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51 - Chapter 460

916 Chapters

제451화

하루 만에 만난 백아영은 사람 모습이란 찾아보기 힘들었다.잿빛이 된 얼굴과 퀭한 두 눈, 누가 봐도 아픈 듯한 초췌한 모습은 불치병에 걸려 곧 죽게 되는 환자 같았다.분명 어제는 멀쩡했는데 말이다.음식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고, 성무열은 서둘러 백아영의 어깨를 붙잡고 다급한 나머지 목소리마저 떨렸다.“백아영, 왜 그래?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야? 네 오빠한테 치료해달라고 할게, 가자!”성무열이 그녀를 안아 올리려는 순간 백아영은 맥 빠진 손으로 제지했다.“괜찮아, 테스트하고 있었어.”성무열한테 이미 들킨 이상 속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부작용에 대해 테스트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러나 이 말을 듣는 순간 성무열은 펄쩍 뛰었다.“안 돼! 백아영, 너 미쳤어? 지금 스스로 생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실험체라고 여기는 거야? 어떻게 자기 몸에 테스트할 수 있지? 거울로 네 모습 한 번 봐봐. 너처럼 자신을 혹사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야. 지금 당장 그만 둬!”성무열의 눈이 빨갛게 물들었고, 주체하지 못한 분노 때문에 벽을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부작용은 점점 심해지기 마련이기에 백아영도 날이 갈수록 고통스러울 것이다. 비록 지금은 서 있다고 해도 억지로 버티는 모습이 역력했다.백아영은 성무열과 실랑이를 벌일 기력도 인내심도 없었다.“성무열, 이건 내 일이야. 넌 신경 쓰지 마.”그녀는 힘겹게 손을 들고 문을 가리켰다.“나가.”“넌 내 여자친구인데, 어떻게 신경 쓰이지 않겠어?”“네가 신경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백아영은 캐비닛에 힘없이 기댔고,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어. 내가 아니면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여기서 날 데리고 간다고 해도 증상만 더 심해질 뿐이야.”아직 부작용이 100% 나타난 게 아니라서 저가 회복약을 계속해서 복용하며 한동안 버텨야만 맞춤형 치료법을 고안해낼 수 있다.그 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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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뭐?!”성무열은 깜짝 놀라 목소리마저 갈라졌고, 거침없이 욕설을 퍼부었다.“이성준 씨!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 백아영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말라지 않고 뭐 하자는 거죠? 설마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 사내자식이라는 놈이! 아영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 맞아요?!”이성준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 냈다.“만약 지금 말린다면 아영이가 평생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 난 아영의 선택을 존중해요.”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뚝 끊었다.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비록 당장이라도 달려가 백아영을 말리고 싶었지만, 현재 그녀에게 제일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그녀는 겉보기에 연약하고 보호 본능을 일으켰지만, 마음만큼은 강철처럼 단단하고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따라서 현재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얼른 데이터를 복구해서 아이의 신원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다.그나마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그녀에게 기쁨이라도 안겨주고 싶었다.이성준은 키보드를 두들기며 더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이성준 씨!”성무열은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내려다보더니 화가 나서 내동댕이쳤고,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백아영이 고집불통인 건 둘째치고 이성준마저 말이 안 통하다니!...백아영이 으름장을 놓은 덕분에 겁을 먹은 사람들도 있지만, 저가 회복약의 돌풍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민우진의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인해 저가 회복약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점점 많아졌고, 민진 병원 입구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회복약의 차액과 고의성이 다분한 부정적인 정보까지 더해 선우 일가의 평판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사업도 곤두박질쳤다.대부분 정기 주문 건도 잇달아 취소되는 상황이라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이대로 가다가는 보름 안에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에요.”선우광범은 화가 나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선우 의가는 벌써 수천 년 역사를 이어왔는데 이제 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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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얼마 뒤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더니 무리를 이뤘고, 이내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증상 초기에는 온몸이 나른해지며 힘이 없다가 나중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면서 오장육부의 기능이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증상이 빠르게 악화한 사람은 이미 병원에서 위독 판정을 받았다.목숨과 직결된 일인지라 살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진 환자들의 머릿속에는 별안간 선우 일가가 떠올랐다. 약을 사지 말라고 설득할 땐 들은 체도 안 하더니 결국은 뻔뻔스럽게 도움을 청하러 갔다.다만 그나마 영업을 이어가던 선우 일가 소속 병원도 치료 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초반에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에 빠졌다. 게다가 옆에서 부추기는 인간 때문에 곡소리는 점차 원망으로 바뀌었고, 부작용이 생긴 탓을 선우 일가에게 돌렸다.“이게 다 선우 일가 탓이에요. 선우 일가 때문에 우리가 이 지경이 된 거죠. 회복약이라는 걸 개발한 장본인이잖아요. 선우 일가의 명성만 아니었다면 전 사지도 않았을 거예요.”“이제 일이 터지니까 나 몰라라 하고 생사 따위 관심 없다는 건가?”“우리가 죽으면 당신들 탓이니 당장 책임져요!”선우 일가 사람은 한숨을 내쉬며 반박했다.“저가 회복약이 부작용이 있다고 일찌감치 경고했잖아요. 사지 말라고 그렇게 설득했는데 귓등으로 듣더니...”“다들 봤죠? 그래서 지금 쌤통이라는 거예요? 의사의 사명감을 운운할 때는 언제이고 그냥 거짓말쟁이가 따로 없네요!”“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원흉인 선우 일가가 멀쩡하다는 게 말이 돼요? 목숨으로 갚아요!”사람들의 감정이 격해지자 환자 가족들은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 선우 일가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 병원을 부술 기세였다.결국 선우 일가는 어쩔 수 없이 모든 병원을 닫았다.그러나 끝까지 물고 늘어진 사람들이 선우 일가 별장의 위치까지 알아내서 무리 지어 몰려왔다. 어찌 됐든 머릿수만 믿고 선우 일가에서 손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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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순간, 이성준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만약 지금 말린다면 아영이가 평생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아까만 해도 그는 믿기지 않았다. 백아영이 막무가내로 억지 부리는 사람을 보면 스스로 혹사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자 이성준이 백아영을 더 잘 알고 있는 건 사실인 듯싶었다.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빠삭했다.반면,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백아영.”성무열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결국 난 한 달 넘게 허튼짓만 한 거네, 맞아?”백아영은 한숨을 쉬었다.“미안해.”“미안할 필요는 없어. 진작에 나한테 으름장 놓았지만, 내가 고집을 부려서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을 뿐이야. 다만 결국은 이렇게 될 줄이야...”성무열은 쓴웃음을 지었다. 비록 아직 약속 시간이 남았지만,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상황이 오지 않았는가?“만약 중학교 때 전학 가지 않고 계속 네 곁에 머물렀다면 널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였을 거야.”성무열의 표정은 여전히 오기가 넘쳤다.“백아영, 단지 네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우리의 계약을 일찍 끝내는 거야. 이성준과 헤어지는 순간 꼭 다시 널 찾아갈 테니까!”깜짝 놀란 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무열이 먼저 포기하다니?이내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며 마치 새장에서 탈출한 새처럼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무열아, 고마워! 선우 일가한테 지원한 돈은 나중에 꼭 갚을게.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바로 달려갈 테니까.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우린 영원한 친구 맞지?”“그만! 입 다물어. 괜히 핑계 대지 마.”성무열은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떠났다.이내 백아영의 눈길이 닿지 않은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건방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실망과 슬픔이 서서히 드러났다.10년 넘게 좋아한 여자였지만,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니.성무열이 떠난 뒤 백아영은 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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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계단 입구에는 선우 일가 경호원이 수두룩했고, 잔뜩 흥분한 환자 가족들이 백아영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막았다. 백아영은 계단을 내려오다가 멈춰 서서 도도한 표정으로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안달 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이내 무덤덤하게 말했다.“부작용 치료법을 연구해냈으니까 살고 싶은 사람은 그만 소란 피우세요.”그녀의 한마디에 북새통이 따로 없던 거실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절망으로 빛을 잃었던 수많은 눈동자가 순식간에 희망이 차올랐다.“진짜요?”그러나 곧바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부작용 치료법을 알고 있으면서 왜 진작 공개하지 않은 거죠? 다들 속지 마세요! 어쩌면 우리를 낚으려고 하는 말일 지도 몰라요.”“그러니까, 분명 거짓말일 거예요. 선우 일가가 더는 버티지 못하겠으니까 우선 사람 한 명을 보내서 위로하는 척하다가 그 틈을 타서 도망치려는 작정인가 봐요.”가뜩이나 불안한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백아영은 분위기를 몰아가려고 선동하는 몇몇을 힐긋 쳐다보더니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다.그러고 나서 다시 걸음을 옮겨 계단에서 내려왔다.“아영 씨, 가지 마세요.”선우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더니 백아영의 앞을 가로막았다.백아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걸어가는 대신 선우철에게 약병 하나를 건넸다.“중병에 걸린 사람 아무나 찾아서 먹여주세요.”선우철은 즉시 약병을 받아들고 약 먹을 의향이 있는 환자를 찾으러 갔다.비록 여전히 관망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목숨이 간당간당해서 기꺼이 시도해보려고 약을 꿀꺽꿀꺽 마시는 환자도 있었다.약을 마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쁘게 내쉬던 호흡이 점차 안정되었고, 컨디션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비록 당장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진짜 효과가 있네요!”“맙소사, 정말 부작용이 사라졌잖아? 다행이네, 이제 우린 살았어요!”“아영 씨, 얼른 약 주세요! 저도 먹을래요.”“저요! 저도 필요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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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백아영이 소란을 선동한 사람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아니나 다를까 제일 뒤편에 서 있는 민우진을 발견했다.‘역시나 올 줄 알았어.’백아영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곧이어 기다란 다리를 움직여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백아영의 앞을 지키는 경호원 때문에 그는 멀찍이 멈춰섰다.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만큼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동안 봄바람처럼 따뜻한 느낌이 온데간데없었다.“아영 씨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독하네요. 테스트하려고 스스로 몸을 혹사하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칠지언정 저한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거예요?”백아영은 한숨을 쉬었다.“이제 포기했어요?”이번 소동을 겪으면서 그가 만든 저가 회복약도 우세를 잃게 되고, 민씨 가문까지 연루되어 더는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존재하지 않았다.그러나 민우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후회한 적도 없어요.”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이내 경호원 벽을 교묘하게 뚫고 백아영을 향해 돌진했다.반면, 이씨 가문 별장.위정이 다급하게 서재로 뛰어왔다.“사장님! 백채영이 찾아왔어요.”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성준이 우뚝 멈췄고, 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말했다.“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찾아오지?”이는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왔는지 두고 볼 거야.”이성준은 성큼성큼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거실에 서 있는 백채영의 옷차림은 사뭇 깔끔해졌고, 정성이 돋보인 메이크업까지 더해 다시 예전의 숙녀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이성준을 바라보며 스스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미소를 지었다.“성준 씨.”그동안 PC랑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한 이성준은 강도 높은 프로그래밍과 장시간 작업 때문에 피곤함이 극에 달했다.이내 소파에 앉더니 여전히 위엄과 기품을 잃지 않고 말했다.“목적이 뭔지 얘기해.”이성준의 무뚝뚝한 모습을 보고도 백채영은 마지막일 지도 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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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조마조마하던 백채영의 가슴이 드디어 진정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백승구부터 보여줘.”“백승구를 데려와.”이성준이 말했다.최근 백승구의 병세는 점점 심각해졌고, 백아영이 약을 수도 없이 보내준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완치까지는 힘들었다.사실 그는 기꺼이 백승구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악마와 다름없는 아이라고 하지만 죽어가는 모습을 마냥 지켜보고 싶지는 않았다.곧이어 누군가 백승구를 안고 올라왔다. 녀석은 살이 빠져서 뼈가 앙상할 정도였고, 창백한 얼굴은 핏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삐쩍 마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아이를 건네받은 백채영은 마치 한 무더기의 뼈를 안고 있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고, 속으로는 이렇게 되었는데 과연 살릴 수 있냐는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이 지경까지 온 이상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으로 발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더는 물러날 길이 없었다.“성준 씨, 내가 왜 백승구를 구하려고 하는지 알아?”백채영은 품에 안긴 아이를 원망과 증오가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왜냐하면 백승구가 내 친아들이거든.”이성준의 동공은 급격히 흔들리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당시 백채영이 아이를 낳고 나서 그는 이현무와 친자확인을 했으나 백채영은 검사한 적이 없었다.설마...“맞아, 성준 씨 추측대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바꿔치기 당했어. 현무의 생모는 사실 백아영이야.”백채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정말 짜증 날 정도로 부럽네. 사실 하룻밤 상대가 황도훈이었지만, 운 좋게 성준 씨와 자게 되었거든. 설령 내가 백아영의 자리를 대신해도 성준 씨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끌렸잖아. 돌고 돌아 결국 백아영을 선택하다니...”“뭐라고?!”이성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고, 충격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4년 전, 왠지 모르게 위화감을 느꼈던 사소한 일들이 문득 확신으로 변하면서 납득이 갔다.그날 밤을 제외하고 백채영에 대해 이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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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곧이어 날카로운 단검을 백아영의 목에 겨눴다.“아영 씨, 미안해요.”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백아영은 등골이 오싹했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사실 심은아를 내보낼 때부터 그녀를 어느 정도 경계하고 있었다.그런데 쫓겨났던 사람이 어찌 소리소문없이 이곳에 나타난 걸까?“심은아 씨, 뭐 하시는 거예요?”선우철은 깜짝 놀라 버럭 화를 냈다. 순간,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왔다.심은아를 들여보낸 사람은 바로 그였다.조금 전 심은아가 급히 찾아와서 이도하의 단서를 발견했다며 구해주러 가자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거실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었는지라 우선 심은아를 집에 들여보냈고, 소란을 잠재우고 나서 그녀와 함께 이도하 구하러 가려고 했다.하지만 결국 적을 집안에 불러들인 꼴이라니!“은아 씨, 혹시 누가 도하 도련님을 빌미로 협박한 건 아니죠? 어리석은 짓은 그만하고, 우리가 대신 구해줄 테니까 믿어주세요.”심은아가 피식 비웃었다.“이도하는 고작 버리는 카드에 불과하죠.”백아영은 절망에 빠져 눈을 질끈 감았다.그동안의 모든 의혹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첫 만남부터 심은아에게 속았다.심은아는 방에 갇힌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다.온유성이 치료 중에 갑자기 정전된 일은 물론 선우 일가에서 일어난 모든 우연의 일치와 사건 사고는 전부 심은아가 몰래 꾸민 꿍꿍이였다.그동안 선우 일가에 숨어 있던 스파이가 바로 심은아였다.그녀는 모두의 눈을 피해 온갖 말썽을 부렸다.“도하 도련님도 속은 거예요?”백아영의 목소리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도하 도련님에게 무슨 짓을 했어요?”“걱정하지 마세요. 어쨌거나 아이의 아버지인데, 고분고분 말만 잘 듣는다면 목숨은 붙어 있을 거예요.”날카로운 단검이 백아영의 목에 바짝 다가왔다. 심은아는 백아영의 귀에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아영 씨, 본인 걱정이나 하세요. 저랑 같이 가시죠?”심은아는 백아영을 붙잡고 밖으로 걸어갔다. 피부에 닿은 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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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차 안에서 민우진은 자연스럽게 백아영을 건네받았고, 이미 힘이 빠진 그녀를 품에 안았다.여태껏 안아본 게 처음이지 않은가?백아영과 스킨십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줄이야!민우진은 흐뭇한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아영 씨, 제가 진작 이렇게 했더라면 그동안 불필요한 시간 낭비는 없었겠죠?”후회란 찾아보기 힘든 그의 말에 백아영은 괜히 슬프고 처량한 느낌이 들었다.“우진 씨는 항상 좋은 의사이자 상류층에서 명망 높은 귀공자로 소문이 자자한데 이제 평판도 바닥나고 심지어 민씨 가문까지 연루되었잖아요. 과연 저 때문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요? 게다가 날 납치한다고 해서 아무 소용 없어요. 제 마음은 이미 딴 곳에 있고, 사람 또한 붙잡지 못할 거예요.”그녀는 단지 잠깐 붙잡혀있을 뿐이다.선우 일가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구할 것이며, 이성준도 수수방관할 리가 없었다. 물론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대신 틈만 나면 도망칠 작정이다.이렇게까지 하면서 붙잡는 건 너무 힘들고, 지치기도 하며 무의미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차창 뒤쪽을 바라보았다.“거 봐요. 이성준이 벌써 따라붙었네요. 어쩌면 절 데려갈 수 없을지도 몰라요.”민우진의 미소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눈빛이 싸늘해지면서 경계로 가득했다.이성준은 선우 일가와 달리 싸움도 잘하고 지능도 뛰어났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백아영을 데려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터널로 진입한 차량 앞에 갑자기 똑같은 차가 몇 대 더 나타났는데, 안에 모두 백아영과 비슷한 몸매에 같은 옷차림의 여자가 머리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민우진은 손을 들어 백아영을 기절시키고 미리 준비한 마스크를 그녀의 머리에 씌워주었다.그러고 나서 백아영을 품에 안고 차에서 내리더니 검은색 마스크를 쓰지 않은 여자가 있는 차에 태웠다.이내 뒤돌아서 심은아에게 신신당부했다.“아영 씨 데리고 먼저 출발하세요. 이성준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네.”심은아는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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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이성준은 역시 명불허전이다. 선택지가 7개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정확하게 골랐다.다만 아쉽게도 똑같이 민우진에게 속은 입장이다.급제동한 마이바흐가 멈춰서기도 전에 이성준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렸다.이내 무시무시한 살의를 내뿜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포함해 현장에 있는 사람을 훑어보았다.“백아영은 어디 있지?”제갈연준은 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자를 발로 툭 걷어찼다.“여기 있잖아? 이성준, 우린 똑같이 민우진에게 농락당한 피해자들이야. 지금 쫓아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그는 백아영을 쫓아가는 걸 단호하게 포기했다. 어쨌거나 이성준이 뒤따라온 이상 부하들도 곧 도착할 것이고, 이성준과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면 백아영은 영원히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비록 짜증도 나고 울화가 치밀었지만, 제갈연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심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열 받아서 이를 꽉 악물었다. 하지만 입맛 벙긋했을 뿐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이미 민우진에게 보란 듯이 당했는데 싸움까지 일으킨다면 그의 바람을 이뤄주는 꼴이 된다.눈앞의 사람들은 백아영을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이라서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지만, 이성준은 그래도 이성을 잃지 않고 미련 없이 뒤돌아서 차에 올라타 U턴하고 쏜살같이 떠났다.지금은 백아영을 되찾는 게 급선무였다.그러고 나서 다시 결판내도 늦지 않았으니까.이성준이 도로를 질주하던 중 다른 차량을 막으러 출동했던 헬기들이 잇달아 소식을 전해왔다.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이미 확인한 5대 차량에 백아영은 없었다.결국 마지막 한 대만 남았다.이성준은 풀 액셀을 밟고 도로 위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달렸다. 이내 위험천만한 코너에서 마지막 차량을 따라잡았다.차는 충돌을 피하려다 그만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에어백이 터지면서 기사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이성준은 뒷좌석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차 문을 벌컥 열었다.“아영아...”그가 다가가는 순간 날카로운 단검에 날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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