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916 챕터

제561화

한태윤이 관계가 틀어질 거라는 각오를 하고 한태성을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백아영은 지금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이다.그들 사이에 서로 감사 인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이성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면서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침대에 쓰러졌다.이성준은 긴장해 하는 백아영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저 곧 죽는 거 아니에요?”백아영의 의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중독된 건 그녀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성준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발버둥도 제대로 못 쳐보고 죽을 것이 분명했다.‘아영이 옆에 더 오래 함께 있어 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제가 말했잖아요. 한태윤 씨를 내가 꼭 살린다고.”백아영은 이성준에게 담요를 덮어주며 말을 이어갔다.“이번에 독이 확실히 위험하긴 해요. 그런데 다행인 건 독 덕분에 허약한 기운이 한꺼번에 솟구쳐올라 왔어요. 지금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최소한 3년 수명은 연장해 줄 수 있어요. 그리고 3년 안에 제가 꼭 한태윤 씨를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3년!’이성준에게 있어 3년이란 시간은 암흑 속에 비춰 들어온 빛과 같았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눈부신 빛이었다.“백아영 씨, 만약 제가 완쾌만 된다면 제가 꼭...”그의 눈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찬란하고도 뜨거운 느낌을 주는 눈빛이었다.“몸으로 이 은혜를 갚을게요!”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그녀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이며 말했다.“장난치지 마세요. 한 번만 더 그러면 치료 안 해줄 거예요.”밤이 되어서 이성준은 눈을 뜨고 전화를 꺼내 들고 위정에게 연락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싸늘했다.“한태윤 제안 받아들이겠다고 전해.”한태윤의 어머니는 선택권이 없이 강제로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 한태윤 또한 한씨 일가에서 힘겹게 살아왔다. 자라면서 또 상속권 문제로 한태성에게 여러 차례 박해를 받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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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네가?”한태성은 입안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나도 해결 못 하는 일을 네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건데?”이성준은 휠체어에 앉아서 비꼬는 듯한 눈길로 한태성을 내려다보았다.“외부인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이수 촌에 있는 사람들을 동원하면 되죠.”“내가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 이수 촌에 깡패집단이 있는데 그 촌에 있는 모든 남자가 다 그 깡패집단 말을 듣는단 말이야. 전에 연락해봤는데 말이 안 통한다니까.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니까.”한태성은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고는 울분이 담긴 말투로 이성준을 반박했다.‘내우외환인 상황만 아니었어도 지금 이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야.’“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무능하지는 않아.”이성준은 헛웃음을 치면서 싫어하는 티를 내며 더는 한태성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한건우를 쳐다보면서 태연자약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갈게요. 실패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을 거예요. 만약 성공한다면 저도 한씨 일가를 위험에서 구출한 것과 같은데 한원그룹 부대표 자리를 저에게 주세요.”부실 공사로 인해 큰 손해를 본다고 해도 한원그룹의 뿌리가 흔들리는 건 아니었다. 이성준의 최종목표는 한원그룹의 부대표 자리였다.“욕심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네가 감히...”한태성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건우가 호통하면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닥치지 못해!”“아버지.”한태성은 경악한 표정을 하고 이성준을 바라보고 있는 한건우를 쳐다보았다.한건우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이성준에게서 위험한 기품을 느꼈다. 이성준한테서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고 있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한건우는 본능적으로 이성준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했다.“그래, 네가 가서 해보거라.”한씨 일가에서 이수 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개인 헬기는 오로지 한 대뿐이었다. 그래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었는데 회사에 가서 직접 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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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회의실 안에서는 서류들이 눈꽃처럼 이리저리 날려있었다. 회의실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이성준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던 회사 직원들은 다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이성준을 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조금 전, 이성준이 시비를 거는 사람의 손목을 부러뜨렸다.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장면이었다.“하기 싫은 사람들 다 나와보세요.”이성준의 싸늘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휠체어 앉아있었지만 그의 사악한 기운은 염라대왕을 방불케 했다.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하... 하겠습니다.”바로 이때, 백아영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땅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백아영은 다급하게 이성준 옆에 다가가 물었다.“괜찮아요? 이 사람들이 태윤 씨를 난감하게 만들지는 않았어요?”백아영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매서운 눈빛으로 회의실 안에 있는 직원들을 쏘아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직원들이 하나 같이 덜덜 떨며 눈을 깔고 있었다.‘이게... 내가 상상했던 장면과는 너무 다른데.’이성준은 자신을 지켜주려고 나서는 백아영을 보며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유유히 말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다 좋은 사람들이어서 친절하게 나랑 얘기 나누고 있었어요.”직원들은 손목이 부러진 사람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친절하다는 뜻을 잘못 이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백아영은 기괴한 분위기를 느끼고 시름이 놓이지 않아서 다시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아까까지 패기가 흘러넘치던 이성준은 이마를 짚으며 허약한 척했다.“안 괜찮은 것 같아요.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요.”“우리 휴식실로 가요.”백아영은 이내 이성준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회의실 문 앞까지 갔을 때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며 경고하는 눈길로 회의실 안에 있는 직원들을 쳐다보았다.“한태윤 씨는 제 환자입니다. 만약 할 말이 남으셨다면 저한테 찾아오시면 됩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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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백아영은 꿈을 꾸었다.꿈에서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긴 채로 함께 발코니에 있는 소파에 앉아 정원에 만개한 꽃들을 보고 있었다.하지만 이성준은 계속 그녀를 쳐다보았다.끝이 보이지 않은 깊은 바다처럼 부드러운 그의 눈길은 그녀의 영혼을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 황홀함에 빠져 무척 행복했다.바로 이때, 귀가 째질 듯한 우렛소리와도 같은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꿈도 함께 깨졌다.백아영은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자신이 크기가 알맞춤한 작은 방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방문 밖에서는 한태윤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큰일 났어!’백아영은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서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한태윤 씨, 괜찮아요?”작은 방을 나가면 곧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에는 한 무리 직원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경악한 표정을 짓고 휴식실에서 나오는 백아영을 바라보았다.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여자가 한태윤의 휴식실에서 나오는 장면을 보고 다들 이상한 상상을 했다.다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백아영은 한태윤이 그저 기침만 할 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다른 사람들의 이상한 눈길을 보며 자신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깨달았다.그녀는 너무 쑥스러운 나머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전에 있었던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전에도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이성준 휴식실에서 나왔었는데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불쾌해진 이성준은 당장에서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하지만 그녀가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죄송해요.”백아영은 난처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과하고는 휴식실로 도피하려고 했다.바로 이때, 이성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할 필요 없어요. 죄송해야 할 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쓰레기 놈들이에요.”싸늘한 그의 눈빛이 칼날과도 같이 직원들을 쏘아봤다.“한 번만 더 보면 그 눈알을 파내버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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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이성준의 싸늘한 목소리에 호텔 사장은 몸서리쳤다.그는 황급히 황구렁이의 주소를 알려줬다.한태윤은 특별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선우철에게 부탁했다.“내일 식사 대접하게 모셔와요.”그 말을 들은 호텔 사장은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 옆에 있던 웨이터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겁에 질린 호텔 사장은 이성준과 그의 일행들이 성큼성큼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길 안내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혼자 중얼거렸다.“큰일이야. 사람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어.”한태윤이 오자마자 황구렁이를 찾는 걸 봐서는 꼭 그와 의논할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한태윤은 황구렁이의 성격이 괴팍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말이 아닌 데다가 특히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을 싫어해서 만나는 외지 사람마다 죽인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황구렁이와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사람 중에 몸이 성해서 떠난 사람은 없었다.이튿날 아침, 선우철은 황구렁이를 찾아갔다.그가 돌아왔을 때 정장 여러 군데가 구멍이 나 있었고 얼굴에도 선명한 멍 자국이 나 있었다. 한 판 붙고 온 게 뻔했다.백아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 황구렁이가 가자마자 손을 대던가요?”“그건 아닌데 황구렁이가 식사하는 건 되는데 먼저 자신을 설득할만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선우철의 싸움 실력이 아주 훌륭했다. 그러나 황구렁이의 부하들이 하나둘씩 번갈아 덤벼드는 바람에 그들을 쓰러뜨리는 데 은근히 애를 먹었다.“내일 식사 자리에 참석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어요.”선우철은 자신의 상처를 개의치 않았다.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이성준에게 말했다.“황구렁이란 사람 역시 소문과 같이 고집불통이어서 돈과 권력으로 거래를 하자고 해도 전혀 넘어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어요.”“한태윤 씨, 혹시 황구렁이를 상대할 대책이라도 있는 건가요?”이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마음속에 명확한 타산이 있었다.이세운은 벽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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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새벽 12시 30분, 황구렁이는 기세가 드높은 깡패 무리를 데리고 호텔을 둘러쌌다.정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이성준의 방문을 두드리면서 말했다.“도련님, 문 열어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황구렁이가 왔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잡았고, 이제 곧 도련님을 죽이러 올 겁니다! 제가 엄호할 테니까 얼른 도망가십시오!”잠깐 자다가 정호의 목소리에 깬 이성준은 눈이 빨개진 채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그는 무섭도록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아영 씨는?”“백아영 씨와 선우철 씨는 이미 나가셨습니다.”이성준은 마음이 놓였다.선우철이 백아영의 곁에 있다면 그녀는 위험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황구렁이가 왔다고?’이성준은 외투를 걸치고 휠체어에 올라타고는 레스토랑 쪽으로 향했다.“겁도 없이 여길 찾아오다니, 내가 제대로 대접해 줘야지.”‘대접해 준다고?’정호는 멘탈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곧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나겠군!’그는 다급하게 백아영에게 전화를 걸어 선우철더러 돌아와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호텔의 신호는 이미 전부 차단되었다.같은 시각, 백아영은 작업반장의 안내로 SUV를 타고 가장 가까운 마을에 도착했다.하지만 그가 말한 ‘내연녀’ 집에 도착했는데도 황구렁이는 보이지 않았다.백아영은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차가운 눈빛으로 작업반장을 쏘아보며 물었다.“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예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예요?”작업반장이 백아영을 데려온 곳은 그의 집이었다. 그는 편안히 소파 위에 눕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죄송해요, 백아영 씨. 저도 돈 받고 일한 거라. 제가 맡은 일이 바로 백아영 씨와 싸움을 잘하는 선우철 씨를 이쪽으로 유인하는 거거든요.”그는 갑자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호텔 쪽 사람은 이미 황구렁이가 제대로 혼내주고 있겠죠?”그는 원래도 한태성을 위해 일했었다.게다가 이세운이 그를 찾아와 돈으로 유혹까지 했으니 그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싸늘한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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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하지만 룸 안의 상황은 백아영이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그녀가 상상했던 피비린내 나는 장면은 없었고, 한태윤이 처참히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오직 한태윤과 황구렁이가 룸 안에 있었는데 화목한 분위기의 두 사람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백아영이 갑자기 들어오자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고개를 그녀에게 돌렸다.한태윤은 미소를 짓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젠틀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 황구렁이도 막무가내로 무작정 들이닥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우리는 서로 비즈니스를 하기로 협의했어요.”‘협의했다고?’황구렁이가 일부러 그녀를 따돌리고, 또 몇십 명의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기세등등하게 왔는데 어떻게 쉽게 협의할 수 있지?백아영은 믿기지 않아 경계심을 높인 채로 이성준 옆에 걸어갔다.“혹시 태윤 씨를 협박하던가요?”“겁먹지 말아요. 내가 있으니 태윤 씨는 다칠 일이 없을 거예요.”백아영이 손바닥을 펴더니 보랏빛 가루가 차가운 빛을 비추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황구렁이는 겁에 질려 손사래를 치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렇게 하겠어요? 태윤 도련님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어요!”그가 말하는 사이에 손수건을 두른 손바닥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분명 방금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네!”백아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싸우지 않았다면 왜 상처를 입었겠어요?”“그게, 그게...”황구렁이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더니 저도 모르게 이성준을 힐끔 바라봤다.‘거짓말인 게 분명 티가 나는데 어떻게 속일 수 있다고 그래?’이성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싸우다가 다친 거 아니에요.”“아, 맞아요!”황구렁이가 문득 깨닫고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이, 이곳으로 오기 전에 다른 사람과 싸웠어요. 그때 상처를 입은 거예요.”백아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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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그리고.”이성준은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아영 씨가 제 일에 참견하는 게 좋아요.”...황구렁이는 워낙 경험이 풍부했기에 처음부터 한태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일부러 고장 냈다.“x발, 이 x끼들. 이제 돌아가자마자 혼내야겠네.”황구렁이가 분노의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은 채 아부를 떨며 말했다.“도련님, 백아영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당장 사람 찾아서 수리하라고 할게요.”백아영이 미간을 구겼다.“지금이 벌써 몇 신데, 수리를 끝내면 아침이 다 되겠어요.”“그러게요, 시간이 늦었네요. 사시는 층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던데. 도련님, 혹시 수고스러운 대로 걸어...”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성준의 차가운 눈빛을 느끼고는 겁에 질렸다. 왠지 모르게 손에서 전해 오는 고통도 더 심해진 것 같았다.황구렁이가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걸어서는 못 가시겠죠, 그럼, 그럼 어떻게 할까요?”“걸어볼게.”이성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힘껏 잡아 비틀거리며 휠체어에서 일어났다.단지 휠체어에서 일어섰을 뿐인데 그는 힘들어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더없이 피곤해 보였다.황구렁이는 어안이 벙벙했다.방금 룸에서 그의 부하 열댓 명을 쓰러 눕힌 사람과 눈앞의 사람이 과연 동일 인물인지 싶었다.“도련님, 제가, 제가 부축할게요.”황구렁이는 그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하지만 그에게 가까이 가자마자 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황구렁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가 뒷걸음질을 친 순간, 이성준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덩치 큰 몸을 비틀거리며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그는 마침 백아영이 있는 쪽으로 넘어졌다.백아영이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이성준은 워낙 우람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를 부축했다기보다 그의 품에 안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익숙한 느낌이 순식간에 전해져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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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한태윤은 몸이 허약해 천천히 걸었다. 그래서 백아영은 그를 방으로 데려다주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길을 걸으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는지 한태윤은 기진맥진해 더는 버틸 힘이 없어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백아영은 아직 그를 부축하고 있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쓰러진 바람에 같이 침대에 넘어졌다.그녀의 작은 몸집은 순식간에 부드러운 이불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리고 한태윤은 그녀의 몸 바로 위에 있었다.그는 검은색 반쪽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의 반이 가려졌지만 눈망울은 누구보다 깊었고 그녀를 끊임없이 끌어당기고 있었다.한태윤의 눈은 온통 그녀로 가득 찼다.그의 숨결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뜨거워지더니 마치 심연에서 타오르는 불길처럼 그녀를 삼키려고 했다.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뜨거워졌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해 걷잡을 수 없는 흥분이 느껴졌다.두 남녀는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나누고 있었다...이성준의 마음속 절제된 욕망이 지금 마구 솟구쳐 나왔다. 이성을 잃은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어 고개를 숙여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방 안의 공기마저 뜨거워질 것 같았다.백아영도 그렇게 이성을 잃었나 싶은 순간에...“황, 황구렁이는 어떻게 우리 상황을 그렇게 잘 알고 있었던 거죠? 어떻게 마침 저랑 선우철 씨를 다른 곳으로 따돌린 거예요?”불이 활활 타오르기 직전에, 백아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애써 화두를 돌렸다.이성준의 입술은 그녀의 뺨 옆 2cm 떨어진 곳에서 딱 멈추었다.이성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얼굴이 새빨개진 백아영을 보며 이성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지금은 결국 알맞은 타이밍이 아니었다.“이세윤 때문이에요.”이성준은 손바닥으로 침대를 받치고는 천천히 움직였다.몸이 점점 가벼워지자 백아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가 내뱉은 숨결조차 모두 뜨거웠다.그녀는 벌렁벌렁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말했다.“배신자! 내가 지금 혼내주러 갈게요!”핑계를 대고 백아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뒤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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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이 사람 경찰서로 보내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방을 나섰다.선우철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영 씨, 저 사람이 한 말은...”“저랑 한태윤 씨는 그저 의사와 환자 사이일 뿐이에요!”백아영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척했다.하지만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황구렁이와 얘기를 끝내고 그와 비즈니스를 할 프로젝트팀 직원만 남기고 백아영과 이성준은 먼저 제경으로 돌아갔다.헬기에 탄 후, 백아영은 창밖을 보며 멍을 때렸다.그녀의 옆에 앉은 이성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요?”“아, 아니요.”백아영이 저도 모르게 그의 말에 반박했다.너무 빨리 반박해 그녀조차도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그녀는 아예 눈을 감고는 말했다.“피곤하니까 좀 잘게요.”이성준이 얇은 담요를 집어 들어 펴고는 그녀의 몸에 살포시 덮어줬다.점점 가까워지는 남자의 숨결을 느껴져 백아영은 흠칫 몸을 떨었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담요를 움켜잡았다.백아영이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해 이성준의 얼굴색은 조금 어두워졌다.“제가 알아서 할게요, 감사해요.”백아영이 담요를 건네받아 자신의 턱 밑까지 감싸고는 몸을 창문 쪽으로 돌려 눈을 감았다.돌아누운 백아영을 보며 이성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리 그가 전에 백아영과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소원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런데 백아영이 왜 갑자기 거리를 둔단 말인가?같은 시각, 뒷줄에 앉은 정호는 초조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봤다.백아영은 대부분 시간 이성준과 함께였기에 그는 백아영에게 한태윤의 신분에 대해 말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제 제경으로 돌아가면 백아영을 만날 기회조차 적어질 것이다.그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백아영과 단둘이 있을 때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제경.백아영이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정호가 그녀를 찾았다.“백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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