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61 - Chapter 470

916 Chapters

제461화

“사모님, 힘 빼세요. 제가 마사지해 드릴게요. 곧 두통이 완화될 거예요.”여자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지만, 그만큼 낯설었다.‘누구지?’백아영이 천천히 눈을 뜨자 여자의 낯선 얼굴과 처음 보는 방이 나타났다.방안은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꾸며졌고, 침대에 누우면 커다란 통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여긴 어디죠?”백아영은 목이 건조한지 목소리가 갈라졌다.여자가 즉시 대답했다.“사모님, 여긴 맨빌 아일랜드입니다.”맨빌 아일랜드는 유럽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평범한 섬인데, 관광 개발을 전혀 하지 않은 탓에 현재 지역 주민만 거주하고 있다.이곳은 마치 지도에 있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백아영도 예전에 제갈연준을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배를 타고 지나쳤을 때 선원의 수다를 엿듣고 나서 알게 되었다.선원이 언급한 이유도 사실 이 작은 섬이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탄식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섬 주민은 이대로 쭉 가난한 생활을 이어갈지도 모른다.이를 떠올린 백아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불안함이 밀려왔다.곧이어 서둘러 물었다.“날 데리고 온 사람은 누구죠?”“당연히 사모님의 남편분 아니겠어요?”여자의 두 눈에 부러움이 가득했다.“사모님이 몸이 안 좋다고 하셔서 남편분께서 일부러 요양하러 여기까지 찾아오셨다는데, 정말 사모님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아요.”남편? 요양이라니?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말한 남편의 인상착의를 물어보려던 찰나 귀에 익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입구에서 울려 퍼졌다.“아영 씨, 일어났어요?”회색 정장 차림의 민우진이 손에 방금 딴 꽃다발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백아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예외는 없었고 그녀를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은 역시나 민우진이다.“이곳을 이미 계약했으니까 앞으로 우리 둘의 집이 될 거예요. 저랑 같이 여기서 살아요, 괜찮죠?”그녀를 바라보는 민우진의 눈빛은 꿀이 뚝뚝 떨어졌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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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민우진의 표정은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했다.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설명했다.“제가 어떻게 아영 씨를 다치게 할 수 있겠어요? 부작용 테스트하면서 컨디션이 나빠져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그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약 꼬박꼬박 챙겨 먹어요. 며칠 푹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동안 부작용 테스트하면서 체력이 떨어져 컨디션이 나빠진 건 사실이지만 무기력한 정도는 아니었다.굳이 추측할 필요도 없이 누군가의 사심을 반영한 저가 회복약 탓이 컸다.민우진은 백아영을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다이닝 룸에 앉혔다.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오픈형 다이닝 룸에서는 광활한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바닷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식사하는 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다.그러나 백아영은 전혀 식욕이 없었다.“아영 씨가 좋아하는 설렁탕과 갈비찜을 했는데 맛이 어떤지 먹어봐요.”민우진은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서 백아영의 앞접시에 놓으려고 했다.이때, 백아영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우진 씨가 만들었어요?”예전에 민우진이 옆집에 살았을 때 그녀를 위해 요리한 적이 있는데 백아영은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한동안 사이좋게 지냈던 화면이 머릿속으로 떠오르며 민우진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눈앞에 앉아있는 백아영을 보자 더없이 만족스러웠다.이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요, 앞으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다 해줄...”다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목구멍으로 삼켰다.백아영은 문득 요리가 담긴 접시를 들어 올리더니 바닥에 그대로 엎어버렸다.음식과 기름이 사방으로 튀자 옆에 서 있던 도우미 두 명이 아연실색하며 뒤로 물러섰고, 의아한 얼굴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이지? 아까는 꽃다발을 집어던지더니, 이젠 요리까지 엎어버려?남편분이 이렇게 잘해주는데 왜 남의 성의를 마구 짓밟냐는 말이다.그러고 나서 백아영은 싸늘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남아있는 요리를 바라보았다.“우진 씨가 만든 요리가 또 있어요?”민우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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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무리하지 말고 산책하기 싫으면 돌아가서 쉬어요. 제가 안아서 방으로 데려다줄게요.”백아영은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이내 몰래 이를 악물면서 어떻게든 체력을 회복하리라 다짐했다.민우진이 백아영을 데리고 떠난 뒤 두 명의 도우미는 서둘러 바닥에 쏟아진 요리를 치우기 시작하면서 현지어로 투덜거렸다.“이 사모님은 정말 복에 겨워서 좋은 줄 모르나 봐. 이렇게 훌륭한 남편이 얼마나 다정하게 챙겨주는데 웬 난리래? 남편분의 보살핌을 받을 자격조차 없어.”“그러니까, 만약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몸과 마음을 다 바칠 거야! 그리고 내가 훨씬 더 잘해주겠어!”“아쉽지만 이 분은 이미 결혼한 몸이잖아.”...민우진은 백아영을 침대에 눕히려고 몸을 숙였는데 거의 바짝 붙어있다시피 했다.한약을 먹는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약초 향이 풍겼는데 여태껏 맡았던 그 어떠한 약재보다 냄새가 좋았다.결국 냄새를 좀 더 맡기 위해 그는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였다.입술이 백아영의 목을 향해 점점 다가갔고, 곧 닿기 직전...“저리 가요!”백아영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이불을 끌어당겨 목을 가리고 얼굴을 반쯤 내놓았다.결국, 민우진의 입술은 건조하고 뻣뻣한 이불에 닿았다.고개를 들자 거부와 혐오로 가득한 그녀의 눈빛을 맞닥뜨렸는데,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다.민우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 설레던 마음이 온데간데없고, 속상함과 아픔만 남았다.예전에 백아영은 이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관계가 더욱 나빠져 친구 사이마저 돌아가기 어려웠다.잠깐의 허탈함을 끝으로 민우진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피식 웃었다.“어차피 아영 씨는 이제 내 거예요.”그는 쭈뼛쭈뼛 이불을 끌어 내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차가운 입술로 마치 다짐이라도 하듯 그녀의 목에 입술 도장을 찍었다.백아영은 흠칫하더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관계는 이토록 불편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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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이성준이 민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집안은 이미 텅텅 비었다.사실 심유미와 협력할 때부터 민우진은 사생결단하기로 결심했다. 겉으로는 저가 회복약으로 선우 일가를 곤경에 몰아넣어 모든 사람을 속였지만, 실상은 민씨 가문 사람과 자산을 몰래 빼돌렸다.이제 민씨 가문에서 쓸만한 단서는 남아있지 않았다....“민우진이 이렇게 지독할 줄은 몰랐네요. 가업까지 전부 포기하고 현금만 챙겨서 도망가다니!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네요.”위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민씨 가문에서 사람과 자산을 빼돌린 상황을 조사했지만, 유용한 정보는 입수하지 못했다.그나마 연락이 닿는 민씨 가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이제 어떡하죠?”선우철이 초조하게 물었다.큰 이변이 없는 한 민우진은 백아영을 데리고 이미 출국했을 것이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고작 사람 한 명을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현재는 민우진의 자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추적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죠. 모든 자금 흐름을 낱낱이 파헤치면 무엇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몰라요.”위정은 이성준의 서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사장님께서 어느 정도로 조사했을지...”그는 말을 이어가며 서재의 문을 열었고, 눈앞의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사장님? 이게 대체...”위정은 목소리마저 떨렸다.“며칠째 밤을 새우고 계신 거예요?”커다란 서재 안에 무수한 서류가 널브러져 있었고, 프린터기에서도 용지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반면, 이성준은 PC 앞에 앉아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렸다.몰골은 이미 말이 아니었고, 머리카락은 산발이 된 채 잘생긴 얼굴도 덥수룩한 수염에 가려졌다. 안색은 핏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창백했고, 핏발이 선 두 눈은 시뻘겠다.백아영이 납치당하기 전에 이성준은 해커를 상대하려고 수많은 밤을 지새웠지만, 지금은 마치 각성한 사람처럼 잠자기를 포기했다.아무리 무쇠 같은 몸을 지닌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쓰러지기 마련이다.“사장님! 이제 그만 쉬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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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비록 말로는 보살펴 준다고 하지만 사실상 감시와 다름없었다.백아영은 속으로 비웃었다.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일 정도로 체력이 넘쳐나는 게 아니라서 이내 정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어차피 오늘은 도망치기 위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움직인 것이다.맨빌 아일랜드는 가난한 만큼 으리으리한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녀가 있는 별장은 섬에서 그나마 제일 괜찮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민우진이 인테리어한 덕분에 이 정도로 좋아졌다.정원은 원래 더 작았는데, 민우진이 2주 전에 사람을 보내 재건축하면서 공간이 확장되었다.그러나 시간이 촉박한 만큼 증축 공사는 절반만 완성했고, 나머지는 아직 진행 중이다.백아영은 아직 담장이 세워지지 않은 공사장을 바라보며 눈빛이 반짝거렸다.저녁에 사람이 없을 때 어쩌면 이곳을 통해 도망칠 수 있을지 모른다.“빨리 공사를 마무리해서 아영 씨에게 예쁜 정원을 선물하려고 일부러 세 팀을 나눠서 24시간 공사하기로 했어요.”이때, 민우진이 공사장에서 걸어 나왔다.몸에 먼지가 묻은 그는 가볍게 툭툭 털어냈고, 다시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갑자기 산책하고 싶어졌어요? 여기는 먼지가 많으니까 나랑 같이 다른 데 가서 산책해요.”그는 손수건으로 손을 깨끗이 닦고 나서 백아영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백아영은 싸늘한 얼굴로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고 나서 홱 돌아서더니 다른 방향으로 혼자 가버렸다.민우진이 굳이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한다고 언급한 이유는 여기서 도망치려는 그녀의 생각을 단념시키기 위해서였다.이미 공사가 끝난 다른 정원은 환경이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사람 키보다 높은 담장에 빙 둘러싸였고, 윗부분에 추가로 설치한 철조망이 보였다.비록 보기에는 날카롭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고 다치는 것쯤은 감수한다면...“철조망에 전기가 통해요.”민우진은 마치 백아영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 괜히 시도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아영 씨를 다치게 하고 싶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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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어둠 속에서 배전함을 찾은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걸 내렸고 밝았던 공사장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뭐야? 정전이야?”“여긴 정전될 리가 없는데? 쇼트 난 것 같은데 내가 한번 가볼게.”작업자 한 명이 배전함을 향해 걸어왔다.그 시각 백아영은 일찌감치 찾았던 담벼락 아래 숨어있다가 슬그머니 풀밭을 밟고 의연하게 위로 올라갔다.철조망의 가장자리는 너무 날카로워서 닿는 순간 피부가 찢어졌고 백아영은 고통을 견디며 계속 위로 올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팔과 다리는 패인 깊이만 다를 뿐 온통 긁힌 상처로 뒤덮인 채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마치 구더기가 몸을 파고드는 느낌 같았다.백아영은 이를 악문 채 끝까지 버텼고 마침내 벽 꼭대기에 올라선 후 과감하게 뛰어내렸다.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2m가 넘는 담장을 뛰어내렸고, 상처가 더 깊어지는 바람에 아픈 몸은 고통 속에서 쉴 새 없는 경련을 일으켰다.그래도 도망쳐 나왔다!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백아영은 이를 악문 채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계속 밖을 향해 걸어갔고 바닥에는 얼룩덜룩한 핏자국이 생겨났다.다행히 이곳은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 있었기에 백아영은 배에 머물고 있는 어부를 발견했다.“실례합니다만, 혹시 밖으로 보내주실 수 있나요?”배에는 백인 중년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일 년 내내 바람과 햇볕에 노출되어서 그런지 피부가 매우 나빠 보였다.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백아영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알 수 없는 현지 언어로 입을 열었다.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영어로 말했으나 그들은 여전히 알아듣지 못했다.그렇게 한참을 손짓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통증과 피로에 시달린 몸을 안고 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따뜻한 선실에 앉고 배에 시동이 걸리자 긴장감이 풀린 그녀는 마침내 의식을 잃고 잠들었다.그러나 몸에 난 상처가 따끔거리는 바람에 얼마 자지도 못하고 다시 깨어났다.고개를 숙이고 보니 상처 중 일부는 출혈이 멈췄고 일부는 곪아가고 있었다.이곳에서 벗어나면 선우 일가와 이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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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도망치지 말라고 여러 번 얘기했잖아요. 그저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 왜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자신을 괴롭혀요. 제 곁에 있는 게 고통스러워요?”“네! 일분일초도 견딜 수 없을 만큼요!”백아영은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문 채 싸늘한 말을 내뱉었다.“민우진 씨, 당신을 좋아하게 될 일은 죽어도 없으니까 꿈 깨요. 풀어주지 않으면 도망갈 거고 몸이 망가지고 목숨을 잃더라도 절대로 당신 곁에 있지 않을 거예요!”백아영은 민우진이 정신을 차려 이성을 되찾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그의 집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상처가 아프든 말든 신경조차 안 쓴 채 백아영을 번쩍 안아 올려 섬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내가 아영 씨를 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는 것뿐이니까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한번 지켜봐요!”그는 곧장 지하실로 향했고 어둡고 창문 없는 칠흑 같은 방에 그녀를 던졌다.문 앞에 선 그의 표정은 사악하기 그지없었다.“이곳에서 아영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아요. 그런데 도망치는 건 절대 안 돼요. 이건 제 기분을 상하게 만든 아영 씨한테 주는 벌이니까 여기서 반성하고 나와요!”말을 마친 민우진은 문을 세게 닫았고 그렇게 지하실은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빛 한줄기조차 없는 어둡고 조용한 곳은 사람이 의지력을 잃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민우진은 그녀가 현실을 수긍할 때까지 정신적인 고통을 더하며 끝까지 괴롭힐 생각이다!백아영은 어둠 속에 무기력하게 앉아서 옷자락을 찢더니 곪아 터진 상처를 더듬으며 싸맸다.약도 없고 은침도 없으니 감염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처치했다.모든 것을 끝낸 그녀는 이미 고통에 지쳐 기진맥진해 있었고 차가운 벽에 기댄 채 곤히 잠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백아영은 자다 깨다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바닥에 앉아 눈을 뜬 채 멍하니 어둠을 바라봤다.처음에는 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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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백아영은 무의식적으로 민우진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웃음을 띠더니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옳지, 착하지.”민우진이 잡으려던 순간 백아영은 그의 손을 뿌리쳤고 눈빛에서는 싸늘함뿐이었다.“우진 씨, 애완동물 길들이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죠?”오랫동안 말을 하지 못한 백아영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괴상했지만 말투는 단호했다.“우진 씨가 뭘 하던 달라지는 건 없어요. 이럴수록 우진 씨를 원망하는 감정만 커질 거예요!”힘을 세게 준 게 아니라서 손은 아프지 않았지만 민우진은 심장이 뭔가에 찔린 듯 아팠다.그의 얼굴에 걸려있던 흐뭇한 웃음은 어느새 노여움으로 변했고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으니까 며칠 후에 다시 올게요.”‘펑’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고 또다시 어둠이 엄습했다.어둠에 휩싸인 듯한 느낌은 숨 막힐 듯한 질식감을 동반했고 백아영은 겁에 질린 듯 벽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얼마 지났는지도 모를 시간이 흐른 후 방문이 다시 열리며 민우진이 나타났다.그는 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백아영을 바라봤다.“아영 씨, 이제는 반성했죠?”반성이라니? 잘못된 건 민우진의 집착인데 왜 백아영이 반성해야 하냐는 말이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민우진을 바라봤다.“우진 씨와 함께 할 바엔 차라리 이렇게 갇혀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민우진은 그녀가 이곳에 갇혀 괴로워하는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그 고통을 받으면서도 백아영은 물러서지 않았다.민우진은 답답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녀의 깊은 무기력감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제 곁에 있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잘해주든 감금하든 달라지는 건 없었다.지금 이 순간 백아영은 돌처럼 굳건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불통 같았다.“아영 씨,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밖으로 나가게 해줄게요.”민우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백아영이 마음에도 없는 빈말로 그를 속인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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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아영 씨가 절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다 당신 때문이에요!”민우진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애처롭게 그녀를 바라봤다.“아영 씨를 사랑하고 있는 제 마음은 안 보이나요? 이성준 씨랑 성무열 씨는 되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거죠? 아영 씨가 단 한 번만이라도 절 신경 써줬다면...”민우진은 울먹였다.“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을 거예요.”그를 사랑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됐을 수도 있을 텐데 사랑하지 않으니 지금처럼 자유를 빼앗기고 육체와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상황에 이르렀다.이런 게 사랑인가? 아니, 이건 집착이다!민우진은 백아영을 거대한 욕실로 데리고 갔는데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장미 꽃잎이 흩날렸다.옆에는 네 명의 도우미가 공손하게 자리를 지켰다.“잘 씻겨줘요.”그는 백아영을 따뜻한 욕조에 들여보낸 후 고개를 숙여 다정하게 이마에 입맞춤했다.“아영 씨, 밖에서 기다릴게요.”따뜻한 욕조와 달리 왠지 모를 오싹함이 그녀를 덮쳤고 욕조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안나한테 어깨를 눌려 꼼짝도 못 했다.“사모님, 씻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며칠 동안 갇혀있는 탓에 몸에서 악취가 풍겼는데도 전혀 대수롭지 않아 하는 민우진을 보니 정말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듯하다.하지만 백아영은 그 소중함을 몰랐다.“화내는 것도 정도껏 해야죠. 우진 도련님 며칠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하루 종일 CCTV 모니터 앞에서 아영 씨만 보고 있었어요. 아영 씨가 고생한 만큼 우진 도련님도 힘들었다고요.”“한발 물러서서 같이 살면 서로한테 좋을 텐데 참 고집불통이네요.”네 사람한테 잡혀 움직일 수 없었던 백아영은 그들이 씻겨주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백아영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울분을 토했다.“제가 왜 같이 살아야 하죠?”백아영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설마 제가 와이프라고 하던가요? 전 우진 씨 와이프가 아닐뿐더러 이곳에 강제로 끌려왔어요.”안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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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민우진은 그들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망쳐놓았고 백아영의 존엄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채 잔인하게 짓밟아버렸다.슬프고 화가 났지만 이대로 당할 수 없었던 백아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방어할 무기를 찾았다.그러나 모든 상황을 예상했던 민우진은 일찌감치 방안을 깨끗이 정리했고 깨진 유리 조각 하나조차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빈손으로 건장한 남성과 맞서 싸워야 한다.‘찰칵’문이 열리자 실크 잠옷을 입고 있는 민우진이 들어왔다.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와 느슨하게 묶인 허리끈은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남자 특유의 공격성을 띠었다.줄곧 정장 차림의 그를 마주하다 갑자기 이런 상황에 놓으니 불편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백아영은 주먹을 꽉 쥔 채 뒤로 물러나 유리벽에 기대었다.그녀의 뒤에는 푸른 바다가 펼쳐졌고 알록달록한 산호들 속에서 수많은 바닷물고기가 춤추고 있다.타월 한 장만 두른 백아영은 마치 바닷속의 인어공주 같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민우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아영 씨, 오늘 밤은 우리 둘뿐이에요.”민우진은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조심스럽게 반지를 꺼냈다.“4년 전에 준비했던 반지인데 줄 기회가 없었어요. 아영 씨,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4년이 아니라 40년이 지나도 변함없을 거예요. 저와 결혼해 줄래요?”애틋한 마음은 알겠으나 상대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이대며 강요하는 건 깡패와 다를 바가 없다.백아영은 반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4년 전에 우진 씨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게 후회돼요. 미리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이 관계를 끝냈을 텐데.”민우진의 웃음은 점점 굳어졌다.백아영을 향한 그의 마음은 바닥에 떨어진 반지처럼 처참하게 무시당했다.민우진이 아무리 발악해도 백아영은 안중조차 없었다.그는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예상했던 결과인데도 마음이 아프네요. 아영 씨가 다치는 게 싫어서 어떤 결정을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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