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힘 빼세요. 제가 마사지해 드릴게요. 곧 두통이 완화될 거예요.”여자의 목소리는 밝고 경쾌했지만, 그만큼 낯설었다.‘누구지?’백아영이 천천히 눈을 뜨자 여자의 낯선 얼굴과 처음 보는 방이 나타났다.방안은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꾸며졌고, 침대에 누우면 커다란 통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여긴 어디죠?”백아영은 목이 건조한지 목소리가 갈라졌다.여자가 즉시 대답했다.“사모님, 여긴 맨빌 아일랜드입니다.”맨빌 아일랜드는 유럽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평범한 섬인데, 관광 개발을 전혀 하지 않은 탓에 현재 지역 주민만 거주하고 있다.이곳은 마치 지도에 있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백아영도 예전에 제갈연준을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배를 타고 지나쳤을 때 선원의 수다를 엿듣고 나서 알게 되었다.선원이 언급한 이유도 사실 이 작은 섬이 발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 탄식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섬 주민은 이대로 쭉 가난한 생활을 이어갈지도 모른다.이를 떠올린 백아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불안함이 밀려왔다.곧이어 서둘러 물었다.“날 데리고 온 사람은 누구죠?”“당연히 사모님의 남편분 아니겠어요?”여자의 두 눈에 부러움이 가득했다.“사모님이 몸이 안 좋다고 하셔서 남편분께서 일부러 요양하러 여기까지 찾아오셨다는데, 정말 사모님을 잘 챙겨주는 것 같아요.”남편? 요양이라니?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말한 남편의 인상착의를 물어보려던 찰나 귀에 익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입구에서 울려 퍼졌다.“아영 씨, 일어났어요?”회색 정장 차림의 민우진이 손에 방금 딴 꽃다발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 들어왔다.백아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예외는 없었고 그녀를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은 역시나 민우진이다.“이곳을 이미 계약했으니까 앞으로 우리 둘의 집이 될 거예요. 저랑 같이 여기서 살아요, 괜찮죠?”그녀를 바라보는 민우진의 눈빛은 꿀이 뚝뚝 떨어졌고,
Last Updated : 2023-11-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