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제 발 저린 듯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어제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몸에서 왜 술 냄새가 나요? 혹시 어젯밤에 술 마셨어요?”이내 눈을 가늘게 뜬 채 예리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추궁했다.순식간에 주도권이 빼앗긴 상황에서 이성준이 되레 양심에 찔렸다.몸이 아직 완치된 게 아니라서 백아영은 그에게 술을 한 방울도 마시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금지령을 내렸다.사실 그동안 술을 적지 않게 마셨는데, 어젯밤에도 홧김에 들이붓지 않았는가?“에헴.”이성준은 어색하게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얼른 반찬을 집어주었다.“얼른 밥 먹어요. 음식이 다 식겠어요.”백아영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약은 어디 있죠? 약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사실 완치약 처방은 이미 전달받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아직 한 입도 대지 못했다.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여자의 시선을 느낀 이성준은 즉시 장담했다.“내일부터 꼭 먹을게요.”그날 밤, 이성준은 맞은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짐을 싸면서 깨끗한 옷과 약도 챙겼다.심보라는 그를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표정만큼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성준아, 진짜 들어가서 같이 살려고? 아영 씨는 속으로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는데 네가 곁에 있어봤자 고통만 남지 않을까?”“보라야, 넌 심리상담사니까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뻔할 거야.”이성준은 캐리어를 끌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나섰다.심보라는 제 자리에 얼어붙었다. 비록 그를 부르고 싶었으나 입만 벙긋했을 뿐 차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심리상담사로서 그의 생각을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 설령 백아영의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더라도, 그녀가 늘 다른 남자를 그리워하며 언제든지 그 사람과 떠날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곁에 남아 있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이성준을 막기에 그녀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질투에 눈이 먼 심보라는 증오심이 활활 타올랐다. 이성준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
최신 업데이트 : 2024-01-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