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무열아, 임현아가 한 짓이야, 수영 씨와는 상관없어. 오해하지 마.”성무열은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네가 왜 그 여자 편을 들어? 그렇게 내가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야?”“난 네가 후회 안 했으면 좋겠어.”백아영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우리가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만데, 네 성격은 내가 잘 알아. 어떤 이유가 됐든 간에 네가 수영 씨와 결혼하겠다 한 건 분명 그녀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야. 내가 보니 여자애가 참 착한 것 같더라. 소중하게 여겨, 아까운 인연을 놓치지 말고.”성무열은 계속 버럭버럭하며 욕을 지껄였다.“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네가 날 알긴 개뿔 알아!”비록 말은 거북하게 했지만, 화는 그전보다 많이 사그라든 눈치였다.성무열한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반응이었다. 이 모든 게 다 그 임수영이라는 여자 때문이다.백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선우경진이 건네준 외투를 받아서 원래 입고 있던 성무열의 외투를 그한테 돌려주었다.“아무튼 약혼식을 망쳐서 미안해. 다음에 너희들 부부를 따로 초대해서 정식으로 사과할게.”“사과는 무슨! 성무열 씨, 당신 처제 관리 좀 똑바로 해요. 다음에 또 그러면, 내가 인정사정없이 당신 와이프 친정 식구를 독살할 테니까, 그때 가서 날 탓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해요!”선우경진은 백아영을 끌고 성큼성큼 가버렸다.백아영과 선우경진을 멀리 떠나보내고 나서야 성무열은 비로소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임현아를 쳐다봤다.임현아는 그 눈길에 두려워 몸서리를 쳤다.집에 돌아와서도 백아영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잠자는 동안, 그녀의 체온은 어느새 점점 높아지고 몸이 점점 더 뜨거워져 정신이 흐리멍덩하고 매우 괴로웠다. 사람을 부르려고 애썼지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렇게 또 얼마가 지나, 여전히 꿈의 환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이 어떤 익숙한 그림자가 그녀의 침대 곁으로 다가오는 걸 보았다.그는 가볍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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