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성준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만약 지금 말린다면 아영이가 평생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아까만 해도 그는 믿기지 않았다. 백아영이 막무가내로 억지 부리는 사람을 보면 스스로 혹사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자 이성준이 백아영을 더 잘 알고 있는 건 사실인 듯싶었다.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빠삭했다.반면,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백아영.”성무열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결국 난 한 달 넘게 허튼짓만 한 거네, 맞아?”백아영은 한숨을 쉬었다.“미안해.”“미안할 필요는 없어. 진작에 나한테 으름장 놓았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서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을 뿐이야. 다만 결국은 이렇게 될 줄이야...”성무열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아직 약속 시간이 남았지만,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는가?“만약 중학교 때 전학 가지 않고 계속 네 곁에 머물렀다면 널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였을 거야.”성무열의 표정은 여전히 오기가 넘쳤다.“백아영, 단지 네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우리의 계약을 일찍 끝내는 거야. 이성준과 헤어지는 순간 꼭 다시 널 찾아갈 테니까!”깜짝 놀란 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무열이 먼저 포기하다니?이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마치 새장에서 탈출한 새처럼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무열아, 고마워! 선우 일가한테 지원한 돈은 나중에 꼭 갚을게.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바로 달려갈 테니까.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우린 영원한 친구 맞지?”“그만! 입 다물어. 괜히 핑계 대지 마.”성무열은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떠났다.이내 백아영의 눈길이 닿지 않은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건방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실망과 슬픔이 서서히 드러났다.10년 넘게 좋아한 여자였지만,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니.성무열이 떠난 뒤 백아영은 재
Last Updated : 2023-11-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