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핏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엄마라는 소리에 그녀는 눈시울이 대뜸 붉어졌다.“네가...?”갈라지고 힘없는 목소리는 마치 모든 힘을 끌어내서 겨우 쥐어짜 낸 듯싶었다.“내 아이야?”“네, 맞아요. 엄마, 미안해요. 제가 너무 늦게 왔죠?”백아영은 울면서 피로 가득 찬 연못으로 뛰어가 흐느끼며 말했다.“오랫동안 고생이 많으셨어요.”“우리 딸 벌써 이렇게 컸어? 엄마의 예상대로 너무 예쁘네.”선우정현이 무의식중으로 손을 뻗어 백아영을 만지려고 했지만, 쇠사슬에 묶여 있는 탓에 버둥거리는 순간 짤랑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작 이런 움직임에도 그녀는 벌써 지쳐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이내 심호흡하더니 한숨 돌리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백아영을 향해 웃기만 했다.초췌한 얼굴과 창백한 입술, 그러나 미소만큼은 자애로웠다.“엄마...”백아영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그녀가 갓난아기 때 선우정현이 다른 곳에 보낸 바람에 여태껏 살면서 모성애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부럽기도 하고, 유감스럽기도 하며, 이미 해탈도 했다.성인이 되고 나서는 모성애 따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머니도 단지 호칭에 불과하다고 여겼다.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 만약 선우정현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더라면 아마도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아이로 자랐을 게 뻔했다.그러나 설령 키워주지 못하더라도 그녀는 자기 목숨과 인생까지 바쳐서 딸아이의 삶을 20년 동안이나 지켜줬다.“엄마는 우리 딸을 봐서 이제 여한이 없구나. 얼른 도망가, 여긴 위험해!”“도망가긴 어딜 가?”온유성이 피로 가득한 연못으로 천천히 다가가 한동안 ‘사랑했던 아내’를 마주하면서도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고 온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선우정현, 네 딸이 곧 당신을 대신해서 피연꽃을 키워줄 예정이거든? 이제 그만 저세상으로 가도 될 것 같아.”간신히 고개를 든 선우정현이 온유성을 바라보았다.이내 동공이 커지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온유성이 말
Last Updated : 2024-01-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