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481 - Chapter 490

916 Chapters

제481화

앳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엄마, 울지 마세요. 아빠는 꼭 돌아올 거예요!”말을 마친 이현무는 포동포동한 손으로 백아영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손길이 닿은 곳에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는데 최면약 냄새였다.백아영은 단번에 눈치챘다. 비록 그녀에게 큰 효과는 없지만,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이현무를 보자 천천히 눈을 감았다.“현무야, 집에 가서 아빠를 기다리자.”...이씨 가문 본가.오미란의 방에서 격렬한 기침 소리가 들려 왔다.침대에 기대어 앉은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는데, 떼어내는 순간 핏자국이 잔뜩 묻어 있었다.“사모님! 또 피를 토하셨어요? 움직이지 말고 얼른 누워 계세요.”유 아줌마가 다급한 마음에 오미란을 말렸지만, 오미란은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애를 썼다.“백채영 그 천한 년이 성준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을 틈타 감히 이성그룹을 빼앗으려 해? 꿈도 야무지네. 내가 반드시 막을 거야.”이성준의 어머니로서 회사 지분을 가진 그녀는 이성그룹을 인계받을 자격이 있지만, 백채영은 아니었다.그녀가 찾아가기만 한다면 백채영은 결코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침대에서 내려오는 순간 바닥에 맥없이 쓰러졌고, 입가에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얼굴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미약하게나마 붙어있는 숨결은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싶었다.“어머님, 몸도 안 좋으신데 무리하지 마세요. 성준 씨가 죽었다는 현실마저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어찌 거대한 이성그룹을 운영할 수 있겠어요?”백채영은 문을 열고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하이힐을 신은 그녀는 턱을 도도하게 치켜든 채 마치 대승을 거둔 장군처럼 땅바닥에 쓰러진 오미란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예전에는 절 그렇게 무시하고 미워하더니, 집에서 쫓아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어때요? 이성그룹이 곧 저의 수중에 들어오게 생겼으니까 이제 이성준의 아내 자리 따위 필요 없죠. 빌붙는 사람보다 우두머리가 되는 게 훨씬 더 만족스럽다는 걸 깨달았거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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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질병을 촉진하는 약이에요. 앞으로 한 시간 뒤에 병세가 심해져 죽게 될 겁니다.”노경우가 냉소를 지었다.“사모님, 편히 가세요.”“이, 이...!”오미란은 고통에 못 이겨 바닥에 쓰러졌고, 연신 피를 토해냈다.백채영의 두 눈에 흥분이 가득했다.“이제 이씨 가문의 주인은 나야!”곧이어 하이힐을 신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걸어 나갔다.차에 올라타는 순간 백채영은 서늘하고 음산한 눈동자와 맞닥뜨렸다. 아이만의 특유의 앳된 목소리는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섬뜩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죠?”따지는 말투에 백채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점점 사라졌고, 자부심과 희열로 가득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카시트에 앉아 있는 백승구를 보자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고작 아이한테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다.자기 아들을 무서워하는 엄마라니? 정말 금시초문이다.결국 일부러 겁먹지 않은 척 말했다.“어차피 형세는 우리 쪽으로 넘어왔는데 조금 지체하면 뭐 어때? 나이도 어린놈이, 괜히 분위기 잡지 마.”백승구가 되받아쳤다.“백아영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잖아요. 그것도 몰라요?”백채영이 지지 않고 반박했다.“차라리 빨리 왔으면 좋겠어.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쳐서 나타나는 즉시 내 손에 붙잡힐 테니까.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백채영은 백승구와 더는 말씨름을 벌이고 싶지 않은 듯 기사에게 얼른 출발하라고 했고, 이내 이성그룹으로 향했다.반면, 이씨 가문 본가.바닥에 쓰러진 경호원과 도우미는 전부 끌려갔고, 금세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되었다.방에 있는 오미란은 극심한 고통에 목이 쉬도록 울부짖었지만, 다들 안 들리는 듯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차가운 방바닥에 누운 오미란은 숨이 점점 가빠졌다.눈물이 글썽한 두 눈에 비통함이 담겨 있었다.거대한 이씨 가문이 고작 백채영 같은 년의 손에 들어가다니! 창창한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리자 가슴이 찢어졌다.“성준아...”오미란은 괴로운 목소리로 중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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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이성그룹, 회의실.수십 명의 주주가 모여 앉아 두 부류로 나뉘어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있었다.한 부류는 이현무의 후견인으로서 백채영이 이성그룹을 운영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다른 한 부류는 오미란에게 이성그룹을 맡겨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물론 백채영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우세를 차지하는 듯싶었지만, 반대 세력도 결코 물러서지 않은 바람에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백채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반대 의견을 고집하는 사람을 바라보았고, 두 눈에 살의가 이글이글 타올랐다.이내 유유히 입을 열었다.“성준 씨의 어머니이자 현무의 할머니로서 사모님께서 이성그룹을 운영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그녀는 냉소를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방금 본가에 들렀다 왔는데 컨디션이 더 나빠진 것 같더라고요. 이제 침대를 벗어나기도 힘들어 보이던데, 이성그룹을 운영하기는커녕 며칠 뒤면 여러분이 장례식에 참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네?”반대파 사람들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충격을 금치 못했다.오미란이 아프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지만, 갑자기 이 정도로 심각해질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백채영의 비열한 얼굴을 보는 순간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여러분이 사모님을 지지하는 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에요. 결국은 저의 심기만 건드릴 뿐, 앞으로 이성그룹에서의 입지마저 점점 좁아지겠죠?”백채영은 대놓고 위협했다.“만약 지금 생각을 바꾼다면 그냥 없던 일로 취급해줄게요.”반대파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고, 마치 패전한 병사처럼 하나둘씩 백기를 들었다.다들 낙담한 모습으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백채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전 현무의 후견인으로서 이성그룹의 운영을 맡게 될 겁니다. 이의 있는 분 없으시죠?”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그녀를 지지하는 사람은 만면에 희색을 띠었고, 반대하는 사람은 죽상을 지었다.결론은 이미 정해졌다.백채영은 신이 나서 상석을 바라보았다. 이는 기업 오너가 앉는 자리로서 이성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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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백채영의 동공이 급격히 흔들리더니 기세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그녀는 목소리마저 떨렸다.“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남원 출입국은 물론 공항, 항구 등 빠짐없이 사람을 보내 백아영을 발견하는 순간 붙잡으라고 했다.그러나 남원의 땅을 무사히 밟고 오미란을 구해줬을뿐더러 이성그룹 회의실까지 찾아오지 않았는가?“난 더는 의지할 곳이 없어 당하기만 하던 백아영이 아니야. 고작 눈속임에 불과한 얕은수에 넘어갈 것 같아?”백아영은 비아냥거리며 친자확인서 4장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각각 선우소훈과 이현무, 온유성과 이현무, 그리고 예전에 이성준이 이현무와 검사했던 친자확인서였다.마지막으로 남은 건 백채영과 이현무의 친자확인서인데, 생물학적 혈연관계는 없다고 했다.“백채영이 현무 도련님의 친엄마가 아니라니! 그렇다면 여태껏 엄마로 사칭하고 우리를 속인 거네요?”“정말 야비하네요! 어쩐지 대표님께서 결혼하지 않고 질질 끈다 했어요.”“양육권도 없는 사람이 감히 이성그룹을 탐내요? 동기가 너무 불순하네요.”“사모님과 백아영 씨가 제때 찾아왔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백채영의 목적을 이루게 할 뻔했네요. 이성그룹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게 합시다!”반대파 사람들이 노발대발하며 백채영을 손가락질했다.아까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찬성파는 하나같이 낯빛이 어두워진 채 말문이 막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국가 공인 인증 마크가 찍힌 완벽에 가까운 친자확인서를 보자 백채영은 그동안의 모든 게 일장춘몽처럼 느껴졌다.결국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마치 악귀라도 쓰인 듯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노려보았다.“백아영, 넌 이미 선우 일가의 공주님으로서 없는 게 없을 텐데 왜 내 것마저 빼앗으려는 거야? 왜 다 빼앗아 가지 못해서 안달이냐고!”“빼앗다니? 하!”백아영은 냉소를 지었다.“4년 전 그날 밤 이성준과 함께 있던 사람은 나잖아. 하지만 네가 그 여자라고 사칭해서 이성준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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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백아영은 재빨리 오미란을 막아서며 경호원들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살인은 범죄인 거 몰라? 다들 감방 가고 싶어?”“아직 이성그룹의 실세는 나야! 감히 감옥에 처넣을 사람이 있다면 나오라고 해.”백채영이 거만하게 웃었다.“백아영, 헛수고 그만하고 지옥이나 가!”“공개적으로 살인이나 저지르고, 법을 뻔히 알면서도 어겨? 간덩이가 부었군.”갑자기 한 무리의 경찰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모두 손 들어!”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경호원들은 경찰을 보자 마치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아연실색하며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그들은 백승구가 찾은 전과자들이라서 범죄 기록이 결코 적지 않았다. 경찰에 잡히는 순간 무기징역을 당하기 마련이다.백채영도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백아영을 노려보았다.“감히 경찰에 신고해?”그녀는 망망대해에서 이성준을 찾기 위해서는 일손이 필요할 거로 확신했다. 이씨 가문, 선우 일가, 심지어 성씨 일가 사람마저 맨빌 아일랜드에서 구조에 동참한다고 생각한지라 백아영이 최소 인원을 대동하여 움직였을 거라고 믿었다.따라서 자신만만했던 이유도 따로 있었다.그러나 경찰에 신고할 줄은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백채영은 화가 나서 발만 동동 굴렀고, 생존 욕구 또한 더 강해져서 곧바로 경찰을 막으라고 명령한 다음 혼란을 틈타 도망쳤다.상황을 수습하는 경찰을 보자 오미란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백아영의 손등을 토닥였다.“역시 아영이가 한 수 위네, 미리 경찰에 신고해서 다행이야.”“어쨌거나 임시방편일 뿐이에요.”백아영은 백채영을 지지하는 주주들을 무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결코 순순히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별다른 소란 없이 이성그룹을 수중에 넣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백채영은 서둘러 이성그룹을 떠났다.차 안에서 그녀의 욕설이 끊기지 않았다.“빌어먹을 백아영! 뻔뻔스럽게 감히 경찰에 신고해? 짜증 나!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죽여버릴 걸 그랬어. 이제 이성그룹이 백아영의 손에 넘어갔는데 어떻게 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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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이 짐승만도 못한 회사 놈들! 성준 밑에서 일한 세월이 몇 년인데 백채영을 따라서 배신하고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해? 빌어먹을, 속이 시커먼 사람들 같으니라고!”오미란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고, 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연신 기침하더니 피를 토했다.백아영은 재빨리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화를 풀어주었다.“사모님, 진정하세요. 이 일은 제가 해결할 테니까 사모님은 몸조리나 잘하세요.”비록 백아영이 제때 나타나서 오미란을 구해줬지만, 컨디션이 나빠진 건 사실이다. 안 그래도 걱정과 고민이 끊이지 않는 데 자극까지 받아 화가 난 상황에서는 병세가 심각해지기 마련이다.백아영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는 못했다.“해결 방법은 없어.”오미란은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이놈의 주주들이 이성그룹 프로젝트를 대부분 꽉 잡고 있는데 작정하고 말썽을 일으킨다면 걷잡을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테니까 고작 우리 둘만으로 만회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야. 자금줄이 끊긴 현재를 놓고 봐도 벌써 메꾸기 힘들잖아.”비록 백아영은 선우 일가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지만, 연이은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남아있는 자산이 얼마 안 되었다.이렇게 큰 금액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게다가 회사가 휘청거리자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국내외 통틀어 이씨 가문을 피하기 급급했기에 도움의 손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전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성준의 회사를 제가 대신 지켜줄게요.”백아영은 마치 맹세하는 것처럼 또박또박 말했다.오미란은 착잡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후 한숨을 푹 내쉬었다.“성준이가 널 만나서 다행이지만, 둘은...”아무리 정이 깊어도 인연은 아닌 듯싶었다.오미란을 위로하고 재운 뒤 백아영은 방에서 걸어 나왔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 같았다.이내 성무열에게 전화를 걸자 잽싸게 받았다.“자기가 나한테 연락하다니, 무슨 일이야?”남원으로 돌아간 이후로 백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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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백아영은 별안간 깊은 바다에 빠진 듯싶었다. 그녀를 덮치는 바닷물에 속절없이 빨려가 숨 막히는 느낌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결국 고통이 밀려와 가슴을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성준아, 대체 어디 있어...?”“엄마.”피카츄 잠옷을 입은 이현무가 작은 베개를 끌어안고 맨발로 백아영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커다란 눈동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녀를 향했다.“방금 악몽을 꿨어요... 오늘 밤 같이 자도 될까요?”요즘 이현무는 갖은 이유로 부쩍 많이 찾아왔는데, 대부분 그녀가 일을 마친 직후였다.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현무를 향해 손을 뻗자, 이현무는 후다닥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겨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순간, 마음속에서 들끓던 감정이 서서히 안정되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를 반드시 찾을 거예요.”“응, 그래야지.”한 달 뒤.백아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부도나기 일보 직전까지 간 이성그룹을 간신히 다시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다른 속셈을 품고 있던 주주들도 절반 넘게 해고했다.마침내 짬이 나서 맨빌 아일랜드로 찾아갈 작정이지만, 그녀가 언급하자마자 선우경진에게 제지당했다.“아영아, 여긴 별일 없으니까 굳이 안 와도 돼. 오빠한테 맡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줄 테니까. 남원에 일도 많은데, 성준 씨 어머님도 병세가 위중하잖아? 넌 그냥 남원에 남아있어.”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오빠, 설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선우경진이 대답했다.“아니...”백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요.”선우경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아영아, 사실 나중에 알려주려고 했어. 맨빌 아일랜드에서 성준 씨가 살아서 떠내려갈 수 있는 곳은 이미 수십 번 샅샅이 수색했지만 성준 씨는 발견하지 못했어. 만약 아직 바다에 남아있다면 아마도 밑에 가라앉지 않았을까...?”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서 휴대폰을 놓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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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살아있다면 사람을 찾기 마련이고, 죽었다면 시체라도 건져야죠. 성준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백아영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이성준처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쉽게 목숨 잃을 일은 없을 거로 믿어요. 무조건 살아 있을 겁니다.”자신만만한 백아영의 모습을 보자 오미란은 되레 마음이 찡했다.비록 백아영이 스스로 속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폭발로 중상을 입고 바다에 빠져 행방불명이 된 상황에서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는데, 어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겠는가?어쩌면 폭발 당일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이미 모래 속에 파묻혔을지도 모른다.오미란은 생각할수록 절망이 몰려와 또다시 피를 토하고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백아영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까지 살려낼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오미란의 컨디션은 날이 갈수록 악화했다.백아영은 이성그룹의 일을 처리하는 반면 오미란도 돌봐야 했으며, 그와 동시에 맨빌 아일랜드 주변 마을 정보까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하루하루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다행히 일들이 폭풍처럼 몰아친 덕분에 그나마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나날이 커지는 그리움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칠 후 성무열이 돌아왔다.그를 발견한 백아영은 순간 넋을 잃더니 마음이 점점 싸늘하게 식어갔다.왜냐하면 성무열의 출현은 이성준을 찾는 인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야, 날 그렇게 만나기 싫어?”성무열은 성큼성큼 다가가 마치 친한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제 우린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가진 파트너 아니야? 만나기 싫어도 앞으로 매일 매일 얼굴 봐야 할 텐데? 오늘부터 이씨 가문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는 내가 직접 담당하기로 했어.”백아영은 성무열의 말에 깜짝 놀랐다.“성씨 일가에 담당자가 따로 있어. 안 그래도 업무가 산더미인 대표님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지.”“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내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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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맨빌 아일랜드를 떠난 그녀는 인근 육지 마을로 향했다.어쩌면 근처에서 생선 잡으러 출항한 어부가 마침 이성준을 발견하고 구해줘서 바다에서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그동안 선우경진은 사람을 데리고 집마다 돌아다니며 수소문했고, 그렇게 마을을 하나씩 거쳐 갔다.백아영이 선우경진을 발견했을 때 그는 부두에 서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수심이 가득했다.“오빠? 오빠!”백아영이 여러 번 부르고 나서야 선우경진은 정신을 차렸다. 이내 그녀를 발견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죄책감이 언뜻 스쳐 지나갔지만 교묘하게 속내를 감췄다.“아영아, 여기 왜 왔어? 오기 전에 미리 말이라도 하지.”“성준을 찾느라 고생하는 거 뻔히 아는데, 괜히 간다고 말했다가 데리러 오게 할 수는 없잖아요.”백아영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뭐 좀 찾아냈어요?”“아무런 단서도 없구나.”선우경진은 어두워진 얼굴로 백아영을 바라보았고, 말투에는 속상함이 가득했다.“아영아, 벌써 두 달째인데 어쩌면...”그러고 나서 한참 침묵을 유지하더니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이쯤에서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그동안 주변에서 하나둘씩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오미란은 절망에 빠졌고, 성무열은 일찌감치 손을 떼고 남원으로 돌아갔다.이제 선우경진도 포기하고 싶었다.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마다 백아영은 위태위태한 마음의 벽이 곧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선우경진의 말은 마치 날벼락처럼 다가와 안 그래도 연약한 멘탈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결국, 살짝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지는 지경까지 갔다.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성준을 찾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설령 모든 사람이 포기하더라도 그녀는 끝까지 버틸 것이다.“성준 씨가 아직 살아있다면 벌써 두 달도 더 지났는데 널 찾으러 가고도 남았을 거야.”선우경진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이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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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남원으로 돌아온 백아영은 비행기에서 내렸고, 일찍이 도착해서 기다리던 민병식을 만났다.고작 며칠 만에 민병식은 10년은 넘게 늙어 보였고, 초췌한 모습은 물론 등까지 굽었다.“아영아...”그는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이 늙은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우진이가 나쁜 짓을 저질러 너까지 다치게 했구나.”“할아버지, 잘못은 우진 씨가 한 거지 할아버지께서 사과할 일은 아니죠.”민병식이 고개를 끄덕였다.“우진은 이미 판결받았는데...”이내 목이 메는 듯 울먹였다.“무기징역이야.”맨빌 아일랜드에 폭탄을 터뜨린 민우진도 결국 도망가지 못하고 현장에서 붙잡혔다.남원으로 이송된 후 곧바로 재판에 들어갔다.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착잡한 기분에 입술만 꼭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우진이가 널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물론 넌 만날 생각이 없을 테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로 지냈던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줄래? 평생 착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아이가 딱 한 번 실수했는데...”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다니.백아영은 무거운 마음으로 교도소에 도착했다.면회실에 앉아 유리를 사이에 두고 죄수복을 입은 민우진이 교도관과 함께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봤다.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이 거뭇거뭇 자란 모습은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고,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히려 타락한 사람처럼 기가 죽었는데, 마치 먹구름에 가려진 듯 참담했다.그는 백아영의 맞은편에 앉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결국 아영 씨가 이겼네요.”이 말을 내뱉은 민우진은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바로 현실에 수긍했다.그의 인생은 이미 끝났고, 감옥에 갇힌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다만 아영 씨도 완승을 한 게 아닌가 봐요. 성준 씨를 아직도 못 찾았다고 하던데, 이미 죽은 거예요?”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내 착잡한 얼굴로 민우진을 바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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