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헛구역질에 위액마저 토해낼 것 같은 고통에 백아영은 손톱으로 간형준을 마구 할퀴기 시작했고, 이내 끔찍한 흉터들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피가 배어 나왔다.간형준은 상처를 입게 되자 되레 점점 더 흥분했다.“오늘 날 죽이지 못하기만 해봐요. 내가 아영 씨를 죽여버릴 테니까.”‘죽여?’백아영은 벌겋게 달아오른 눈으로 어금니에 숨겨둔 독약을 혀로 살짝 핥았다.‘죽으려면 같이 죽자!’이내 독한 마음 먹고 깨물려는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밖에서 문을 걷어찼는지 활짝 열렸다.차가운 달빛 아래 커다란 몸집이 입구에 떡하니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이성준이었다. 그는 신발이 진흙 범벅이 된 채 서 있었고, 싸늘한 시선은 한겨울의 찬바람보다 더 스산해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느껴지는 듯싶었다.어둠 속에 가려진 얼굴 때문에 환각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살인적인 눈빛만큼은 실감이 나서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간형준은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당신이 여기 왜 왔죠?”“그 손 놓지 못해요?!”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무시무시한 아우라에 간형준은 본능적으로 움찔했지만, 지옥 같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두려움 따위 잊은 지 오래되었다.이내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 손가락을 우두둑하며 풀었다.“홍미주, 이 쓰레기 같은 년! 고작 남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하고 내가 직접 나서게 하다니. 제 발로 찾아온 이상 꼼짝 못 하게 묶어 놓고 백아영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도록 해주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성준을 향해 주먹을 뻗었는데, 속도가 빠른 건 물론 치명타만 노린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설령 무술을 익힌 남자라고 해도 쉽게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다.3초 뒤, 집 안에 갑자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성준은 발로 간형준을 밟고 있었고, 백아영을 만진 두 팔은 그대로 부러졌는데 부서진 뼈가 살갗을 뚫고 나와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악!”이내 처참한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남자를 내려
백아영은 옆 테이블을 바라보며 말했다.“뒷산 지도 챙겨야 해요.”이성준이 한 손으로 지도를 집어 들자 백아영은 그제야 소위 지도라는 종이가 백지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지도는 단지 간형준의 속임수에 불과했다.“지도는 어디 있죠?”온몸이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간형준은 이성준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겁을 먹고 잽싸게 대답했다.“서랍 안에 있어요.”서랍을 열고 뒷산 지도를 찾은 이성준은 백아영을 안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옆 숙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간형준의 신경이 그제야 느슨해졌고, 드디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눈빛은 순식간에 다시 음흉하고 악랄하게 변했다.비록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꾹 참고 바닥을 한참 동안 기어가서 휴대폰을 꺼내 혀로 화면을 터치하여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음이 한동안 울리고 나서야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이내 홍미주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희한하네, 이 시간에 나한테 왜 연락했어?”지금쯤이면 간형준은 백아영과 격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간형준이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못난 년! 대체 뭐 하는 거야? 한태윤이 벌써 올라와서 날 반쯤 죽여놓고 갔어.”“뭐? 그럴 리가! 식당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텐데...”홍미주가 재빨리 식당으로 뛰어가 보니 역시나 아무도 없었고, 그제야 한태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가 만든 요리를 먹더니 남자는 입맛에 맞지 않은 듯 표정에서 티가 났다. 결국, 추궁한 끝에 귀하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갑자기 전복구이를 먹고 싶다는 바람에 홍미주는 주방에 가서 요리하던 중이었다.이제 와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전복구이를 보고 있자니 마치 우스갯거리처럼 느껴졌다.“이 멍청이야! 고작 남자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하고, 똑바로 안 할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홍미주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극도의 분노 속에서도 별안간 웃음이 터졌다.“하하하! 흥미롭군.
백아영은 이성준에게 안겨 자기 숙소로 돌아왔고, 조심조심 내려놓은 손길을 느끼며 침대에 살포시 누웠다.비록 이성준의 외투를 걸쳐서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맴돌았지만, 간형준이 만진 곳은 차마 견디기 힘들 정도로 역겨웠다.머릿속으로는 오로지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몸이 먼지투성이라서 우선 씻어야 하겠는데요? 목욕물 받아놓을까요?”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건네는 이성준은 그녀가 난감하지 않게 자칫 간형준에게 해코지당할 뻔했던 상황은 쏙 빼놓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목욕하는 동안 이성준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백아영은 샤워기 아래에 서서 간형준이 만진 부위를 바디 워시로 박박 닦았다. 결국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까질 때까지 문지르고 나서야 남아 있던 촉감이 완전히 사라진 듯싶었다.그 사이 이성준은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지석한테서 가르침을 받고 하산한 사람을 찾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산속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내도록 해.」간형준이 백아영에게 한 짓은 결코 예외가 아닐 것이다.백아영은 그의 손에 피가 묻는 걸 원치 않았기에 간형준을 직접 죽일 생각은 없지만,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도록 마음먹었다.끼익!욕실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뜨거운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백아영이 파자마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이성준은 황급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동공이 커지더니 두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왜 허락도 없이 자기 몸을 혹사하는 거죠?”목이 라운드로 되어 있는 파자마를 입은 탓에 까진 피부를 가리기엔 역부족이라서 그녀는 허둥지둥 머리카락으로 상처를 숨겼다.“그게... 단지 부주의로...”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성준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이내 빨갛게 까진 피부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말지. 정 역겹다면 깨끗이 씻으면 되잖아요.
그러나 맥박을 짚어본 결과 별다른 증상은 발견하지 못했다.“홍미주가 만든 요리를 안 먹었어요?”초조한 백아영의 표정을 발견한 이성준은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결국,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네.”백아영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그러고 나서 남자의 손을 놓아주며 뒤죽박죽이 된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심한 척 말했다.“산속이라서 안 그래도 추운데 의자도 엄청 차가울 거예요. 오늘 밤... 침대에서 반반 누워 같이 자요.” 그녀는 당황하거나 사심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차분한 말투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이성준은 바짝 긴장하면서 허탈한 감정이 밀려왔다. 본인이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는 건가?그는 결코 성인이 아니었다.특히 오늘 밤은 참기 유독 힘들었다. 전례 없던 욕망이 미친 듯이 날뛰면서 당장이라도 그녀를 쓰러뜨리고 한입에 꿀꺽 삼키고 싶었다.“괜찮아요.”그는 잔뜩 긴장한 몸으로 의자로 걸어가 눈을 감았다.“얼른 자요.”그러고 나서 백아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부드럽던 얼굴선마저 입을 꾹 닫고 있는 탓에 괜스레 날카롭고 쌀쌀맞게 보였다.그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 백아영은 넋을 잃은 채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사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남자의 수상한 행동에 백아영은 정말 몽환제를 안 먹은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일찍 백아영과 이성준은 지도를 따라 뒷산으로 향했다.간형준은 높은 곳에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거즈로 감싼 양팔은 미라처럼 옆구리에 딱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따로 없어 우스꽝스러울 지경이었다.“왜 저기로 간대?”홍미주가 그의 옆으로 걸어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는 뱀을 잡으러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아니었고, 다름 아닌 킹 스네이크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심지어 지석 본인도 꺼리는 죽음의 땅이지 않은가?간형준은 음흉한
이때, 쉭쉭 거리는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다. 백아영은 어느샌가 주변에 득실거리는 독사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놈들은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몰려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독사 몇 마리 정도는 천천히 붙잡으면 그만이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독사는 절대로 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더 끔찍한 것은 녀석들의 중앙에는 허벅지만큼 두꺼운 굵기를 자랑하는 긴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놈은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듯 두 사람을 호시탐탐 노렸다.백아영은 순간 소름이 오싹 돋았다.“킹 스네이크예요!”의학 공부할 때 마침 뱀에 관해 연구한 적이 있던 그녀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에 놈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킹 스네이크는 전형적인 영역 동물로서 맹독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다른 뱀에게 명령까지 내려 침입자를 통째로 잡아먹게 한다.킹 스네이크를 마주치고 나서 여태껏 살아서 도망간 사람은 보지 못했다....한 시간 뒤, 황량한 산속에서 이성준의 싸늘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아영 씨! 얼른 도망쳐요.”그의 몸에는 독사들이 칭칭 감겨 있었고, 뱀에 물린 핏자국이 곳곳에 가득했다. 하지만 강철처럼 꿋꿋이 자리를 지켰고, 흡사 총을 멘 군인을 연상케 했다. 비록 혼자뿐이지만, 여전히 앞장서서 폭주하는 킹 스네이크를 막고 있었다.반면, 킹 스네이크는 입을 크게 벌리고 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하지만 킹 스네이크가 물고 놓지 않은 건지, 아니면 이성준이 놈을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킹 스네이크의 공격이 백아영에게 위협이 안 되었기에 뒤돌아서 도망치기만 한다면 탈출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다만 그녀가 떠나는 순간 이성준은 죽은 목숨과 마찬가지였다.백아영은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졌다. 문득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기억과 현실이 오버랩되었다.당시 바다에 빠지기 일보 직전인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이성준도 그녀를 지켜주었다. 정작 본인의 상처
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어지러움과 통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켜 그의 팔을 잡아 자기 어깨에 둘렀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며 일어서려고 했다.이성준의 목소리가 힘없이 울려 퍼졌다.“너무 많이 다쳐서 나까지 데리고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거예요. 난 신경 쓰지 말고 혼자 가요.”“계속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곳을 탈출할 골든타임만 늦출 뿐, 둘 다 죽게 될지 몰라요.”힘을 너무 줘서 그런지 백아영은 목소리마저 떨렸다. 하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와 함께 도망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이성준의 심장이 별안간 두근거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잠시 후 남은 힘을 다해 허약한 몸으로 애써 지탱하여 부축받고 간신히 일어섰다.그러나 대부분 체중이 백아영에게 실린 탓에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그녀는 허리가 눈에 띄게 굽었다.게다가 이마에는 식은땀이 계속 흘러내렸다.다친 데다 중독까지 되어 제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 이 순간 가녀린 몸으로 비틀거리며 이성준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꿋꿋이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앞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의 뒤로 킹 스네이크는 극심한 통증을 이겨낸 뒤 다른 뱀을 불러 모아 일제히 몸통으로 나뭇가지를 감싸게 한 다음 뽑아내도록 명령했다.목숨까지 걸고 얼마나 오랫동안 걸었는지 모르지만, 마침내 기력을 다한 백아영과 이성준은 마른 낙엽 더미 위에 동시에 털썩 쓰러졌다.몸이 바닥에 닿는 순간 이성준은 기절하고 말았다.옆에 누운 백아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별안간 어둠이 덮쳐와 그녀의 이성을 집어삼키고 서서히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하지만 한태윤을 떠올리자 다시 이를 꽉 악물었는데, 실수로 혀를 깨문 탓에 피까지 났다.어둠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녀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결국, 후들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은침을 찾기 위해 더듬거렸지만, 아무리 찾아도 발견하지 못해서 망연자실했다. 대체 언제 잃어버렸단 말이지?워낙 심각한 부상이라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톡 끊어지더니 순식간에 끝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녀는 생각할 겨를 따위 없었고, 오로지 남자의 입맞춤과 숨결만 느낄 수 있었다.마치 오랜 세월 동안 숙성한 향기로운 와인을 맛본 듯 감미로움에 취해 차마 헤어 나오지 못했다.결국, 본능적으로 그의 유혹에 응해 손으로 옷을 헤집고 가면을 벗겼다.가면이 바닥에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툭 하고 울려 퍼졌지만, 이성준의 귀에는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온몸이 얼어붙은 채 아래에 깔린 백아영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사정없이 흔들렸다.어떻게 이성을 잃을 수 있단 말인가?“아... 미안해요.”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슈트 재킷이 몸에 닿으면서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은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제정신을 회복했다.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갑작스럽게 멈춘 이성준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며 족히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서서히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책감으로 가득한 남자를 바라보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결국 입술만 달싹이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더듬거렸다.“사실... 괜찮은데...”이성준은 흔들리는 동공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쳐 날뛰는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한참이 지나서야 남자의 갈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만약 내가 3년 뒤에 죽는다면 아영 씨는 슬플 것 같아요?”백아영이 흠칫 놀랐다.단지 상상만으로도 그녀는 호흡 곤란이 올 지경이다.이때, 멀지 않은 숲속에서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무언가가 백아영과 이성준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이상야릇하던 분위기가 와장창 깨지면서 두 사람은 안색이 돌변했다.킹 스네이크가 쫓아왔다!“갑시다.”비록 상
그리고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언젠간 그 대가를 치르게 할 테니까 두고 봐요.”무시무시한 그녀의 눈빛에 간형준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그가 위협과 공포를 느끼게 될 줄이야!백아영이 이성준을 부축하여 집에 들어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살의를 내뿜었다.“젠장, 감히 내 구역에서 협박해? 죽고 싶어 환장했나? 오늘 밤이 마지막 날인 줄 알아!”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이성준이 묵는 집으로 걸어갔지만, 걸음을 옮기자마자 홍미주에게 제지당했다.“이왕 돌아왔으니 저 남자랑 한번 즐겨야겠어. 그전까지 다시 해코지할 생각하지 마.”홍미주는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두 눈에 흥분이 차올랐고, 표독스러운 얼굴로 협박했다.“간형준, 다음에 또다시 내 일을 몰래 망친다면 가만 안 둘 거야.”가짜 지도 사건은 이미 저질러진 일이라 그녀가 아무리 화가 나도 때는 이미 늦었다.하지만 지금 또 꿍꿍이를 꾸민다면 홍미주는 정말 체면 불고할지 모른다.한 번에 세 명의 심기를 건드릴 시 간형준에게도 리스크가 컸다.간형준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알았어. 하지만 백아영은 내 거야.”백아영이 이성준을 침대에 눕히고 깨끗한 물로 상처를 닦으려는 순간 홍미주가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얌전하면서 온순한 모습으로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아영 씨도 다쳤는데 얼른 앉아서 쉬세요. 상처는 제가 치료해줄게요.”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고 단지 호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지만, 간형준이 얘기했던 몽환제를 떠올리자 백아영은 바짝 긴장하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못했다.홍미주는 결코 겉모습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은 아니라 한태윤을 호시탐탐 노릴 가능성이 컸다.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이성준 앞을 막아서더니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아영 씨, 제가 도와줄 테니까 무리하지 마세요.”홍미주는 웃으며 다가가서 백아영의 손수건을 덥석 붙잡더니 빼앗으려고 살짝 끌어당겼다.백아영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는데, 손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