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71 - Chapter 480

916 Chapters

제471화

민우진은 계속하여 궁지로 몰아넣었고 그에게 당할 바엔 차라리 함께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백아영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램프 코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젖은 손이 노출된 전선에 닿으려 할 때 낯익은 그림자가 푸른 바다를 가로질러 헤엄쳐 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다채로운 바닷속보다 백배, 천배 더 눈부신 광경에 백아영은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의심이 생겼다. 왜냐하면 헤엄쳐 온 사람은 이성준이니까!잘못 본 건가 싶어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으나 이성준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고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그는 유리벽 쪽으로 헤엄쳐 가서 유리창 너머로 백아영을 바라봤는데 두 눈은 분노와 걱정으로 가득했다.이성준은 산소 마스크를 벗은 후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기다려!’어둠 속에서 나타난 한 줄기 빛에 감격한 백아영은 서러웠는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오열했다.마침내 이성준이 그녀를 찾았다!드디어 그가 왔다!민우진은 눈살을 찌푸리고 대성통곡하고 있는 백아영을 바라봤다.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이를 악문 채 단호하게 말했다.“아영 씨가 뭘 하든 전 멈추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후 그의 손은 백아영의 타월로 향했다.살기를 내뿜으며 밖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이성준은 당장이라도 벽을 부수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백아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민우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조금만 시간을 줘요.”꽉 잡은 건 아니었지만 백아영이 먼저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민우진은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왜 그래요?”반항하고 욕하며 몸부림칠 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그가 백아영의 부드러운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낀 그녀는 이를 악물고 울먹이며 말했다.“4년 전과 똑같은 일을 두 번 다시 당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무서워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 제가...”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 듯 눈물이 하염없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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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백아영은 긴장감에 심장이 마구 뛰었고, 민우진이 유리벽을 바라보려는 찰나에 그를 잡아당겼다.“왜 그래요?”의아해하며 묻는 민우진의 모습에 백아영은 수치스러움을 억누르며 힘겹게 말했다.“어차피 익숙해져야 하니까 그냥 이대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갑자기 순해진 모습에 민우진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고분고분 말 듣는 그녀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다.“아영 씨, 저한테 뭘 숨기고 있죠?”백아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없어요!”“그래요?”그 말을 순순히 믿을 리 없었던 민우진은 갑자기 몸을 돌렸고 백아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당황했다!그러나 유리벽 밖에는 산호와 물고기 떼만 가득했을 뿐 이성준은 보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우진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백아영은 이불을 당겨 몸을 가린 채 그를 등지고 침대 반대편에 누워있었다.“절 못 믿는 거면 얼른 잠옷이나 챙겨와요.”다시 방어 태세에 들어간 그녀의 모습에 민우진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는 재빨리 백아영 옆에 누워 이불과 함께 그녀를 품에 안았다.“알겠어요. 믿을게요.”코끝으로 느껴지는 민우진의 숨결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성준을 떠올리며 간신히 참았다.민우진에게는 지금이 꿈에 그리던 행복한 순간이다.그는 백아영의 머리에 얼굴을 대고 부드럽게 말했다.“아영 씨, 당신이 원하는 건 다 해줄 테니까 제발 절 떠나지 말아요.”...맨빌 아일랜드의 인적없는 외진 해안가.물속에서 나온 이성준은 해안으로 올라가자마자 무전기를 꺼내 명령했다.“공격해!”그의 얼굴은 극도로 싸늘했고 살기를 내뿜으며 백아영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같은 시각 선우경진과 성무열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무전기를 받는 위정을 애타게 바라봤다.“어때요? 아영 찾았대요?”성무열과 선우경진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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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일단 사람을 보냈는데...”부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저쪽에서 워낙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있어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어떻게 이곳을 찾았지? 젠장!”이제 가까스로 백아영과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데 하필 이런 상황에 찾아오다니! 민우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절대 그들에게 백아영을 뺏길 수 없었다!“지금 당장 물건 챙기고 철수해!”그는 성큼성큼 백아영이 있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그 시각 옷을 갈아입은 백아영은 안나 때문에 현관문 앞에 막혀있었고 그녀는 민우진이 오는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어뢰가 터졌어.”민우진은 말하면서 백아영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어뢰 때문에 폭발이 일어날 거예요. 여긴 위험하니까 다른 곳으로 가요.”정말로 어뢰 때문인가?백아영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이건 이성준의 행동이라고 확신했다.방에서 나와 민우진에게 이끌려 부두로 갔을 때 반대쪽 바다 위에 있는 커다란 배를 발견했다.“민우진 씨.”백아영은 걸음을 멈췄다.“오빠랑 성준이가 찾아왔죠? 저 구하러 온 거예요!”백아영은 기쁨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보시다시피 우진 씨는 절 가질 수 없어요. 다른 곳에 옮긴다고 해도 똑같을 거예요.”간신히 좁혀진 그녀와의 거리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자 민우진의 표정은 극도로 추악했다.민우진은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나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았다.“이게 끝일 것 같아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도록 아영 씨와 비슷한 사람을 준비했어요. 그들이 가짜라는 걸 발견했을 땐 이미 이곳에 없겠죠?”그는 언덕 아래 해안가의 요트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바다를 떠나는 순간 이성준이든, 선우경진이든 절대 잡을 수 없을 거예요. 물론 아영 씨도 내 곁을 떠날 수 없어요!”감금당하는 생활이 지긋지긋했던 백아영은 절대 민우진에게 잡혀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아영 씨, 노력해 본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빨리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돼요. 전 그저 아영 씨와 함께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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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아영 씨!”그녀가 바다에 뛰어내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민우진은 목청이 터지라 울부짖었다.거대한 파도에 파묻히는 백아영의 작은 체구를 보며 심장이 찢겨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목숨 걸고 그에게서 도망치다니!“찾아! 지금 당장 내려가서 찾으라고!”넋을 잃은 채 울부짖는 민우진의 모습에 부하들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련님! 그들이 곧 공격할 겁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얼른 철수하고 대피해야 합니다.”“백아영이 없는데 혼자 떠나는 게 무슨 소용이야.”민우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황급히 산비탈을 따라 해안가로 돌진했다.“괜찮을 거야. 반드시 찾을 수 있어!”바다로 뛰어든 백아영은 순식간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파도에 잠겨 아래로 가라앉았다.힘이 빠진 탓에 수면위로 떠오를 수 없었으나 그 어떤 두려움과 당황함도 없이 침착하게 기다렸다.바로 그때 파도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헤엄쳐 왔다.신이 주신 선물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그를 보며 안도감을 느낀 백아영은 미소를 짓더니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쿨럭’ 물을 토하며 깨어난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험상궂은 표정으로 앞에 앉아있는 이성준을 발견했다.“백아영, 죽고 싶어 환장했어? 벌써 두 번이야!”험악하게 소리 지르는 그의 모습에 백아영은 깜짝 놀랐으나 두려움은커녕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백아영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를 껴안았다.“이성준, 절벽에서 널 봤을 때 반드시 구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온 힘을 다해 그를 꽉 껴안았다.이성준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마음속에 가득 찼던 분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백아영, 널 어떡하면 좋지?”“어떡할지 모르면 나랑 결혼하든가.”창백하던 얼굴은 발그레 달아올랐고 두 눈을 반짝이며 그의 어깨에 턱을 기댄 채 초조하게 답을 기다렸다.아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라 이런 말을 하면 안 됐지만, 그동안의 이별과 우여곡절이 생각난 백아영은 단 1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이성준은 그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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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정말이야?”흥분한 백아영은 자세를 바로잡더니 다급하게 그를 붙잡고 물었다.“지금 어디 있어? 아픈 데는 없고? 잘 지내고 있었던 거야?”이성준은 흐뭇하게 웃었다.“네가 만난 적 있는 아이야.”백아영은 놀라서 어리둥절했다.‘내가 만난 적 있다고?’머릿속으로 지금까지 만난 모든 남자아이를 떠올려 봤지만 예상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누구야? 어디서 만난 거지?”“이현무.”이성준의 미소는 더욱 깊어졌다.“왜 이런 일로 거짓말해?!”아이를 찾은 줄 알고 기뻐하다가 순식간에 허탈함에 휩싸였다.이성준은 그녀의 젖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진짜야. 현무랑 아버님 DNA 검사해 봤어. 네 아들 맞아.”이성준 입가의 미소는 눈부시게 빛났다.“4년 전 너랑 같이 있었던 사람이 나야.”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백아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솟아올랐다. 악몽 같았던 그날이 이런 행운을 가져다주다니!그녀는 줄곧 이현무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제 그게 현실이 되었으니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감격에 눈시울이 붉어진 백아영은 다급하게 물었다.“현무는? 여기 왔어?”“아니, 남원에서 기다리고 있어.”“얼른 돌아가자. 현무 보고 싶어!”기대감에 한시도 가만있을 수 없었던 백아영은 재빨리 이성준을 끌고 배를 향해 달려갔고 그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제 남원으로 돌아가 결혼하면 진정한 세 식구가 모이게 된다.그러나 멀리 가기도 전에 갑자기 어뢰 하나가 떨어지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부서진 암초가 사방으로 튕기며 길을 막았고 이성준과 백아영은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든 백아영은 높은 언덕에 서 있는 민우진을 발견했다.그는 여전히 잠옷 차림에 회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고 바닷바람에 옷자락이 흩날리자 스산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멀리서 백아영을 바라보고 있는 민우진의 눈빛은 싸늘했고 그 속에는 원망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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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이성준!”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백아영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그녀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고 완전히 깨어나기도 전에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보며 이성준을 찾았다.선우경진, 온유성, 성무열... 이성준은 없었다.백아영은 폭발이 일어났을 때 이성준이 몸으로 그녀를 껴안으며 지켜줬던 게 떠올랐다.그녀는 선우경진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성준은요? 그 사람 지금 어디 있어요?!”선우경진은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해안가 전체가 폭발되면서 너랑 이성준 씨 둘 다 바다에 빠졌는데 너만 발견됐어. 지금도 이성준 씨 찾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운 좋은 사람이니까 무조건 괜찮을 거야!”바다에 빠진 사람은 골든 타임을 놓치는 순간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제가 직접 찾으러 갈 거예요!”다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온 백아영은 발이 땅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따끔거리는 고통을 느꼈다.그녀는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두꺼운 거즈로 칭칭 감겨있었다!동시에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이 밀려왔다.백아영은 그제야 몸 80%가 미라처럼 하얀 붕대로 감겨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옆에 있는 거울을 통해 보게 되었다.이성준의 보호를 받았는데도 이렇게 심한 부상을 입었으니, 이성준은 적어도 그녀보다 몇 배는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그런데 아직 찾지도 못했다! 만약...‘쿨럭!’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두려움이 밀려오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백아영은 피를 토하며 기절했다.“아영아!”“백아영!”방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백아영은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해변에 있었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폭탄이 터지고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그녀를 덮쳤다.이성준은 그녀를 꼭 껴안은 채 지켜줬고 입가에 피를 토하면서도 끊임없이 다독였다.“내가 있잖아. 무서워하지 마.”두렵고 무서웠지만 이성준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그를 감쌌으나 발밑의 땅이 갈라지면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둘은 함께 차가운 바다에 빠졌다.그들은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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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성무열은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여유로운 척 웃었다.“한 시간밖에 안 지났어. 선우경진 씨도 지금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으니까 곧 찾을 거야.”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던 게 몸으로 느껴졌던 백아영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녀를 달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건 이성준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했다.백아영은 온몸의 고통을 견디며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일어났다.“뭐 하는 거야? 너 아직 움직이면 안 돼.”성무열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의사 선생님이 며칠 동안은 쉬어야 한댔어. 아무 데도 못가. 선우 일가, 이씨 가문, 성씨 일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해안가를 샅샅이 뒤지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네가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그래도 갈 거야!”백아영은 단호했다.“성준이는 날 기다리고 있을 거야!”백아영은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즈를 칭칭 감은 손으로 성무열을 밀어냈고 힘을 가하면서 상처가 터졌는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성무열은 짜증이 났지만 그녀를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백아영, 네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몰라? 이런 몸으로는 이성준을 찾을 수도 없고 너만 힘들어질 거야!”“그래도 찾을 거야!”오랫동안 의식을 잃어 목이 쉬었지만 여전히 확고한 목소리를 냈다.한쪽 다리가 부러진 탓에 땅을 밟으면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다른 한쪽 다리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갔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거즈 곳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정신이 혼미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으며 꿋꿋이 내디뎠다.온몸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이성준에게 달려가고 싶었다.성무열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고 표정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당장이라도 백아영을 붙잡아 침대에 묶어두고 싶었지만 그녀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부상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성준 때문에 자신의 부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성무열은 질투와 원망을 느끼며 깊은 한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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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성무열은 피로 물든 그녀의 상처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줄 수는 있는데 일단 상처부터 치료해.”“요트에 타서 치료할게.”백아영은 너무 불안해서 단 1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요트의 흔들림에 백아영의 상처에서는 줄곧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눈조차 깜빡이지 않은 채 끊임없이 찾고 또 찾았다.그렇게 시간은 하루하루 흘렀다.백아영은 요트에서 살다시피 하며 잠을 자지도 않은 채 밤낮으로 찾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겁이 났다.이미 7일이 지났기에 이성준이 바다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백아영은 최악의 경우를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아 이를 악물고 수색에 몰두했다.“백아영, 너 지금 며칠 동안 한 숨도 못 잤어. 이제 그만 찾고 쉬어!”선우경진은 그녀를 말리러 이곳까지 찾아왔다.부상을 입어 몸이 허약해진 상황에 바다에서 며칠 동안 고생했으니 상처는 나을 기미가 없었고 백아영은 더 초췌해졌다.잠을 자지 못한 그녀의 두 눈은 실핏줄로 빨갛게 충혈됐다.그녀는 선우경진의 말을 무시한 채 쉰 목소리로 물었다.“기름은요?”매번 배달하러 오는 사람이 있었기에 백아영은 선우경진이 기름을 가져다주기 위해 이곳에 온 줄 알았다.“없어.”선우경진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이제 그만 찾고 나랑 가자!”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선우경진의 요트에 몸을 실었다. 선우경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백아영이 입을 열었다.“저쪽엔 기름이 다 떨어졌으니까 제가 이 요트를 쓸게요.”“안돼. 오늘은 어떻게든 널 데리고 가서 쉬어야겠어!”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백아영은 마치 금이 간 도자기 인형 같았다.눈빛은 초점 없이 흐릿했지만 의지 하나만은 확고했다.“오빠,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시간 낭비하지 마요. 계속 이러면 여기서 뛰어내릴 거예요.”바닷바람에 옷자락이 흩날리자 그녀의 가녀린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선우경진은 가슴이 아프면서도 답답했다.“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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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드넓은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작은 희망마저 모두 삼켜버릴 듯한 막연한 느낌이 든다.오랫동안 잠을 못 잔 탓에 극심한 두통을 넘어서 이제는 환각을 일으켰다.그녀는 햇빛이 내리쬐는 바다 위에 사람이 떠 있는 걸 보았다.“이성준이에요. 빨리 저쪽으로 가요!”백아영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운전사에게 앞으로 가라고 재촉했다.아무것도 없는데 사람이 떠 있다니? 운전사는 의아했다.“아영 씨, 잘못 보신 것 아닙니까?”“아니요! 이성준 틀림없어요. 얼른 가요!”마음이 급했던 백아영은 운전사를 밀치고 스스로 요트를 몰고 질주했다.쏜살같이 그곳을 향해 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성준은 그렇게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백아영은 멍하니 배 위에 서서 텅 빈 바다를 바라봤고 방금 봤던 이성준이 환각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허탈함에 멘탈이 나간 백아영은 얼굴을 가린 채 대성통곡했다.“이성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운전사마저도 그녀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백아영은 날이 갈수록 초췌해졌고 몸에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환각도 점점 더 심해져서 하루에 여러 번 이성준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거듭되는 기쁨과 절망이 그녀를 괴롭혔다.또 한 번의 환각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백아영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운전사는 행여나 그녀가 쓰러질까 봐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나 잠시 후 또다시 백아영의 쉰목소리가 들려왔다.“계속 찾죠.”“네...”운전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시동을 걸었다.바로 그때 또 다른 요트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아직 기름도 충분한데 왜 온 거지?“엄마!”이현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른 보트에서 들려왔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백아영은 번쩍 고개를 들었고 요트가 멈추기도 전에 내리려는 이현무의 위험한 행동에 재빨리 달려갔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공중으로 솟아오른 이현무를 안았다!이현무는 안정적으로 그녀에게 안겼고 작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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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네네!”이현무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선은 저도 모르게 피로 물든 거즈로 향했다.“엄마 꼭 약속 지켜야 해요.”백아영은 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맞은편 배에 탄 선우경진을 보며 말했다.“상처 치료해 줘요.”“그래!”감격스러운 상황에 선우경진은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며칠 동안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더니만 아들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다니!선우경진은 상처를 치료해 주며 말했다.“아영아, 회장님 돌아가셨어.”백아영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성준 실종 때문이에요?”“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할머님이 돌아가신 후 이미 기력이 많이 쇠약해졌어. 그러다가 이성준 씨의 사고 소식을 듣고 충격에 바로 숨진 거지.“백아영은 마치 큰 돌에 짓눌린 듯 숨쉬기 힘들었다.“그리고 사모님도...”선우경진의 말투는 점점 무거워졌다.“몸이 많이 안 좋아.”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이를 악물고 맹세했다.“반드시 이성준 찾을 거예요!”“성준 씨는 당연히 찾아야지. 그런데 지금 이씨 가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선우경진은 이현무를 바라봤다.“이성준의 사고 소식이 남원에 퍼지면서 이성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 사장 자리가 비어있으니 많은 주주들이 야망을 드러내면서 백채영과 손잡고 이성 그룹을 빼앗으려고 해. 회장님 돌아가시고 사모님도 몸이 편찮은 상황에 이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가 현무인데 아직 보호자는 백채영으로 되어있어.”백채영이 보호자의 이름으로 이성 그룹을 차지하는 순간 그룹이 망하거나 파산하거나 둘 중 하나다!“네가 지금 돌아간다면 백채영이 보호자 신분으로 이성 그룹을 장악하는 걸 막을 수 있어.”돌아간다는 말에 백아영은 단번에 거절했다.“전 이곳에서 이성준 찾을 거예요!”“이성 그룹은 성준 씨가 피와 땀으로 일군 기업이야. 백채영이 망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백아영, 성준 씨가 돌아와서 그룹 망한 걸 보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선우경진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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