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오늘 저녁에 직접 만나서 한태윤의 약혼녀에 관해 묻고 싶었다.한태윤에 대한 호감이 저도 모르게 커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건 한태윤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소문이 가짜라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저녁이 되자 백아영은 한씨 일가를 떠나 한원그룹으로 향했다.그리고 한태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레스토랑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한편, 이성준은 급한 일을 우선 미루고 뜬금없이 선포했다.“퇴근합시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정호와 직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다들 충격받은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쿨하게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이성준을 바라보았다.찬바람을 쌩하니 일으키고 떠난 이성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백아영이 먼저 외식하자고 제안한 건 두 사람 사이에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의미했고, 그가 오매불망 바라왔던 일이기도 했다.오늘 밤 반드시 기회를 붙잡아 한층 더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리라 마음먹었다.이성준이 빠른 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와 백아영을 데리러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안색이 창백한 여자가 불쑥 나타나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태윤 오빠!”이성준이 잽싸게 몸을 피하는 바람에 여자는 차에 철퍼덕 부딪혔다.이내 혐오감이 담긴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꺼져.”“태윤 오빠, 저 소미예요.”임소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고, 초췌한 얼굴에 속상함이 가득했다.“그동안 태윤 오빠 보러 안 왔다고 화난 거예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아빠가 저를 집에 가둬두는 바람에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오빠 만나러 보내주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래서 도망도 쳐보고, 단식도 해보고, 자해도 했지만 결국 집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죠.”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손목에 선명한 칼자국이 보였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제발 화내지 마요, 네? 전 오빠를 잊은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어요. 온종일
Last Updated : 2023-12-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