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번호를 묻고 백아영은 서둘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같은 시각 일 층에 도착한 1번 엘리베이터가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고 안에는 휠체어를 밀고 있는 위정과 앤니가 있었다.그들은 이성준과 함께 남원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앤니가 위정을 도우려고 돌아서는 순간,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백아영을 발견하고선 깜짝 놀랐다.‘젠장, 여긴 왜 또 온 거야!’이성준이 가면을 쓰지 않았고 옆에 위정까지 있으니 아무리 숨겨도 들킬 상황이었다. 백아영이 이 모든 걸 알게 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간다.당황함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재빨리 닫힘 버튼을 누르며 백아영을 향해 걸어갔다.백아영은 급히 엘리베이터로 다가갔고 그녀의 시선에는 엘리베이터의 안쪽이 보였다.확인하려 하던 찰나에 앤니가 갑자기 시야를 가리더니 백아영을 세게 밀치며 큰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아영 씨,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설마 미행했어요? 이제 우리 성준 오빠한테 그만 집적거려요.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말 몇 마디에 순식간에 내연녀가 되었다.백아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혐오스러운 눈길로 앤니를 바라봤다.백채영을 제외하고 그녀에게 앤니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자 마주치고 싶은 않은 사람이 됐다.앤니의 존재는 시시각각 실패한 이성준과의 사랑을 상기시켰다.또한 주위에 이성준이 있다는 걸 의미했기에 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고 싸늘하게 앤니를 바라봤다.“앤니 씨, 이성준과의 관계를 끝낸 건 저예요. 계속 만나고 있었더라면 앤니 씨한테 눈길조차 안 줬을걸요? 그러니까 앞길 막지 말고 꺼져요.”백아영은 망설임 없이 앤니를 밀어냈다. 계속하여 욕설을 퍼부었지만 아무런 타격 없는 백아영의 모습에 앤니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래도 덕분에 1번 엘리베이터가 닫히면서 2번이 열렸다.백아영이 2번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앤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쌓인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백아영 씨, 알고 있겠지만 성준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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