다.성혜인은 침대에서 바로 내려와 불을 끄고 사방을 훑어보았다.하지만 감시 카메라 따위를 숨길 만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이윽고 그녀는 창문 앞으로 다가갔는데 커튼을 치려는 순간 적막함을 깨는 알림 소리가 다시 무섭게 들려왔다.[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네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 지난번에 내가 너무 심했었지? 우리 혜인이 그 뒤로 피임약은 먹었나 모르겠네.]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배현우이다.커튼을 손에 꼭 쥐고 있던 성혜인은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주저 없이 커튼을 치고 밖에서 방안을 들여다볼 수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벌벌 떨면서.그 뒤로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지만 성혜인은 내내 안절부절못했다.모든 걸 확인하고도 불안한지 그녀는 화장실로 가서 다시 한번 자세히 훑어보았다.그 어느 구석에도 그의 흔적이 없다는 것을 여러 번 체크하고 나서야 침대로 돌아와 다시 누울 수 있었다.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문을 두드렸고 노크 소리에 성혜인은 얼어붙고 말았다.긴장감에 피가 바짝 마르는 것만 같았다. 가까스로 문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인 채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만 덩그러니 남은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누군가가 일부러 막아 놓은 것이 분명한 듯싶다.성혜인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반승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반승제는 홀로 침대에 덩그러니 누운 채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다.‘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지? 너무 괴로워...’반승제는 그가 마신 술에 이름 모를 약물이 여러 가지나 들어간 사실을 모르고 있다.설인아의 손을 거친 약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넣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3화 예전과 같을까

반승제의 소리가 들려오자 성혜인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처럼.그러나 배현우의 입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는 몸을 천천히 숙이며 코끝이 대일 정도로 성혜인과 얼굴을 마주했다.다가오는 배현우의 모습에 성혜인은 순간 속이 울렁거려 옆으로 피했다.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은 심정이다.이때 배현우는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너 나랑 그런 일이 있었잖아. 그 모든 걸 알고 있는 반승제는 과연 예전처럼 널 대할 수 있을까? 너랑 잠자리할 때마다 우리가 떠오르지 않겠어? 우리도 그렇게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는지 아니면 더 뜨겁게 사랑했는지 속으로 비교해 보지 않을 것 같아? 솔직히 말했다고 해서 걔가 질투하지 않을 것 같아? 아니, 걔 엄청 질투하던데. 오죽했으면 온 세상을 뒤져가면서 날 찾으려고 했겠어. 걔가 날 미친 듯이 찾는 바람에 내가 한동안 숨어 있었잖아. 그것도 꽤 처량하게. 성혜인, 너 보통 여자가 아니더라.”성혜인은 반승제가 배현우를 몰래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찾지 말라고 반승제에게 신신당부를 했으니 당연히 찾지 않을 줄 알았다.하지만 실은 속으로 엄청 신경 쓰였던 것이고 괜찮은 척 연기를 했었던 것이다.배현우는 성혜인의 손을 잡고 억지로 자기와 눈이 마주치게끔 했다.그러고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한참을 웃더니 그제야 풀어주었다.성혜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밖에 있는 반승제가 다시 애타게 그녀를 불렀다.“혜인아? 자?”그의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배현우는 창문으로 다가가 훌쩍 뛰어내렸다.이 모든 것이 벌어지기 전에 성혜인은 방 안을 살피면서 창문으로 간 적이 있다. 단번에 뛰어 내리기에는 꽤 높은 높이인데.성혜인은 시선을 내리깔며 거의 벗겨질 듯한 잠옷을 바라보았다.밖에서 계속 반승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새 잠옷을 꺼내 입고 난 뒤 문을 열어주었다.문이 열리는 순간 반승제의 코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4화 비열한 수단임에도

반승제는 우습기만 했다. 그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설기웅을 쳐다보았다.설인아는 자기로 인해 두 사람이 행여나 싸우기라도 할까 봐 잔뜩 억울한 모습으로 설기웅을 말렸다.“나 괜찮아. 승제 씨가 날 싫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내가 너무 주제넘게 말을 많이 한 거야.”도도한 설인아가 반승제를 위해 자태를 한껏 낮추는 걸 보면서 어떤 이들은 그녀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녀에게 너무 불공평하다면서.하지만 반승제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감히 선뜻 나서서 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설기웅은 천천히 반승제를 향해 다가갔는데 두 사람은 10여 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다.한 치의 오차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가진 두 남자가 대치하고 있으니 곧 폭풍 전야가 올 것만 같았다.“반 대표님, 하이킹 끝나고 제원으로 돌아가서 얘기 좀 합시다.”두 가문의 혼인에 대해 제대로 얘기할 자리도 인제 슬슬 마련해야 한다.하지만 반승제는 그를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성혜인 옆에 다가갔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이에 설기웅은 계속 따져 들지 않았다. 어차피 순순히 자기 프레임에 맞게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이때 설인아는 걱정스러워하며 설기웅의 팔짱을 껴안았다.“오빠, 미안해…”설기웅 앞에만 서면 설인아는 늘 지금처럼 착하기만 했다. 일단 설기웅이 화가 났다 싶으면 재빠르게 눈치채고 사과부터 한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하여 설기웅은 단 한 번도 쓴소리를 한 적이 없고 설인아를 애지중지 소중히 여겨 온 것이다.“네가 왜 미안해하는데? 네 잘못 아니야. 그리고 우리 인아 원하는 대로 오빠가 꼭 만들어 줄게. 걱정하지 마.”설인아도 가방을 메고 있지 않다. 옆에 든든한 오빠 설기웅이 대신 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설기웅의 말에 그녀는 활짝 웃으며 팔을 더욱 꼭 끌어안고는 애교를 부렸다.“알았어. 우리 오빠만 믿고 있을게.”다들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는데 갑작스러운 에피소드로 분위기는 한껏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5화 반승제, 나쁜 X

반승제는 성혜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혜인아, 얼른 업혀.”발목이 퉁퉁 부은 성혜인은 당분간 걷기조차 힘들 것으로 보인다.반승제는 매고 있던 가방을 임경헌과 온시환에게 건네주며 성혜인을 등에 업으려고 했다.다른 남자도 아니고 자기 남자 친구가 업어주겠다고 하는 데 업히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하여 성혜인은 망설임 없이 반승제의 등에 업혀 목을 꼭 감싸안았다.체격이 우람한 반승제는 가벼운 성혜인을 벌떡 업고 일어섰다.워낙 힘이 좋은 반승제 인지라 거뜬하게 업고 난 뒤 무게를 느끼는 여유까지 부렸다.“요즘 살 빠진 것 같은데?”툭 한 마디 던지고 그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설인아는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힘없이 울고 있는 동생의 모습에 설기웅은 가슴 한쪽 곁이 미어졌다.“울지 마.”“오빠, 나 그렇게 별로야?”설기웅은 순간 뭐라고 위안해야 할지 몰랐다. ‘반승제!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 나쁜 X아!’“그런 거 아니야. 우리 인아가 뭐가 아쉬워서. 하이킹 끝나고 오빠가 따로 얘기할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설인아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내내 연기를 하고 있다.그 목적은 단 하나 설기웅을 완전한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함이다.행여나 그도 설우현처럼 여자 친구 있는 남자를 건드리지 말라며 그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자기를 말릴까 봐 걱정되었다.수단을 바꾼 설인아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사랑을 위해 존엄 따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순정파’ 연기를 하고 있다.그러면 모든 이들의 동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자기편도 많아질 것이라 믿었다.과연 자기 계략대로 넘어온 설기웅의 행실을 느끼면서 그녀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의 등에 업혀 가고 있는 성혜인을 바라보면서 설인아는 눈에 독을 품었다.오늘 밤에 엔디도 움직이게 되어 있으니 아무리 운 좋은 성혜인이라도 절대 피해 갈 수 없으리라 자신만만했다.성혜인은 자기를 쏘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6화 파렴치한 제삼자

반승제는 성혜인을 평탄한 바위에 내려 놓고 버섯을 씻으러 약수터를 찾아갔다.그가 떠나자마자 여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성혜인을 향했다.“그렇게 업혀 올 거였으면 하이킹은 왜 온 거예요? 하이킹의 뜻을 알기나 해요? 지금 여기서 그쪽 출신이 가장 하찮은 거 알고 있죠? 그런 그쪽이 지 발로 걸어오는 게 아니라 남자 등에 업혀 온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성혜인은 지금 여유롭게 산 열매를 먹고 있다.오는 길에 반승제가 따서 준 열매인데 운이 좋은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라고 했다.한 손에 열매를 쥐고 성혜인은 시선을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렸다.“질투 나서 그러는 거 맞죠? 그렇게 셈 나면 이따가 승제 씨 오면 업어달라고 부탁해 보세요.”“너!”예상치 못한 대답에 여자는 말 문이 막히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때 마지막으로 캠핑 장소에 도착한 일행을 바라보고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일었다.“몸이 편치 않은 설인아 씨도 저렇게 자기 발로 직접 걸어오는 데 누구는 참 주제 파악도 못하고 공주님 놀이하는 거 같지 않아요? 반승제 씨가 이제 그쪽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세상 그 어느 남자가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여자를 원하겠어요. 여하튼 사람은 자기 팔자 대로 살아야 한다니깐.”도발하는 여자의 말에 성혜인은 바로 반박하려고 했지만 다른 이들도 거들기 시작했다.“그러게 말이에요. 공주님은 따로 있는 데 자기가 진짜 공주님인 줄 아나. 하도 반승제 씨가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면 지금처럼 이렇게 앉아서 우리하고 말할 기회 조차 없었을 거예요. 평생.”“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법이죠.”성혜인을 질투하고 있는 여자들은 그녀를 폄하하면서 자기를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포장하려고 했다.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세월과 함께 이 사회에도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그 변화가 다양하다.전에는 단순한 여자가 대세였다면 지금은 독립적이고 스스로 일떠설 줄 아는 여자가 대세이다. 남자한테 기대지 않고 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7화 안타깝다고 울던데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자 반승제는 바로 장갑을 벗어 던지고 한걸음에 달려왔다.성혜인이 그들에게 괴롭힘이라도 당했을까 봐 걱정 돼서 성큼성큼 걸어 왔다.“무슨 일이야?”구경하고 있던 이들은 순간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었다.이때 성혜인은 여유롭게 열매를 먹으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승제 씨 안타깝다고 울던데요.”이에 반승제는 어리둥절하기만 했고 잇따라 눈에 가시라도 박힌 듯 인상을 찌푸렸다.“미친 거 아니야?”성혜인은 먹고 있던 열매를 하마터면 뿜어낼 뻔했다.그러더니 가까스로 열매를 삼키고 물까지 마시며 목을 축였다.예상치 못한 반승제의 반응에 설인아는 온몸이 굳어지면서 표정이 잔뜩 상기되었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구구절절 반박하기 시작했다.“그게 아니라 성혜인 씨 말에 상처받아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 거예요.”“뭐라고 그랬는데요?”“저더러 제3자라고 그랬어요.”“그럼, 아니란 말이에요?”반승제는 마냥 어이가 없었다. 더 이상 반응할 가치도 없다고 여기며 다시 장갑을 주섬주섬 끼고 성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좀 멀리 떨어져 있어. 너까지 전염돼서 저렇게 정신 줄 놓게 될까 봐 걱정 돼.”성혜인에게 또다시 열매를 뿜을 뻔한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번에도 가까스로 참아냈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반승제의 말에 분위기는 한껏 어색해졌고 설인아는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설기웅은 한쪽에서 험악하게 굳은 얼굴로 반승제를 바라보고 있다.그러나 반승제는 그런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텐트를 다시 치기 시작했다.울고 있는 설인아를 바라보면서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아직은 반승제와 얼굴을 붉히고 싸우고 싶지 않았다.하여 전과 마찬가지로 설인아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제원으로 돌아가는 대로 내가 바로 찾아가서 얘기 할게. 울지 마.”설기웅과 엔디의 부축을 받으며 설인아는 자리 잡고 앉았다.그녀는 지금 붉어진 두 눈으로 성혜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성혜인이 덤덤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Read more

제1078화 너하고 승제 엮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다들 어느새 버섯 찌개에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일회용 그릇을 꺼내 찌개를 듬뿍 담아 반승제에게 건네주었다.“승제 씨, 어서 먹어봐요.”그는 받자마자 그대로 들이키며 찌개 맛을 보았는데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평소에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자자한 반승제도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맛이 일품인 찌개였다.뻣뻣한 도시락만 먹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따뜻하고 시원한 찌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임경헌과 온시환에게도 각자 한 그릇이 떠주고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조금 전 성혜인을 비아냥거렸던 사람들은 지금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있으나 ‘본분’을 잃지 않고 옆에서 부채질하고 있다.“시환 씨, 잘못 드셨다가 중독될 수도 있어요.”하지만 온시환은 이미 그릇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마셔 버렸다.“승제도 먹었는데 멀쩡하잖아요. 그리고 죽어도 쟤가 먼저 죽어요.”약수터와 산 버섯으로 끓인 찌개의 시원함에 피로가 사라지면서 네 사람은 지금 두 그릇째 먹고 있다. 배불리 먹고 나서도 냄비에는 절반 정도 남아 있었다.다른 이들은 남은 찌개를 당연히 자기들에게 나누어 주리라 생각하며 그릇까지 준비해 두었는데 성혜인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찌개를 버렸다.“저기요!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에요? 아직 맛도 보지 못한 우리도 있어요.”“버릴지언정 나누지 않겠다는 건가요? 지금 그 행위에 평생 부끄러워해야 할 거예요.”“이기적이고 독한 년!”성혜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상대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어쩌면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밥을 먹고 나서 성혜인은 다른 사람들과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반승제는 지금 온시환과 지도를 보며 내일 아침에 산 열매를 따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바로 이때 성혜인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그 낯선 번호로 메시지가 와 있었다.[혜인아, 오른쪽에 있는 작은 길을 따라 내려 오거라. 내려와서 앞으로 200미터 정도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30
Read more

제1079화 돌발 상황

성혜인이 굴러떨어진 곳은 마침 벼랑 끝에 있는 한 자락이었다.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등불과 주위 온천의 불빛으로 하여 주위 지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리고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마찬가지로 굴러떨어진 반태승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고 있다.성혜인은 앞으로 다가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칼을 휘두르며 반태승 쪽으로 가고 있었다.순간 성혜인은 목숨을 마다하고 미친 듯이 달려가 반태승의 몸을 덥히며 보호하려고 했으나 칼은 반태승의 팔에 떨어지고 말았다.지금껏 살아오면서 별의별 풍파를 모조리 겪은 반태승인지라 이 정도 아픔에 끄떡도 없었다.성혜인은 반태승의 팔에 꽂힌 칼을 꼭 잡았다. 어떻게든 살리려고.이때 주위의 불빛이 한껏 밝아졌는데 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조금 전 그곳에서 독사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다들 혼비백산이 된 것이었다.위험한 곳을 피해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던 중 지금 이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겨우 놀란 가슴을 가라앉힌 그들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성혜인의 옆에 서 있던 가면을 쓴 남자, 즉 반태승을 공격하던 남자는 성혜인의 앞으로 순식간에 다가와 수호자의 모습을 보였다.남자의 정체는 배현우이다.성혜인은 칼을 꼭 쥐고 있던 손을 풀었는데 이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다.뒤에 있던 또 다른 가면을 쓴 남자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어르신께서 구체적인 주소를 알려주셨습니다. 그만 이곳을 떠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성혜인을 바라보며 인사를 전했다.“고생 많으셨습니다.”성혜인은 눈동자가 심하게 일렁이며 누군가가 바짓가랑이를 당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할아버지 괜찮을 거야.’하지만 만약 두 사람의 대본대로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배현우가 반태승을 상대로 또다시 칼을 휘두를 것만 같았다. 절대 살아나지 못하게.성혜인은 지금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이때 수호자 자태를 보이던 배현우는 갑자기 뒤돌아서서 성혜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30
Read more

제1080화 승제야, 혜인이랑 그만 헤어져

임경헌은 또다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형, 다른 사람들이 성혜인 씨를 스파이라고 그러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만을 유지했다.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이튿날 아침, 의사가 찾아와서 그에게 말했다.“어르신께서 두 분께 하실 말씀이 있답니다.”반태승은 이미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반승제와 임경헌은 방호복을 입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병실로 들어온 반승제를 겨우 바라보며 반태승은 좀 만 더 가까이 오라고 눈짓을 보냈다.반승제는 앞으로 좀 더 다가가 병실 전체를 진동하는 소독수 냄새를 맡으며 반태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반태승은 한 글자씩 힘겹게 뱉어내고 있다. “승제야, 혜인이랑 그만 헤어져.”그 말에 반승제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만 같았다.그전까지만 해도 어젯밤 자기가 목격한 모든 것이 오해였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성혜인이 절대 자기 할아버지한테 손을 댈 리가 없다며 그게 어떠한 이유로든 그럴 수 없다며 장담했었다.하지만 반태승이 이러한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어젯밤 성혜인이 칼을 휘두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반태승은 그의 손을 놓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이 일었다.“혜인이랑 헤어져…”반승제는 다시 그의 손을 꼭 잡았다.“승제야, 하늘에 맹세해…”반태승은 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온몸을 떨었다. 반승제에게 잡혀 있는 손마저도 부들부들 떨렸다.성혜인이랑 헤어지겠다고 하늘에 맹세하게끔 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반승제는 단 한 글자도 뱉을 수 없었다.그저 묵묵히 반태승의 손을 꼭 잡은 채 평온함을 드러냈다.반태승은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손등에 핏줄도 불끈 튀어나왔다.그동안 그는 10여 근이나 빠졌고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이러한 말을 하고 나서 힘이 들어 눈을 감았다.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분이었고 시간이 되자마자 간호사가 들어왔다.반승제와 임경헌은 병실에서 나와 입고 있던 방호복도 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31
Read more
PREV
1
...
106107108109110
...
22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