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아, 이제 저 사람들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지? 이참에 결혼도 없던 일로 하고 그냥 파혼해.”김경옥도 눈살을 찌푸리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백아영도 결국 백채영과 같은 부류인가 봐. 둘 다 좋은 사람은 아닌 듯싶은데 굳이 결혼해야 하겠어?”이 말을 듣자 백아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분노와 억울함이 치밀어 오르는 반면 두려움도 몰려와 불안한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대로 파혼하는 건가?‘아니, 아닐 거야.’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성준은 자신의 안위와 목숨까지 안중에도 없었다. 한 여자를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가 고작 이런 일로 파혼하고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아마도 지금은 화가 났을 뿐, 나중에 잘만 달래준다면...“참 웃기는 사람들이네요. 멀쩡한 혼사를 왜 당신들이 무르는 거죠?”선우경진은 백아영을 끌어안고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파혼해도 우리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하지 않겠어요?”“아영아, 가자! 오빠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 성준 씨가 직접 사과하러 찾아오지 않은 한 이 결혼은 없던 거로 해.”말을 마친 그는 씩씩거리며 백아영을 끌고 나갔다.강제로 끌려간 백아영은 심란한 마음으로 이성준을 돌아봤지만, 싸늘하면서 무심한 눈동자를 마주쳤다.그동안 애틋하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가슴이 찢어질 듯한 차가운 분노만 가득했다.백아영은 문득 두 사람의 사이가 아득히 멀어진 느낌이 들었다.선우경진이 백아영을 끌고 가고 나서도 오태식은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이내 노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봐봐, 성준아, 정녕 저런 여자랑 결혼할 거야? 이런 사람을 집안으로 들여서는 절대로 안 돼.”이성준의 서늘한 시선은 마치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오태식에게 향했다.“저희 집안일에 외삼촌이 끼어들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요?”오태식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 아까만 해도 분명 우호적인 태도였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만약 다음번에도 백아영을 다치게 한다면 삼촌을...”이성준의 말투가 얼음장처
Last Updated : 2023-12-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