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헌은 또다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형, 다른 사람들이 성혜인 씨를 스파이라고 그러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만을 유지했다.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이튿날 아침, 의사가 찾아와서 그에게 말했다.“어르신께서 두 분께 하실 말씀이 있답니다.”반태승은 이미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반승제와 임경헌은 방호복을 입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병실로 들어온 반승제를 겨우 바라보며 반태승은 좀 만 더 가까이 오라고 눈짓을 보냈다.반승제는 앞으로 좀 더 다가가 병실 전체를 진동하는 소독수 냄새를 맡으며 반태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반태승은 한 글자씩 힘겹게 뱉어내고 있다. “승제야, 혜인이랑 그만 헤어져.”그 말에 반승제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만 같았다.그전까지만 해도 어젯밤 자기가 목격한 모든 것이 오해였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성혜인이 절대 자기 할아버지한테 손을 댈 리가 없다며 그게 어떠한 이유로든 그럴 수 없다며 장담했었다.하지만 반태승이 이러한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어젯밤 성혜인이 칼을 휘두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반태승은 그의 손을 놓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이 일었다.“혜인이랑 헤어져…”반승제는 다시 그의 손을 꼭 잡았다.“승제야, 하늘에 맹세해…”반태승은 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온몸을 떨었다. 반승제에게 잡혀 있는 손마저도 부들부들 떨렸다.성혜인이랑 헤어지겠다고 하늘에 맹세하게끔 하고 싶었던 것이다.하지만 반승제는 단 한 글자도 뱉을 수 없었다.그저 묵묵히 반태승의 손을 꼭 잡은 채 평온함을 드러냈다.반태승은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손등에 핏줄도 불끈 튀어나왔다.그동안 그는 10여 근이나 빠졌고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이러한 말을 하고 나서 힘이 들어 눈을 감았다.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분이었고 시간이 되자마자 간호사가 들어왔다.반승제와 임경헌은 병실에서 나와 입고 있던 방호복도 도로
Last Updated : 2024-03-3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