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711 - Chapter 720

916 Chapters

제711화

폭우가 쏟아졌지만 달려가는 발걸음을 막지 못했고 그는 폭우 속에서 백아영을 품에 꼭 안았다.차가운 비에 온몸이 흠뻑 젖었으나 서로를 끌어안은 몸만큼은 따뜻했다.“아영아.”이성준의 갈 곳 잃었던 마음은 비로소 피난처를 찾은 듯 안정되었다.“왜 왔어?”F국 행 비행기에 올라탔던 백아영은 비행기를 돌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이성준, 넌 정말 개자식이야.”두 시간 전, 선우 일가에서 심은아를 체포했을 때 마침 그녀에게 잡혀있던 정호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고작 직원에 불과한 그를 이렇게까지 대하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굳이 제경으로 돌아와서 당신을 찾는 게 뭔가 수상쩍어서 잡아뒀는데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게 됐지 뭐예요.”심은아는 비꼬며 백아영을 바라봤다.“아영 씨, 의술도 뛰어나고 변장술도 뛰어나면서 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거죠? 당신이 알고 있는 한태윤? 그 사람 가짜예요.”백아영은 동공이 흔들렸다.“그럴 리가 없어요.”“풉, 믿기지 않으면 직접 보시던가. 제가 직접 조사한 자료들이에요. 당신이 알고 있는 한태윤이 남원에 있을 때 제경에는 또 다른 한태윤이 있었어요.”증거가 눈앞에 버젓이 놓이자 백아영은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그제야 자신이 간과했던 디테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처음 한태윤을 만났을 때 그의 신분이 의심되어 여러 번 떠봤으나 삐쩍 마른 앙상한 몸을 본 순간 절대 이성준일 리가 없다며 단정지었고 그 사람이 진정한 한태윤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다.그 시도로 이성준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나서는 더 이상 그의 얼굴이 궁금하지 않았다.솔직히 한태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백아영은 오직 그 사람이 이성준이 맞는지에만 관심이 쏠려있었다.이로 인해 나중에 한태윤의 모습이 변해가며 이성준과 겹쳐 보이기도 했지만 같은 사람일 리가 없다며 섣불리 단정 지었다.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백아영은 마치 얼음물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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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비행기는 다시 이륙했고 선우경진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아영아, 그러지 말고 성준 씨 용서해 줘. 다 널 사랑하니까 그런 거잖아. 네가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고통받을까 봐 걱정되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한 거야.”백아영은 창가 자리에 앉아 점점 멀어지는 땅을 바라보다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만약 제가 죽을병에 걸렸는데 모든 사람에게 숨기고 혼자 죽으면 오빠는 절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요?”“그게...”선우경진은 말하려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날 사랑한다는 이유를 앞세워서 했던 모든 행동이 다 상처로 남았어요. 내가 못난 사람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 매일 고통에 허덕이며 수없이 나 자신을 원망하고 의심했어요. 밤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시면서 죽는 것보다 못한 날들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오해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용서될까요? 나만 바보 됐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선우경진은 입을 벙끗했으나 차마 한 글자도 말하지 못했다.피치 못할 사정인 건 맞지만 거듭된 상처로 인해 백아영의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났고 사랑하는 만큼 상처가 더 깊었기에 쉽사리 용서하지 못하는 그녀의 고충도 이해되었다.외유내강의 성격인 백아영이라면 아마 평생 이 일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우강에서 이성준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백아영이 진지한 눈빛으로 선우경진을 바라보자 그는 다급하게 맹세했다.“절대 얘기하지 않을게. 믿어줘.”백아영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창문에 기댄 채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차분한 듯 보이지만 눈가에서는 조용히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고 그 모습을 본 선우경진은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아영이가 마음을 굳게 먹어서 이번에는 도와주기 힘들 것 같아요. 미안해요.」「어디로 가는 중이에요?」「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요.」「어딘데요?」「저번에 도와줬다가 들킨 후로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고 아영이랑 맹세했다고요.」「그러니까 어디로 가고 있냐고요!」「우강...」...우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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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백아영은 고개를 숙이고 평평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임신할 때부터 입덧이 심했지만 이현무 못지않은 훌륭한 아이라며 굳게 믿고 있었다.당시 이현무는 치명적인 맹독에도 굳건히 살아남은 아이였기에 사막 횡단은 전혀 어려운 게 아니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그녀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런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자신의 처지부터 돌아보는 게 어때요? 우강에 들어가서도 지금처럼 쓸모없는 사람이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심은아는 모든 걸 털어놓았다며 진실한 표정을 보였으나 백아영은 연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혀 믿지 않았고 우강에 도착하면 기필코 심은아의 입을 열게 만드리라 다짐했다.“정말 엄마가 살아있다고 생각해요?”심은아의 눈빛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우강은 사람의 뼈까지 씹어먹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무서운 곳인데 2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살아있을까요? 아마 해골로...”“정현아!”온유성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덜덜 떨며 백아영의 손을 덥석 잡자 그녀는 재빨리 맞잡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타일렀다. “엄마는 절대 죽지 않았을 거예요. 최고의 의술을 갖고 있으니까 우강에서도 인정받는 의사가 되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엄마의 의술을 봐서라도 쉽게 죽이지 못할 거예요. 엄마도 어쩌면 우리가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요.”백아영의 말을 들은 온유성은 미간이 살짝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인 듯 악몽을 꾸고 있었다.백아영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온유성이 도대체 무슨 악몽을 꾸고 있길래 이토록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우강에는 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선우경진은 7, 8명으로 구성된 용병 부대를 불러들였다. 모두 근육질의 남자였는데 몸 곳곳에 끔찍한 흉터가 남아있었고 사나운 인상의 그들에게서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여자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용병 부대의 리더인 찰스는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며 경멸하듯 백아영을 바라봤다.“난 저 여자랑 같이 들어가고 싶지 않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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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용병 부대 7명, 선우 일가 경호원 10명, 백아영 일행까지 더해 총 21명이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황사와 함께 찌는듯한 더위가 밀려왔다.막 잠에서 깬 온유성은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여기, 너무 익숙한데...”“아빠, 전에 오신 적 있어요?”“아마도. 그런데 기억이 잘 안 나네. 머리가 너무 아프구나...”백아영은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아빠, 그러지 말고 돌아가서 쉬는 게 어때요?”“안돼, 정현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무조건 갈 거야.”온유성은 엄청난 고통을 억누르며 단호하게 말했다.“최대한 빨리 기억을 되찾아볼게. 어쩌면 우강에 도착해서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낙타위에 앉은 백아영은 점점 뜨거워지는 사막의 열기에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고 아랫배가 이따금 아파져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길을 재촉했다.“잠깐만 쉬었다가 가시죠.”“이제 시작인데 벌써 쉬다뇨? 몸이 그렇게 약하면서 왜 굳이 따라나서서 방해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네요.”찰스는 단칼에 거절했다.“아직은 쉬면 안 돼요. 버티지 못할 거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요.”백아영은 이를 악물었다.“잠깐 쉰다고 우강에 못 가는 것도 아니고, 고용주가 급하지 않다는데 왜 이렇게 재촉하죠? 누가 보면 목적이 따로 있는 줄 알겠어요.”“얼른 끝내고 다른 일도 해야죠.”“제가 두 배의 계약금으로 다음 타임까지 살게요.”찰스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그녀의 말에 타협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했다.“아영 씨, 이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있어요. 우강에서 열리는 만사각 경매에 참여하실 생각이라면서요? 시간을 지체하다가 경매를 놓칠 수도 있어요.”만사각 경매는 보름에 한 번씩 열리고 우강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꿰뚫어 보는 만물박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이 기회를 놓치면 보름이나 기다려야 한다.외부인이 죽지 않고 우강에서 보름을 머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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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찰스는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마시고 담배꽁초를 날려 황사 속으로 떨어뜨렸다.곧이어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직접 손을 써야지.”이튿날 밤.다들 사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찰스는 부하 두 명을 시켜 망을 봤고 선우 일가도 경호원 두 명을 남겨두고 그들과 함께 밤을 지켰다.낙타를 타고 온종일 움직였던 백아영은 너무 지쳐서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잠이 들어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고 미세한 움직임에도 바로 대응할 수 있게 신경을 곤두세웠다.백아영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눈을 떴다.그녀는 자신의 텐트를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었고 모닥불에 의해 비친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고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위험해!”고요한 밤에 울려 퍼진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사람들 모두 잠에서 깼고 그 시각 누군가 백아영의 텐트를 찢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찰스였다!그는 피에 굶주려 있는 야수처럼 백아영을 노려보더니 주저없이 그녀를 덮쳤다.“조용하게 처리하고 싶었는데 왜 일을 크게 만들고 난리야.”백아영은 간신히 찰스의 손을 피하고 작은 몸을 이용하여 재빨리 텐트에서 나왔다.텐트 밖. 선우 일가의 경호원과 용병들은 이미 맞서 싸우고 있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아영아, 얼른 가자.”선우경진은 심은아를 묶은 밧줄을 잡아당기며 다른 한 손으로 백아영의 손을 잡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선우철은 혼수상태인 온유성을 등에 업었다.“다른 사람들은 어떡해요?”“용병들을 막고 있을 테니까 우린 일단 가자. 실력자니까 알아서 잘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만에 하나 도망가다가 용병에게 따라잡히면 절대 싸워서 이길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팀장님, 그 사람들 도망갔어요.”다니엘이 괴로워하며 입을 연 그 시각 백아영 일행은 모래 언덕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자고 있는 동안 성가신 경호원들을 암살한 후 손쉽게 백아영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그녀의 비명 소리에 모든 사람이 잠에서 깼고 계획이 물거품 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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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출구가 어딘지 당장 말해요.”백아영은 손에 은침을 든 채 싸늘하게 물었다.손발이 묶여 꼼짝할 수 없었던 심은아는 돌담에 기대어 천천히 입을 열었다.“출구가 있는 건 맞는데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적어요. 숨이 간신히 붙어있을 때 찰스가 수습하러 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그때가 되면 백아영 일행은 기진맥진하여 반항할 힘조차 없을 것이다.백아영은 소름이 돋았다. 마치 거대한 그물에 걸린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이 상황은 심은아가 오래전에 짜놓은 판이었고, 계획은 그녀가 처음 잡혔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같은 시각 우강에 있던 제갈연준은 핸드폰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내 사랑 드디어 잡혔네. 며칠 뒤면 내 곁으로... 아참, 아니지.”그 생각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백아영 일행은 황급히 도망친 탓에 달랑 배낭 하나밖에 챙기지 못했고 보급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설상가상으로 온유성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두통으로 의식을 잃은 데다가 이제는 고열을 앓았는데 백아영의 침술로 억제할 수 없었다.심은아는 옆에 앉아 고소해하며 얄밉게 웃고 있었다.“상태를 보니까 찰스가 오기도 전에 한 명이 죽겠는데요?”“닥쳐! 함부로 입 놀리다가 네가 제일 먼저 죽게 될 거야.”백아영이 분노하며 위협하자 심은아는 입을 닫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눈에 거슬렸다.온유성에게 마지막 침을 놓은 후 백아영은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졌고 선우경진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아영아!”백아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저 괜찮... 우웩!”말을 마치기도 전에 백아영은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먹은 음식이 없으니 연신 물만 토했고 목이 불타는 듯 쓰라렸다.겨우 한 끼를 굶었다고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며칠 동안 이런 상황을 반복해야 한다니... 차라리 죽는 게 덜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다 나때문이야. 내가 제대로 조사했다면 찰스가 속한 용병 부대를 고용하지 않았을 텐데...”선우경진이 죄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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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백아영은 동공이 급격하게 움츠러들었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선우경진과 선우철을 바라봤다.그들의 컨디션은 백아영보다 조금 나았지만 솔직히 전성기였다고 해도 두명이 찰스 일행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백아영은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 당황하며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힘이 풀려 다시 쓰러졌고 절망으로 가득 찬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바로 이때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던 온유성이 눈을 떴는데 날카로운 그의 눈빛은 섬뜩함을 자아냈다.순간 이성을 되찾으면서 시선이 다시 부드러워지더니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출구가 어딘지 내가 알아.”말하던 그는 다가가서 백아영을 번쩍 안더니 마치 길을 아는 사람처럼 자신만만하게 걸음을 옮겼다.선우경진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고모부, 길은 아신다고요? 기억을 되찾으신 거예요?”온유성의 품에 안긴 백아영은 익숙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이상하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기억 돌아왔어요?”온유성은 전방을 주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아주 조금. 네 엄마가 예전에 우강 사람들에게 끌려갔거든. 우강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야.”줄곧 온화하고 상냥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는 선우정현을 언급할 때면 이를 악물었고, 야윈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더니 범접할 수 없는 싸늘함을 드러냈다.아무리 애써도 빠져나갈 수 없었던 메이즈 캐슬은 온유성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고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사막을 바라보자 백아영은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그 시각 심은아의 표정은 극도로 추악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온유성을 바라봤다.“출구를 어떻게 알고 있지? 당신... 누구야?”온유성은 그녀를 무시하고 백아영을 안은 채 사막을 거닐며 우강을 향해 걸어갔다.우강은 사막의 금지구역 안에 있는 캐슬이었고 주위는 강으로 둘러싸여 오아시스를 형성했다.백아영과 일행들은 며칠 동안의 에너지 소모가 막강한 탓에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어도 컨디션이 좀처럼 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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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그들의 뒤를 밟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백아영 일행을 에워쌌다.“저 청순하게 생긴 여자는 내 거니까 아무도 뺏지 마.”“예쁘장하게 생겨서 아주 욕심나는데? 네가 뭔데 선수 치지?”“내가 먼저 찜했어. 왜? 뺏으려고?”말하던 그가 칼을 빼내려 하자 상대방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칼날을 본 백아영은 동공이 급격하게 움츠러들더니 바짝 긴장했다.수년 동안 세상의 모든 풍파를 겪었다 한들 눈앞에서 살해되는 남자를 보자 충격을 금치 못했다.순간 속이 울렁거리더니 헛구역질이 올라왔다.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은 이미 싸우기 시작했고 끊이지 않는 비명 소리와 더불어 땅은 순식간에 피로 붉게 물들었다. 거리는 한순간에 도살장으로 변해 잔인하기 그지없었다.“얼른 가요.”이 사람들에게 잡히면 어떤 끔찍한 결말을 직면할지 잘 알고 있었던 심은아는 잔뜩 긴장한 채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백아영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그들에게 백아영은 최후의 1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장난감에 불과한 존재였다.선우경진은 불안한 마음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이들은 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난 흉악범이자 무자비한 인간들이고 죽음 따위 두려워하지 않는 악랄함을 갖고 있어 일대일로 맞선다고 해도 지는 싸움이다.도망은 불가능한 상황이니 만사각 안으로 들어가 안전을 확보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저희가 사막에서 습격당하는 바람에 돈을 잃어버렸어요. 선우 일가 아시죠?”선우경진은 명함을 꺼내 문지기에게 건네줬다.“들어가게 해주신다면 반드시 현금으로 교환할 방법을 알아봐서 두둑하게 드릴게요.”그러나 선우경진이 입이 닳도록 애원해도 문지기는 끄떡없었다.그 순간 피 터지는 싸움이 종료됐다.가장 처음 살인을 저지른 건장한 남자가 동생들과 함께 승리를 차지했고 그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음흉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청순한 게 딱 내 스타일이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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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게 되자 남자의 표정은 흉측하기 그지없었고 말투마저 살벌했다.“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지? 이건 사람 많다고 이기는 싸움이 아니야. 바닥에 놓인 시체들 안 보여? 눈치 있으면 제발 알아서 꺼져라.”백아영은 또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며 긴장되었다.이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백아영은 직접 목격한 바가 있다. 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잔인함을 갖고 있을뿐더러 1대5를 가뿐하게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라 그에게 인원수의 많고 적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걱정하지 마.” 이성준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이 상황이 두렵지도 않은 듯 한없이 차분했다.침착한 그의 모습을 보자 끝없는 공황 속에서 한 줄기의 희망을 찾은 듯 안도감이 밀려왔다.이성준은 다시 남자를 마주한 순간 눈빛이 싸늘하게 돌변했고, 그가 손을 들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그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백아영에게 다가가더니 넓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눈을 가렸다.여전히 귀를 찌르는 비명과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지만 줄곧 메슥거리던 속은 이상하리만큼 안정을 되찾았고 이성준의 손길이 닿자 이 상황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얼마 후 그는 손을 내렸다.바닥의 피는 전보다 훨씬 많았지만 시체는 완벽하게 처리되었고 사람들도 자취를 감추었다.이성준의 경호원들은 가지런히 입구에 서 있었다. 그들 중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간혹 보였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방금의 싸움은 인원수로 승부를 봤다기보다는 경호원들의 실력이 남자보다 훨씬 뛰어난 게 결정적이었다.‘이성준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찾은 거야?’백아영은 의아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은 후 두 걸음 뒤로 물러나 그와 거리를 두었다.“고마워.”거리를 유지하며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고개를 돌려 선우 경진을 바라봤다.“가요.”“경매가 곧 시작될 거야. 지금 가면 놓쳐.”이성준은 성큼성큼 백아영에게 다가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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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벽에 마음이 심란해졌다.“돈은 나중에 돌아가서 꼭 갚을게.”이성준은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그녀의 모습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그래.”백아영은 걸음을 재촉하며 그의 앞을 지났다.일부러 자신을 피하고 멀리하는 모습에 골치가 아파진 이성준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룸안은 매우 넓었고 고풍스러운 찻상 앞에는 은발의 노인이 앉아있었는데 주름 가득한 얼굴과 달리 그의 두 눈은 탁하면서도 날카로웠다.“무엇을 물어보시겠습니까?”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연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옆에 있던 조수는 공손하게 백아영 일행에게 차를 부어주었다.“저의 어머니인 선우정현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백아영은 주저 없이 물었다.“온씨 가문.”백아영은 감격에 겨워하며 손을 맞잡았다.“어느 온씨 가문을 말씀하시는 거죠? 어디에 있나요?”만물박사는 온유성을 바라봤다.“이분에게 물어보시면 알 겁니다.”“아빠?”백아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비록 건강이 호전되었지만 야윈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니 마치 걷잡을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진 것 같다.온유성은 나지막하게 말했다.“온씨 가문은 내 본가야.”백아영은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왜...”온씨 가문은 도대체 무슨 원한으로 20년 동안 선우정현을 감금한 걸까?“나도 모르겠어.”온유성은 고통스러워하며 머리를 감싸더니 어둠에 휩싸인 듯 침울한 분위기를 풍겼다.“가족들이 왜 이런 일을 한 거죠?”만물박사는 온유성을 살펴보다가 물었다.“기억을 잃었나요? 어쩐지...”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사람을 찾는 건 아주 쉽습니다. 당신이 온씨 가문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다만, 온씨 가문은 우강에서 손꼽히는 세력으로 보안이 삼엄하여 외부인은 절대 들어갈 수 없을 겁니다. 설사 들어간다 한들 살아서 나오지는 못할 겁니다.”그 말인즉 사람을 구하려는 건 꿈도 꾸지 말라는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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