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41 - Chapter 450

916 Chapters

제441화

“백채영, 내가 널 용서할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해?”백아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내가 직접 손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백채영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지자 애원하던 눈빛은 어느새 원망으로 가득 찼다.“백아영,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모든 걸 빼앗아 갔다고!”“네 업보야!”“아이! 네 아이는 평생 찾을 생각조차 하지 마!”아이는 백아영의 마음속의 응어리자 밤잠 설치는 이유기도 하다.순간 눈빛이 날카로워진 백아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백채영의 멱살을 잡았다.“어디 있는지 알아? 지금 얘기해주면 내가 널 도와줄게! 내가 이성준한테 사정하고 네가 좋아하는 부와 명예까지 돌려줄 테니까 어디 있는지 말해!”백채영은 이미 막다른 길에 다다랐고, 그녀가 제안한 건 모두 백채영이 간절히 원하던 것들이다.그러나 부와 명예를 되찾는다 한들 제갈연준에게 들키는 순간 목숨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백채영, 내가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줄게. 남은 인생 맘 편히 살 수 있을 만큼의 돈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려줘!”이때 이성준이 사진관에서 걸어 나오며 차분한 목소리로 승낙했다.생각보다 관대한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해가 안 되는 듯 의아하게 그를 바라봤다.이성준을 발견한 백채영은 마음속에 또다시 질투와 증오가 밀려왔다. 4년 동안 조르며 매달렸던 남자를 백아영한테 뺏겼으니 이런 상황이 그저 원망스럽고 한심했다.그러나 이제는 백아영과 경쟁할 자격조차 없었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그래, 돈과 차를 준비해 준다면 떠나기 전에 아이의 행방을 알려줄게!”흥분한 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지금 당장 사람시켜 차와 돈을 준비하기로 했으나 문득 잡히지 않은 선우 일가의 스파이가 떠올랐고 행여나 이 일을 알게 되면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준아...”백아영은 멋쩍은 듯 이성준을 바라봤고 돈을 빌리고 싶다는 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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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시간은 일분일초 흘렀다.비밀번호 해독을 위해 그들은 고급 기술자를 찾았고 불과 한 시간 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10분 후면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흥분한 백아영의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빨리 뛰었다.십분! 이제 십 분 후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4년 동안 그리워하던 아이를 드디어 찾는다!같은 시각 백채영은 남원을 떠날 차에 올랐다. 마음은 여전히 달갑지 않았지만 현금 가방을 안고 있으면 적어도 가난에 허덕이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채영 씨, 교통사고 때문에 길이 막힌 것 같은데 제가 내려가서 살펴볼게요.”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렸고 백채영도 창문 너머로 상황을 살폈다.심하게 충돌한 차 두 대가 도로 한가운데에 가로놓여 있었고 차 안에는 여자와 아이가 갇혀있어 사람들 모두 그들을 구하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백채영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차에서 내릴 생각이 전혀 없었고 현금 가방 꼭 껴안은 채 초조하게 기다렸다.바로 그때 그녀가 타고 있던 차 문옆에 갑자기 한 남자가 다가왔다.“노경우?”백채영은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재빨리 문을 잠갔고 차창은 손가락 너비만큼의 틈만 남겨두었다.“왜 왔어?”비록 그들은 서로 각별한 사이지만, 현재 노경우는 제갈연준의 사람이나 다름없기에 갑자기 찾아온 건 반드시 용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대로 떠나려고?”노경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쉽지 않아?”“아쉬워도 어떡해, 난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아니, 너한테 다른 선택이 남았어.”노경우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우리 아이한테는 남다른 재능이 있잖아. 제갈연준이 직접 키운 만큼 아주 큰 인물이 될 거야.”백승구를 생각하자 백채영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재능있는 게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계획 실패해서 지금은 이성준 손에 잡혔잖아. 백혈병까지 걸려서 죽을 날이 코앞일 텐데?”백채영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다.“구하면 반드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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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곧바로 전원을 켰지만 핸드폰은 블루스크린이 뜨면서 꺼졌고, 다시 켜졌을 땐 이미 포맷된 상태에 메모장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이때 이성준은 백채영의 차를 운전하던 기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죄송합니다. 백채영 씨 도망쳤습니다!”기사의 말을 들은 백아영은 마음속의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조각 났다.백채영이 번복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이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었는데!아이를 찾을 거라는 기대감보다 훨씬 큰 슬픔이 그녀를 덮쳤다!어느새 눈물은 앞을 가렸고 백아영은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왜,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이성준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 데이터는 복구할 수 있어!”“정말이야?”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조끼를 발견하듯 백아영은 또 다른 희망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봤다.이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직접 하는 거라서 며칠 정도 걸릴 텐데 기다릴 수 있겠어?”이성준이 할수있다고 장담한 일은 무조건 실현 가능한 일이기에 불안하던 마음은 마침내 안식처를 찾았다.“성준아, 그럼 부탁할게!”이성준은 백아영을 선우 일가로 돌려보냈고 심란한 마음으로 들어선 그녀에게 난초가 다가왔다.“대표님, 어떻게 됐어요?”백아영의 머릿속은 아이로 가득 찼고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뭐가?”그제야 이성준과 함께 외출한 목적이 떠올랐다! 게으름 피우는 직원들을 해결할 방법을 알아내려고 했었다!“깜빡했어!”백아영은 그런 자신이 답답한 듯 머리를 툭툭 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기사님, 이씨 가문으로...”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뜻밖에도 이성준의 차를 보았다.그는 떠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키보드를 두드리며 복잡한 코드를 적어내고 있었다.노트북과 연결된 핸드폰 화면에서도 코드가 빠르게 입력되었다.“왜 여기서 데이터 복구하고 있어?”이성준은 노트북을 끈 후 위정에게 건네줬고 옷차림을 정리하더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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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백아영의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구 뛰기 시작했다.당황한 그녀는 서둘러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안돼!”이성준은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서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쪽’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에 입맞춤했다.차갑고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손에 닿자 백아영의 마음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이성준!”쑥스러웠던 백아영은 털이 곤두선 고양이처럼 그를 밀어내며 원망했지만, 놀리는 듯한 그의 시선에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어 황급히 도망쳤다.이성준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고 한참이 지나서야 자리를 떴다....이성준이 제안한 방법대로 하니 불과 3일 만에 게으름 피우는 사람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생산량도 훨씬 많이 증가했다.일주일 후 제품의 품질과 수량을 보장하면서 시간 맞춰 제때 납품할 수 있었고 백아영은 마침내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반면 심은아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사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이게 끝일 것 같아? 백아영, 착각하지 마. 이제부터 시작이야.’“대표님, 그동안 공장에서 밤낮으로 일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텐데 얼른 들어가서 푹 쉬세요.”줄곧 백아영이 걱정됐던 난초는 그녀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라벤더향 입욕제로 반신욕을 준비했다.백아영은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지만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이도하는 아직이야?”난초는 고개를 저었다.“아직 못 찾았어요.”최근 선우 일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그 와중에도 이도하를 찾으려고 사람을 보냈고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심은아의 방을 유심히 보았다. 내보내려고 한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매번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곳에 머물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예전에는 그저 몸이 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러다 문득 우연의 일치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직 선우 일가의 스파이도 밝혀내지 못했으니 백아영은 생각에 잠겼다.“난초야, 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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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잠옷 차림의 이성준은 창백한 얼굴에 다크써클이 잔뜩 내려온 초췌한 모습이었다.종래로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의아하듯 물었다.“이성준, 왜 그래? 어디 아파?”“아빠 안 아파요. 며칠 동안 잠을 못 자서 그런 거예요.”이현무는 백아영의 목을 껴안고 그녀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노트북으로 다른 사람이랑 밤낮없이 싸우더니 아줌마가 온다니까 갑자기 씻고 준비했어요. 심지어 수염까지 밀었어요. 전에 까끌까끌해서 많이 아팠거든요.”비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이성준의 귀에도 들어갔고 그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화를 내며 호통쳤다.“혼나고 싶어?”이현무는 아차 싶었는지 재빨리 입을 막았다.백아영은 수염 기른 이성준의 모습을 본 적 없었기에 놀리듯이 말했다.“넌 수염 있으면 엄청 남자답고 멋있을 거야!”미리 연락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왔더라면 수염 난 이성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내심 아쉬웠다.이성준은 앞으로 다가오더니 긴팔로 이현무와 백아영을 품에 안고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수염 없으면 남자답지 않다는 얘기야?”백아영은 그 말에 숨겨진 의미를 알아챘다!등골이 오싹해진 백아영은 재빨리 몸을 돌리려 했고 그전에 이성준이 한발 먼저 이현무를 끌어안더니 앞장서서 자리를 떠났다.“들어가자.”이현무를 안은 채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백아영은 자신이 착각했다고 생각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이곳까지 온 그녀의 목적을 알고 있었던 이성준은 곧바로 그녀와 함께 서재로 향했다.그 시각 위정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있었고 옆에 연결된 백채영의 핸드폰에는 알 수 없는 코드들이 잔뜩 떠올랐다.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위정의 모습은 정말로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듯했다.데이터 복구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데이터 복구를 막고 있는 해커가 있는데 지금 그 사람과 싸우고 있는 거야.”이성준의 설명에 백아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데이터를 복구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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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백아영은 뒤로 물러서더니 겁에 질린 듯 몸을 웅크린 채 침대 모서리에 앉아있었다.“이성준, 선 넘지 마. 난 성무열 여자친구야!”“그 사람 얘기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꺼내지 마. 언젠가 죽여버릴 거야.”이를 악물며 말하던 이성준은 긴 다리로 침대에 오르더니 단번에 백아영을 끌어안았다.집어삼킬 듯한 강한 아우라가 덮쳐오면서 몸 이곳저곳을 파고드는 그의 패기에 백아영은 잔뜩 긴장한 채로 움직일 수 없었다.발버둥 치려고 했지만 순간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난 네가 성무열 안 좋아하는 게 보여. 이상한 거로 널 협박하면서 여자친구 되어달라고 강요했지?”질문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이제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마음 편히 푹 자. 안 그러면...”이성준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그 속에서 일말의 살기가 느껴졌다.“화가 나서 성무열 바로 죽여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모든 걸 알고 있는 이성준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성준의 품에 안겨있으면 긴장감에 잠 못 이룰 줄 알았는데 피곤해서인지, 편안해서인지 저도 모르게 잠들었다.백아영은 그 어떤 꿈도 꾸지 않으며 간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웅웅웅’ 핸드폰이 울리고 나서야 비몽사몽 잠에서 깨어났다.“여보세요?”“대표님, 지금 어디세요? 큰일 났어요!”핸드폰 너머로 난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중에 갑자기 대량의 회복약이 등장했는데 저희의 반도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출시되었어요. 출시되자마자 큰 화제를 일으켜서 이러다가 계약까지 다 빼앗길 상황이에요! 심지어...”난초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정부 쪽에 명세서를 제출하자마자 이런 일이 터지니 계약 담당자가 가만두지 않을 거라며 난리 치다가 선우 일가와의 모든 계약을 철회했어요.”선우 일가는 한의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의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했기에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또한 정부와의 협력으로 인해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였고 이런 상황에서 내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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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백아영은 머리가 지끈 아팠다.“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그녀는 서둘러 떠날 준비를 했고 우연히 서재에서 나온 이성준과 마주쳤다.“일어났어? 뭐 먹을래? 내가 만들어 줄게.”일찍 일어났지만 잠을 푹 잤는지 안색이 많이 좋아진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마음이 놓였다.“급한 일 생겨서 지금 바로 가봐야 돼. 이제 연락할게!”백아영은 말을 마친 후 황급히 떠났고 정신없이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성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무슨 일 생겼는지 알아봐.”백아영은 서둘러 선우 일가로 돌아갔다.선우경진과 집안의 친척들은 모두 약물 연구실에 모였고 테이블 위에는 개봉된 회복약들이 놓여있었다.백아영을 발견한 선우광범은 화를 내며 말했다.“백아영, 네가 한 짓 봐봐! 네 친구 민우진이 선우 일가의 처방전으로 회복약을 만들어 냈다고! 의학계에서 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선우 일가가 쌓아온 명성에 네가 감히 먹칠을 해?”백아영은 선우광범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가 회복약을 주의 깊게 살폈고 그것을 빻아 손가락에 고운 가루를 묻힌 채 자세히 관찰했다.“그만 봐. 원재료를 저렴한 약재로 바꾼 건 사실이고 그 약재들도 서로 보완하며 회복약 본연의 효과를 만들어 냈어.”선우광범은 짜증 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고작 이런 이유로 설명하는 건 안 되지. 최고의 의술을 가진 선우 일가가 저렴한 약재로 동일한 약효를 내는 걸 몰랐다? 말도 안 되지. 사람들은 이런 저급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을 거야. 이런 걸 핑계로 대는 순간 의학계의 선두 주자라고 불린 우리의 명성에 먹칠하는 거나 다름없어! 물론 언젠가 터질 일이야.”선우광범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백아영, 의술 천재라고 주장하며 회복약을 연구하더니 최적화하는 방법은 못 찾았 나봐? 민우진한테 진 걸 보니 너도 별거 없네! 고작 이런 실력으로 네가 과연 선우 일가의 일인자가 될 수 있을까?”백아영이 선우 일가의 후계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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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백아영의 말에 선우경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움직였다.“내가 바로 가볼게.”선우경진은 사람들을 막으러 판매상으로 향했고 백아영은 민우진한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민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영 씨, 저한테 먼저 연락을 주신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앞으로 연락할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은 느낌에 민우진은 기분이 좋았다.오늘날의 민우진을 마주하니 백아영은 기분이 착잡했고,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다.“우진 씨가 출시한 회복약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고 있죠? 저한테 쌓인 원한을 죄 없는 사람들한테 푸는 건 너무 하잖아요. 지금 빨리 약 회수해요. 네?”전화기 너머로 잠깐의 침묵이 흐르더니 곧이어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택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아영 씨죠. 사람을 살리고 싶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요? 제 곁으로 온다면 약 전부 회수할게요.”백아영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간 쌓였던 일 때문에 이성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이해했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사람의 목숨을 살려야 할 의사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우진 씨, 양심의 가책 못 느껴요?”“느낀다 한들 그게 뭐가 중요하죠? 아영 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질 수 없는 고통을 알아요?”민우진은 이를 악물며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마음먹은 순간부터 저한테 이미 물러설 곳은 없었어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아영 씨만 있으면 돼요. 아영 씨가 절 미워하고 원망하고 무시해도 좋으니까 지금 제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아요.”그의 단호함은 낯설게만 느껴졌다.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녀는 민우진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는데 생각과 달리 그의 온화함과 친절함의 이면에는 망상장애가 숨어 있었다.“아영 씨,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민우진은 나지막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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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현장 상황을 직접 목격한 백아영은 심장이 뭔가에 찔리듯 아파오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선우 일가는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걸맞게 줄곧 업계에서 가장 낮은 진찰료로 최선을 다해 수많은 사람을 살렸다. 그러나 고작 회복약의 가격 차이로 뭇사람들의 질책을 받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잘해준 건 까맣게 잊고 하루아침에 등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백아영은 모든 게 부질없다고 느껴지면서 가슴이 한편이 시려왔다.곧이어 코웃음을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오빠.”그녀의 낭랑한 목소리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그들은 하나둘씩 백아영을 알아보기 시작했다.그러나 사람들은 혐오감을 드러내며 방어적인 태도로 그녀를 바라볼 뿐 존경심이라고는 전혀 없었다.“아가씨까지 저희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요. 어떤 걸 사든 그건 우리 마음이고 선우 일가와는 상관없으니까 신경 꺼요!”“맞아요! 처방전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그럼 이건 선우 일가의 약이 아니니까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요.”백아영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부작용이 생기는 순간 선우 일가를 찾아와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저희를 믿지 않는 사람을 치료하고 싶지 않거든요!”그녀는 부작용이 일어날 걸 확신하는 사람처럼 분노를 쏟아내며 단호하게 말했고 그 모습에 약을 사려던 사람들은 불안한지 주춤하며 망설였다.백아영은 선우경진을 붙잡고 말했다.“오빠, 이제 그만 돌아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선우 일가의 사람들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쿨하게 자리를 떴다.현장에는 약을 사려던 사람들만 남았고 그들은 겁에 질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사람들은 대기줄에서 한발 물러섰고 이미 약을 산 사람들은 한동안 상황을 지켜보다가 나중에 복용하기로 마음먹었다.여전히 단호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끊임없이 욕설을 퍼부었다.“겁주려는 게 틀림없어! 난 두 박스 살 거야!”차에 오른 선우경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영아, 이렇게 행동하면 사람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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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모두가 잠들어 있는 깊은 밤 선우 일가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심은아는 임신한 배를 내밀고 부엌으로 가서 야식을 만들어 연구실로 향했다.“아영 씨, 바빠요? 야식 준비했어요.”심은아는 조심스럽게 노크했고 그 시각 연구실 안의 백아영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저가 회복약의 부작용이 이제 서서히 그녀의 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창백한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했고 온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다.“마음은 고마운데 배고프지 않으니까 이만 돌아가요.”그녀는 저가 회복약의 부작용을 알아내는 일을 선우경진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숨겼다.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달리 심은아의 눈빛은 날카로웠다.“아무리 바빠도 건강은 챙겨야죠. 뭐라도 먹어야 일할 힘이 있을 텐데... 불편하시면 제가 안으로 들어갈까요?”말을 마친 심은아는 손을 뻗어 손잡이를 비틀었고 ‘찰칵’소리가 들려왔다.들킬 위기에 놓인 백아영은 신경이 곤두섰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연이은 ‘찰칵’ 소리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백아영은 자신이 문을 잠갔다는 사실조차 깜빡 잊은 채 잔뜩 긴장했다!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의심스러운 듯 문 쪽을 바라봤다. 오늘 밤 심은아의 행동은 너무 수상하다.그 시각 문밖의 심은아는 표정이 싸늘했다.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문을 연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저지른 일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왜 문을 잠근 거지?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안 되는 일이라도 하나?’저가 회복약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민우진의 말에 믿음이 갔다.백아영의 계획을 방해하고 선우 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심은아가 생각에 빠진 사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문이 열렸고 그곳엔 백아영이 서 있었다.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인 백아영의 얼굴엔 밤샘 작업으로 인한 피로와 짜증 섞인 분노만 가득했다.심은아는 순식간에 연구실 안을 훑어보았고 그녀의 시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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