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쉭쉭 거리는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다. 백아영은 어느샌가 주변에 득실거리는 독사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놈들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몰려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독사 몇 마리 정도는 천천히 붙잡으면 그만이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독사는 절대로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더 끔찍한 것은 녀석들의 중앙에는 허벅지만큼 두꺼운 굵기를 자랑하는 긴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놈은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듯 두 사람을 호시탐탐 노렸다.백아영은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킹 스네이크예요!”의학 공부할 때 마침 뱀에 관해 연구한 적이 있던 그녀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에 놈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킹 스네이크는 전형적인 영역 동물로서 맹독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다른 뱀에게 명령까지 내려 침입자를 통째로 잡아먹게 한다.킹 스네이크를 마주치고 나서 여태껏 살아서 도망간 사람은 보지 못했다....한 시간 뒤, 황량한 산속에서 이성준의 싸늘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아영 씨! 얼른 도망쳐요.”그의 몸에는 독사들이 칭칭 감겨 있었고, 뱀에 물린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했다. 하지만 강철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켰고, 흡사 총을 멘 군인을 연상케 했다. 비록 혼자뿐이지만, 여전히 앞장서서 폭주하는 킹 스네이크를 막고 있었다.반면, 킹 스네이크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하지만 킹 스네이크가 물고 놓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이성준이 놈을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킹 스네이크의 공격이 백아영에게 위협이 안 되었기에 뒤돌아서 도망치기만 한다면 탈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다만 그녀가 떠나는 순간 이성준은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다. 문득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기억과 현실이 오버랩되었다.당시 바다에 빠지기 일보 직전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이성준도 그녀를 지켜주었다. 정작 본인의 상처
최신 업데이트 : 2024-01-0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