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551 - Chapter 560

916 Chapters

제551화

그녀는 심란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푹 쉬어요.”...이성준과 헤어진 이후로 백아영은 비록 겉으로 꿋꿋하게 마음을 정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밤에는 제대로 된 잠을 자본 적이 거의 없었다.늘 슬픔의 도가니에 빠진 나머지 잠이 안 왔다.억지로 눈을 붙여 꿈을 꾼다 한들 항상 악몽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태윤의 컨디션을 보며 저도 모르게 시름이 놓인 바람에 까무룩 잠이 들었다. 심지어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다.다시 눈을 떴을 때 해가 벌써 중천이었고, 몸에 포근한 담요가 덮여 있었다.그녀는 약간 의아했다. 방 안에 오로지 두 사람뿐인지라 설마 한태윤이 그녀에게 덮어줬단 말인가?어젯밤에 분명 아파서 앉지도 못할 지경이었는데, 지금은...“태윤 씨, 몸은 괜찮아요?”백아영은 급히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의 손목을 잡고 맥박을 짚었다.이성준은 그녀에게 팔을 맡기고 침대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새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고, 눈가에 웃음기가 가득했다.“이렇게 홀가분한 적은 오랜만이에요.”약효가 나타났다!백아영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다행이에요.”환한 미소가 걸려 있는 그녀의 얼굴은 누가 봐도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반짝이는 햇빛까지 받아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순간 이성준은 넋을 잃고 말았다.무의식중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지만, 팔을 들자마자 다시 내려놓았다.비록 약효가 나타난 건 사실이지만, 잠깐의 생명 연장에 불과할 뿐 얼마나 유지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만약 완치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언젠간 죽게 될 운명이다.어쨌거나 살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주는 셈이다.따라서 지금은 아직 정체를 공개할 타이밍이 아니었고,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기는 일렀다.이성준은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주먹을 움켜쥐었다.“한약 좀 더 달여줄게요.”백아영이 신나서 방을 나섰고, 1층에 내려오자마자 나정숙과 마주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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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백아영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이를 바드득 갈았다.“지금 몸 상태로 김치 먹으면 안 돼요!”“그래요?”나정숙은 마치 그제야 알았다는 듯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김치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못 먹으면 버리죠, 뭐.”말을 마치고는 백아영을 스쳐 지나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심지어 손에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희멀건 죽만 들고 있었다.“고작 죽만 먹으면 영양실조 와요.”“아영 씨! 오지랖이 너무 넓은 거 같은데요?”나정숙은 짜증 섞인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영양실조요? 도련님에게 영양이란 단어 자체가 사치인 거 알아요? 병 치료한답시고 이미 돈을 싹싹 끌어다 썼죠. 이 쌀도 본채에서 겨우 얻어온 건데,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판이에요.”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한태윤의 처지가 딱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무려 재벌가 도련님이 이 정도로 초라한 지경에 이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찌 밥도 제대로 못 먹냐는 말이다.반면, 본채에서는 매일 같이 진수성찬에 산해진미를 먹고 있으면서 한태윤의 생사 따위 안중에도 없다.“참, 아영 씨, 여긴 먹을 게 별로 없어서 아영 씨까지 대접하기 힘들어요. 배가 고프면 본채에 가서 먹어요.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놓치지 말고요.”나정숙은 은총을 베푸는 식으로 말하더니 우쭐거리며 2층으로 걸어갔다.백아영은 주먹을 꽉 쥐었고,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덕분에 본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고,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밀려왔다.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본가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백아영은 배달 어플을 켜고 음식을 주문했다. 한태윤에게 먹이려고 그나마 영양가 있는 전복죽과 반찬을 시켰고, 본인은 우육면을 선택했다.배달이 도착하자 한약도 마침 준비되어 쟁반에 담아 2층으로 들고 올라갔다.방에 들어서자 침대맡에 놓인 죽이 보였고, 그는 한 입도 대지 않았다.백아영은 가슴이 짠했다. 지난 두 달 동안 한태윤은 병고에 시달렸을 뿐만 아니라 사느니 죽느니만 못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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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신경 써서 요리도 해주고 매일 노심초사하며 그가 다 먹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는데, 그럴 때마다 백아영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이성준은 그녀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그녀가 만든 요리는 이성준이 거의 비우다시피 했고, 백아영은 간이 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아영이가 맨날 배달 음식만 먹어서 언젠간 몸이 상할 거야. 돌아가서 며칠 내로 매운 요리 전문 도우미를 한씨 일가에 보낼 수 있도록 해.”백아영은 최대한 비밀을 유지했지만, 나정숙이 매일같이 감시하는 탓에 결국 한태윤의 컨디션이 점점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다음날 이른 아침, 한태성이 부리나케 ‘병문안’하러 찾아왔다.예전보다 훨씬 더 밝아진 한태윤의 안색을 보자 그는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넌 운도 참 좋아. 죽음의 문턱까지 가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다니.”이성준이 냉소를 지었다.“실망하게 해서 미안해.”“하지만 어디까지나 겨우 연명했을 뿐 완치될지는 아직 미지수야. 넌 어렸을 때부터 재수가 없어서 안쓰러울 지경이니까 운이 좋다고 한들 오래가지는 못할 거야.”한태성은 대놓고 저주하더니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방을 나서자마자 나정숙을 붙잡고 욕설을 퍼부었다.“저 자식을 빨리 죽이려고 당신을 보냈지, 버젓이 지켜보는데 어떻게 저 정도로 회복될 때까지 가만히 있어? 설마 저놈한테 회유당한 건가?”“아니에요, 전 일편단심 큰 도련님의 편입니다.”나정숙이 황급히 설명했다.“선우 일가 아가씨가 일부러 저한테 숨기는 바람에 늦게 발견했어요. 의술도 기괴하고, 매일 셋째 도련님에게 각종 보양식을 만들어서 먹인 덕분에 서서히 회복된 거 같아요. 큰 도련님의 일을 망친 장본인은 백아영이라고요.”“백아영? 내가 너무 얕잡아 봤나?”한태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백아영을 발견하고 험악한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갔다.그러고 나서 그녀를 덥석 붙잡더니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백아영이 은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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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백아영이 현재 50조가 절실한 건 사실이다.원래는 혈삼으로 개발한 신약을 팔아서 빚을 갚으려고 했지만, 이미 한태윤의 목숨을 살리려고 혈삼을 써버렸으니 연구용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그러나 다른 방법을 찾기에는 50조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채우는 건 물론, 그만큼 버는 방법 자체가 있는지 의문이었다.하지만 유혹적인 제안에도 백아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절했다.“사람의 목숨은 돈으로 매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태성 씨, 아무리 그래도 피가 섞인 형제인데 오매불망 죽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라니, 정녕 양심의 가책이 안 느껴지나요?”거짓 웃음을 짓던 한태성의 얼굴이 순간 굳어버렸다.이내 눈을 부라리며 백아영을 협박했다.“좋은 말 할 때 듣죠?”백아영이 태연하게 대답했다.“글쎄요, 이게 과연 좋은 말일까요?”한태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결국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옆에 놓인 쓰레기통을 걷어차더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으름장을 놓았다.“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한태윤의 컨디션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이 발 빠르게 퍼져나갔다.한씨 일가의 지인과 친척들이 잇달아 병문안하러 찾아왔고, 그동안 썰렁하다 못해 먼지가 쌓이기 직전이던 별장이 순식간에 활기를 되찾았다.갑작스러운 변화에 백아영은 적응이 안 될 지경이었다.한태윤은 마치 각박한 세상에 이미 질려버린 듯 멀리서 찾아온 친척들이라고 할지언정 하나같이 차가운 얼굴로 쌀쌀맞게 대했다.결국 호의가 무참히 짓밟혔다는 생각에 사람들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고, 어두운 안색으로 하나둘씩 돌아갔다.결국 우르르 찾아왔다가 다시 쌩하니 떠나가는 꼴이 되었다.한태윤의 외삼촌인 한성철은 여덟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녀석은 얼굴이 누렇고 비쩍 말랐다. 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심하게 어른들 뒤에 숨었고, 겁이 유난히 많았다.그러다 돌아가기 직전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이를 본 한성철이 급히 백아영을 붙잡았다.“당신 의사죠? 우리 아이 좀 봐주세요. 대체 왜 이러는 거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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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이성준이 팔을 들자 백아영은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내 뼈만 앙상한 팔뚝이 드러났고, 아무리 본 적이 있다고 해도 흠칫 놀라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저도 모르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그러나 겉으로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그의 팔을 붙잡고 팔뚝에 새빨간 점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그러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다른 팔도 주세요.”이성준은 얌전하게 반대팔도 뻗었는데, 실수로 백아영의 손에 닿았다.남자의 커다란 손바닥은 마치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화들짝 놀란 백아영은 피부가 불에 덴 듯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하지만 놀랍게도 거부감은커녕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그녀는 넋을 잃은 나머지 손을 빼내는 것도 잊은 채 의아한 눈빛으로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남자의 그윽한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마치 감전이라도 당한 듯 심장이 찌릿했다.설마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단 말인가?“죄송해요.”이성준은 고개를 숙이고 백아영의 시선을 피했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사과하면서 손을 내렸다.남자의 우아한 움직임에 백아영은 다시금 낯선 느낌이 들었다.방금 느꼈던 찰나의 감정이 어느새 희미해져 갔다.그녀는 엉뚱한 생각 하는 자신을 속으로 몰래 비웃었다. 다음날, 한태윤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소문을 듣자 병문안 온 사람들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고 뒤꽁무니를 내뺐다.“드디어 좀 살만하네요.”백아영은 간만에 늦잠을 잤다.“벌써 약 먹을 시간이네요. 얼른 갖다 드릴게요.”그녀는 주방에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걸어 나오는 나정숙을 발견했다.이제 한태윤의 약과 음식은 전부 백아영이 담당하고 있고, 나정숙은 단체 취식을 하기에 주방에 드나들 필요가 없었다.백아영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렸다.“주방에는 왜요?”나정숙은 제 발 저린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안 그래도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인지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에 백아영은 즉시 확인하러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이때, 누군가 또 찾아오자 백아영이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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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짐작할 것 없이 모든 건 한태성의 계획이다.그녀가 한태윤을 치료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7, 8살짜리의 어린아이마저 이용할 만큼 그 수법이 악랄했다.“아이가 저 때문에 잘못된 건지는 병원에 데려가서 진찰받아보면 알겠죠.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백아영은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려움 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만약 이 일이 저와 무관하다면 한씨 일가에서 쫓아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요. 게다가 명예훼손까지 했으니 선우 일가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선우 일가는 한씨 일가만큼의 큰 규모와 세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고 유명한 의가였기에 영향력이 몹시 컸다.솔직히 일이 터지는 순간 한씨 일가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장단점을 생각하며 고민에 빠진 한건우는 표정이 어두워졌다.한건우의 표정에서 그의 망설임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한태성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독사처럼 사악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도련님, 괜찮으세요?”이때 위층에서 나정숙의 비명이 들려왔다.“도련님이 피를 토하고 있어요. 빨리 누가 와서 도와주세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요.”백아영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으며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백아영은 곧바로 위층으로 달려갔다.그녀의 뒤에 있던 한태성도 사람들을 데리고 서둘러 따라갔다.방에 들어서자 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고 한태윤은 침대 옆에 누워있었는데 침대 시트와 바닥은 갓 토한 피로 빨갛게 물들어있었다.가면 아래 드러난 반쪽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고 호흡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약했다.백아영은 숨이 막혀왔다.불과 십 분 전만 해도 건강을 회복하며 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그녀의 심장은 마치 가느다란 실에 묶여 하늘 높이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고 언제든지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태윤 씨.”백아영은 그의 상태를 살피고 치료하기 위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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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우영을 넣기 위해 부엌으로 간 게 확실하다.“이건 모함이에요!”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넣은 게 아닙니다. 전 태윤 씨를 구하기 위해 여기로 온 사람이에요. 이대로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속아서 시간 지체하다가 태윤 씨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요!”“여기서 태윤을 죽이려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한태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밖으로 끌어냈다.“일이 급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감옥에 보내는 건데 운 좋은 줄 알아요. 어찌 됐든 방해하지 말고 얼른 꺼져요.”“이거 놔요!”백아영은 은침으로 그를 찌르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일찌감치 준비했던 한태성은 재빨리 몸을 피했고 동시에 한씨 일가 경호원들이 달려 들어와 백아영을 제압했다.“백아영 씨, 모든 일에 다 참견하면 지금처럼 혹 떼려다 혹 붙은 꼴이 돼요. 가끔은 모르는 척 눈감을 줄도 알아야지 않겠어요?”한태성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그래도 참 고마워요. 덕분에 정정당당하게 태윤을 황천길로 보내게 됐거든요.”역시나 한태성이 계획한 일이었다.백아영은 줄곧 나정숙을 경계했음에도 끝내 한태윤에게 약 타는 걸 막지 못했다.괴롭고 화가 나서 몸부림쳤지만 전혀 저항할 수 없었고 곧바로 경호원들에 의해 쫓겨났다.“이거 놓으라고! 태윤 씨, 태윤 씨!”백아영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태윤은 그녀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졌고 백아영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점점 더 허약해지고 초췌해지며 죽음에 가까워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많은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그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이건 죽음을 재촉하는 거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황이다.백아영이 떠나면 한태윤은 살아남을 수 없을 텐데...“꺼져. 다시 한씨 가문을 찾아와서 귀찮게 하면 사지를 부러뜨릴 거야.”경호원들은 거칠게 백아영을 문밖에 내던지고선 난폭하게 철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백아영은 아파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일어나 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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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태윤을 위해 내가 직접 제작한 관이 있는데 누가 가서 그것 좀 갖고 와봐.”이나연은 관이라는 말을 듣자 더욱 격렬하게 몸을 떨었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말도 안 돼. 이대로 죽으면 안되는데...’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한태성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했다.“빨리 사람 불러서 뭐라도 좀 해봐. 태윤이 죽으면 한씨 일가도 끝장이고 우리 전부 다 망한다고. 사실은...”“살아날 가능성 없어요.”한태성은 잔인하게 웃으며 득의양양하게 말했다.“포기해요. 이건 백아영을 불러들인다 해도 소용없고 누가와도 어차피 죽을 운명이에요”이성준의 입가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내렸고 창백하게 질린 그의 얼굴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곧이어 그의 팔도 무기력하게 툭 떨어졌는데...“악!”이나연은 끝이 다가온 듯한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고 갑자기 숨을 헐떡이더니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참 한스럽네요.”한태성은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곧이어 잔뜩 신이 나서 ECG 모니터를 보더니 그것이 일직선으로 변해 완전히 숨이 끊기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기기는 여전히 미세한 심장박동을 감지하는 듯 곡선을 이루고 있다.“도련님, 관이 도착했습니다.”한태성은 곁눈질로 홀에 놓인 관을 확인했고 그 속으로 한태윤을 넣고 싶다는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쳤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가식적으로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이 지경에 이른 걸 보면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 고통스럽게 목숨을 유지하는 것보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태윤을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게 어때요?”이곳에 온 친척, 친구들마저 모두 속물이었으니 한태윤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었다. 그가 죽으면 이제부터 한태성이 그 자리에 앉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서둘러 그의 비위를 맞추며 아부를 떨었다.“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 고통을 가중할 바엔 차라리 보내주는 게 훨씬 낫죠.”“맞아요...”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한태성은 만족스러운 듯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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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백아영은 무서웠다. 그가 죽었을까 봐 겁이 났다.“태윤 씨, 죽으면 안 돼요... 제발...”그녀는 울먹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두려움인지 몰랐으나 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그러나 자제력을 잃은 것도 잠깐일 뿐 백아영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의 맥을 짚었다.그는 이미 심하게 중독되어 죽음의 문턱에 발을 걸치는 상황이었고 언제든지 숨이 끊길 정도로 위태로웠다.지금 이 순간을 버티지 못한다면 백아영의 치료는 무용지물이 된다.“태윤 씨, 저 왔어요. 들려요?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요.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제가 무조건 살릴게요.”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고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떨었다.“울...”이성준은 창백한 입술을 열더니 죽어가는 듯한 허약한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울지... 말아요...”순간 백아영은 바다에 빠진 사람이 튜브를 발견한 듯 희망을 보았다.눈물이 앞을 가린 탓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은 이성준과 매우 흡사해 보였고 목소리마저 비슷하니 이성준이라는 착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를 살리겠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조금만 더 힘내요. 제가 꼭 살릴게요.”백아영은 눈물을 닦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 과감하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은침이 하나둘씩 꽂히자 이성준의 입가에 흐르고 있던 피가 조금씩 멈추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위독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반항하던 한씨 일가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제압당했다.한태성은 코가 멍들고 얼굴이 팅팅 부어오를 정도로 얻어맞았음에도 전혀 굴복할 마음이 없었다. 한태윤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모습을 보고 여전히 화를 주체할 수 없었고 고통보다는 그에게 가장 위협되는 존재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반드시 한태윤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절대 그를 살려둘 수 없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백아영, 죽어!”한태성은 선우철의 주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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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이성준의 싸늘한 눈빛은 마치 찬바람이 스치듯 주위를 맴돌다가 마침내 한태성에게 닿았다.한태성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온몸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더니 무의식적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이 살벌하고 공포스러운 눈빛에서는 평소의 점잖고 우아한 한태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죽는 게 마땅해.”살의가 뿜어져 나왔다.이성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죽일듯한 기세로 침대에서 내려왔는데 흉악하고 험상궂은 모습은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그러나 기세와는 달리 허약한 몸은 버텨주지 않았고 그는 힘이 풀린 채로 백아영에게 쓰러졌다.백아영은 재빨리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아직 완벽하게 나은 게 아니니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이성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망가진 몸을 원망하고 탓했다.한태성은 마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더니 내심 한태윤의 몸이 망가진 걸 다행스럽게 여겼다.한편으로는 아무리 흉악한 모습일지라도 결국엔 자신의 손에 의해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꼈다.하여 자신감을 되찾은 한태성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사납게 말했다.“백아영 씨, 오늘 강제로 한씨 일가에 침입해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이 일은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제경에서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요?”비록 지금은 사람이 많아 유리한 상황에 처했지만 결국에 이곳은 제경이자 한씨 일가의 구역이다. 별장 내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잡혀갈 게 뻔했다.백아영이 없다면 한태윤은 또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아니, 죽는 게 확실하다.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경호원을 불러 한씨 일가에 침입할 때부터 이미 대가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대가를 치르는 건 불가피한 일이기에 모든 것을 감수하리라 마음먹었다.“하...”이성준은 고개를 들었고 그의 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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