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916 챕터

제651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백아영이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간형준은 목숨을 걸어 그녀와 싸울 것이다. 그녀는 아직 간형준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안 되었다.그 생각에 백아영은 전혀 의심이 들지 않은 척하며 되물었다.“홍미주 씨가 도대체 태윤 씨를 어디로 데려간 거죠?”간형준은 아무 곳이나 가리켰다.백아영은 간형준이 그녀에게 진짜 방향을 가르쳐 줬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그녀가 안전하게 자리를 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간형준은 점점 멀어져가는 백아영의 뒷모습을 보더니 사악한 눈빛을 보였다.“원래 조금 더 같이 놀아주려고 했는데 혼자 여기까지 찾아왔네? 백아영,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를 탓하지 마.”백아영은 산을 밤새 걸었더니 피곤해서 속까지 뒤집어졌지만 여전히 이성준을 찾아내지 못했다.하늘이 점점 밝아지고 그녀는 처음으로 햇빛이 절망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풀이 죽은 채 나무에 기댔는데 차가운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는 코끝이 찡했다.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이까지 왔다.백아영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자 이성준과 홍미주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은밀한 산길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백아영을 발견하고 이성준은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고요해졌다.‘드디어 태윤 씨를 만나게 되었네.’하지만 백아영은 기쁘기는커녕 그의 눈을 똑바로 보더니 겨우 목소리를 내었다.“어젯밤에... 어디 갔어요?”“그런 걸 왜 물어요?”홍미주가 으쓱해하며 이성준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남자랑 여자가 하룻밤을 보냈다는 게 뭘 의미하겠어요? 태윤 씨 덕분에... 많이 행복했어요.”백아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온밤 못 자고 피곤해서 정신줄이 거의 끊어질 것 같았고, 두통도 몰려왔다.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눈이 벌게진 채 이성준을 바라봤다. 마치 눈빛으로 그에게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듯했다.이성준은 그런 백아영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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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그녀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몽환제의 독성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태윤 씨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홀렸으니 말이야.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지?’...“쓰읍!”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손등에서 전해지자 백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를 물어뜯은 뱀을 물리쳤다.그녀는 밤새 잠을 못 잤고, 또 걱정거리가 많아 뱀을 죽이는 와중에도 계속 집중을 못해 뱀에게 몇 번이나 물렸었다.가죽을 벗기는 작업에서도 실수를 많이 저질러 지석은 홧김에 그녀를 내쫓았다.백아영은 실험실 밖에 서서 산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느끼고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바람의 찬 기운이 너무나도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녀는 갑자기 자신이 왜 이곳으로 왔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빚을 갚기 위해서?하지만 뭔가를 배우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중요한 사람을 잃었다.그녀는 낙심한 채 집으로 돌아갔고 마음이 뒤집히는 고통을 뒤로하고는 이성준에게 밥을 해주러 부엌으로 갔다.칼을 들자마자 이성준의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은 왜 그래요?”백아영의 손에는 뱀에게 물려 난 상처가 몇 개 있었다. 아직 피가 흐르는 상처도 있었고, 딱지가 눌러앉은 상처도 있었는데 그녀의 손등은 곳곳에 멍이 들어 성한 곳이 없었다.그는 미간을 구긴 채 걸어오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는 물로 헹궈줬다.“해독약을 먹어도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는다면 뱀독이 남아있다는 걸 몰라요? 흉터도 남을 거라고요.”속상해하고 그녀를 관심해 주는 이성준의 모습에 백아영은 코끝이 찡했다.“아직 내가 신경 쓰이는 거죠? 맞죠?”이성준은 흠칫하더니 눈빛이 흔들렸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하죠, 아영 씨는 내 친구잖아요.”친구뿐이라고?두 사람은 관계를 확실히 한 적이 없었지만 분명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므로 절대 친구 사이일 뿐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은...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 자연스럽게 백아영은 그에게 단지 친구였을 뿐이다.백아영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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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함부로가 아닌 백아영은 제대로 준비하고 갈 생각이었다.새벽에 실험실에서 돌아온 백아영은 역시나 이성준이 방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미리 준비해 둔 은침, 독 가루를 챙기고는 이성준이 가리켰던 방향으로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가는 길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백아영은 그 흔적을 따라 산을 넘어 은밀한 곳에 도착했다.산꼭대기에 인접한 곳에 대나무 집이 여러 채 있었다.대나무 집은 깨끗했는데 분명 누군가가 살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말로 이룰 수 없는 괴로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작정하고 찾아온 건 맞지만, 어떤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될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마주하려고 하니 그녀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녀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발바닥에 통증이 전해지자 가져온 독 가루를 챙기고는 대나무 집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대나무 집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반쯤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달빛이 비쳐 들어와 대충 안의 상황이 훤히 보이기도 했다.대나무 집에는 많은 방이 있었는데 제약실, 서재가 있는가 하면 고문실도 있었다. 고문실에는 여러 가지 형구가 있었는데 말라버린 피딱지가 묻어 있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백아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주먹을 불끈 쥐었다.‘설마 홍미주가 저 형구들을 이미 태윤 씨에게 쓴 건 아니겠지? 이미 두 번이나 같이 밤을 보냈으니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크지...’백아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독 가루를 손에 쥐고 문을 확 발로 걷어찼다.깊은 밤이라 문이 열리는 ‘끽’ 소리가 또렷하게 났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이불도 깔끔하게 개어져 있었는데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두 사람 어디 갔지?’백아영은 미간을 구긴 채 대나무 집에서 뛰쳐나와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다행히 대나무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을 발견했다.넓은 호수 위에 한 척의 배가 천천히 떠다니고 있었다.차가운 달빛이 배 위에 앉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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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그러니까...홍미주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제약실을 둘러보면서 반드시 약을 훔친 도둑을 찾을 기세였다.“당장 안 나와?”백아영은 긴장된 마음에 독 가루를 더 꽉 쥐었다.독 가루는 기습에 가장 적합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홍미주를 제압할 수 있었다.하지만 만약 그녀에게 들켜 정면 승부를 펼친다면 실패할 확률이 70%였다.홍미주가 어디 있는지 모른 채 섣불리 공격을 펼치는 건 너무 위험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백아영은 이미 물러설 곳이 없었다.“안 나와? 나한테 잡히면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거야.”홍미주는 유독 세게 발음해 반드시 복수하리라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제약실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검사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백아영이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갔다.가까워져 오는 그림자를 보며 백아영은 긴장된 얼굴에 숨이 멎은 채 독 가루를 꽉 쥐고는 필사적으로 싸울 준비를 했다.2m, 1m, 0.5m...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손을 들어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이성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밖에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요?”홍미주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이성준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몽환제를 복용해 그녀와 사랑에 빠진 사람은 100% 충성을 다할 것이고 절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바닥에 비친 그림자가 점점 멀어졌고 백아영은 이미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홍미주와 이성준이 인기척을 따라 한참을 뒤쫓았지만 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다.이성준은 얼굴색 한 번 변하지 않고 말했다.“미안해요.”“아니에요, 태윤 씨 탓 아니죠.”홍미주가 따뜻한 말투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대나무 집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눈빛을 보였다.“도둑이 나오려고 하지 않으니 그곳에 영원이 있게 해야겠네요.”말을 마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앱을 켜고 작동시켰다.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이성준의 얼굴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이건 뭐예요?”“도난 방지 시스템이에요.”홍미주가 으쓱해하며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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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홍미주가 이 모든 걸 즐길 준비를 마쳤을 때 눈앞의 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왜 그래요?”홍미주는 안달 난 듯이 재촉했다.이성준은 뒷걸음질을 치더니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미안해요, 집중이 안 되어서요.”오랫동안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먹기 위해 며칠 동안 굶어 이제 드디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구미가 당겨질 대로 당겨졌기에 홍미주는 1분 1초도 기다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 음식이 갑자기 치워진 느낌이 들어 홍미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왜요?”이성준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미주 씨도 알다시피 내가 아영 씨를 배신하고 미주 씨를 사랑하게 되었잖아요. 그 일이 너무 마음에 걸려요. 미주 씨를 가까이할 때면 자꾸 미안한 감정이 생겨요. 다른 여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품은 채 미주 씨를 사랑할 수 없어요. 그건 미주 씨에게 불공평한 일이잖아요.”홍미주는 사실 그의 마음은 개의치 않고 그저 빨리 그의 몸을 탐내고 싶었다.하지만 이틀 동안 그와 같이 지내온 결과 눈앞의 남자는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몽환제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그의 미안한 마음을 해결하지 않으면 오늘 밤 이 상황이 더는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걸 홍미주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홍미주는 욕구가 자극되어 1초도 기다릴 수 없었다.잠깐 고민한 후 홍미주는 휴대폰을 꺼내 파일을 하나 열더니 그 안의 내용을 이성준에게 보여줬다.“이거 보내줄게요. 그럼 아영 씨에게 보상으로 보내줘요. 그럼 서로 빚진 것도 없게 되잖아요.”이성준이 보고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좋아요.”홍미주는 지체하지 않고 파일을 이성준에게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자기야, 계속하던 거 마저 할까요?”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이성준의 눈빛은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더는 부드럽거나 그윽한 눈빛이 아니었다.홍미주는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물었다.“왜, 왜 그래요?”“홍미주, 게임은 여기까지야.”말을 마친 이성준은 홍미주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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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백아영은 애써 피했지만 결국 궁지에 몰렸다.그녀는 방구석에 붙어 앉아 좌우로 공격하는 철판에 받쳐 들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그녀를 찌르기 위해 과도가 쏜살같이 날아오고 있었다.하지만 백아영은 피할 길이 없어 그저 과도가 날아올 때까지 눈뜨고 지켜봐야만 해 절망감에 눈이 빨개지던 이때, 갑자기 창문에서 큰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창문을 넘고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맨손으로 과도를 움켜쥐었다.피가 그의 손바닥을 따라 세차게 솟구쳤다.백아영은 멍하니 굳어졌다.고개를 들어보니 돌아온 한태윤을 발견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당신이 어떻게...”‘여기로 돌아왔어요?’이성준은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그녀의 크고 작은 상처를 보더니 분노가 솟아올랐다. 그는 그대로 과도를 구부려 꺾고 백아영을 구석에서 꺼내줬다.같은 시각, 다른 장치가 작동되어 두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안은 채 깔끔하게 몸을 피했고, 또 그녀를 데리고 빠르게 제약실 뒤쪽으로 뛰어가 바닥에 안착했다. 그곳에는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는데 이성준이 장치의 공격을 피하면서 홍미주가 설치한 장치 위치에 근거해 찾아낸 안전 구역이었다.“내일까지 여기에 있어요, 그럼 장치가 모두 멈출 거예요.”이성준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상황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만약 그가 한발 늦게 왔다면 백아영은...그 생각에 이성준은 백아영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꽉 끌어안았다.백아영은 생사를 넘나들었기에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지혈약을 꺼내고는 피가 흐르고 있는 이성준의 손바닥을 치료했다.“나 괜찮아요.”이성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지혈약으로 백아영의 몸에 난 상처에 발랐다.약이 상처에 닿자 따끔거리는 감각에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이성준은 바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타이르며 말했다.“더 살살 할게요.”말을 마친 후 또 그녀의 상처를 후 불어주면서 고통을 덜어주려고 했다.이성준의 행동에 백아영은 어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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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이어서 남자의 거친 키스가 퍼부어져 백아영은 숨쉬기조차 어려웠다.이성준이 이럴 때 키스를 하게 될 줄이야...“웁! 아니...”그녀는 겨우 이성준을 밀어내며 말했다.“우리 다쳤잖아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방울 차가운 액체가 그녀의 얼굴에 떨어진 것을 느꼈다.그들이 있는 곳은 달빛이 보이지 않았고 그저 희미하게 서로의 얼굴만 볼 수 있었다.하지만 이성준의 얼굴에 흘린 땀은 어둠 속에서 유난히 잘 보였다.백아영은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왜... 왜 그래요?”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에 이성준의 맥박을 짚었는데 그의 맥박은 이상할 정도로 빨리 뛰었다. 하지만 그 어떤 중독 증세는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알고 있는 유일한 증세를 보이지 않은 독은 몽환제밖에 없었다.그러면 설마?백아영은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아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홍미주가 이성준에게 몽환제를 투약했으니 발작해도 그녀가 아닌 홍미주와 사랑에 빠지는 게 맞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이성준은 분명 몽환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거친 숨을 몰아쉬던 이성준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또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아영 씨, 할까요?”이성준은 백아영의 얼굴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감미롭고도 매혹적으로 들렸다.백아영은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그의 숨결이 얼굴에 닿았는데 불처럼 뜨거웠다.그녀는 힘겹게 이성준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말했다.“태윤 씨, 지금 몽환제에 중독되었어요. 이거 놔요. 내가 해독해 줄게요.”“아영 씨니까 더는 자제하고 싶지 않은데요.”이성준은 백아영을 더 꼭 끌어안더니 입술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그러고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영 씨, 사랑해요.”그 말을 들은 순간, 백아영은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그녀는 온몸이 굳어졌고 남자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의 숨결은 그녀의 온몸을 불타오르게 했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었다.지금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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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그리고 같은 시각, 그들은 실험대 뒤에서 어렴풋이 바짝 붙어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선우경진은 깜짝 놀랐고 현무도 어안이 벙벙했다.“엄마...”“어린애는 보면 안 돼!”선우경진이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현무를 잡고는 그의 눈을 막으며 안아 들어 대나무 집을 나섰다.인기척에 잠에서 깬 이성준은 재빠르게 외투로 밖에 드러난 백아영의 어깨를 가렸다.그 소리에 백아영도 잠에서 깨게 되었다.어젯밤에 너무 심하게 들볶았기에 어둠 속이었는데도 백아영은 몸도 마음도 모두 최고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 그녀는 철저히 이성의 끈을 놔버려 몸이 이끄는 대로 그 상황을 즐겼다.상대가 한태윤이라는 걸 알면서도 꿈이 뒤섞여서 그런지 그녀는 상대를 이성준이라고 무수히 많이 착각했었다.한태윤을 안고 있는데 마치 이성준을 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꿈속에서 그녀는 한 번 또 한 번 이성준의 얼굴을 키스하며 그의 이름을 불렀었다.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아직 정신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눈을 떠보니 남자의 쭉 뻗은 쇄골이 보였고 코끝에는 익숙한 향기가 스쳤다.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성준아...”그녀가 말을 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밖에서 현무의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불쌍한 아빠. 끝내 한태윤 아저씨에게 당하고 말았네요!”백아영이 흠칫 놀랐다.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그제야 현실을 깨닫고는 살을 에는 추위가 느껴졌다.“아영 씨, 왜 그래요?”남자의 잠긴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살며시 들려왔다.백아영은 그의 목소리마저 이성준과 똑같은 게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의 남자는 반쪽 가면을 쓰고 있었고, 이성준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이것은 두 사람이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다만 백아영이 혼자 착각하고 있을 뿐이었다.이런 상황에서 헷갈리게 되니 백아영 자신조차도 도대체 누구를 원하는지 몰랐다.“아영 씨?”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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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정제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면 연구를 더 진행해 나갈 수 없다.성공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니.실망의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백아영은 꽤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어쩔 수 없죠.”원래 그녀는 몽환제 독약을 챙긴 후 강제로 이성준을 끌고 산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즉 진작에 정제 기술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원하는 일을 결국 모두 이루게 될 거예요.”이성준이 백아영 옆으로 다가가더니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그 위에는 홍미주가 그에게 보낸 파일이 있었다.파일을 발견한 백아영은 두 눈을 반짝였다.“이, 이거, 정제 기술 요점 정리 아니에요?”뜻밖의 선물에 백아영은 잔뜩 신이 났다.“태윤 씨, 이거 어떻게 구한 거예요? 너무 대단한 거 아니에요? 이것만 있으면 스스로 정제 기술을 공부할 수 있다고요.”말을 마친 백아영은 파일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파일을 보낸 사람이 홍미주인 걸 발견하고는 바로 일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백아영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몽환제에 중독된 것처럼 연기한 것도, 홍미주와 데이트를 한 것도 정제 기술 요점 정리 때문이었어요?”백아영은 눈앞의 남자가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을 알고는 가슴이 아팠다.“왜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이성준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당연하죠. 아영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백아영은 감동이 밀려왔다.이 일이 해결된 후 사람들은 산에서 내려와 돌아가는 차에 탔다.백아영은 워낙 많은 일을 겪고 피곤했기에 곧바로 잠이 들었다.이성준은 그녀의 옆에 앉았는데 그녀가 편히 잠이 들 수 있게 품에 안았다.백아영은 또 꿈에서 이성준을 보았다.비틀거리는 산길에서도 그의 품에 안긴 채 편히 잠이 든 꿈 말이다.하지만 눈을 떠보니 눈앞의 사람은 한태윤이었다.그녀는 마치 몸이 두 동강이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머릿속으로는 자기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한태윤이고, 그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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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이성준에게 약병을 하나 건넸다.“이건 내가 연구해 낸 몽환제 해독약이에요.”해독약을 보자 이성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영 씨를 향한 내 마음, 몽환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백아영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지금 먹을게요.”이성준은 텅 빈 약병을 다시 백아영에게 건네주고는 삼킬 듯한 깊은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래야 마음이 편해요?”...“아니 글쎄 잠도 안 자고 3일 동안 연구실에 있더니 몽환제 해독약을 만들어냈더라고요. 내가 해독약이 필요하겠어요?”방안에서 이성준은 발로 소파를 걷어차며 말했다.잠옷을 입고 머리가 헝클어진 채 침대에 앉은 선우경진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그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파인데...”한밤중에 이성준이 그의 방으로 쳐들어오더니 무작정 화를 내기 시작해 선우경진은 골치가 아팠다.“하긴, 몽환제가 없으니 자제하지 못한다는 핑곗거리를 잃게 되겠네요?”이성준이 곧바로 선우경진을 째려봤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선우경진은 입을 가로막더니 서둘러 화제를 돌려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아영이가 부끄러워서 성준 씨를 피하는 거겠죠. 두 사람 워낙 진도가 빠르잖아요.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관계를 가졌으니.”이성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예전에 했었잖아요, 연애.”선우경진이 말했다.“그건 이성준과 연애를 한 것이지, 지금의 당신과 연애를 한 게 아니잖아요.”이성준은 어이가 없었다.“그나저나 헤어진 지 두 달만에 아영이가 한태윤이라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는데 질투가 나지 않아요?”이성준은 선우경진을 바보를 보는 듯이 바라봤다.“다 똑같은 나인데 왜 질투가 나요?”“똑같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지금은 한태윤 신분이니...”“그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아영이는 나를 사랑하게 된다는 걸 증명하죠.”이성준이 단호하게 말했다.“절대 진짜 한태윤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았을 거예요.”선우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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