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이때, 성무열이 밖에서 부리나케 뛰어 들어오더니 백아영을 보자마자 큰소리로 물었다.“아영아! 어젯밤에 취하고 누가 널 데려다줬어? 그 사람이 나쁜 짓 한 건 아니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아영을 꼼꼼히 살피러 다가갔는데,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단추가 삐뚤삐뚤 채워진 옷과 뽀얀 목덜미에 생긴 선명한 키스 자국을 발견했다.성무열의 다리가 못 박힌 듯 꼼짝하지 않았고,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곧이어 불같이 화를 내며 고래고래 외쳤다.“누구야?!”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백아영은 이제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게다가 성무열의 고함에 관자놀이마저 지끈거리는 듯싶었다.성무열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안방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헐렁한 잠옷 차림의 이성준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더욱이 목소리는 잠에서 덜 깬 나른함이 묻어 있었다.“무슨 일이죠?”말을 마친 그는 불편한 듯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는데, 헐렁하던 잠옷이 풀어 헤쳐지면서 하얀 피부가 훤히 드러났고 빨갛게 부어오른 손톱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만큼 격정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뜻이지 않은가?백아영의 동공이 커지더니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은 폭죽이 머릿속에서 터지는 듯싶었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대체 어젯밤에 이성을 잃고 무슨 짓을 한 거지?이성준의 모습을 본 성무열은 더는 눈에 뵈는 게 없었고, 화가 난 나머지 이성을 잃었다.“너 이 자식 죽여버릴 거야.”머리끝까지 치민 분노와 ‘여자친구를 빼앗긴 원한’을 안고 이성준을 향해 이를 악물고 주먹을 뻗었다.이성준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칼날처럼 서늘한 눈빛으로 성무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저항도, 방어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이번에 한 번 얻어맞으면 서로 빚진 게 없이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성무열의 주먹이 이성준의 얼굴에 닿기 직전 주먹 바람 때문
Last Updated : 2024-01-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