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591 - Chapter 600

916 Chapters

제591화

백아영은 버려진 음식 더미와 텅 빈 자신의 그릇을 번갈아 보더니 참다못해 젓가락을 든 손으로 테이블에 내리치며 말했다.“그만해! 안 먹을 거면 둘 다 나가!”젓가락 싸움과 두 사람 사이의 신경전은 그제서야 일단락났다.백아영은 마침내 평화로운 식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와 달리 이성준과 성무열은 전혀 식욕이 없었고 ‘죽일듯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말없이 싸웠다.식사가 끝난 후 성무열이 입을 열었다.“아영아,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내가 네 방으로 가서 현무랑 놀아줄게.”말을 하던 그는 이현무에게 눈치를 줬다. 오는 길에 이미 입을 맞췄던 터라 이현무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엄마, 저 양아버지랑 같이 게임하고 싶어요.”백아영은 현무의 작고 귀여운 얼굴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성무열은 자신이 이 싸움의 승자라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득의양양하게 이성준을 훑어봤다.이성준은 음침하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선 곧바로 실수로 잔을 떨어뜨렸고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컵은 바닥에서 산산조각났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백아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한태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하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요? 괜찮아요?”이성준은 내친김에 그녀에게 몸을 기댔다.“조금 불편한데 괜찮아요. 시간 지나면 좋아지겠죠... 얼른 방으로 돌아가서 현무랑 같이 게임해요.”성무열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게임을 할 수 있냐는 말이다!일부러 쓰러진 듯한 그의 뻔뻔스러운 행동을 보고 성무열은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으나 그전에 백아영에게 가로막혔다.“무열아, 일단 현무랑 먼저 방으로 돌아가. 난 태윤 씨 치료하고 나서 갈게.”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성무열은 의사가 아닌 자신을 원망하며 이성준의 꾀병을 들출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을 탓했다.백아영은 조심스럽게 이성준을 방까지 부축했고 맥을 짚으며 물었다.“어디가 불편해요?”침대에 누운 이성준은 그윽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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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이성준은 이를 악문 채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어디로 갔어?”이현무는 위기의식이 전혀 없었고 되레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둘만의 데이트니까 양아버지가 절대 얘기해주면 안된다고 했어요.”둘만의 데이트?이성준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고 반항적인 아들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정말로 얘기 안 할 거니?”이현무는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절대 얘기 안 할 거예요!”이성준은 아무 말 없이 뒤돌아선 후 천둥소리에 버금갈 정도로 문을 쾅 하고 닫았다.선우철은 겁에 질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몸을 떨었고 그는 자신이 왜 눈앞의 남자에게서 공포감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다.위정은 가면을 쓴 채 이성준의 새로운 비서인척하며 줄곧 곁을 지켰다. 그는 방에서 나온 이성준을 보더니 재빨리 물었다.“사람 시켜서 아영 씨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까요?”“그럴 필요 없어.”이성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고 손에 벨트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여간 무서운 게 아니다.“이 자식 혼날 때 됐어.”말을 마친 이성준은 가면을 벗고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병으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지만 잘생김은 여전했고 이성준 특유의 싸늘함도 변함없었다.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위정은 이현무가 무사하기를 속으로 기도했다.몇 분 후.888번 문에서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이현무는 기분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저 사람은 왜 계속 찾아와요? 당장 쫓아낼 거예요!”이현무는 침대에서 뛰어내리더니 씩씩거리며 문으로 돌진했고 문을 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양아버지와 우리 엄마는 둘 다 선남선녀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요. 하늘이 맺어준 운명적인 사랑이라고요. 저의 새아빠가 될 수 있는 사람도 양아버지가 유일하고 당신이랑 우리 엄마는 희망이 없으니까 더 이상...”쉴 틈 없이 팩폭을 날리던 이현무는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고선 목이 막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곧이어 겁에 질린 채 몇 걸음 뒤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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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같은 시각 백가 골목.이곳은 재벌들이 보물을 찾는 장터이자 일반인이 시야를 넓히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했기에 밤만 되면 인파가 몰려 떠들썩했다.백아영과 성무열은 사람들 속을 거닐며 조양각을 향해 걸어갔다.그들은 최근 조양각에서 혈옥을 입수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혈옥은 백 년에 한 번 나타나기도 어려운 희귀종으로 소장 가치가 극히 높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약효까지 가지고 있어 모두가 탐내고 있다.혈삼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지만 그 수는 혈삼보다 많으니 연구하기에는 아주 적합했다. 혈옥의 약효를 연구해 낸다면 50조의 빚을 청산할 기회가 생긴 거나 다름없다.“조양각 사람들과 이미 얘기가 끝났으니까 이변이 없는 한, 네가 제일 먼저 살 수 있을 거야.”혈옥에 관한 정보를 백아영에게 알려준 사람은 바로 성무열이다.그는 혈옥 구매를 주선했을 뿐만 아니라 촛불 만찬과 낭만적인 불꽃놀이까지 준비했다.이성준과 한태윤 두 장애물이 없으니 모든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만 같았고 혈옥을 산 후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면 백아영도 마음이 흔들릴 거라고 생각했다.“고마워.”성무열의 도움에 그녀는 감격에 겨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렇게 두 사람이 목적지에 다가갔을 때 백아영은 문득 이성준과 매우 흡사한 사람이 조양각으로 들어선 걸 발견했다.‘이성준?’백아영은 그 사람이 이성준이라고 확신했다.한 달 만에 다시 만난 그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존재만으로 백아영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그에게 다가가려 걸음을 재촉했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 속으로 자취를 감췄고 백아영은 우두커니 자리에 서 있었다.“왜 그래?”성무열은 의아하게 백아영를 바라봤다. 방금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증세를 보이니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다.백아영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으며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눌렀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얼른 가자.”조양각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무성하게 핀 꽃과 사람들로 둘러싸인 넓은 정원이었다.백아영은 성무열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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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무열 씨,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었어요. 오늘 밤 저랑 같이 식사하시면 이 혈옥은 모두 당신에게 팔겠습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백아영은 자리에 얼어붙었고 한편으로는 성무열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성무열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조 대표님, 이게 무슨 상황이죠? 약속과 다르잖아요.”조 대표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 난처해하며 말했다.“죄송해요. 실은 저번에 오셨을 때 제 딸이 무열 씨에게 첫눈에 반했는데 꼭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거절하면 이 혈옥들은 다 부숴버릴 거예요.”“하나뿐인 보물 같은 딸이라 차마 말릴 수가 없었어요...”조 대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하게 말했지만 그 속에는 딸과 함께 저녁을 먹지 않으면 혈옥을 팔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성무열은 테이블을 걷어치우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무열아, 가자.”백아영의 시선은 혈옥을 스쳐지나 성무열에게 멈췄다.비록 백아영은 혈옥이 정말 필요했지만 성무열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고 그동안 도움받은걸 생각해서라도 그가 이런 억울함을 당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제경에서 혈옥이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해요. 이것 외에 수박만 한 혈옥도 있는데 그 값어치는 말로 형용할 수 없겠죠?”뚱뚱한 여자는 성무열을 잡으며 말했다.“저랑 저녁 한 끼만 먹으면 이걸 얻을 수 있는데 왜 거절하는 거죠? 누가 보면 제가 무열 씨를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요.”말을 하던 그녀는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맹세했다.“저녁만 함께 먹는다면 앞으로 절대 매달리지 않을 거라고 맹세할게요.”“무열 씨, 제 딸의 유일한 소원인데 한 번만 들어주시죠. 이렇게 부탁드립니다.”조 대표는 성무열에게 다가가 사정하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눈 한 번 딱 감고 혈옥을 위해 나선다면 아영 씨도 죄책감이 생길 겁니다. 촛불 만찬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 아닌가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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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백아영은 그가 남자에게 부딪혀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몸으로만 모든 충격을 견뎌낸 한태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안 다쳤어요?”백아영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그가 다친 건 아닌가 싶은 걱정도 앞섰다.“아영 씨, 우선은 저랑 같이 여기서 나가요.”이성준은 백아영을 품에 안고 그녀를 감싸며 사람들 속에서 벗어났다.인파가 몰린 탓에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고 사람들 속에서 백아영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꽉 끌어안아야만 했다.외부인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으나 그녀는 한태윤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그의 차가운 숨결에는 한약 냄새가 뒤섞여 있었는데 묘하게 향기로웠고 그 향기가 백아영의 심장을 파고들자 두근거리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성준은 간신히 백아영과 함께 인파 속에서 탈출했다.“지금은 위험하니까 이제 사람 적어지면 둘러봐요. 평소보다 늦게 문 닫으라고 얘기해 둘게요.”백아영은 한태윤과의 신체접촉으로 정신이 혼미해졌고 부끄러운지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만 끄덕였다.이성준은 그녀의 수줍음을 보지 못한 척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불꽃놀이가 곧 시작될 것 같은데 같이 볼까요?”그제서야 고개를 든 백아영은 큰 호수의 가장자리에 그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챘고 아름다운 경치에 화려한 조명이 더해지자 왠지 모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그곳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커플이었다.백아영은 순간 마음이 불편해져 몸 둘 바를 몰랐고 대충 핑계를 둘러대서 자리를 피하려던 그때 한 어린 소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다가왔다.“아저씨는 정말 잘생겼네요. 여기 이쁜 이모랑 너무 잘 어울려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처럼요. 제가 지금껏 만났던 커플 중에서 제일 아름다워요.”커플이라는 말에 백아영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꼬마야, 우린 커플이 아니야.”소녀는 믿기는 않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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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백아영은 팔찌를 빼내 이성준에게 돌려줬다.“그리고 전 바람둥이를 제일 싫어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이성준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백아영의 가냘픈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바람둥이라니? 내가 뭘 어쨌는데?’...호텔의 888번 방.성무열은 자랑하듯 테이블에 놓인 상자를 열더니 백아영에게 혈옥을 보여줬다.무려 13개인데, 그가 처음에 조 대표와 얘기했던 8개보다 거의 두 배가 되는 수량이다.뚱뚱한 여자와 밥을 먹은 덕분에 성무열은 많은 양의 혈옥을 얻을 수 있었다.이 혈옥만 있다면 백아영은 신약을 개발해 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성공하면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빚도 갚을 수 있게 된다.혈옥을 손에 넣은 그녀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연구실이다.연구실은 남원에 있었기에 연구를 시작하려면 적어도 며칠은 더 지나야 한다. 그런 백아영의 마음을 알아차린 성무열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제경에 별장이 하나 있는데 오늘 밤에 장비들을 옮겨올게. 그러면 내일부터 바로 연구 시작할 수 있을 거야.”백아영은 두 눈이 반짝였으나 곧바로 거절했다.“이렇게 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더 이상 신세 지고 싶지 않아.”말은 쉬운 것처럼 들리지만 혈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남원에 있는 연구실을 통째로 옮겨오는 거나 다름없었고 그렇게 되면 별장의 구조도 많이 달라진다.손쉽게 도움 주는 범위를 넘어선 어려운 일이다.“아영아, 내가 이렇게 많은 혈옥을 구해왔는데 감사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어?”성무열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당연하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말만 해.”백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무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럼 내 별장에서 연구해. 부탁을 거절한다면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야.”예상치 못한 그의 부탁에 백아영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착잡한 눈빛으로 한참 동안 성무열을 바라보다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무열아, 나 때문에 이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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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아빠, 지금 어디예요?」「얼른 방법 좀 생각해 봐요. 엄마가 저랑 같이 떠나려고 해요.」「아빠, 아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는 영원히 엄마를 놓치게 된다고요!」이현무는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이성준에게 연속으로 문자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그 시각 화장실 문밖에 있던 백아영은 노크하며 물었다.“현무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안 나오면 엄마가 들어간다?”이현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뭉그적거리며 화장실에서 나왔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전 여기가 더 좋아요. 양아버지 별장에 가고 싶지 않아요.”백아영은 의아하게 그를 바라봤다.“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왜 이래?”이현무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핑계를 생각했으나 이성준과 손을 잡은 걸 눈치챌까 봐 걱정되어 어쩔 수 없이 손들고 항복했다.그는 자신의 작은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성무열은 자연스레 백아영과 이현무의 캐리어를 끌었다.“가자.”“잠깐만.”백아영은 옆방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비록 한태윤과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주치의로서 이사가는 건 미리 얘기하는 게 예의였고 앞으로 며칠간 어떻게 진찰할지 논의도 해야 했기에 잠깐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인기척이 들려오지 않았다. 백아영은 그가 방에 없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아하게 방문을 바라봤다.“그냥 문자 남겨.”성무열은 기쁨을 드러내며 말했다. 한태윤이 백아영에게 사심이 있으니 아예 두 사람이 마주치지 않는 상황이 그에게 유리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한태윤에게 보낼 문자를 편집하며 로비를 나섰다.그러나 문자를 편집하고 발송을 누르려던 찰나 호텔 밖으로 나온 백아영은 자리에 얼어붙었다.호텔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건 성무열이 준비한 차가 아닌 한정판 최고급 마이바흐였다.이성준이 검은 정장을 입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차 앞쪽에 기대고 있었는데 편안한 자세와 달리 강렬하고 위압적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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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성무열 씨, 죽고 싶어 아주 환장을 하네요.”성무열은 캐리어를 놓고 앞으로 걸어갔다.“내가 당신을 두려워할 것 같아요?”분위기는 순식간에 과열됐고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다.백아영은 착잡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손을 뻗어 성무열의 손목을 잡았다.그녀의 작은 움직임에 두 남자의 시선이 모두 쏠렸다.기뻐하는 성무열과 달리 이성준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백아영은 애써 이성준의 시선을 피하며 한 손으로 캐리어를, 다른 한 손으로 성무열을 끌며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가자.”백아영은 그의 존재를 눈앞에서 지우고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단호하게 행동했다.이성준은 당장이라도 성무열의 팔목을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백아영의 태도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성무열을 다치게 할수록 백아영은 그를 감싸며 지켜줄 게 뻔하니까.이성준은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고 백아영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현무는 안돼.”백아영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이성준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지금껏 도망쳤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괴로워 그와 말 한마디조차 섞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백아영의 마음을 알 리 없었던 이성준은 그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웠다.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큰 용기를 내어 이성준을 바라봤다.“현무는 나랑 있는 걸 더 좋아해.”“난 현무의 아빠고 보호자야. 다른 남자 집에서 지내는 건 용납할 수 없어.”이성준은 막무가내로 말했다.“꼭 가야 한다면 현무는 내가 집으로 데려갈 거야.”“집에 가기 싫어요!”이현무는 갑자기 백아영의 허벅지를 끌어안더니 눈물 콧물을 펑펑 쏟으며 울음을 터뜨렸다.“집으로 가면 아빠가 절 때려죽일 거예요. 엄마, 제발 저랑 같이 있어요. 집에 가기 싫어요. 엉엉...”이현무의 서러운 울음소리에 백아영은 가슴이 미어졌다.그동안 이성준이 어떻게 대했길래 아이가 이렇게 무서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이현무를 품에 안고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다른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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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내가 별장 하나 빌리면 되는 거지?”백아영은 답답함에 이를 악물었다.“나랑 현무 단둘이서 지낼게.”비록 직접 집으로 데려가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결과에 이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아무 관계가 아니더라도 괜한 트집을 잡으며 못살게 굴려는 그의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기분이 언짢아진 백아영은 이현무의 손을 잡고 이성준을 스쳐 지나갔다.“무열아, 이제 주소 보내줄 테니까 그쪽으로 장비 좀 옮겨줘.”성무열은 짜증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말했다.백아영은 이현무를 차에 태우고 나서야 편집한 문자를 한태윤에게 전송했고 전송이 끝나자마자 이성준의 핸드폰에서 메시지 신호음이 울렸다.백아영은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의아함에 고개를 돌려 이성준을 바라보고 싶었으나 우연의 일치라며 생각하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공교롭게 문자가 온 게 틀림없어.’이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까지 자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백아영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본 후 성무열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성준을 바라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이성준 씨,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헤어졌으면 미련 갖지 말고 쿨하게 보내줘요. 왜 계속 귀찮게 질척거리는 거예요? 아영이가 상처받은 걸 뻔히 알면서 설마 양다리를 걸칠 생각으로 찾아왔어요?”이성준은 뚫어져라 백아영이 탄 차를 주시하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고개를 돌렸다.“나랑 백아영 사이의 일은 당신이 참견할 자격이 없어요.”말을 마친 그는 긴 다리를 뻗으며 마이바흐에 올라탔고 성무열은 분노를 터뜨렸다.“이성준, 경고하는데 다시 한번 아영에게 상처 주면 내가 목숨을 걸고 널 죽여버릴 거야.”성무열의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바흐는 훌쩍 떠났다.차 안에서 위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사장님, 왜 아영 씨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신 거죠?”이성준의 신분으로 나타났으니 헤어진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오해가 풀린다면 백아영도 더 이상 싸늘하게 그를 대하지 않을 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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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이현무는 기대감으로 반짝 빛나는 두 눈과 함께 흥분하며 말했다.“아빠가 말해줬는데 앤니 아줌마랑 같이 떠난 게 아니래요. 오해가 풀리면 우리는 여전히 함께 할 거라고 했어요.”백아영은 순간 흠칫 놀라며 마음이 심란해졌지만 더 이상 기대할 것조차 없는 상황에 재빨리 평정심을 되찾았다. 이성준은 지금껏 사람들 앞에서 앤니와의 관계를 부정해 온 적도, 그녀에게 직접 해명한 적도 없었다. 이현무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건 그저 아이를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백아영이 임대한 별장은 모든 살림살이가 갖추어져 있어 짐을 옮기기만 하면 이사가 끝이다. 연구실을 정리하자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그녀는 한태윤을 진찰하기 위해 약과 함께 집을 나섰다.늘 찾아갔던 익숙한 별장이었으나 왠지 모르게 껄끄러웠다.한태윤의 앞에서 바람둥이라고 말한 게 바로 어제였으니 지금 그를 마주하는게 상당히 불편했다.그래도 애써 용기를 낸 후 힘겹게 별장안으로 들어섰고 우연히 그곳에서 임소미를 발견했다.임소미는 서재에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백아영은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었고 심장이 바늘에 찔리는 듯 불편했다.“아영 씨?”백아영을 발견한 임소미는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선 곧바로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예상치 못한 반응에 의아함을 느낀 백아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임소미는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죄책감을 가져야 할 사람은 백아영이다. “안녕하세요.”백아영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당황함을 숨겼다.“태윤 씨 치료하러 가는 길인데 소미 씨도 같이 가실래요?”“아니, 아니요.”임소미는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성준이 다시는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한 바가 있었는데 어찌 함께 갈 수 있냐는 말이다.우연히 만나게 된 걸 이성준이 알게 된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경계심이 가득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백아영은 큰 돌이 심장을 짓누르는 듯 숨 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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