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Bab 621 - Bab 630

916 Bab

제621화

이성준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핑계를 생각한 후 차분하게 답했다.“응. 위 때문에.”“또 위경련이 일어난 거야?”백아영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걱정스레 그의 맥을 짚으려 손을 뻗었다.“봐봐.”손목을 잡은 그녀의 손이 맥을 짚기도 전에 단숨에 이성준에게 붙잡혔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층 더 가까워졌고 그에게 잡힌 채 좌석에서 꼼짝할 수 없었던 백아영은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느꼈다.이성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날 가까이하는 건 상관없지만 내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해. 감당할 수 있겠어?”좁은 공간은 순간 불이라도 난 듯 후끈 달아올랐다.백아영은 그가 연인 간의 사랑보다 남자로서의 본능이 앞서는 스타일인 걸 알고 있어서 잡아먹을 듯한 기세를 하는 그를 익숙하게 바라봤다.“놔. 사람들이 오해해.”“누가 오해하는데?”이성준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머릿속에 한태윤이 떠올랐지만 백아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밖에서는 바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차 안은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너무 조용해서 심장 박동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였다.이성준은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수많은 감정은 마치 포효하는 짐승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지만 간신히 참으며 차분하게 말했다.“앤니는 맨빌로 돌려보냈어. 다시는 남원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다시는?백아영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어 더 놀라고 뜻밖이었다.어쩌면 상황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으나 앤니가 정식으로 그와 사귀었든, 자연스레 헤어지게 됐든 그건 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서 백아영은 더 이상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요동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입술을 깨문 채 창밖을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했다.청순하고 매력적인 그녀의 옆모습에는 다가가기 힘든 냉철함이 배어 있다.백아영의 무관심을 견딜 수 없었던 이성준은 당장이라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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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쿵!’백채영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화를 내며 테이블을 뒤집었다.“헤어지고 소송까지 진행하는 마당에 왜 아직도 백아영을 지켜주고 있냐고! 왜, 도대체 왜 아직도 백아영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거야?”질투심에 눈이 멀어버린 백채영은 이성준의 심장을 꺼내 짓밟아 버리고 싶었고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건 백아영도 절대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야, 이번에는 무조건 백아영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고 자부하지 않았어? 신동이라며? 왜 번번이 멍청하게 실패하냐고!”백승구는 무표정한 얼굴로 미쳐가는 백채영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싸늘함을 뿜어냈다.“이건 애피타이저에 불과해요.”그의 눈빛은 사악하게 돌변했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백아영이 50조의 빚을 졌다는 걸 터뜨릴 거예요.”그때가 되면 이성준의 해명 한마디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소송과 50조의 빛. 이것들이 언론에 폭로된다면 백아영은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선우 일가도 나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이른 아침. 백아영은 평소처럼 연구실에서 연구에 전념했고 이성준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그녀의 곁에서 약을 빻았다.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오늘따라 백아영이 걱정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집중하지 못했다.“무슨 생각 해요?”백아영은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렸으나 한태윤의 두 눈을 바라본 순간 저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며 마음이 심란해졌다.그날 이후로 머릿속에는 수시로 이성준이 떠올랐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으나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맴돌았다.지금 한태윤의 곁에 있음에도 말이다...백아영은 자신이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바람둥이처럼 느껴졌고 그런 자신의 행동에 수치스러움을 느끼는지 몸 둘 바를 몰랐다. “배가... 배가 아파서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가는 백아영의 뒷모습을 보고 이성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아영아...”신약을 가져온 선우경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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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회사가 바쁘지 않았더라면 내가 직접 배워서 어떻게 연마하는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무열은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고 창가에 서 있는 한태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제경에서 돌아온 후, 성무열은 성씨 일가에 잡혀가 업무 처리에 전념했고 이제야 시간이 생겨 백아영을 만나러 왔다.“한씨 일가 요즘 남원에서 프로젝트 진행 중이야. 그래서 한가할 때마다 여기로 와서 도와주고 있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백아영은 그가 매일 밤 야근을 하며 겨우 시간을 내어 도와주러 온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어쩐지 네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 흔쾌히 답하더니, 다 계획이 있었구나. 치사한 놈.”성무열은 자리를 뺏긴 듯한 느낌이 들어 발을 동동 굴렀다.“아영아, 저 사람 너에게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절대 가까이하지 마.“백아영은 한태윤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나쁜 사람은 난데...’이제 이성준과는 완전히 끝난 사이이니 백아영은 가능한 빨리 마음을 정리하고 이 감정을 깊은 곳에 묻어두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금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눈 깜짝할 사이에 첫 번째 재판일이 다가왔다.대기실에 서자 백아영은 긴장함이 밀려와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해졌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 공허했다.이길 자신이 없었기에 더더욱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했다.“무조건 이길 거예요.”이성준은 차가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절 믿어요.”크고 따뜻한 그의 손은 백아영에게 용기를 주었고 기적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치 엄동설한에 눈 속을 헤매던 사람이 갑자기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초가집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백아영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꽉 잡았다.“고마워요.”그가 옆에 있다면 그 어떤 두려움도 맞서 싸울 용기가 생겼기에 위로를 해줘서 고마운 게 아니라 단지 곁을 지켜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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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이성준...”백아영은 목소리마저 떨렸다.“이성준은 절대 이런 짓 할 사람이 아니에요...”백아영의 머릿속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뒤죽박죽 섞였고 곳곳에 매듭이 지어져 도무지 어느 곳부터 손을 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유 변호사는 허탈하게 말했다.“아영 씨, 승소할 가능성이 아예 없어요.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유 변호사의 말에 백아영은 애써 정신을 붙잡았다. 비록 지금은 유리한 처지가 아니지만 그녀는 이성준이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생방송을 하려는 이유는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게 하려는 이성준의 의도인 걸 뒤늦게 깨달았다. 계속해서 싸운다면 모든 사람 앞에서 개망신당하니까.하지만 싸우지 않는다면 소송은 물론이고 이현무까지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사장님, 아영 씨가 정말로 소송을 포기할까요?”위정은 잔뜩 긴장하며 말했다.완벽하게 준비된 판에 갑자기 50조의 빚이 터지면서 다들 속수무책으로 당황했고 이대로 소송이 진행된다면 백아영은 지는 게 확실했다.백아영에게 피해가 되는 건 망설임 없이 거절해 온 게 이성준이다.생방송 제안한 것도 스스로 소송을 포기하게끔 한 이성준의 배려였는데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위정은 더욱 불안해졌다.그는 손바닥의 땀을 닦으며 물었다.“사장님, 제가 아영 씨 쪽으로 가볼까요?”“필요 없어.”이성준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마 소송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생각보다 차분한 그의 모습에 위정은 어리둥절했다. ‘설마 처음부터 아영 씨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 목적이 아니라면 생방송 제안은 도대체 왜 한 거지?’위정이 혼란스러워하며 물으려던 그때 직원이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백아영 씨 측에서 생방송 공개재판에 동의하셨습니다. 입장하시죠.”위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백아영이 등장하자 생방송 채팅창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백아영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누가 봐도 지는 싸움인데 왜 하는 거래?」「부끄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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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유 변호사님, 그럼 잘 부탁합니다.”유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원고 측의 의견을 주장했다.그들은 아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가 엄마를 따라야 더 잘 자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빚 문제는 반드시 완벽하게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그러나 입장 발표가 끝났음에도 아무런 지지를 받지 못했고 채팅창은 여전히 압도적인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도련님은 어려서부터 이성준이랑 같이 자라지 않았어? 갑자기 나타난 주제에 아이랑 무슨 감정이 있다고 저러는 거야? 아이를 위해서라도 절대 백아영이 승소하면 안 돼.」「맞아. 내가 아이라면 아빠를 택했을 거야.」...백채영은 팝콘을 먹으며 생방송을 보고 있었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이제 성준 씨 변호사가 백아영 밟아버리는 일만 남았네. 백아영이 고통에 사무쳐서 목 놓아 울부짖는 모습이 아주 기대되는데? 아이? 이현무는 태어날 때부터 네 것이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백채영은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백아영을 지옥 끝까지 데려가고 싶었고 그녀의 고통이 곧 백채영의 행복이었다.그 시각 법정에서는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제 피고인 측의 주장이 있겠습니다.”우 변호사는 법정에 나올 때부터 안색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 그의 차례가 되니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마치 누군가에게 수십억이라도 뺏긴 사람처럼 원망 섞인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봤으나 전혀 미동도 없는 그의 태연함에 끝내 포기하고 허탈하게 입을 열었다.“피고 측은... 원고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지내는 게 맞습니다.”「???」채팅창은 순식간에 물음표로 도배되었다.「우 변호사님 지금 실수한 거죠? 어떻게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죠?」「우 변호사! 정신 차려!」그러나 우 변호사는 정신을 차리기는커녕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완벽한 가정에는 아빠도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우 변호사는 눈을 질끈 감았고 양심에 찔리는 듯 서류에 적힌 변호사라는 세글자를 가리고 입을 열었다.“피고 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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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미쳤어! 이게 무슨 상황이야?」「멍청하긴, 무슨 상황인지 보면 몰라? 이성준이 잘못해서 백아영이 찬 거잖아. 이제 와서 용서를 빌고 있는 거고.」「뭐야? 커플 싸움이야? 이렇게 싸우다가 화해하겠네.」「이성준처럼 패기 넘치는 사람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쩔쩔매는구나? 먼저 용서를 빌 줄은 상상도 못 했네.」「이제 누구 편을 서든 의미가 없지 않아? 앞으로 백아영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네. 괜히 건드렸다가 저세상 갈라.」「빚이 50조? 그게 대수야? 100조라도 갚아줄 수 있겠구먼.」「그러니까 지금까지 사랑싸움을 보고 있었던 거네? 우리만 바보 된 거야?」「그런데... 이성준 너무 멋있지 않아? 매력적이야.」「맞아.」채팅창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반전되었고 서로 물고 뜯을 줄 알았던 재판은 커플의 사랑싸움으로 돌변했다.암암리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세력들은 선우 일가를 공격하지 않은 자신의 현명한 판단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왜! 도대체 왜! 헤어졌다면서? 그런데 왜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냐고! 그룹 대표면서 이미지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 얼굴에 먹칠하는 행동을 왜 하냐고!”백채영은 홧김에 테이블을 뒤집었고 얼굴은 악마가 씐 것처럼 일그러졌다.그녀는 매번 죽음의 문턱에서 잘 빠져나가는 백아영을 원망하고 질투하고 증오했다.컴퓨터 앞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백승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얼굴에는 석연치 않은 의혹이 가득했다.백승구는 백아영과 헤어진 이성준이 왜 굳이 법정으로 갔는지, 왜 스스로의 명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백아영을 지켜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모르는 사적인 뭔가가 또 있단 말인가?...이성준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인해 재판은 흐지부지하게 끝났다.백아영은 충격을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성준의 의도를 깨달았다. 재판 5분 전에 50조의 빚이 폭로됐다는 건 누군가 이 기회를 이용해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계획을 세운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백아영은 물론이고 선우 일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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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검은 가면 아래 반쯤 드러난 그의 하얀 피부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실핏줄이 가득했고 마치 1km를 달린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습에 백아영은 걱정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배 아파서 계속 화장실에 있었어요.”이성준은 자연스레 백아영 옆에 앉더니 온화한 말투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재판 못 봐서 미안해요.”분노는커녕 백아영은 그가 걱정되어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이성준의 손목을 잡아당겨 맥을 짚었다. 위가 불편하다는 걸 직접 확인하자 마음속의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고 되레 일찍 발견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얼른 돌아가요. 제가 약 달여 줄게요.”이성준은 웃으며 답했다.“알겠어요.”...백아영은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경 허씨 일가의 연락을 받았다.그들은 백아영의 빚 상환 능력을 우려한다는 핑계로 한 달 안에 50조를 갚을 것을 요구했고 갚지 못한다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협박했다.“1년에서 한 달로 시간 단축하는 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가만 보면 허씨 일가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를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아.”선우경진은 분노에 찬 욕설을 퍼부었고 잘생긴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이러는 법이 어딨어! 진짜 얍삽한 인간들이네.”백아영도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혈옥을 연구하고 있지만 신약 연구는 매우 어려워서 생각보다 진전이 더뎠기에 한 달 안에 신약을 연구하고 50조의 빚을 갚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50조는 워낙 큰돈이라 이 정도의 금액을 한 번에 빌려줄 수 있는 그룹은 거의 없어요...”이성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하며 선우경진을 바라봤다.“막대한 재력을 소유한 가문이면 모를까.”그의 의도를 알아챈 선우경진이 재빨리 옆에서 맞장구쳤다.“솔직히 넌 허씨 일가와 아무런 원한이 없잖아. 그 사람들이 이렇게 난처하게 만드는 건 이성준 씨 외할머니에 대한 악감정일 가능성이 커. 성준 씨가 아무리 재판에서 널 지켜줬다고 해도 대신 돈까지 갚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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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백아영은 이성준이 건넨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고 따뜻한 물이 그녀의 목을 촉촉하게 적셨다.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그냥 그 사람의 도움은 받고 싶지 않아요.”“왜요?”이성준의 질문에 백아영은 컵을 깨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백아영은 한태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있고 싶고 미래를 꿈꿨지만 이성준의 존재가 그녀의 가슴속에 너무 깊이 자리 잡아 아직은 온 힘을 다해 억누르고 숨기는 단계이다.그녀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한태윤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심지어 애써 모른척하고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했던 모든 노력이 법정에서 이성준을 마주한 순간 물거품이 되었다.백아영조차도 자신의 마음속에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 잡은 게 믿기지 않았다.아무리 잊혀지지 않는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를 피하고 도망치고 그와 엮이지 않으려 애쓴다면 언젠가 무뎌질 거라고 생각했다.‘웅웅웅.’백아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성준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알아냈습니다. 허씨 일가 최근에 심은아 씨와 연락을 취했습니다.”허씨 일가와 오씨 일가는 오랫동안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고 실력이 막상막하였다. 평소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줄곧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해 온 허씨 일가가 갑자기 백아영을 궁지에 몰아넣으려 하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조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후에서 누군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심은아. 도망치고 나서 지금껏 잡지 못했는데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거 보니 이제 손쓸 때가 된 것 같다.심은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백아영을 생각하자 이성준은 순식간에 싸늘함을 풍기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오씨 일가더러 공격하라고 해. 돈과 권력은 내가 제공한다.”위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사장님, 오씨 일가와 엮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 않습니까?”오씨 일가는 이성준 어머니의 친정이지만 이성준은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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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백아영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약물 비율을 알아내는 건 제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시시각각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야만 정밀한 측정값을 알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이성준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상처에 붕대를 감은 후 백아영이 계속하여 약을 달이려고 하자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상처 회복할 때까지 쉬어요.”“조금 다쳤을 뿐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 게다가 시간도 얼마 없으니까...”백아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성준은 강제로 그녀를 침실 쪽으로 끌어당겼다.비틀거리며 뒤따라가던 그녀는 남자의 거대한 아우라와 패기 넘치는 모습에서 이성준이 보이는듯한 착각이 들었다.순간 정신을 번쩍 차린 백아영은 재빨리 손을 놓으며 몸부림쳤다.“태윤 씨, 솔직히 쉴 시간도 없고 많이 다친 건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그것보다 신약을 제때 연구하지 못하면 빚 못 갚을 수도 있어요.”“한씨 일가를 팔아서라도 내가 갚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쉬어요.”백아영은 당연하듯 말하는 그의 단호함에 어안이 벙벙해지더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장난삼아 하는 말이 아닌 정말로 그렇게 하려는 듯 확고함이 보였다.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것보다도 꿀 바른 듯 달콤한 기분이 들면서 설렘이 밀려왔다.생각하는 동안 어느새 백아영은 이성준에게 이끌려 침실로 들어갔고 그는 큰 체구와 함께 명령하듯 입을 열었다.“얼른 씻고 자요.”강한 기세 눌린 백아영은 순순히 그의 말에 복종했다.욕실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자 이성준이 뒤따라오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도와줄까요?”‘도와준다니? 뭘?’백아영은 순식간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당황하며 그대로 얼어붙었다.“아니, 괜찮아요.”이성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처음 본 것도 아닌데 왜 그래...”말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동시에 깜짝 놀랐고 방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이성준은 백아영과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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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순간 머릿속에 오만가지 잔인한 장면이 떠오른 백아영은 살아남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관자놀이를 짚더니 곧바로 그에게 쓰러졌다.이성준은 표정이 어두웠지만 본능적으로 백아영을 안았고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는 한층 수그러졌다.“왜 그래요?”“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요.”백아영은 허약한 목소리로 답했다.안쓰러운 그녀의 모습을 보자 이성준의 화는 눈 녹듯이 사라졌고 마지못해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안고 연구실의 간이침대로 향했다.“여기서 좀 쉬고 있어요.”당장이라도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괜히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연구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경진이 크고 작은 약재 가방을 들고 부랴부랴 달려오며 물었다.“아영아, 나왔어. 무슨 문제 있어?”아침 일찍 약재 사러 나선 선우경진은 도와달라는 백아영의 문자를 받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그동안 선우경진은 밤낮으로 연구에 전념하는 백아영을 보며 마음이 아팠으나 그가 유일하게 도움 줄 수는 있는 일을 이성준에게 뺏겼으니 그저 멀뚱멀뚱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선우경진은 그녀의 문자를 받고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설렘이 밀려왔다.하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집으로 돌아왔고 그 탓에 백아영이 깨어나자 이성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선우경진은 섬뜩함에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 마음속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오빠.”백아영은 그토록 기다리던 선우경진이 돌아오자 곧바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와 함께 약재를 달이고 있는 난로로 향했다.“여러 가지 비율로 배합해 봤지만 전부 실패했어요. 약효가 없거나 폭발하거나 둘 중 하나였어요. 약재 배합은 오빠가 저보다 훨씬 능숙하잖아요. 혹시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있어요?”일어난 지 일 초 만에 연구에 전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이성준은 허탈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은 연구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다. 약재 배합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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