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671 - Chapter 680

916 Chapters

제671화

결국은 둘 다 상처받는 꼴이 된다.뚱보 아줌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고용인 신분이라고 해도 돌아가서 도련님을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심리상담실 창문 앞, 심리상담사와 간호사가 창가에 서서 멀어져가는 백아영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간호사가 의혹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해결된 거 아니었어요?”“해결했지만, 또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야.”심리상담사는 봄바람처럼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또 다른 가능성이 있는데 얘기해주지 않았거든.”간호사가 물었다.“무슨 가능성인데요?”심리상담사가 싱긋 웃었다.“한태윤과 이성준이 동일 인물인 거지.”경악을 금치 못한 간호사가 입을 틀어막았다.“그게 가능해요?”심리상담사의 미소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러니까, 황당하지? 하지만 그분이라면 진짜 가능할지도 몰라.”간호사가 물었다.“그분이 이성준 씨라고요?”비록 백아영이 얼굴도 가리고 선글라스로 완전 무장했지만, 상담 과정에서 심보라는 그녀는 물론 두 남자의 신분을 쉽게 유추해냈다.어쨌거나 이성준이라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화창한 아침, 백아영은 문득 전화 한 통을 받았다.상대방은 다름 아닌 허씨 일가 사람이었고, 대뜸 악에 받친 욕설부터 들려왔다.“백아영, 이 배은망덕한 년아! 그때 우리한테서 5조를 빌려 가서 성씨 일가를 구해주고, 나중에 50조를 갚겠다고 한 것도 스스로 약속한 일이잖아! 본인이 저지른 일을 본인이 수습하는 게 당연한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되레 우리 가문에 해를 끼치는 거지?”허씨 일가에게 해를 끼치다니?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 백아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씨 일가가 심은아와 공모하여 상환 시기를 앞당기는 바람에 그녀도 빚을 갚으려고 신약 연구에 올인했을 뿐, 허씨 일가를 해치는 일은 하지도 않았다.“신약을 개발해냈다고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어? 감히 우리 허씨 일가를 짓밟고 일어서서 꼭대기에 앉아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건가? 꿈 깨!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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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백아영은 제 자리에 우뚝 멈췄다.이내 차에서 내리는 이성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검은색 트렌치코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공중에서 펄럭거렸다.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지며 뼈에 사무치는 추위가 느껴졌다.이성준이 손짓하더니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부숴버려.”네 명의 경호원이 험상궂은 얼굴로 다가가 철문을 산산조각 내버렸다.겁을 먹은 경비원이 아연실색하며 허둥지둥 뛰어가 소식을 알렸다.반면, 이성준은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마치 제집인 마냥 당당하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날 들여보내지 않더니, 쌤통이야!”선우경진은 씩씩거리며 철문을 연신 발로 걷어차고는 이성준을 따라갔고,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 웃었다.“역시 성준 씨가 있어야만 저 자식들이 찍소리를 못하는군요.”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선우 일가의 사적인 일인데 선우경진이 왜 이성준에게 도움을 청했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갔다.게다가 허물없이 친한 모습은 결코 한 두 번이 아닌 듯싶었다.그녀와 이성준은 헤어진 지 오래되었고, 심지어 법정 싸움까지 벌인 사이인데 아무리 사적으로 친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또한, 이성준도 그를 도와줄 명분이 없었다.백아영은 의혹을 가득 품은 채 몰래 따라 들어갔다.거실에 도착했을 때 무릎 꿇고 앉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아무리 권세가 대단한 집안이라고 해도 지금은 마치 고양이를 마주한 쥐처럼 벌벌 떨며 이성준의 발밑에 납작 엎드렸다.“성준 씨, 저희도 일부러 선우 일가 아가씨를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었고, 단지 허씨 일가의 강요에 못 이겨 그랬어요. 우리 집안 아이들을 독살하겠다고, 환불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데 어찌 거역할 수가 있겠어요?”이성준이 냉소를 지었다.“허씨 일가는 두렵고, 난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허씨 일가처럼 폭삭 망하고 싶나?”백아영이 흠칫 놀라면서 충격을 금치 못했다. 허씨 일가를 공격한 사람이 바로 이성준이라니?허씨 일가는 무려 제경의 재벌 가문이지 않은가? 이렇게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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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그리고 이성준이 방심한 틈을 타서 몰래 가까이 다가갔다.백아영의 동공이 커지더니 안절부절못하다가 곧장 이성준을 향해 뛰어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저 사람한테 칼 있어!”젊은 남자가 즉시 공격했다.백아영이 경고한 덕분에 이성준은 재빨리 몸을 피하며 단번에 남자를 걷어차고는 몸을 날린 백아영을 품에 끌어안았다.“여기 왜 왔어?”이성준은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며 말했다.“여긴 위험하니까 나가 있어.”비록 오랜만에 하는 스킨십이지만 낯선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익숙했다.결국 심란한 마음에 그를 밀어내고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옆에 고분고분 무릎 꿇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험상궂은 얼굴로 단검을 집어 들고 이성준을 향해 찔렀다.백아영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칼날을 붙잡았다.이내 극심한 고통과 함께 피가 뚝뚝 떨어졌다.“아영아!”이성준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중년 남성을 발로 걷어찼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바람에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누가 막아달라고 했어? 어차피 날 못 죽여!”비록 죽일 수는 없지만, 다치게 할지도 모르기에 백아영은 고민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막아섰다.그러나 이성준의 손바닥 안에서 재빨리 손을 빼내며 뒤로 물러나 싸늘하고도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이성준, 앞으로 내 일에 신경 꺼줄래? 이 정도 상처는 나 혼자 치료할 수 있어.”그녀는 손에 휴지를 둘둘 말아 대충 지혈했다.“네 도움 따위 필요 없고, 더는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이성준은 멍하니 제 자리에 얼어붙었다. 빨갛게 물든 손을 감싼 휴지를 보자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이내 힘겹게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물었다.“우리 재결합할 가능성은 없는 거야?”“응.”그를 바라보는 백아영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말투도 딱딱하기 그지없었다.“왜냐하면 난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그러고 나서 단호하게 뒤를 돌아 밖으로 나갔다.그 모습이 어찌나 매정한지 남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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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닷새째.백아영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정확히는 밤새 잠을 못 이뤘다.한태윤이 저녁 6시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고 했던 것 같았다.그녀는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 두 눈은 생기가 없었고, 해가 뜨기 시작해서 쨍쨍 내리쬐고 서서히 저물어 갈 때까지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했다.“아직도 집에 있어요?”벌써 이성준한테서 전화가 아홉 통이나 걸려 왔다.선우경진은 정원에 서서 베란다를 슬쩍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아침부터 지금까지 창가에 앉아 꿈쩍도 안 해요. 밥도 챙겨줬는데 먹지 않고...”“안 먹는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어떡해요?”이성준이 버럭 화를 내자 선우경진이 반박했다.“성준 씨 빼고 감히 억지로 밥을 먹이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6시 항공편을 예매하는 게 아니었는데!”이성준은 후회막급했다.“청첩장은 도착했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철이 화려한 청첩장 한 장을 들고 선우경진 앞으로 뛰어갔다.청첩장을 건네받은 선우경진은 드디어 한시름 놓았다.“도착했어요!”그러고 나서 백아영의 방으로 향했다.걱정이 태산인 그녀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픈 나머지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여동생 대신 갈등을 해결하고 양자택일의 고민에서 벗어나게 해줄 생각에 단호하게 청첩장을 내밀었다.“아영아, 원래는 비밀로 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너한테도 알 권리 있다고 봐서 얘기해주는 거야.”백아영은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청첩장을 건네받았다.이는 약혼식 청첩장으로 성무열과 어떤 여자가 나란히 서서 찍은 웨딩사진이 눈에 들어왔는데, 예식은 바로 오늘 저녁이다.“성무열이 약혼한대요?”백아영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여태껏 성무열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는데 결혼부터 한다니? 너무 경솔한 결정이지 않은가?선우경진이 어설픈 열연을 펼치며 위로했다.“너무 속상해하지 마. 인연은 원래 하늘이 정해주는 거야. 만약 참석하기 싫으면 안 가도 돼. 괜히...”‘상처받지 말고’라고 하기도 전에 백아영은 이미 옷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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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백아영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선우경진이 대체 어디서 청첩장을 구했단 말이지?선우경진은 제 발 저린 듯 코를 쓱 닦았다. 이내 고개를 드는 순간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멀리서 다가오는 걸 발견했다.곧 아수라장이 될 분위기에 괜스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성무열의 청첩장을 얻어낸 목적은 단지 백아영을 단념시켜 공항에 이성준을 찾으러 가게 하기 위해서였지, 약혼식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신랑을 빼앗아 가도록 하는 건 아니었다.그는 서둘러 백아영을 잡아당겼다.“무열 씨는 네가 약혼식에 참석하는 게 싫은가 본데 그냥 돌아가자.”백아영은 선우경진이 오늘따라 유별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라서 미안한 얼굴로 성무열에게 말했다.“약혼 축하해. 그럼 폐를 끼치지 않을 테니까 이만 가볼게.”“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간다고?”성무열이 성큼 다가서더니 그녀를 막아섰다.“이왕 온 김에 약혼식 훼방 놓고 나랑 도망갈래?”선우경진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동안 제일 두려워하고 걱정했던 일이 아니나 다를까 터지는 순간이었다.안 그래도 약혼식에 훼방 놓으러 온 사람에게 하필이면 맞장구를 쳐줬으니 죽이 척척 맞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손에 손잡고 예식장에서 뛰쳐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싶었다.‘불쌍한 성준 씨...’이때, 가까이 다가온 예비 신부와 신부 들러리도 이 말을 듣자 안색이 돌변했다.그러나 주범인 성무열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백아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그녀가 훼방 놓는 순간 미련 없이 따라나설 기세였다.히죽거리는 성무열의 표정을 보자 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 곧 결혼한다는 사람이 아직도 제 분수를 모르고 단정치 못하게 행동하다니.이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훼방을 놓는다고 해도 너랑 도망치는 일은 없어.”성무열이 발끈했다.“백아영, 다시 말해 봐. 내가 널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어떻게 양심도 없냐?”“성무열! 아, 도련님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아니면 대표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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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청첩장을 받지 못한 백아영은 원래 떠나려고 하였으나, 성무열이 막무가내로 조르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 예식장에 들어갔다그제야 선우경진은 뒤늦게 알아차렸다.“아영아, 네가 좋아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성무열이 아닌 거지? 그럼 누구야?!”백아영은 입술을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의 시간을 들여다보니 벌써 6시가 다 돼 가고 있었다.비행기가 곧 이륙할 시간이다.선우경진은 그녀한테서 오랫동안 답이 없자 생각할수록 초조해졌다. 이성준이 그렇게 많은 공을 들여 성무열을 결혼시켰는데, 결국 연적을 잘못 알고 있었다?그리고 이 시간까지 백아영이 여전히 여기에 앉아 있는다면...선우경진은 초조한 듯 백아영을 떠보면서 말을 걸었다.“피로연은 참석 안 해도 괜찮아. 지금이라도 공항으로 출발하면 늦지 않아.”그 말에 슬픔이 다시 온 가슴에 번지기 시작했다. 백아영은 거의 안 들릴 정도로 낮게 말했다.“안 가요.”“진짜 안 가? 아니면 네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선우경진은 발을 동동 굴렀다.“그동안 너랑 한태윤이 그 수많은 일들을 같이 겪었고, 둘이 또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 그런 감정은 아무나 함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너 이대로 포기하면 평생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네가 좋아하는 그 다른 남자가 정말 한태윤보다 더 나아?”백아영은 슬프게 6시를 가리키는 시간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너무 좋은 사람이기에, 그녀는 감히 그의 미래를 그르칠 수 없다.그한텐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어울린다.“작별 편지는 사람을 보내 공항에 가져다줬어요.”집 문을 나설 때 선우경진은 백아영이 사람한테 편지 배달을 부탁하는 걸 봤는데, 그게 공항으로 보내 이성준한테 전달되는 작별 편지일 줄은 몰랐다.‘아영은 이미 그때부터 결정을 내렸구나.’선우경진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슬퍼할 거야, 그 사람.”백아영은 손가락을 꽉 움켜쥐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마음속으로 말했다.‘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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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사장님...”위정은 걱정스럽게 따라왔다.이때 선우 일가의 도우미가 비틀거리며 공항으로 뛰어 들어왔다.그녀는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다쳤지만 백아영의 편지를 전달해 주러 병원에도 가지 않고 이를 악물고 겨우 달려왔다.다행히 서둘러 따라잡아 이성준이 떠나기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한태윤 도련님, 태윤 도련님!”그녀는 이성준을 향해 소리치며 동시에 그를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그녀의 고함에도 이성준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공항 회전문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탔다.도우미는 아픔을 참으며 뒤쫓아가 차에 올라타려는데 위정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위정은 냉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뭐야?”“실장님, 저는 선우 집안의 도우미에요, 아영 아가씨가 저를 보내 한태윤 도련님한테 편지를 전달해 주라고 했어요. 이게 그 편지입니다.”도우미는 급히 편지를 꺼냈는데 그 편지에는 피가 좀 묻어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닦느라 했지만 닦이지 않았다.위정은 이 편지를 보고 안색이 매우 나쁘게 변했다. 사람은 안 오고 편지만 딸랑 보내다니, 아마 편지 속의 내용도 별로 볼 게 없고 애꿎은 사장님만 더 괴롭게 만들 뿐일 거라 그는 생각했다.그는 편지를 받아 아예 바지 주머니에 넣고 숨겼다.차에 올라탄 후, 이성준은 위정이 방금 누구와 얘기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 같았으나 또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했고, 냉기 속에 휩싸여 있었다.위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장님,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뚱보 아줌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까지 계속 사장님을 만나겠다고 중얼거렸대요, 사장님과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요.”이성준의 미간이 살짝 움직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제일 좋은 의사를 불러 치료 잘해주고, 다 나으면 얘기하자고 해.”약혼식이 끝난 뒤 저녁 피로연도 매우 다양했다.백아영은 떠들썩하게 놀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도 마음속에는 외로움이 가득했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태윤이 지금쯤 제경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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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백아영은 분노로 가득 찼지만, 성무열을 생각해서 이를 악물고 참기로 했다.그녀는 차갑게 그들한테 경고했다. “날 더 건드리지 말고 얼른 꺼져.”임현아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백아영을 오늘 개망신 주리라 마음을 먹었다.“너희 남자 몇이 고작 여자 하나가 뭐가 무섭다고. 얼른 덮쳐! 오늘에 이 뒤풀이는 그년이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해!”그 남자들도 감히 임현아를 거역할 수 없어 무턱대고 달려들었다.백아영은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몸싸움을 시작했다.다행히 이 남자들은 허우대만 컸지 싸움 실력은 거의 없어 백아영이 혼자 상대해도 우세를 차지했다.임현아는 이 광경을 보고 안색이 유난히 안 좋았다.그러다 눈알을 굴리더니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큰일 났어! 여기 사람 살려! 백아영이 주사 부려 사람을 팬다고!”하객들은 곧 그 소리에 이끌려 이리로 왔다.그 몇몇 남자들이 모두 백아영에 의해 바닥에 자빠져서 엎드려 뒹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그들과 다르게 꿋꿋이 서 있는 백아영은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일의 원흉이 되었다.“형부, 드디어 오셨군요. 백아영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세요! 술에 취해서 마구 주정을 부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때려 패고 있어요. 미친년과 다름없어요.”임현아는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하며 재빠르게 일러바쳤다.“여기 있는 사람은 다 형부가 모셔 온 귀한 손님들인데, 아무 이유 없이 얻어맞다뇨. 형부께서 꼭 정확하게 처단을 해주셔야 해요.”방금 싸움 중에 임현아가 백아영한테 술을 벌컥 쏟았기 때문에 그녀의 몸에서 지금 심한 알코올 냄새가 났다.하객들은 모두 백아영을 보며 손가락질했다.이를 지켜보는 백아영은 몸이 한층 더 추워지는 것 같았다. 성무열이 오늘 약혼을 하니 그녀는 매우 기쁘게 축하해주고 싶었다. 자신 때문에 그의 약혼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나지막이 말했다.“미안해.”그 말을 듣자 임현아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녀는 이곳이 CCTV가 없는 사각지대고, 백아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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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백아영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무열아, 임현아가 한 짓이야, 수영 씨와는 상관없어. 오해하지 마.”성무열은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네가 왜 그 여자 편을 들어? 그렇게 내가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야?”“난 네가 후회 안 했으면 좋겠어.”백아영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우리가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만데, 네 성격은 내가 잘 알아. 어떤 이유가 됐든 간에 네가 수영 씨와 결혼하겠다 한 건 분명 그녀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야. 내가 보니 여자애가 참 착한 것 같더라. 소중하게 여겨, 아까운 인연을 놓치지 말고.”성무열은 계속 버럭버럭하며 욕을 지껄였다.“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네가 날 알긴 개뿔 알아!”비록 말은 거북하게 했지만, 화는 그전보다 많이 사그라든 눈치였다.성무열한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반응이었다. 이 모든 게 다 그 임수영이라는 여자 때문이다.백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선우경진이 건네준 외투를 받아서 원래 입고 있던 성무열의 외투를 그한테 돌려주었다.“아무튼 약혼식을 망쳐서 미안해. 다음에 너희들 부부를 따로 초대해서 정식으로 사과할게.”“사과는 무슨! 성무열 씨, 당신 처제 관리 좀 똑바로 해요. 다음에 또 그러면, 내가 인정사정없이 당신 와이프 친정 식구를 독살할 테니까, 그때 가서 날 탓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해요!”선우경진은 백아영을 끌고 성큼성큼 가버렸다.백아영과 선우경진을 멀리 떠나보내고 나서야 성무열은 비로소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임현아를 쳐다봤다.임현아는 그 눈길에 두려워 몸서리를 쳤다.집에 돌아와서도 백아영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잠자는 동안, 그녀의 체온은 어느새 점점 높아지고 몸이 점점 더 뜨거워져 정신이 흐리멍덩하고 매우 괴로웠다. 사람을 부르려고 애썼지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렇게 또 얼마가 지나, 여전히 꿈의 환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이 어떤 익숙한 그림자가 그녀의 침대 곁으로 다가오는 걸 보았다.그는 가볍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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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끝없는 상실감이 엄습했고, 백아영은 심장에 수많은 구멍이 숭숭 뚫려 그 사이로 바람이 쌩쌩 부는 것만 같았다.춥고 추웠다.어젯밤은 과연 꿈이었구나.한태윤이 다시 돌아왔다는 헛된 망상에 빠졌을 뿐.자기가 그를 포기 해놓고 그가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지나친 바램을 하는 자신이 너무 가소로웠다.“아영아, 깼어?”선우경진이 죽과 약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컨디션 괜찮아? 어디 더 아픈 데 있어?”“내가 아픈 걸 어떻게 알았어요?”선우경진은 눈빛이 반짝이다가 말했다.“어젯밤 네가 돌아왔을 때부터 몸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걱정돼 밤에 한 번 와봤는데 과연 열이 나고 있더라.”“그러면 오빠가 수건으로 식혀준 거예요?”선우경진은 약을 꺼내는 핑계로 백아영의 눈길을 피하며 켕기는 속마음을 감췄다.“그래, 맞아. 아니면 누구겠어?”그렇다. 아니면 누구겠어...어젯밤에는 아마 열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라서 선우경진을 이성준으로 착각하고 그런 꿈을 꾼 거구나 생각하니 백아영은 마음이 더 쓰리고 씁쓸해졌다.“자, 약 먹어.”선우경진이 약사발을 내밀었다.백아영은 한의사로서 한약을 무수히 먹어보고 쓴맛을 달게 여겨왔지만 지금 이 약은 왠지 냄새를 맡았는데 이유 없이 메스꺼워졌다.“왜 그래?”선우경진이 의심스레 그녀의 팔목을 들어 맥을 짚어보니 고열이 채 낫지 않은 데다 심기가 울적한 증상이 있었다.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도 약을 마셔야 빨리 나아.”백아영 자신도 의사이기 때문에 병을 꺼리고 치료를 안 받는 것은 자신한테 무책임한 짓이란 걸 잘 알고 있다.그리하여 그녀는 메스꺼움을 참고 약을 단숨에 다 마셨다.그 후 보름 동안 백아영은 자신을 연구실에 가두고 밤낮으로 연구에만 몰두했다.선우경진은 그녀를 설득하려 했지만, 연구실에 들어가지도 못하였다.한편 이성준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다.그는 지금 두 손가락사이에 담배를 끼고 있는데, 장시간 밤을 새워 눈에는 실핏줄이 터지고 시뻘겋게 충혈되었으며, 턱수염도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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