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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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또 불쌍한 척

정원의 여러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아름다운 커튼 장식이 있었고 주변의 풍경은 수려하기 그지없었다.모두가 한마음으로 한뜻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 임경헌이 외쳤다.“형, 왔어요?”임경헌은 줄곧 별말 없이 설인아가 몇몇 재벌가 딸들과 얘기 나누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인복이 이렇게 좋다며 일부러 과시하는 것 같았다.설인아는 신분도 높고 청순가련하게 생긴 탓에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쉬웠다.임경헌의 말에 모두 멀지 않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온 사람은 적어도 20명 남짓하였는데 남녀의 비례가 반반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서, 반승제는 두 손으로 성혜인의 얼굴을 잡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만약 네가 불편하다고 하면 우리는 돌아갈 거야.”‘온시환 정말 쓸모없는 자식. 이런 작은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곧 성혜인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돌아간다면 무리 내 사람들이 그녀가 일부러 설인아를 피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되면 나중에 더 난처해질지 몰라.’게다가 요즘 무리 내 사람들은 계속 그녀의 출신을 조롱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호텔에서 망신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반승제의 별장에 평생 머물며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할 것이다.“혜인아, 돌아가자.”사실 반승제는 성혜인을 데리고 나와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 했지만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이내 손목을 잡으며 되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성혜인은 되레 고개를 흔들며 뒷좌석에 있던 흰둥이를 내려주었다.흰둥이는 털을 몇 번 털더니 금세 애교스럽게 그녀의 무릎에 대고 얼굴을 문질렀다.사람들은 흰둥이의 등장에 순간 놀라고 말았고 몇몇 여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저 개는 대체 무슨 종이지? 위풍당당하네, 아주.”설인아는 흰둥이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져서는 몰려오는 통증에 자신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그래도 미리 약을 먹어놔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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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공주병

성혜인은 그 모습이 우습기만 했고 손에는 여전히 흰둥이의 목줄을 잡고 있었다.이내 그녀는 반승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승제 씨, 차 안에 있는 물건 내려놔요. 흰둥이도 계속 차 안에 있으면 답답할 테니까 저는 임경헌 씨랑 흰둥이 산책시키러 갈게요.”반승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차 문을 열고 물건을 아래로 옮기기 시작했다.두 사람 모두 설인아를 상대하지 않는 탓에 이들 중 그녀는 너무 쓸데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설인아는 몸을 비틀댔지만 어떻게든 버티며 쓰러지지 않았다.곧 성혜인이 목줄을 잡고 떠나려는 데 흰둥이의 큰 몸이 설인아와 부딪히는 게 보였다.원래도 몸이 좋지 않던 설인아는 이렇게 흰둥이와 부딪히자 그대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성혜인도 조금 어이가 없었다.‘흰둥이도 어쨌든 설인아랑 한동안 지낸 적 있었는데, 왜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거지?’그러나 성혜인은 이내 흰둥이의 성질을 떠올렸다. 반승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하인이라 생각할 것 말이다.설인아는 한쪽에 드리운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반드시 참아야 해. 어차피 다들 며칠 동안 이 별장에서 머물 거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성혜인이 흰둥이를 끌고 사람들의 앞을 지나가자 모두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설인아가 방금 그녀의 집안일을 언급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들은 또 장영희와 전태경을 떠올렸다.‘그런 사람들의 딸이 우리와 같은 무리 내에 있다니... 이만한 굴욕도 없지!’하지만 성혜인은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그저 임경헌의 곁으로 걸어갈 뿐이었다.임경헌의 시선은 그녀를 넘어 반승제에게 계속 말을 걸려고 하는 설인아에게 향했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휙 뒤집더니 성혜인에게 말했다.“제가 괜히 산책하러 가자고 말했나 봐요. 저 사람한테는 오히려 득이 되어버렸잖아요.”“괜찮습니다.”성혜인은 목줄을 끌고 임경헌과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밖으로 나갔다.한편, 자리에 남아있던 반승제는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고 설인아는 서둘러 한 걸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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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단독으로

반승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온시환의 옷깃을 움켜잡았다.그러자 온시환은 어처구니없다는 어조로 말했다.“너희 두 사람이 안 왔을 때 모두 방 번호를 뽑고 이 두 개밖에 안 남은 거야. 내가 뭐 일부러 그런 줄 알아? 그리고 너 혜인 씨더러 같이 한방 쓰자고 해도 되잖아.”반승제는 멍하니 서 있었다. 조금 전에는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이 사실을 잊고 있던 것이다.곧 온시환을 놓아준 반승제는 성혜인이 자신과 한방을 쓰게 하지 않고 대신 직접 그녀의 방으로 옮겨갔다. 이렇게 하면 설인아와 조금 더 멀리 떨어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성혜인은 내일 입산에 필요한 장비를 정리하는 반승제를 발견했다.하이킹은 이 별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별장은 단지 모두가 머물며 노는 장소일 뿐 내일 아침 일찍 모두 산에 올라가야 했다.가방 안의 것들은 모두 반승제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준비해 온 것들로, 이것은 두 사람이 사귄 이래 첫 데이트라고 할 수 있다.성혜인은 침대 위에 누워 몸을 뒤척이며 반승제가 여전히 두 가방 안의 것들을 점검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 물었다.“승제 씨는 예전에 하이킹 많이 해봤어요?”“반년에 한 번 정도? 자연과 친해지면 기분이 많이 좋아질 거야. 이번에는 흰둥이가 계속 따라다닐 텐데 그러면 밤에 너를 도와 벌레도 쫓아줄 수 있어.”“풉.”성혜인은 그 모습이 조금 웃기기는 했지만 진지한 그의 옆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훈훈해졌다.그는 두 가방 안의 물건을 모두 점검한 후, 한쪽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혜인이 너는 내일 이 가벼운 거 메면 돼. 내가 무거운 거 멜게.”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어깨를 반쯤 드러낸 채 누워있는 성혜인을 보고 반승제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를 들쳐 안았다.그러자 성혜인의 다리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그렇게 반승제가 키스를 한 지 1분이 지났을 때, 임경헌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형, 모두 형 회의 언제 여나 기다리고 있어요. 아, 또 회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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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질투 섞인 시선

안색이 잠깐 굳더니 설인아는 이내 입술을 오므렸다. 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손바닥을 뚫고 들어갈 뻔했다.그때 한 사람이 말했다.“지금부터 바비큐 준비하고 조금 이따 술 살짝 마실까요? 그리고 다들 돌아가 쉰 다음 내일 아침 6시에 출발합시다.”그 소리는 얼어있던 현장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이윽고 성혜인도 반승제의 곁으로 향했다.그녀는 음침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설인아의 질투 섞인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그러면서 문득 성혜인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저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고 태어났으면서 왜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 거지?’밖에서는 도우미들이 바비큐 받침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이런 음식을 먹지 않는 재벌 2세들이었지만 모처럼 하이킹하러 왔기 때문에 분위기에 맞춰 노는 것도 퍽 나쁘지 않았다.오늘 밤 속이 좋지 않았던 성혜인은 반승제에게 주의 사항을 다시 한번 들은 다음 안에 남아 바깥 바비큐 파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그녀가 가지 않으면 따라서 반승제도 가지 않을 게 분명했으므로 온시환이 들어와서 외쳤다.“승제 너는 뭐 먹을래? 여기 전문적인 셰프님이 해산물 구워주시는데 혜인 씨랑 조금 먹는 게 어때?”해산물 얘기에 흥미를 느낀 성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을 한 번 보았다.그러자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있는 수조가 눈에 들어왔다.이 모든 것은 헬리콥터로 공수해온 것이었다.비록 야외에서 하는 식사라고는 하지만 재벌 집 도련님들이 어찌 아무거나 먹을 수 있겠는가. 따라서 바비큐 파티에 놓일 음식들은 전부 최고급으로 준비했다.그중, 성혜인은 킹크랩 한 마리가 마음에 들었다.‘저 게살 구워 먹으면 아주 맛있다던데...’예전 성씨 집안에 있을 때, 당시 성훈은 재혼하지 않았고 매년 설날 음식을 충분히 준비했었다. 하지만 준비한 음식의 반을 채 먹기도 전에 그는 항상 회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자리를 뜨고는 했다.그녀가 손을 들어 안에 있는 킹크랩을 가리키려 하자 설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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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네 킹크랩 혜인이한테 줘

설인아는 설기웅의 팔짱을 끼고 한 무리의 사람들 앞으로 걸어갔다.설기웅 역시 반승제에 버금가는 엘리트로 해외 상업계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고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설씨 가문과 협력하고 싶어 했다.이곳에 있는 재벌가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줄곧 서로 속고 속이며 서로가 가진 자원을 교환하고 이용하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때문에 누구와 사귀어야 할지 잘 알고 있었고 자연스레 그들은 설씨 가문의 두 사람과 말을 섞기 시작했다.설인아는 환하게 웃으며 하나하나 대답했다. 그때, 누군가 설기웅에게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설인아가 먼저 나서며 대답했다.“우리 오빠는 워커홀릭이라 가정을 꾸릴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제 새언니가 되고 싶은 사람은 먼저 저라는 관부터 넘어야 합니다.”그녀는 웃으며 설기웅을 쳐다보았다.“그렇지 오빠?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야말로 오빠 마음에 들 수 있잖아.”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지만, 설기웅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루종일 소란만 피울래?”설인아는 혀를 삐죽 내밀더니 이내 성혜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자신을 이렇게 총애하는 설기웅을 보고 성혜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어서 말이다.그녀는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성혜인은 기대했던 것만큼 질투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킹크랩을 아쉽게 쳐다보는 것을 보니 성혜인은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진 소동보다 킹크랩에 훨씬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설인아는 뾰로통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살면서 킹크랩도 못 못 먹어봤나.”그 말은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렸고 모두들 성혜인을 바라보았다. 과연 설인아의 말대로 성혜인은 킹크랩이 있는 수조를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이때, 반승제가 성혜인의 곁으로 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먹고 싶어?”성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음식에 기대를 내비치다니,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아까 승제 씨가 가방 정리하고 있을 때 마침 킹크랩 굽는 영상을 봤었거든요.”그러자 반승제의 시선은 순간 온시환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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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세상이 그녀를 에워싸고

“누가 너한테 이런 말버릇 가르쳤어?”설기웅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눈빛 역시 차가워졌다.“인아야, 둘째한테 나쁜 거 배우지 마.”설인아는 억울한 듯 입술을 오므리고 계속 그의 팔을 흔들었다.설기웅이라는 사람은 정인군자로서 서로 질투하며 싸우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고 몸과 마음을 일에 몰두하여 유독 설씨 가족에게만 책임을 질 뿐이었다.그의 눈에 설인아는 조금 오만할 뿐이지 결코 사람의 마음을 해치는 아이가 아니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므로 세상이 그녀를 에워싸고 돌아가기를 바랐다.설인아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결코 틀렸다 생각하지도 않았다.“내가 잘못했어, 오빠.”그녀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 없이 얌전하게 있었다. 설기웅이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서 말이다.한편, 설기웅의 시선은 때때로 성혜인 쪽을 향했다.성혜인은 이미 먼 곳에 있는 한 전망대에 다다랐는데, 산이 꽤 높은 덕에 웅장한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산 아래로 마치 은하수가 땅에 흩어져 있는 것 같았고 그녀는 처음 이런 관점에서 제원을 바라보았다.그녀가 돌의자에 앉아 있을 때 반승제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끝을 움켜쥐었다.“머리가 더 길어진 거 아니야?”이전에 성혜인의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이었다면, 지금은 포니테일을 할 수 있을 정도 많이 자랐다.그는 손끝으로 머리카락 한 가닥을 짚더니 그녀에게 물었다.“묶을래?”성혜인은 고개를 흔들다가 반승제의 손목에 검은색 머리끈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시계 외에는 어떤 장신구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인데, 오늘은 웬일로 머리끈을 다 갖고 왔지?'성혜인의 시선이 몇 초간 자신에게 머무르자 반승제가 조금 쑥스러워했다.“오기 전에 머리가 좀 길어진 걸 보고, 나중에 네가 묶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성혜인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의 손목을 잡고 반복해서 살펴보았다.분명히 몇천 원 되지 않는 물건이었는데 그의 이 길쭉한 손목뼈에 있으니 수백만 원짜리 같은 느낌이 났다.“승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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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제 여자를 보호하고 싶을 뿐입니다

성혜인은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조차 귀찮아하며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반승제도 맞은편을 보지 않고 한 손으로 뺨을 괴고는 빙긋 웃으며 성혜인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성혜인이 반 마리를 다 먹고 더 먹으려 하자 반승제는 손가락 끝으로 그녀를 꾹 눌러 제지했다.“차가운 성질의 음식이니 조금만 먹어. 위가 아플지도 몰라.”그녀는 아쉬워하며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반승제는 침착하게 옆에 있는 물티슈를 뽑아 들더니 마치 예술품을 닦는 것처럼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아주었다.너무 몰입한 나머지 반승제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임경헌이 한마디 했다.“형 혹시 서주혁 씨 전화 못 받았어요? 조금 전에 온시환 씨가 그러는데, 서주혁 씨가 형더러 잠깐 와달라 한대요.”조금 전 온시환이 이 말을 꺼냈을 때, 반승제는 성혜인의 손을 닦아주고 있어 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이쪽으로 향하게 되었다.모두의 얼굴에는 놀라움, 질투, 의아함이 가득했다.‘남의 것 빼앗아서 성혜인한테 줬으면 됐지, 킹크랩 먹었다고 정성스레 손까지 닦아줘? 성혜인은 왜 또 가만히 받기만 해?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반승제한테 도대체 어떤 약을 타 먹였길래 저러는 거지...’설인아는 짜증이 몰려와 이를 악물었다. 온몸의 피가 들끓고 곧 역류할 것만 같았다.입버릇처럼 자신이 반승제를 좋아한다고 말했건만 지금 그가 무리 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성혜인을 챙기다니... 그야말로 설인아의 뺨을 때리는 일이 아닌가?“다 큰 사람이 스스로 손 닦을 줄도 모르나?”그녀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순간 생각을 멈추었다.반승제는 손에 든 티슈를 접어 느릿느릿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지더니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너랑 상관없잖아.”조금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 말에 설인아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설기웅도 더 이상 가만히 볼 수 없었다.“반 대표님, 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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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환상을 유발하는 약

카드를 만지고 있던 반승제는 손을 멈칫하며 그녀의 뻔뻔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한편, 홀 밖에서 전화를 받아 든 성혜인은 온몸이 굳어졌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아직 실종 상태인 반태승이었기 때문이다.“혜인아.”핸드폰 너머의 목소리가 잠시 멈추더니 이내 몇 번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성혜인은 자신이 환청을 들은 줄 알고 급히 입을 열었다.“지금 어디에 계세요? 승제 씨가 계속 할아버지를 찾고 있어요.”“혜인아, 내일 밤에 나랑 만나자꾸나. 대신 승제한테는 얘기하지 마.”‘내일 밤?’그 시간에 그들은 이미 입산하여 산속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그 말인즉슨 할아버지가 이 주변에 계신다는 거야. 단지 나오려 하지 않으실 뿐.’성혜인의 마음속에는 너무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내가 너한테 따로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러니 승제한테는 알려주면 안 돼.”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다시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떠날 때 이미 몸이 성치 않았던 반태승이라 성혜인은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할아버지, 제가 승제 씨한테 이 신호가 뜨는 주소를 추적하라고 할게요.”“혜인아, 이건 내 유언이다. 한 번만 너를 만나고 뭔가를 확실히 알아내고 싶어. 그러니 제발 승제한테 아무 말 하지 말아.”“알겠어요.”그렇게 통화를 끊고 사람들 속으로 돌아갔을 때 성혜인은 반승제를 보지 못했다.그녀가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예의 바르게 물어보자, 여자는 눈을 흘기며 대답했다.“정말 한순간도 남자를 떠날 수 없는 거예요? 다른 큰일도 아니고 잠깐 전화하러 간 게 다면서 참...”성혜인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와 따지는 것도 귀찮았다. 또 일단 여기서 또 충돌이 일어나게 되면 조금 이따 반승제가 또 발작할지도 모른다.그렇게 현장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지만 성혜인은 반승제를 찾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친절하게 한마디 했다.“바로 옆 보드게임 방에 있어요.”임경헌은 오늘 흰둥이에게 첫눈에 반해 밤새 흰둥이와 함께 사람들과 멀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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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내 칼이 되어주겠다고

엔디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앞에는 그녀의 웃는 얼굴이, 코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 향기가 났다.그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설인아가 말했다.“나 더는 기다리기 싫어. 엔디, 이번 하이킹 때 성혜인을 죽여줘.”설인아는 차가운 안색으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내 칼이 되어주겠다고 네가 말했었잖아.”하이킹 중에 성혜인을 처리한다는 것은 언제든지 반승제에게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리고 반승제는 조금만 신경을 써도 누가 손을 댔는지 알 수 있기에 때가 되면 엔디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설인아의 제안은 바로 그의 목숨을 성혜인의 목숨과 바꾸겠다는 의미였다.“엔디, 해줄 수 있어?”엔디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내 다시 설인아를 올려다보았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좋아. 그럼 내일 밤 너는 성혜인을 주시해. 그 X이 승제 여보의 눈을 떠나기만 하면 너는 손을 써서 반드시 성혜인을 죽이는 거야. 엔디, 너도 알다시피 나는 정말 성혜인이랑 놀고 싶지 않아. 안 그러면 내 병이 더 심각해질지 모르거든. 너도 나한테 사고가 생기는 건 원하지 않지?”엔디는 외로움 가득 찬 눈빛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가씨, 그렇게 많이 얘기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냥 아가씨가 시키시면 갈 거예요. 무슨 이유든지를 막론하고 말입니다.”그러자 설인아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 찼다. 그녀는 곧장 와인을 옆에 있는 도우미에게 건네주며 안에서 포커 게임을 하는 네 사람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성혜인도 없어 짜증이 났던 터라 반승제는 연달아 몇 판을 졌고 이내 옆에 있는 와인을 들어 단숨에 끝까지 마셔버렸다.설인아가 들어왔을 때는 마침 목을 쭉 빼 들고 술을 마시고 있는 반승제의 모습이 보였다.반승제의 외모는 실로 그녀가 본 사람들중 가장 뛰어났는데 이런 동작조차도 비명을 지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곧 가슴이 뜨거워졌고 설인아의 심장은 큰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뛰었다.그녀는 반승제가 이곳에 있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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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입까지 맞췄을 기세

복도의 분위기가 순간 미묘해졌다.입구의 성혜인은 반승제가 왜 설인아를 안고 있는지 1분을 생각해도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의 모습은 그들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입까지 맞췄을 기세였다.반승제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즉시 설인아를 밀어버렸다.설인아는 큰 힘을 받자 똑바로 서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넘어졌다.그 모습을 본 설기웅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반승제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결국 차마 피하지 못한 반승제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설기웅은 차가운 얼굴로 쭈그리고 앉아 설인아를 일으켜 세우더니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괜찮아, 인아야?”그러자 설인아가 눈시울을 붉히며 그의 품에 안겼다.“오빠, 나 가슴이 아파. 나...”곧 뺨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설인아는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설기웅은 서둘러 그녀의 몸을 뒤져 약을 찾아낸 후 입에 집어넣었고 설인아는 훌쩍거리며 그의 품에 안겨 다시 반승제를 보려 하지 않았다.이 상황은 누가 봐도 반승제의 잘못으로 보였다. 조금 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뜨거웠으니 말이다.‘인아가 일방적으로 쫓는 줄 알고 와서 말리려 했더니, 반승제가 양쪽에서 두 사람을 갖고 노는 거였어?! 허허, 이게 대체 뭐야? 감히 설씨 가문 딸이 왜 이런 굴욕을 당해야 하는데!’“반승제, 네가 다른 여자를 가지고 놀면 나도 상관 안 해. 하지만 네가 내 여동생을 가지고 논다면 나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반승제는 지금도 머리가 아팠다. 특히 억지로 그 혼란에 저항하려고 하니 더욱 아팠다.마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필사적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반승제는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 설기웅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도 않았다.뒤이어 설기웅은 조심스레 설인아를 부축하며 더욱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게다가 네 옆에는 지금 갖고 놀 여자가 있지 않나? 내 여동생은 저 여자랑 달라.”등장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성혜인에게 심한 말을 하지 않았던 설기웅은 이 순간 주저 없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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