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641 - 챕터 650

916 챕터

제641화

이때, 쉭쉭 거리는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다. 백아영은 어느샌가 주변에 득실거리는 독사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놈들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몰려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독사 몇 마리 정도는 천천히 붙잡으면 그만이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독사는 절대로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더 끔찍한 것은 녀석들의 중앙에는 허벅지만큼 두꺼운 굵기를 자랑하는 긴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놈은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듯 두 사람을 호시탐탐 노렸다.백아영은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킹 스네이크예요!”의학 공부할 때 마침 뱀에 관해 연구한 적이 있던 그녀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에 놈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킹 스네이크는 전형적인 영역 동물로서 맹독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다른 뱀에게 명령까지 내려 침입자를 통째로 잡아먹게 한다.킹 스네이크를 마주치고 나서 여태껏 살아서 도망간 사람은 보지 못했다....한 시간 뒤, 황량한 산속에서 이성준의 싸늘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아영 씨! 얼른 도망쳐요.”그의 몸에는 독사들이 칭칭 감겨 있었고, 뱀에 물린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했다. 하지만 강철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켰고, 흡사 총을 멘 군인을 연상케 했다. 비록 혼자뿐이지만, 여전히 앞장서서 폭주하는 킹 스네이크를 막고 있었다.반면, 킹 스네이크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하지만 킹 스네이크가 물고 놓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이성준이 놈을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킹 스네이크의 공격이 백아영에게 위협이 안 되었기에 뒤돌아서 도망치기만 한다면 탈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다만 그녀가 떠나는 순간 이성준은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다. 문득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기억과 현실이 오버랩되었다.당시 바다에 빠지기 일보 직전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이성준도 그녀를 지켜주었다. 정작 본인의 상처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09
더 보기

제642화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어지러움과 통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켜 그의 팔을 잡아 자기 어깨에 둘렀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며 일어서려고 했다.이성준의 목소리가 힘없이 울려 퍼졌다.“너무 많이 다쳐서 나까지 데리고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거예요. 난 신경 쓰지 말고 혼자 가요.”“계속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곳을 탈출할 골든타임만 늦출 뿐, 둘 다 죽게 될지 몰라요.”힘을 너무 줘서 그런지 백아영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하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와 함께 도망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이성준의 심장이 별안간 두근거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잠시 후 남은 힘을 다해 허약한 몸으로 애써 지탱하여 부축받고 간신히 일어섰다.그러나 대부분 체중이 백아영에게 실린 탓에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그녀는 허리가 눈에 띄게 굽었다.게다가 이마에는 식은땀이 계속 흘러내렸다.다친 데다 중독까지 되어 제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 이 순간 가녀린 몸으로 비틀거리며 이성준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꿋꿋이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의 뒤로 킹 스네이크는 극심한 통증을 이겨낸 뒤 다른 뱀을 불러 모아 일제히 몸통으로 나뭇가지를 감싸게 한 다음 뽑아내도록 명령했다.목숨까지 걸고 얼마나 오랫동안 걸었는지 모르지만, 마침내 기력을 다한 백아영과 이성준은 마른 낙엽 더미 위에 동시에 털썩 쓰러졌다.몸이 바닥에 닿는 순간 이성준은 기절하고 말았다.옆에 누운 백아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별안간 어둠이 덮쳐와 그녀의 이성을 집어삼키고 서서히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하지만 한태윤을 떠올리자 다시 이를 꽉 악물었는데, 실수로 혀를 깨문 탓에 피까지 났다.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결국,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은침을 찾기 위해 더듬거렸지만, 아무리 찾아도 발견하지 못해서 망연자실했다. 대체 언제 잃어버렸단 말이지?워낙 심각한 부상이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09
더 보기

제643화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톡 끊어지더니 순식간에 끝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녀는 생각할 겨를 따위 없었고, 오로지 남자의 입맞춤과 숨결만 느낄 수 있었다.마치 오랜 세월 동안 숙성한 향기로운 와인을 맛본 듯 감미로움에 취해 차마 헤어 나오지 못했다.결국, 본능적으로 그의 유혹에 응해 손으로 옷을 헤집고 가면을 벗겼다.가면이 바닥에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툭 하고 울려 퍼졌지만, 이성준의 귀에는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온몸이 얼어붙은 채 아래에 깔린 백아영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사정없이 흔들렸다.어떻게 이성을 잃을 수 있단 말인가?“아... 미안해요.”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슈트 재킷이 몸에 닿으면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은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제정신을 회복했다.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갑작스럽게 멈춘 이성준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며 족히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서서히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책감으로 가득한 남자를 바라보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결국 입술만 달싹이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렸다.“사실... 괜찮은데...”이성준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쳐 날뛰는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남자의 갈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만약 내가 3년 뒤에 죽는다면 아영 씨는 슬플 것 같아요?”백아영이 흠칫 놀랐다.단지 상상만으로도 그녀는 호흡 곤란이 올 지경이다.이때, 멀지 않은 숲속에서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무언가가 백아영과 이성준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이상야릇하던 분위기가 와장창 깨지면서 두 사람은 안색이 돌변했다.킹 스네이크가 쫓아왔다!“갑시다.”비록 상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0
더 보기

제644화

그리고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언젠간 그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두고 봐요.”무시무시한 그녀의 눈빛에 간형준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가 위협과 공포를 느끼게 될 줄이야!백아영이 이성준을 부축하여 집에 들어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살의를 내뿜었다.“젠장, 감히 내 구역에서 협박해? 죽고 싶어 환장했나? 오늘 밤이 마지막 날인 줄 알아!”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이성준이 묵는 집으로 걸어갔지만, 걸음을 옮기자마자 홍미주에게 제지당했다.“이왕 돌아왔으니 저 남자랑 한번 즐겨야겠어. 그전까지 다시 해코지할 생각하지 마.”홍미주는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두 눈에 흥분이 차올랐고, 표독스러운 얼굴로 협박했다.“간형준, 다음에 또다시 내 일을 몰래 망친다면 가만 안 둘 거야.”가짜 지도 사건은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 그녀가 아무리 화가 나도 때는 이미 늦었다.하지만 지금 또 꿍꿍이를 꾸민다면 홍미주는 정말 체면 불고할지 모른다.한 번에 세 명의 심기를 건드릴 시 간형준에게도 리스크가 컸다.간형준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알았어. 하지만 백아영은 내 거야.”백아영이 이성준을 침대에 눕히고 깨끗한 물로 상처를 닦으려는 순간 홍미주가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얌전하면서 온순한 모습으로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아영 씨도 다쳤는데 얼른 앉아서 쉬세요. 상처는 제가 치료해줄게요.”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고 단지 호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지만, 간형준이 얘기했던 몽환제를 떠올리자 백아영은 바짝 긴장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못했다.홍미주는 결코 겉모습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은 아니라 한태윤을 호시탐탐 노릴 가능성이 컸다.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이성준 앞을 막아서더니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아영 씨, 제가 도와줄 테니까 무리하지 마세요.”홍미주는 웃으며 다가가서 백아영의 손수건을 덥석 붙잡더니 빼앗으려고 살짝 끌어당겼다.백아영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는데, 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0
더 보기

제645화

백아영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잡아 온 뱀을 지석에게 가져다줬고, 지석은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산에서 내려온 그녀는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성준이 묵고 있는 집에 돌아가 문을 여는 순간 침대 옆에 앉아 있는 홍미주를 보고 깜짝 놀랐다.이내 동공이 커지더니 곧장 뛰어가 그녀를 끌어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홍미주는 비틀거리더니 겨우 중심을 잡았고, 갑자기 잡아당겨서 아픈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전 단지 태윤 씨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들어와서 무슨 일인지 확인했을 뿐이에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수건을 흔들어 보이며 그럴듯하게 행동했다.그러나 백아영은 속으로 뻔했다. 한태윤은 무려 킹 스네이크에게 어깨를 물리고도 찍소리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제 와서 아프다고 할 리가 없었다.홍미주는 거짓말한 게 확실했다.“미주 씨, 제가 한 말 아직 기억하시죠? 무슨 이유든 태윤 씨를 건드리기만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백아영이 싸늘한 말투로 협박하자 홍미주는 아연실색하며 입을 틀어막았다.그러고 나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죠? 아무리 자기 남자라고 해도 목숨이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모른 척 외면하다니? 결국은 사랑하는 남자의 안위 따위 안중에 없고 단지 소유권을 주장하기 급급한 모습에 불과하잖아요. 정녕 태윤 씨를 좋아하는 거 맞아요?”그녀는 구구절절 가스라이팅하면서 백아영을 타박했다.기승전결을 모르는 사람이 들었더라면 백아영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인간인 줄 알았을 것이다.백아영은 곁눈질로 침대에 누워 있는 이성준을 흘끔거렸다. 이내 꿈틀대는 남자의 눈썹을 발견하자 홍미주가 의도적으로 이런 소리를 내뱉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챘다.‘이간질한다는 건가? 가소롭군.’“설령 그렇다고 해도 미주 씨랑 무슨 상관이죠?”백아영이 단호하게 그녀를 쫓아냈다.“이만 나가주시죠?”이성준을 힐긋 쳐다본 홍미주는 눈빛이 살짝 변했다. 이미 목적을 달성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0
더 보기

제646화

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성준이 농담을 건넸다.“목적이 돈일까요? 아니면 나일까요?”백아영은 농담을 건네는 이성준을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고는 몽환제에 관한 일을 그에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했다.하지만 그때 이성준이 먼저 말을 이어갔다.“분명 목적이 나일 거예요. 만약 내가 정말로 홍미주 씨에게 당한다면 아영 씨는 어떻게 할 거예요?”식판을 내려놓던 백아영은 흠칫하더니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이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이성준의 시선과 마주치자 그녀의 귀는 주체할 수 없이 빨개졌고 몸에서 열기가 후끈거렸다.바로 이때, 누군가가 거칠게 방문을 열었다.간형준이 문 앞에 선 채 큰 소리로 말했다.“여기서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나와요. 새로운 뱀이 나타났으니까 얼른 죽이러 가요!”“뱀을 죽인다고요?”이성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뱀은 왜 죽이는 거예요?”백아영은 도둑이 제 발 저려 이성준과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아직 제자 신분이잖아요. 뱀을 죽이는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해야죠.”그녀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온갖 빈틈을 보였다.이성준은 미간을 구기면서 더 캐물어 보려고 했는데 간형준이 계속 다그쳤다.“밥 먹고 쉬고 있어요, 될수록 일찍 돌아올게요.”말을 마친 백아영은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간형준은 바로 그녀를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문 앞에 서 있더니 이성준의 알 수 없는 눈빛과 마주하고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설마 아영 씨가 정말 정제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믿는 건 아니죠? 다음 생이나 되어야 정제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거예요.”이성준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지자 간형준은 기분이 좋은 채로 자리를 떴다.이성준은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더니 기다란 손가락을 굽혀 주먹을 불끈 쥐었고, 무서운 기운이 그의 몸에서 감돌기 시작했다.백아영은 그동안 이성준 앞에서 지석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0
더 보기

제647화

“홍미주 씨!”백아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더니 다급하게 대나무 집을 향해 달려갔다.밤이 워낙 고요했기 때문에 갑자기 울린 목소리에 두 사람 모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전 방에 안 들어갔어요.”홍미주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상처가 낫지 않은 이성준이 왠지 모를 이유로 나온 것이다.게다가 그는... 한밤중에 찬바람을 맞으며 홍미주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방에만 있으니까 답답해 나와서 좀 걸으려고요.”이성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는데 그의 말투는 여전히 우아했다. 너무 우아한 나머지 백아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화를 내지는 못하고 속에 묵혀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겨우 분노를 참고는 말했다.“아직 상처가 제대로 낫지 않았는데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이성준이 바로 대답했다.“알겠어요.”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화를 낼 명분이 없게 되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성준을 부축하면서 방으로 돌아갔다.홍미주는 제자리에 선 채 의미심장한 얼굴로 이성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확신이 있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문을 닫은 후 이성준을 부축해 침대에 눕히고서야 백아영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앞으로 내가 없을 때는 함부로 나가지 말아요. 산책하고 싶다면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줘요, 내가 돌아오면 같이 산책하러 갈 수 있으니까요.”이성준은 모처럼 흔쾌히 대답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되물었다.“그럴 시간 있어요?”그 말에 백아영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그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했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거의 11시, 12시쯤이 되었다. 그 시간에 산책하러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백아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이성준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내 상처는 거의 다 나았어요. 곧 아영 씨를 도울 수 있으니 아영 씨도 더는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어요.”지석이 일부러 정제 기술을 가르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는데 그가 무엇을 도울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1
더 보기

제648화

“조건은 하나밖에 없어요. 나랑 자는 걸 약속한다면...”그는 탐욕스러운 얼굴로 혀를 날름거렸는데 이보다 더 변태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백아영은 역겨운 마음에 미간을 구겼다.“당신과 자기만 하면 돼요? 그럼 전에 가르침을 청하러 산에 왔다가 실종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어요?”간형준의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표독스러운 얼굴로 백아영을 협박했다.“당신과 상관없는 일은 신경 쓰지 않는 게 좋을 텐데.”예민하게 반응하는 간형준을 보며 백아영은 자신의 추측을 더 확신할 수 있었다.뒷산에서 본 여인의 옷들, 그리고 산을 오르고 내릴 때 살려달라며 어렴풋이 들렸던 반복된 외침도 어쩌면 간형준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간형준과의 불쾌한 만남을 뒤로하고 백아영은 다시 산에서 내려왔는데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통화 버튼을 누르자 귀여운 얼굴의 현무가 보였다.“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귀여운 현무의 목소리에 백아영은 마음이 힐링 되는 것 같았다.“엄마도 우리 강아지 너무 보고 싶어.”녀석이 백아영의 앞에 있었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녀석을 품에 안고 힘껏 쓰다듬고 싶었다.“현무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엄청 보고 싶어요. 엄마, 언제 돌아와요?”자신이 처한 난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백아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한참 주저하다가 말했다.“곧 돌아갈게. 현무야, 이렇게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 내일 학교 가야 하잖아.”현무는 귀엽게 혀를 내밀면서 말했다.“엄마랑 영상통화를 하고 나면 잘게요. 엄마를 봐야 좋은 꿈을 꿀 거니까요.”현무는 스크린을 향해 백아영에 뽀뽀를 날리고서야 아쉬움이 가득 남은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잠을 청했다.선우경진이 전화를 건네받았다.그는 어두운 얼굴색으로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아영아, 괜찮아? 간형준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하지는 않았지?”백아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걸 보고서야 선우경진은 마음이 놓여 계속 말을 이어갔다.“스톤랜드에서 돌아온 사람들 말이야, 내가 조사해 봤는데 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1
더 보기

제649화

백아영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녀는 허둥지둥 산을 뛰어 내려갔는데 그가 무사한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하지만 집까지 내려가기도 전에 그녀는 달빛 아래 경치가 좋은 전망대에서 이성준과 홍미주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함께 달을 감상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서 있었는데 아마도 홍미주처럼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여자는 없었을 것이다.백아영은 심장이 멎는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질렀다.“두 사람 뭐 하는 거예요?”백아영을 바라보는 이성준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곧이어 멘탈을 다잡았다.하지만 홍미주는 지난번처럼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당당하게 말했다.“데이트를 하고 있죠.”데이트?그 단어를 듣고서도 한태윤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백아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홍미주에게 다가가더니 귀싸대기를 날렸다.‘짝’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려왔다.“홍미주 씨, 지금 죽으려고 작정한 거예요?”홍미주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지만 고개를 든 순간 그녀는 괴롭힘을 당했다는 억울한 얼굴을 보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태윤 씨...”“그 사람 부르지 마요!”백아영은 홍미주를 이성준 곁에서 떼어 놓고는 아이를 지키는 독수리처럼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경고하는데 한 번 더 이 사람을 건드린다면 당신 손을 잘라버릴 거예요. 홍미주 씨, 내가 농담하는 줄 알아요?”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은침이 반짝이며 한기를 내뿜었다.백아영은 점점 홍미주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당신이 자초한 거예요.”홍미주는 뒤로 물러서면서 백아영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성준에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교를 부렸다.“태운 씨, 나 살려줘요...”“어림도 없어요, 태윤 씨가 당신을 도와줄 리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태윤은 큰 손바닥으로 은침을 쥔 그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1
더 보기

제650화

“몽환제를 복용하면 저도 모르게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성격이 바뀌게 되어 있죠. 당신을 속이는 건 첫 단계에 불과해요.”간형준의 말에 백아영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희망까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이성준은 몽환제에 중독된 게 확실했고, 벌써 홍미주에게 마음을 돌린 것 같았다.백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코끝이 찡했다. 가슴이 비수에 꽂힌 듯 아팠고 그녀는 숨이 턱 막혀 고통스러울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태윤 씨는... 태윤 씨는 진심으로 홍미주 씨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나 태윤 씨를 구해야 해요, 태윤 씨를 구해야 한다고요...”백아영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괴로운 마음이 드는 와중에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선우경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우경진은 이미 잠이 들었는지 비몽사몽인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아영아, 무슨 일이야?”“오빠...”백아영은 겨우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혹시 몽환제에 관한 기록을 모두 찾아봐 주면 안 돼요? 몽환제를 해독할 수 있는 약을 찾을 수 없을까요? 아니면 조금의 단서라도 괜찮아요.”“왜 갑자기 몽환제 해독약을 찾는 건데? 무슨 일이 있었어?”“그냥... 몽환제에 중독된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어서요...”전화를 끊은 후 백아영은 몸에 힘이 빠진 듯 피곤이 몰려왔다. 달빛 아래 어두컴컴한 숲을 바라보니 마치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야수 같았는데 처음으로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백아영은 겨우 기운을 되찾았다.그녀는 이성준과 홍미주가 떠난 방향을 따라 걸었다.이성준은 지금 몽환제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지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홍미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녀는 이성준을 내버려둘 수 없었다. 해독약을 찾기 전에 그녀는 될수록 이성준과 홍미주를 떨어뜨려야 했고 절대 단둘이 밤을 보내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에 선우경진이 말한 그 남자들이 학대를 당했던 흔적에 관한 얘기가 떠올랐다.그 생각만 하면 백아영은 마음이 타들어 갔다.이성준과 홍미주는 산 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01-11
더 보기
이전
1
...
6364656667
...
9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