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이성준은 몸을 앞으로 기울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아영 씨가 제 일에 참견하는 게 좋아요.”...황구렁이는 워낙 경험이 풍부했기에 처음부터 한태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일부러 고장 냈다.“x발, 이 x끼들. 이제 돌아가자마자 혼내야겠네.”황구렁이가 분노의 목소리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미소를 지은 채 아부를 떨며 말했다.“도련님, 백아영 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당장 사람 찾아서 수리하라고 할게요.”백아영이 미간을 구겼다.“지금이 벌써 몇 신데, 수리를 끝내면 아침이 다 되겠어요.”“그러게요, 시간이 늦었네요. 사시는 층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던데. 도련님, 혹시 수고스러운 대로 걸어...”그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성준의 차가운 눈빛을 느끼고는 겁에 질렸다. 왠지 모르게 손에서 전해 오는 고통도 더 심해진 것 같았다.황구렁이가 다급하게 말을 바꿨다.“걸어서는 못 가시겠죠, 그럼, 그럼 어떻게 할까요?”“걸어볼게.”이성준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힘껏 잡아 비틀거리며 휠체어에서 일어났다.단지 휠체어에서 일어섰을 뿐인데 그는 힘들어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더없이 피곤해 보였다.황구렁이는 어안이 벙벙했다.방금 룸에서 그의 부하 열댓 명을 쓰러 눕힌 사람과 눈앞의 사람이 과연 동일 인물인지 싶었다.“도련님, 제가, 제가 부축할게요.”황구렁이는 그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하지만 그에게 가까이 가자마자 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황구렁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가 뒷걸음질을 친 순간, 이성준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덩치 큰 몸을 비틀거리며 옆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그는 마침 백아영이 있는 쪽으로 넘어졌다.백아영이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이성준은 워낙 우람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를 부축했다기보다 그의 품에 안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익숙한 느낌이 순식간에 전해져 왔
최신 업데이트 : 2023-12-2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