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91 - Chapter 500

916 Chapters

제491화

백아영은 이성그룹의 업무를 처리하는 데 전념했다.가능한 빨리 운영을 안정화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직접 이성준을 찾아다닐 작정이었다.그녀는 매일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면서 항상 제일 늦게 회사를 떠났다.어느 날 저녁, 비서는 퇴근하는 대신 할 말이 있는 듯 서성거리다가 한참을 머뭇거린 다음 물었다.“아영 씨, 아직 퇴근 안 하세요?”백아영이 야근하는 모습은 회사에서 흔한 볼 수 있는 지라 비서의 뜬금없는 질문이 괜스레 더 수상하게 들렸다.백아영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일이죠?”“아, 아니에요. 아영 씨가 대표님을 빨리 만나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문서를 넘기던 백아영이 우뚝 멈추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게 무슨 말이죠? 대표님을 빨리 만나고 싶어 할 줄 알았다니?”그녀는 이성준을 미친 듯이 찾아다녔지만, 만나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존재였다.“네?”순간 넋을 잃은 비서는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듯싶었다.“아영 씨, 설마 대표님이 돌아오신 거 아직 모르고 있나요?”그녀의 손에서 서류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백아영이 벌떡 일어섰고, 목소리마저 갈라졌다.“뭐라고요? 다시 한번 말해봐요. 대표님, 대표님이 돌아왔다고요? 정말요?!”“네, 다들 알고 있는데요? 대표님께서 오후에 무사히 돌아왔거든요.”순간 백아영의 심장이 쿵쾅거렸다.“지금 어디에 있어요?”“아마도 본가에 계실 것 같은데...”백아영은 바람을 쌩하니 일으키며 재빨리 사무실을 뛰쳐나갔다.비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직원들은 이미 3시간 전에 대표님이 돌아온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백아영은 일찌감치 전해 들었을 거로 생각했다.따라서 백아영이 왜 제일 먼저 대표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는지 의아하던 찰나, 예상외로 그녀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대표님께서 돌아오기 전에 연락하지 않았단 말인가?...백아영은 직접 운전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씨 가문 본가를 향해 달렸다.가는 길 내내 심장이 두근거려 목구멍으로 튀어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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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그녀가 도착했을 때 마침 유치원 하원 시간이라 교문 앞에 모여있는 아이들과 부모님 때문에 사방이 시끌벅적했다.게다가 픽업 온 차들이 꽉 들어서 백아영은 어쩔 수 없이 맞은편에 주차했다.차에서 내리자 길 건너편에 한데 모여 있는 학부모를 발견했고, 정중앙에 군계일학으로 1m 90cm의 키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이성준이 보였다.비록 주변에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그는 역시나 제일 눈에 띄었다.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기억 속 그대로였고, 준수하면서 어딘가 쌀쌀맞은 모습은 귀티가 나는 반면 소외감이 느껴졌다. 빼곡히 둘러싸인 사람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차가운 눈매는 불쾌한 듯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백아영은 코가 시큰거리더니 이내 눈물이 핑 돌았다.‘성준이야!’그는 역시나 살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아서 무사히 돌아왔다.“이성준!”백아영은 큰 소리로 외치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그에게 달려갔다.결국 너무 흥분한 나머지 방금 빨간색으로 바뀐 신호등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발걸음을 떼는 순간 자동차 한 대가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자칫 치일뻔했다.“신호도 안 봐? 죽고 싶어?!”운전자는 화가 나서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백아영은 서둘러 사과하고 다시 길가로 물러섰다.끝없이 오가는 차량 너머로 백아영은 발만 동동 구르며 이성준을 바라보았고, 순간 어둡고 깊은 눈동자와 맞닥뜨렸다.이성준도 그녀를 발견하고 더는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그동안의 걱정과 두려움, 뼛속까지 스며든 그리움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백아영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고작 30초밖에 안 되는 신호가 마치 2시간처럼 느껴졌다.두 사람은 쌩쌩 달리는 차량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서로만 쳐다보았다.그리고 길고 긴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백아영은 재빨리 반대편으로 달려갔다.횡단보도를 건너 인파를 뚫고 곧장 이성준의 품에 뛰어들더니 꼭 껴안고 그의 숨결을 마음껏 탐닉했다.“정말 돌아왔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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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손님?물론 지금 상황에서 손님이라는 신분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자 괜스레 남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불쾌했다.이내 주먹을 살포시 움켜쥐고, 불안하면서도 수줍은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누구라고 소개하려나?’이성준은 고개를 들어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대답했다.“내 여자친구야.”백아영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맨빌 아일랜드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순간이 떠오르자 꿀 먹은 듯 달콤했다.“성준 오빠, 여자친구가 있었어요?”앤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한테서 여자친구에 대한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여태껏 솔로인 줄 알았어요.”순간 백아영도 넋을 잃고 말았다. 지난 두 달 동안 이성준이 그녀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단 말인가?이성준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더는 이 주제를 이어갈 생각이 없는 듯 말했다.“밥 먹자.”세 사람은 식사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갔고, 백아영은 이성준 옆에, 앤니는 반대편에 앉았다.“앤니, 그동안 성준을 잘 보살펴 줘서 고마워요.”백아영은 그녀가 진심으로 고마웠다.“아니에요, 저도 성준 오빠처럼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봐서 매일매일 눈이 너무 즐거웠어요. 따지고 보면 제가 이득이지 않겠어요? 게다가 절 데리고 H국에 와서 일자리까지 마련해주고 대도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덕분에 더는 바닷가 작은 어촌 마을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거든요. 오히려 성준 오빠한테 감사한 마음이 더 크죠.”앤니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고, 이성준을 향한 호감을 숨기지 않은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성준에게 이런 눈빛은 아주 익숙한 편이지만, 항상 그의 혐오심을 불러일으켰다.그러나 지금은 표정 변화가 전혀 없지 않은가? 마치 적응이 된 듯, 정확히는 눈감아 주는 것 같았다.“성준 오빠, 제가 만든 해물탕은 몸에도 좋거든요, 많이 드세요.”앤니가 야무지게 국물 한 그릇을 떠서 이성준의 앞에 놓자 이성준은 자연스럽게 집어 들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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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몇 걸음 걷다가 뒤에서 주방으로 향하는 발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보니 이성준이 앤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앤니는 눈썹이 휘어지게 웃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는데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백아영의 기분은 이루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씁쓸했다.그녀와 대화할 마음은 없고, 앤니는 잡담을 나눠도 된다는 말인가?그동안 기다린 시간과 애타게 찾아 헤매던 과거, 그리고 지워지지 않은 걱정과 근심, 두려움, 속수무책, 나날이 커지는 그리움은 마치 혼자만의 착각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꽉 막혀 너무 괴로웠지만, 울분을 털어낼 방법이 없었다.백아영은 오랜만에 샤워를 일찍 하고 침대에 누웠다.그러나 천장만 멀뚱멀뚱 바라볼 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은 뒤죽박죽이고, 마음이 심란했다.이제 이성준이 구사일생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둘은 마침내 당당하게 함께할 수 있었다.그리고 이성준도 그녀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했다.오랜만의 재회에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르단 말이지? 이성준과 함께 있을 때면 왠지 모르게 소외감이 느껴졌다.평소와 다른 건 항상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설마 이성준에게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서 대화하기 꺼릴지도 모른다.백아영은 벌떡 일어나 침대에 앉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추측했다.이때, 방문이 ‘찰칵’ 울리면서 밖에서 스르륵 열렸다.이성준의 커다란 몸집이 문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여, 여긴 왜 왔어?”백아영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성준이 손을 뻗어 문을 잠그더니 성큼성큼 걸어가 침대에 앉았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뒤통수를 움켜잡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이는 마치 한여름 밤의 폭풍우처럼 그녀를 집어삼킬 듯싶었다.백아영은 넋을 잃고 말았다. 아까만 해도 씁쓸하던 기분이 키스에 사르르 녹아 말끔히 사라졌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며 수줍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두 팔로 그의 목을 살포시 끌어안더니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했다.2달간의 걱정과 그리움은 전부 이 키스에 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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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다음날 잠에서 깬 백아영은 오미란의 컨디션을 체크한 뒤 이성준이 벌써 회사로 가서 집에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이현무마저 꿀잠 자고 있는데 벌써 나갔다니...어젯밤의 일이 떠오르자 백아영은 마음이 무거웠다. 아직도 화가 난 건가?기분은 차마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고, 혼란스러우면서 뒤죽박죽 했다.이성그룹이 다시 이성준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녀는 더는 사무실로 찾아갈 필요가 없기에 한결 여유로워졌다.다만 성무열과 협력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이며, 그녀가 직접 추진한 사업인 만큼 본인이 마무리를 지어야만 안심할 수 있었다.그녀는 평소처럼 이성그룹에 출근했다.회사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고,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진짜 대표가 돌아왔기 때문이다.“아영 씨, 축하해요. 대표님이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이제 마음고생 끝, 행복이 시작되겠죠?”“그동안 아영 씨의 인내와 노고가 헛되지 않았어요. 대표님이 돌아온 이상 앞으로 화목하고 즐거운 나날만 이어질 거예요.”“세 식구가 드디어 재회했으니 아영 씨는 제일 행복한 여자가 되겠네요.”웃으면서 축복해주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백아영은 기쁘기는커녕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누가 봐도 지금 제일 의기양양하고 행복한 여자는 그녀인데...결국 사람들을 피해 서류를 챙기고 창가에 앉아 뒤적거렸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만 심란했다.“웬일이래? 이성준이 돌아왔는데도 우거지상이 따로 없네?”성무열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더니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댔다.“싸웠어?”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얼굴 때문에 백아영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이내 발끈하며 눈을 부라리더니 부루퉁하게 말했다.“아니!”“아니라면서 안색이 왜 그래?”성무열은 믿기는커녕 오히려 빈정거렸다.“나한테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무슨 일인지 말해 봐.”백아영은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대꾸하기도 싫은 듯 자리를 떴다. 그러나 성무열은 끝까지 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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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이성준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그녀를 기다리지 않고 버튼을 눌렀다.백아영은 서둘러 달려갔지만 그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고,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밖에서 이성준의 싸늘하고 어두운 얼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설명 안 듣고 가는 거면 그냥 놔둬. 성격 참 이상하네.”성무열은 줄곧 이성준의 이런 행동이 못마땅했다.“별거 아닌 일로 혼자 질투하고 화내고 누가 보면 여자인 줄 알겠어.”“너도 그만 좀 해.”백아영은 어이없는 듯 그를 노려봤다.“성준이가 싫어하니까 앞으로 가까이 오지 마.”말을 마친 백아영은 다른 엘리베이터에 올라 버튼을 누르고 재빨리 자리를 떴다.성무열의 표정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백아영, 이 양심 없는 인간아. 넌 친구보다 남자가 더 중요하지!”백아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 사무실로 뒤쫓아갔지만 올라가자마자 이성준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따라 들어가려다가 위정에게 막혔고 위정은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아영 씨, 회의 중이시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백아영은 다급했다.“하지만...”“사장님께서 회의 끝나고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이제 막 돌아왔으니 많은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크게 나무랄 수 없었지만 화가 나서 회의실로 들어가 그녀를 피한 건 분명하다.백아영은 착잡한 눈빛으로 닫힌 회의실 문을 바라봤다.“얼마나 걸리죠?”위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규모가 큰 회의라서 대여섯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다른 일 있으시면 먼저 돌아가시는 것도...”“여기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친 백아영은 곧장 소파로 가서 앉았고 이를 본 위정은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에는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부랴부랴 이곳으로 달려온 고위직 임원들이 가득했다. 사고가 터진 줄 알았으나 그저 일반적인 업무 보고에 불과했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의아함이 가득했지만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묵묵히 보고를 이어갔다.반면 이성준은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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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이성준은 그녀를 안은 채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고 행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금이야 옥이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침대에 눕혔다.그녀를 내려놓고 일어서려던 순간 가느다란 두 팔이 이성준의 목을 감쌌다.백아영은 서서히 눈을 뜨더니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가지 마.”갑작스러운 행동에 흠칫 놀란 이성준은 곧바로 온화한 표정을 감추고 또다시 싸늘한 모습으로 변했다.“아직 할 일 있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아영은 고양이처럼 그의 몸에 얼굴을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응?”이성준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애써 유지하던 싸늘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애교를 부리는 백아영은 그 역시도 처음인지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말 안 하면 용서한 거로 생각한다?”백아영은 억울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으로 고개를 들어 간절하게 바라봤고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던 이성준은 항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성준아, 역시 네가 최고야.”백아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커플 싸움에서 누가 됐든 한발 물러서서 사과하면 금방 풀린다는 게 사실인 듯싶었다. 이성준이 이렇게 쉽게 화 풀리는 스타일이라니!이성준은 물끄러미 백아영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그녀의 미소를 본 순간 이성의 끈을 놓은 지 오래였고 다른 일은 전부 잊은 채 그저 죽을 때까지 그녀의 품에 안겨있고 싶었다.백아영은 부드러운 몸을 이성준의 품에 기댄 채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우리 오늘 여기서 자는 거야?”“싫으면 가도...”“안 갈 거야.”백아영은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었다.“여기도 좋아.”이성준은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침대가 하나밖에 없잖아. 내가 너한테 무슨 짓할까 봐 두려운 거 아니었어?”어젯밤 일이 생각난 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할 거야?”‘당연하지’라는 말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그녀의 눈빛에 목이 막혔고, 그동안 애써 유지하던 강경한 자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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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백아영은 악몽을 꾸었다.지옥 같은 맨빌 아일랜드에 또 한차례의 폭발이 일어났고 이성준은 부상을 입고 바다에 빠졌다. 필사적으로 헤엄쳐 마침내 그를 붙잡아 해안가로 끌어냈지만 온몸이 상처에 뒤덮였고 피는 멈추지 않았다.이성준은 창백한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며 그녀를 바라봤다.“백아영, 이제 포기해. 난 더 이상 살 수 있는 희망이 없어...”그의 말과 함께 심장에 뚫린 구멍을 본 순간 너무 놀라 벌떡 깨어났다!“이성준!”다급하게 그를 찾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침대마저 텅 비어 있었는데 마치 이곳에 누운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이불마저 차가웠다.정신 차리지 못하고 공황과 공포에 휩싸인 백아영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침대에서 뛰어내렸다.“이성준! 성준아...”다급하게 문을 열자 서류 더미를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업무하고 있는 이성준이 보였다.그제야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며 그에게 다가갔다.“다행이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백아영!”이성준은 거칠게 호통치며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옷차림이 그게 뭐야! 당장 들어가.”그의 꾸중을 듣고 얼어붙은 백아영은 그제야 사무실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이성그룹의 직원들이 업무 보고를 하고 있었고 다들 난처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돌렸다.백아영은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비록 뭐가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단정하지 못한 모습에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난처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은 백아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한편으로는 서러움을 느껴 이성준의 베개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짜증 나! 감싸줘야 할 상황에 왜 화내는 거야! 여자친구 챙길 줄도 모르면서 뭔 연애야!”백아영은 홧김에 베개를 몇 번 더 밟았다.한동안 혼자 울분을 터뜨리다가 보고하던 직원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고 그곳은 이성준도 떠난 채 오직 비서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백아영을 바라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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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백아영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오미란의 병세를 확인하기 위해 이씨 가문으로 향했다.이성준이 돌아온 후 다시 희망을 갖게 된 오미란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했고 병세도 나날이 호전되었다.오미란이 감사함을 표하던 그때 백아영은 선우경진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다급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백아영, 지금 당장 집으로 와!”선우경진이 다급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이는 건 극히 드문 일이기에 백아영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선우 일가로 달려갔다.집으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선우경진과 온유성이 보였고 그녀를 발견하고선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백아영은 다급하게 물었다.“아빠, 오빠,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던 온유성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비로소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가족들이 너의 선택에 간섭하는 건 아니다만, 결혼 같은 큰일은 적어도 가족과 논의해 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겠니?”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결혼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몰랐어?”온유성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랑 성준이가 길일을 택해서 결혼식 올린다면서?”어안이 벙벙한 백아영의 모습에 온유성은 재빨리 청첩장을 꺼냈다.그 위에는 날짜가 적혀있었는데 보름 뒤다!“이걸 이성준이 보냈다고요?”터무니없다고 느껴졌지만 위정이 직접 보내온 거라 가짜일 수는 없다.정리해 보면 이성준은 보름 후에 백아영과 식을 올릴 계획이고 그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날짜를 정했다...“설마 네 의사는 묻지도 않고 성준 씨 혼자 결정한 일이야?”선우경진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결혼이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큰일을 상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결정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네. 아영아, 그 사람 행동에 익숙해지면 안 돼. 이렇게 애매하게 결혼할 바에는 차라리 청첩장 돌려보내자.”“경진아! 말이 너무 심하다.”온유성은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치고선 다시 부드러운 눈빛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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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백아영은 그제야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이미 이씨 가문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결혼식을 올릴 호텔도 이미 준비했다고 한다...백아영은 자신을 둘러싼 선우 일가의 사람들을 보며 기쁘긴커녕 가슴 한쪽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결혼 날짜, 예물, 발표, 장소 분명 그녀의 결혼인데 마치 외부인처럼 그 어떤 것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결혼할 사람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그 시각 남원 교외.“이성준이 백아영이랑 결혼한다고?”이 소식을 들은 백채영은 화가 나서 테이블을 걷어찼다.이성준과 결혼하는 게 그녀의 오랜 소망이었지만 결코 실현하지 못했다. 간절히 바라고 원하던 걸 백아영이 빼앗아 갔다!질투와 증오의 감정이 구더기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왔고 백채영은 흉측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백승구, 너 제갈 일가에서 키운 천재라며?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왜 아직도 백아영을 죽이지 못한 거야!”이성준이 없을 때 이성그룹의 주주들을 암암리에 통제하고, 보호자 신분으로 후견인 자리에 앉아 이성그룹을 장악하는 게 백승구의 아이디어였으나 백아영이 이를 망쳤다.그 후 주주들을 이용해 이성그룹을 무너뜨리려 했을 때도 성무열에게 막혔다.설상가상 이제는 이성준이 돌아왔으니 이성그룹을 무너뜨리긴커녕 근처에 얼씬도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돈도 얻지 못하고 복수도 못한 상황에 백채영은 컵을 내던지며 울분을 토했다.“개고생해서 널 구해내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네. 원하는 건 하나도 손에 못 넣고, 여전히 잡혀가서 죽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살 줄 알았더라면 그때 돈 받고 떠났을 텐데.”백승구는 정신 나간 백채영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방법 있으니까 조용히 기다려요.”백승구는 사악한 눈빛으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무슨 방법?”백승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렸다.허세 부리며 잘난 척 과시하는 그의 모습에 열받은 백채영은 컵을 몇 개 더 깨뜨리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이성준과 백아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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