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별안간 깊은 바다에 빠진 듯싶었다. 그녀를 덮치는 바닷물에 속절없이 빨려가 숨 막히는 느낌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결국 고통이 밀려와 가슴을 움켜쥐며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성준아, 대체 어디 있어...?”“엄마.”피카츄 잠옷을 입은 이현무가 작은 베개를 끌어안고 맨발로 백아영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커다란 눈동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그녀를 향했다.“방금 악몽을 꿨어요... 오늘 밤 같이 자도 될까요?”요즘 이현무는 갖은 이유로 부쩍 많이 찾아왔는데, 대부분 그녀가 일을 마친 직후였다.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현무를 향해 손을 뻗자, 이현무는 후다닥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겨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순간, 마음속에서 들끓던 감정이 서서히 안정되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를 반드시 찾을 거예요.”“응, 그래야지.”한 달 뒤.백아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부도나기 일보 직전까지 간 이성그룹을 간신히 다시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다른 속셈을 품고 있던 주주들도 절반 넘게 해고했다.마침내 짬이 나서 맨빌 아일랜드로 찾아갈 작정이지만, 그녀가 언급하자마자 선우경진에게 제지당했다.“아영아, 여긴 별일 없으니까 굳이 안 와도 돼. 오빠한테 맡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줄 테니까. 남원에 일도 많은데, 성준 씨 어머님도 병세가 위중하잖아? 넌 그냥 남원에 남아있어.”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오빠, 설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요?”선우경진이 대답했다.“아니...”백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요.”선우경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아영아, 사실 나중에 알려주려고 했어. 맨빌 아일랜드에서 성준 씨가 살아서 떠내려갈 수 있는 곳은 이미 수십 번 샅샅이 수색했지만 성준 씨는 발견하지 못했어. 만약 아직 바다에 남아있다면 아마도 밑에 가라앉지 않았을까...?”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서 휴대폰을 놓쳤다.
Last Updated : 2023-12-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