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631 - Chapter 640

916 Chapters

제631화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말린다고 해도 소용없어요.”“지금은 신사인 척할 때가 아니라고요. 결정을 존중하기는 무슨,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선우경진은 화가 나서 발만 동동 굴렀지만, 이성준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결국,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연신 심호흡하더니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어차피 설득은 물 건너갔으니까 회유는 어때요? 성준 씨 신분으로 한씨 일가 지분을 처분해서 50조를 벌었다고 지원해주는 거예요.”그가 알기로 이성준은 백아영을 위해 오래전부터 50조를 준비했기에 언제든지 빚을 갚을 수 있었다.“아마 거절하지 않을까요?”백아영이라면 이성준은 훤했다. 어쨌거나 그녀의 자존심과 신념이 달린 일이라서 자신이든 한태윤이든 상관없이 금전적인 지원은 절대 받지 않을 것이다.선우경진은 펄쩍 뛰면서 말했다.“그럼 화를 자초하러 그렇게 위험한 곳에 제 발로 찾아가는 꼴을 마냥 지켜보겠다는 거예요?”이성준은 입을 꾹 닫고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이내 앞으로 다가가 방금 백아영이 챙긴 장비들을 자연스럽게 들어 올렸다.“저랑 같이 가요.”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하더니 즉시 거절했다.“위험하니까 태윤 씨는 안 돼요.”선우경진이 대뜸 눈을 흘겼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득할 때는 귓등으로 듣더니 이제야 위험하다는 걸 알았단 말인가? “그래서 가는 거예요.”이성준은 가방을 뺏어가려는 백아영의 손을 피하며 등에 멨다.“설령 지옥이라도 함께 갈 테니까.”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그윽한 눈빛은 두려움이란 찾아보기 어려웠고, 단호하면서도 확신이 넘쳤다.흠칫 놀란 백아영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백아영도 고집이 세지만, 이성준도 만만치 않았기에 결국 두 사람은 자기주장만 내세우다가 함께 출발하기로 했다.지석은 깊은 산속에서 거의 은둔 생활하다시피 지냈다. 차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7~8시간 돌고 돌아 그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산 중턱에 이르자 차도가 끊겼다. 눈앞에 한 사람만 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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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이성준은 다시 차를 향해 걸어가더니 트렁크를 열고 안에서 검은색 가죽 가방을 꺼내 침대 의자 위에 쿵 하고 올려놓았다.가방이 열리는 순간 지폐 뭉치가 떡하니 나타났다.이내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충분해요?”돈 가방을 내려다보는 간형준의 눈빛에 탐욕이 서서히 드러났고, 입술만 달싹였을 뿐 찍소리도 못 냈다.이는 누가 봐도 망설이는 표정이다.경멸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코웃음을 치던 이성준이 또 다른 가죽 가방을 들고 다가왔다.순간 만면의 웃음을 띤 간형준은 벌떡 일어나 지폐 뭉치를 몇 개 챙겨서 세어 보더니 백지장처럼 하얗던 얼굴에 점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입을 헤 벌리고 웃는 모습은 마치 시궁창에서 키득거리는 쥐를 연상케 했다.“보조 역할로 들여보낼 수는 있지만 고분고분 행동하겠다고 약속해요. 아니면 쫓겨난다 한들 한 푼도 못 돌려받을 줄 알아요.”팻말 뒤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진흙탕 길이 이어졌고, 어젯밤에 비가 내려서 길이 질퍽질퍽하고 미끄러웠다.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간형준은 이미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반면 백아영은 비틀거리며 힘겹게 뒤따라갔다.그녀가 다시 휘청하는 순간 커다란 손이 어깨를 덥석 붙잡더니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남자의 건장한 몸집이 등 뒤로 다가오자 익숙한 향기가 오감을 자극했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하면서 온몸에 전율이 퍼졌다.이성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내가 뒤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네...”백아영은 빨개진 얼굴로 대답했다. 이내 남자의 부축을 받아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위에서 돌아본 간형준은 상기된 얼굴의 백아영을 발견하고 몰래 입맛을 다셨다.‘참 예쁘게 생겼단 말이야, 얼른 맛보고 싶군.’1시간 남짓 걸어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산길을 겨우 지나서야 그들은 집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산속에 지은 허름한 대나무 집인데, 한 채만 덩그러니 있었다.“여기가 그쪽이 묵을 곳입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20대 초반의 여성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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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저기요, 시트를 새로 갈았는데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별로라면 다른 거로 바꿔줄게요.”얼굴을 가린 채 옆에 서서 바라보는 홍미주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이성준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그녀가 마침 이곳에서 기다릴 일은 없었기에 아마도 자신이 몰래 따라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려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다.비록 뻔히 알면서도 그는 모른 척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산길은 안 그래도 걷기 힘들었는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힘까지 빠졌다. 게다가 뒤에서 밀어주던 이성준도 없는지라 백아영은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고, 거의 한 걸음 걷다가 미끄러지는 식으로 조금씩 나아갔다.“부축해줄까요?”몇 번이나 휘청거리는 백아영을 보고 간형준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한결 걷기 수월할 테지만, 백아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고마워요, 혼자서도 갈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간형준은 멋쩍게 손을 내렸다. 그러나 시선만큼은 백아영한테서 떠날 줄 몰랐고, 산을 타는 바람에 살짝 풀어헤쳐진 그녀의 옷깃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더 은밀한 곳까지 탐닉하고 싶었다.이내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여기까지 공부하러 오는 사람이 꽤 많은데 대부분 입문 전형 시험에서 떨어져 자리를 박차고 돌아갔죠. 아영 씨는 한약 치료에 능통한 것 같은데 정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시험을 통과하기 어려울 거예요.”백아영은 힘겹게 걸어 올라가며 말했다.“최선을 다할게요.”“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죠.”간형준은 일부러 안타까운 척 한숨을 내쉬었다.“아영 씨를 후배로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이대로 시험 보러 가면 떨어질 확률이 99.99%에요.”백아영은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죠?”간형준이 히죽 웃었다.“나름대로 방법이 다 있다는 뜻이죠.”말을 마친 그는 대나무 집이 줄지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총 서너 채가 되었는데, 그중 한 집에 백아영을 데려갔다.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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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산 정상은 공사를 진행한 듯 평지로 된 구역이 나타났고, 그 위로 대나무 집이 늘어섰는데 하나같이 넓고 큼직했으며 환경까지 깔끔했다.그러나 문은 모두 닫혀 있는 상태였다.이때, 정중앙에 있는 집에서 쿵쿵거리는 소음과 함께 쪼르륵하는 물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마침 정제 작업을 하는 듯싶었다.백아영이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간형준에게 제지당했다.한껏 일그러진 간형준의 얍삽한 얼굴은 한 마리의 이를 바득바득 가는 쥐를 연상케 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다시 협박했다.“다시 잘 생각해봐요. 일단 시험이 시작되면 물러설 곳이 없어요. 불합격하는 순간 고도의 정제 기술을 배우는 건 하늘의 별 따기죠. 게다가 아영 씨 신약 연구도 물거품이 될 거예요. 50조도 평생 못 갚는다고요.”간형준은 방금 산을 오르는 동안 백아영의 정보를 낱낱이 조사했다.“무려 50조예요! 나랑 하룻밤만 자면 무조건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왜 싫어요? 테크닉은 걱정하지 마요. 극락이 무엇인지 제대로 체험하게 해줄 테니까.”뻔뻔스러운 음담패설에 백아영은 귀까지 오염되는 느낌이 들었다.결국 역겨움에 그의 손을 뿌리치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문을 두드렸다.“지석 님, 저는 백아영이라고 합니다.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백아영은 문 앞에 서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성격이 괴팍하기로 소문난 사람인지라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처해야 할뿐더러 충분한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한참을 기다리자 옆집 문이 갑자기 열렸다.안에는 텅 비었지만, 정제를 위한 도구와 재료들이 눈앞에 나타났다.“1시간 안에 튜토리얼에 따라 스파클 플라워를 만들 거라.”허스키한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집 밖에 놓인 모래시계가 뒤집히더니 모래가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다.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스파클 플라워를 처음 들어본 백아영은 현장에서 배우며 바로 써먹을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미흡하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라는 뜻이기에 단 1분 1초도 허비하기 아까웠다.곧이어 문이 열린 집으로 걸어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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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정제 작업 중에서 폭발이 여러 번 일어난 탓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백아영은 체력이 바닥을 쳤다.고개를 들어 간형준을 바라볼 힘조차 없어 아주 느린 걸음으로 지석의 집 문 앞에 다가가 살며시 노크했다.“지석 씨, 스파클 플라워를 완성했습니다.”“뭐?! 말도 안 돼!”간형준은 펄쩍 뛰면서 노발대발했다.“지금 거짓말하는 거죠?”그와 동시에 안에서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감히 날 속이면 뱀에게 먹이로 주겠다!”이내 문이 끼익 열렸다.안에 등이 구부정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허리를 숙인 키는 고작 1m 20cm에 불과했다. 백발에 주름까지 자글자글해서 나이가 꽤 많아 보였고, 얼굴은 검버섯으로 뒤덮이다시피 했으며 검푸른 반점이 군데군데 났다.사람을 올려다볼 때는 눈알만 움직여 흰자위만 남았는데 마치 눈동자가 없는 것처럼 섬뜩했다.백아영은 기겁하더니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지석은 콧방귀를 뀌더니 시커멓게 물든 이빨을 드러낸 채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스파클 플라워 내놔.”백아영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정중하게 스파클 플라워를 건넸다.지석은 스파클 플라워를 들고 대충 훑어보더니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이내 벽까지 데굴데굴 굴러가 멈췄는데 으슥한 코너에서 십여 마리의 독사가 튀어나와 게걸스럽게 갉아 먹기 시작했다.빈틈없이 서로 얽히고설킨 뱀들이 꿈틀거리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백아영은 머리털이 쭈뼛 서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코앞에서 지석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들어와.”백아영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고개를 들자 지석은 이미 실험대로 걸어갔고, 손을 뻗어 물건을 집으려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뱀이 그의 손가락을 깨물었다.“지석 !”백아영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재빨리 외쳤지만,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정 어린 말투로 말했다.“이런, 말을 참 안 듣네? 아직 밥 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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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백아영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돈은 단지 사부님께 드리는 선물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뱀은 인공적으로 사육하거나 독성이 약해서 최상품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산에 올라가서 뱀을 잡아 사부님께 바치려고 했죠.”말을 마친 백아영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지석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비록 사부로 모시기 위해 정해진 선물이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지만, 뱀을 대하는 지석의 태도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질러본 것이다.다행히 그녀의 추측이 들어맞았다.지석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검푸른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그나마 배짱은 있군. 그렇다면 뒷산에 가서 잡아 와. 거기 있는 뱀이 가장 독이 강하거든.”산에서 뱀을 잡는다는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이지 않은가?하지만 이미 발을 들여놓은 이상 백아영에게 물러설 길은 없었다.지석의 집에서 나온 백아영은 간형준을 따라 제자 숙소로 향했다. 즉, 간형준도 사는 대나무 집이 줄지어 있는 곳이었다.“여기서 지내면 돼요.”간형준은 옆 숙소를 가리키며 냉소적인 어조로 말했다.“지금까지 봤던 여자 중에서 제일 똑똑한 것 같네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오다니. 이제 같은 제자로서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요. 깨끗이 씻고 내 방에 와서 뒷산 지도를 가져가요.”뜬금없이 샤워하라니?이 말을 간형준의 입에서 듣게 되자 저도 모르게 경각심이 든 백아영은 더러움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우선 지도부터 주세요. 내 몸이 먼지투성이라 신경 쓰인다면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간형준은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시궁창에서 뒹굴다 나온 사람보다 더 더러운데, 내가 관심이 생길 리 있겠어요? 지도는 여기 둘 테니까 가져가든지 말든지 해요.”간형준은 자기 숙소로 들어가더니 지도를 찾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테이블은 문에서 5~6m 떨어진 곳에 있기에 지도를 챙기려면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간형준의 의도를 알아챈 이후로 백아영은 줄곧 경각심을 늦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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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계속되는 헛구역질에 위액마저 토해낼 것 같은 고통에 백아영은 손톱으로 간형준을 마구 할퀴기 시작했고, 이내 끔찍한 흉터들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피가 배어 나왔다.간형준은 상처를 입게 되자 되레 점점 더 흥분했다.“오늘 날 죽이지 못하기만 해봐요. 내가 아영 씨를 죽여버릴 테니까.”‘죽여?’백아영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어금니에 숨겨둔 독약을 혀로 살짝 핥았다.‘죽으려면 같이 죽자!’이내 독한 마음 먹고 깨물려는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밖에서 문을 걷어찼는지 활짝 열렸다.차가운 달빛 아래 커다란 몸집이 입구에 떡하니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이성준이었다. 그는 신발이 진흙 범벅이 된 채 서 있었고, 싸늘한 시선은 한겨울의 찬바람보다 더 스산해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느껴지는 듯싶었다.어둠 속에 가려진 얼굴 때문에 환각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살인적인 눈빛만큼은 실감이 나서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간형준은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당신이 여기 왜 왔죠?”“그 손 놓지 못해요?!”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무시무시한 아우라에 간형준은 본능적으로 움찔했지만, 지옥 같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두려움 따위 잊은 지 오래되었다.이내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 손가락을 우두둑하며 풀었다.“홍미주, 이 쓰레기 같은 년! 고작 남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하고 내가 직접 나서게 하다니. 제 발로 찾아온 이상 꼼짝 못 하게 묶어 놓고 백아영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도록 해주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성준을 향해 주먹을 뻗었는데, 속도가 빠른 건 물론 치명타만 노린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설령 무술을 익힌 남자라고 해도 쉽게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다.3초 뒤, 집 안에 갑자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성준은 발로 간형준을 밟고 있었고, 백아영을 만진 두 팔은 그대로 부러졌는데 부서진 뼈가 살갗을 뚫고 나와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악!”이내 처참한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남자를 내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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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백아영은 옆 테이블을 바라보며 말했다.“뒷산 지도 챙겨야 해요.”이성준이 한 손으로 지도를 집어 들자 백아영은 그제야 소위 지도라는 종이가 백지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지도는 단지 간형준의 속임수에 불과했다.“지도는 어디 있죠?”온몸이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간형준은 이성준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겁을 먹고 잽싸게 대답했다.“서랍 안에 있어요.”서랍을 열고 뒷산 지도를 찾은 이성준은 백아영을 안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옆 숙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간형준의 신경이 그제야 느슨해졌고, 드디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눈빛은 순식간에 다시 음흉하고 악랄하게 변했다.비록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꾹 참고 바닥을 한참 동안 기어가서 휴대폰을 꺼내 혀로 화면을 터치하여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음이 한동안 울리고 나서야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이내 홍미주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희한하네, 이 시간에 나한테 왜 연락했어?”지금쯤이면 간형준은 백아영과 격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간형준이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못난 년! 대체 뭐 하는 거야? 한태윤이 벌써 올라와서 날 반쯤 죽여놓고 갔어.”“뭐? 그럴 리가! 식당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홍미주가 재빨리 식당으로 뛰어가 보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고, 그제야 한태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가 만든 요리를 먹더니 남자는 입맛에 맞지 않은 듯 표정에서 티가 났다. 결국, 추궁한 끝에 귀하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갑자기 전복구이를 먹고 싶다는 바람에 홍미주는 주방에 가서 요리하던 중이었다.이제 와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복구이를 보고 있자니 마치 우스갯거리처럼 느껴졌다.“이 멍청이야! 고작 남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하고, 똑바로 안 할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홍미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극도의 분노 속에서도 별안간 웃음이 터졌다.“하하하! 흥미롭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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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백아영은 이성준에게 안겨 자기 숙소로 돌아왔고, 조심조심 내려놓은 손길을 느끼며 침대에 살포시 누웠다.비록 이성준의 외투를 걸쳐서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맴돌았지만, 간형준이 만진 곳은 차마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역겨웠다.머릿속으로는 오로지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몸이 먼지투성이라서 우선 씻어야 하겠는데요? 목욕물 받아놓을까요?”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건네는 이성준은 그녀가 난감하지 않게 자칫 간형준에게 해코지당할 뻔했던 상황은 쏙 빼놓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목욕하는 동안 이성준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백아영은 샤워기 아래에 서서 간형준이 만진 부위를 바디 워시로 박박 닦았다. 결국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까질 때까지 문지르고 나서야 남아 있던 촉감이 완전히 사라진 듯싶었다.그 사이 이성준은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지석한테서 가르침을 받고 하산한 사람을 찾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산속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내도록 해.」간형준이 백아영에게 한 짓은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백아영은 그의 손에 피가 묻는 걸 원치 않았기에 간형준을 직접 죽일 생각은 없지만,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도록 마음먹었다.끼익!욕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뜨거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백아영이 파자마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이성준은 황급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동공이 커지더니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왜 허락도 없이 자기 몸을 혹사하는 거죠?”목이 라운드로 되어 있는 파자마를 입은 탓에 까진 피부를 가리기엔 역부족이라서 그녀는 허둥지둥 머리카락으로 상처를 숨겼다.“그게... 단지 부주의로...”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성준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이내 빨갛게 까진 피부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말지. 정 역겹다면 깨끗이 씻으면 되잖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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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그러나 맥박을 짚어본 결과 별다른 증상은 발견하지 못했다.“홍미주가 만든 요리를 안 먹었어요?”초조한 백아영의 표정을 발견한 이성준은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결국,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네.”백아영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러고 나서 남자의 손을 놓아주며 뒤죽박죽이 된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심한 척 말했다.“산속이라서 안 그래도 추운데 의자도 엄청 차가울 거예요. 오늘 밤... 침대에서 반반 누워 같이 자요.” 그녀는 당황하거나 사심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이성준은 바짝 긴장하면서 허탈한 감정이 밀려왔다. 본인이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그는 결코 성인이 아니었다.특히 오늘 밤은 참기 유독 힘들었다. 전례 없던 욕망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당장이라도 그녀를 쓰러뜨리고 한입에 꿀꺽 삼키고 싶었다.“괜찮아요.”그는 잔뜩 긴장한 몸으로 의자로 걸어가 눈을 감았다.“얼른 자요.”그러고 나서 백아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부드럽던 얼굴선마저 입을 꾹 닫고 있는 탓에 괜스레 날카롭고 쌀쌀맞게 보였다.그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 백아영은 넋을 잃은 채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사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남자의 수상한 행동에 백아영은 정말 몽환제를 안 먹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백아영과 이성준은 지도를 따라 뒷산으로 향했다.간형준은 높은 곳에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거즈로 감싼 양팔은 미라처럼 옆구리에 딱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따로 없어 우스꽝스러울 지경이었다.“왜 저기로 간대?”홍미주가 그의 옆으로 걸어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는 뱀을 잡으러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니었고, 다름 아닌 킹 스네이크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심지어 지석 본인도 꺼리는 죽음의 땅이지 않은가?간형준은 음흉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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