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60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20 18:00:00
이성준의 싸늘한 눈빛은 마치 찬바람이 스치듯 주위를 맴돌다가 마침내 한태성에게 닿았다.

한태성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온몸이 차가워지는 걸 느끼더니 무의식적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이 살벌하고 공포스러운 눈빛에서는 평소의 점잖고 우아한 한태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넌 죽는 게 마땅해.”

살의가 뿜어져 나왔다.

이성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죽일듯한 기세로 침대에서 내려왔는데 흉악하고 험상궂은 모습은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그러나 기세와는 달리 허약한 몸은 버텨주지 않았고 그는 힘이 풀린 채로 백아영에게 쓰러졌다.

백아영은 재빨리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

“아직 완벽하게 나은 게 아니니까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

이성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망가진 몸을 원망하고 탓했다.

한태성은 마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더니 내심 한태윤의 몸이 망가진 걸 다행스럽게 여겼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흉악한 모습일지라도 결국엔 자신의 손에 의해 불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우월감을 느꼈다.

하여 자신감을 되찾은 한태성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사납게 말했다.

“백아영 씨, 오늘 강제로 한씨 일가에 침입해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이 일은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제경에서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당연히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요?”

비록 지금은 사람이 많아 유리한 상황에 처했지만 결국에 이곳은 제경이자 한씨 일가의 구역이다. 별장 내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니 경찰에 신고하는 순간 잡혀갈 게 뻔했다.

백아영이 없다면 한태윤은 또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니, 죽는 게 확실하다.

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경호원을 불러 한씨 일가에 침입할 때부터 이미 대가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람을 구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대가를 치르는 건 불가피한 일이기에 모든 것을 감수하리라 마음먹었다.

“하...”

이성준은 고개를 들었고 그의 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1화

    한태윤이 관계가 틀어질 거라는 각오를 하고 한태성을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백아영은 지금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이다.그들 사이에 서로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이성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면서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침대에 쓰러졌다.이성준은 긴장해 하는 백아영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저 곧 죽는 거 아니에요?”백아영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중독된 건 그녀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성준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발버둥도 제대로 못 쳐보고 죽을 것이 분명했다.‘아영이 옆에 더 오래 함께 있어 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제가 말했잖아요. 한태윤 씨를 내가 꼭 살린다고.”백아영은 이성준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말을 이어갔다.“이번에 독이 확실히 위험하긴 해요. 그런데 다행인 건 독 덕분에 허약한 기운이 한꺼번에 솟구쳐올라 왔어요. 지금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최소한 3년 수명은 연장해 줄 수 있어요. 그리고 3년 안에 제가 꼭 한태윤 씨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3년!’이성준에게 있어 3년이란 시간은 암흑 속에 비춰 들어온 빛과 같았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눈부신 빛이었다.“백아영 씨, 만약 제가 완쾌만 된다면 제가 꼭...”그의 눈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찬란하고도 뜨거운 느낌을 주는 눈빛이었다.“몸으로 이 은혜를 갚을게요!”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그녀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이며 말했다.“장난치지 마세요. 한 번만 더 그러면 치료 안 해줄 거예요.”밤이 되어서 이성준은 눈을 뜨고 전화를 꺼내 들고 위정에게 연락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한태윤 제안 받아들이겠다고 전해.”한태윤의 어머니는 선택권이 없이 강제로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 한태윤 또한 한씨 일가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자라면서 또 상속권 문제로 한태성에게 여러 차례 박해를 받았었

    최신 업데이트 : 2023-12-2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2화

    “네가?”한태성은 입안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나도 해결 못 하는 일을 네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데?”이성준은 휠체어에 앉아서 비꼬는 듯한 눈길로 한태성을 내려다보았다.“외부인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수 촌에 있는 사람들을 동원하면 되죠.”“내가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 이수 촌에 깡패집단이 있는데 그 촌에 있는 모든 남자가 다 그 깡패집단 말을 듣는단 말이야. 전에 연락해봤는데 말이 안 통한다니까.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니까.”한태성은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고는 울분이 담긴 말투로 이성준을 반박했다.‘내우외환인 상황만 아니었어도 지금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야.’“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무능하지는 않아.”이성준은 헛웃음을 치면서 싫어하는 티를 내며 더는 한태성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한건우를 쳐다보면서 태연자약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갈게요. 실패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을 거예요. 만약 성공한다면 저도 한씨 일가를 위험에서 구출한 것과 같은데 한원그룹 부대표 자리를 저에게 주세요.”부실 공사로 인해 큰 손해를 본다고 해도 한원그룹의 뿌리가 흔들리는 건 아니었다. 이성준의 최종목표는 한원그룹의 부대표 자리였다.“욕심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네가 감히...”한태성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건우가 호통하면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닥치지 못해!”“아버지.”한태성은 경악한 표정을 하고 이성준을 바라보고 있는 한건우를 쳐다보았다.한건우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이성준에게서 위험한 기품을 느꼈다. 이성준한테서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고 있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한건우는 본능적으로 이성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했다.“그래, 네가 가서 해보거라.”한씨 일가에서 이수 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개인 헬기는 오로지 한 대뿐이었다. 그래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었는데 회사에 가서 직접 골라

    최신 업데이트 : 2023-12-20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3화

    회의실 안에서는 서류들이 눈꽃처럼 이리저리 날려있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이성준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던 회사 직원들은 다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이성준을 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조금 전, 이성준이 시비를 거는 사람의 손목을 부러뜨렸다.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장면이었다.“하기 싫은 사람들 다 나와보세요.”이성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휠체어 앉아있었지만 그의 사악한 기운은 염라대왕을 방불케 했다.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하... 하겠습니다.”바로 이때, 백아영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땅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백아영은 다급하게 이성준 옆에 다가가 물었다.“괜찮아요? 이 사람들이 태윤 씨를 난감하게 만들지는 않았어요?”백아영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매서운 눈빛으로 회의실 안에 있는 직원들을 쏘아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직원들이 하나 같이 덜덜 떨며 눈을 깔고 있었다.‘이게... 내가 상상했던 장면과는 너무 다른데.’이성준은 자신을 지켜주려고 나서는 백아영을 보며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유유히 말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 좋은 사람들이어서 친절하게 나랑 얘기 나누고 있었어요.”직원들은 손목이 부러진 사람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친절하다는 뜻을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백아영은 기괴한 분위기를 느끼고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아까까지 패기가 흘러넘치던 이성준은 이마를 짚으며 허약한 척했다.“안 괜찮은 것 같아요.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요.”“우리 휴식실로 가요.”백아영은 이내 이성준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회의실 문 앞까지 갔을 때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며 경고하는 눈길로 회의실 안에 있는 직원들을 쳐다보았다.“한태윤 씨는 제 환자입니다. 만약 할 말이 남으셨다면 저한테 찾아오시면 됩니다. 하지

    최신 업데이트 : 2023-12-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4화

    백아영은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긴 채로 함께 발코니에 있는 소파에 앉아 정원에 만개한 꽃들을 보고 있었다.하지만 이성준은 계속 그녀를 쳐다보았다.끝이 보이지 않은 깊은 바다처럼 부드러운 그의 눈길은 그녀의 영혼을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 황홀함에 빠져 무척 행복했다.바로 이때, 귀가 째질 듯한 우렛소리와도 같은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꿈도 함께 깨졌다.백아영은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자신이 크기가 알맞춤한 작은 방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방문 밖에서는 한태윤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큰일 났어!’백아영은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한태윤 씨, 괜찮아요?”작은 방을 나가면 곧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는 한 무리 직원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경악한 표정을 짓고 휴식실에서 나오는 백아영을 바라보았다.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여자가 한태윤의 휴식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고 다들 이상한 상상을 했다.다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백아영은 한태윤이 그저 기침만 할 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을 보며 자신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깨달았다.그녀는 너무 쑥스러운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전에 있었던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전에도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이성준 휴식실에서 나왔었는데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불쾌해진 이성준은 당장에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하지만 그녀가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죄송해요.”백아영은 난처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하고는 휴식실로 도피하려고 했다.바로 이때, 이성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할 필요 없어요. 죄송해야 할 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쓰레기 놈들이에요.”싸늘한 그의 눈빛이 칼날과도 같이 직원들을 쏘아봤다.“한 번만 더 보면 그 눈알을 파내버릴 거예요.”

    최신 업데이트 : 2023-12-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5화

    이성준의 싸늘한 목소리에 호텔 사장은 몸서리쳤다.그는 황급히 황구렁이의 주소를 알려줬다.한태윤은 특별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선우철에게 부탁했다.“내일 식사 대접하게 모셔와요.”그 말을 들은 호텔 사장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옆에 있던 웨이터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겁에 질린 호텔 사장은 이성준과 그의 일행들이 성큼성큼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길 안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혼자 중얼거렸다.“큰일이야. 사람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어.”한태윤이 오자마자 황구렁이를 찾는 걸 봐서는 꼭 그와 의논할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한태윤은 황구렁이의 성격이 괴팍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말이 아닌 데다가 특히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싫어해서 만나는 외지 사람마다 죽인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황구렁이와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사람 중에 몸이 성해서 떠난 사람은 없었다.이튿날 아침, 선우철은 황구렁이를 찾아갔다.그가 돌아왔을 때 정장 여러 군데가 구멍이 나 있었고 얼굴에도 선명한 멍 자국이 나 있었다. 한 판 붙고 온 게 뻔했다.백아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 황구렁이가 가자마자 손을 대던가요?”“그건 아닌데 황구렁이가 식사하는 건 되는데 먼저 자신을 설득할만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선우철의 싸움 실력이 아주 훌륭했다. 그러나 황구렁이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번갈아 덤벼드는 바람에 그들을 쓰러뜨리는 데 은근히 애를 먹었다.“내일 식사 자리에 참석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어요.”선우철은 자신의 상처를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이성준에게 말했다.“황구렁이란 사람 역시 소문과 같이 고집불통이어서 돈과 권력으로 거래를 하자고 해도 전혀 넘어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어요.”“한태윤 씨, 혹시 황구렁이를 상대할 대책이라도 있는 건가요?”이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마음속에 명확한 타산이 있었다.이세운은 벽 뒤에

    최신 업데이트 : 2023-12-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6화

    새벽 12시 30분, 황구렁이는 기세가 드높은 깡패 무리를 데리고 호텔을 둘러쌌다.정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이성준의 방문을 두드리면서 말했다.“도련님, 문 열어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황구렁이가 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잡았고, 이제 곧 도련님을 죽이러 올 겁니다! 제가 엄호할 테니까 얼른 도망가십시오!”잠깐 자다가 정호의 목소리에 깬 이성준은 눈이 빨개진 채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그는 무섭도록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아영 씨는?”“백아영 씨와 선우철 씨는 이미 나가셨습니다.”이성준은 마음이 놓였다.선우철이 백아영의 곁에 있다면 그녀는 위험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황구렁이가 왔다고?’이성준은 외투를 걸치고 휠체어에 올라타고는 레스토랑 쪽으로 향했다.“겁도 없이 여길 찾아오다니, 내가 제대로 대접해 줘야지.”‘대접해 준다고?’정호는 멘탈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곧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겠군!’그는 다급하게 백아영에게 전화를 걸어 선우철더러 돌아와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호텔의 신호는 이미 전부 차단되었다.같은 시각, 백아영은 작업반장의 안내로 SUV를 타고 가장 가까운 마을에 도착했다.하지만 그가 말한 ‘내연녀’ 집에 도착했는데도 황구렁이는 보이지 않았다.백아영은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차가운 눈빛으로 작업반장을 쏘아보며 물었다.“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예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예요?”작업반장이 백아영을 데려온 곳은 그의 집이었다. 그는 편안히 소파 위에 눕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죄송해요, 백아영 씨. 저도 돈 받고 일한 거라. 제가 맡은 일이 바로 백아영 씨와 싸움을 잘하는 선우철 씨를 이쪽으로 유인하는 거거든요.”그는 갑자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호텔 쪽 사람은 이미 황구렁이가 제대로 혼내주고 있겠죠?”그는 원래도 한태성을 위해 일했었다.게다가 이세운이 그를 찾아와 돈으로 유혹까지 했으니 그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싸늘한 기운이

    최신 업데이트 : 2023-12-2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7화

    하지만 룸 안의 상황은 백아영이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그녀가 상상했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없었고, 한태윤이 처참히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오직 한태윤과 황구렁이가 룸 안에 있었는데 화목한 분위기의 두 사람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백아영이 갑자기 들어오자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그녀에게 돌렸다.한태윤은 미소를 짓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젠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 황구렁이도 막무가내로 무작정 들이닥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우리는 서로 비즈니스를 하기로 협의했어요.”‘협의했다고?’황구렁이가 일부러 그녀를 따돌리고, 또 몇십 명의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기세등등하게 왔는데 어떻게 쉽게 협의할 수 있지?백아영은 믿기지 않아 경계심을 높인 채로 이성준 옆에 걸어갔다.“혹시 태윤 씨를 협박하던가요?”“겁먹지 말아요. 내가 있으니 태윤 씨는 다칠 일이 없을 거예요.”백아영이 손바닥을 펴더니 보랏빛 가루가 차가운 빛을 비추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황구렁이는 겁에 질려 손사래를 치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렇게 하겠어요? 태윤 도련님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그가 말하는 사이에 손수건을 두른 손바닥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분명 방금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네!”백아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싸우지 않았다면 왜 상처를 입었겠어요?”“그게, 그게...”황구렁이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성준을 힐끔 바라봤다.‘거짓말인 게 분명 티가 나는데 어떻게 속일 수 있다고 그래?’이성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싸우다가 다친 거 아니에요.”“아, 맞아요!”황구렁이가 문득 깨닫고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다른 사람과 싸웠어요. 그때 상처를 입은 거예요.”백아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아무리

    최신 업데이트 : 2023-12-2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68화

    “그리고.”이성준은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아영 씨가 제 일에 참견하는 게 좋아요.”...황구렁이는 워낙 경험이 풍부했기에 처음부터 한태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일부러 고장 냈다.“x발, 이 x끼들. 이제 돌아가자마자 혼내야겠네.”황구렁이가 분노의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은 채 아부를 떨며 말했다.“도련님, 백아영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당장 사람 찾아서 수리하라고 할게요.”백아영이 미간을 구겼다.“지금이 벌써 몇 신데, 수리를 끝내면 아침이 다 되겠어요.”“그러게요, 시간이 늦었네요. 사시는 층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던데. 도련님, 혹시 수고스러운 대로 걸어...”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성준의 차가운 눈빛을 느끼고는 겁에 질렸다. 왠지 모르게 손에서 전해 오는 고통도 더 심해진 것 같았다.황구렁이가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걸어서는 못 가시겠죠, 그럼, 그럼 어떻게 할까요?”“걸어볼게.”이성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힘껏 잡아 비틀거리며 휠체어에서 일어났다.단지 휠체어에서 일어섰을 뿐인데 그는 힘들어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더없이 피곤해 보였다.황구렁이는 어안이 벙벙했다.방금 룸에서 그의 부하 열댓 명을 쓰러 눕힌 사람과 눈앞의 사람이 과연 동일 인물인지 싶었다.“도련님, 제가, 제가 부축할게요.”황구렁이는 그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하지만 그에게 가까이 가자마자 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황구렁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가 뒷걸음질을 친 순간, 이성준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덩치 큰 몸을 비틀거리며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그는 마침 백아영이 있는 쪽으로 넘어졌다.백아영이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이성준은 워낙 우람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를 부축했다기보다 그의 품에 안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익숙한 느낌이 순식간에 전해져 왔

    최신 업데이트 : 2023-12-22

최신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6화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