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백아영은 직접 약재를 사러 나갔다가 한약이 완성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나정숙은 그제야 멀리서 느릿느릿 걸어왔다.이내 주방에 있는 백아영을 보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백아영은 한약을 그릇에 담고 나서 대답했다.“약을 달이고 있잖아요.”“셋째 도련님에게 주려고요?”순간, 나정숙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봉지를 내밀었다.“약재가 있는데 왜 저한테 사 오라는 거죠?”어쩌다 자신의 탓이 되어버렸단 말인가?백아영은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쳐다보았다.“제가 약재를 사 오고 한약을 달일 때까지 이모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잖아요. 약재를 구해오는 게 무려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일인데 한시라도 지체하면 큰일 나는 거 몰라요? 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렇게 늦게 돌아오신 거죠?”나정숙은 제 발 저린 듯 눈빛이 흔들렸고, 이를 악물고 변명했다.“그, 그게...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겨서...”“과연 도련님의 병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어, 어...”그녀의 얼굴이 점점 벌게졌고, 그럴싸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자 말까지 더듬거렸다. 결국 되레 화를 참지 못하고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호통쳤다.“아영 씨가 뭔데 절 몰아세우는 거죠? 전 한씨 일가의 고용인이자 도련님을 돌봐주는 사람인데, 고용주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요. 따지고 보면 외부인은 아영 씨이며, 처방만 잘 내리면 되지 않나요? 설령 내가 늦게 돌아와서 잘못했다고 쳐도 아영 씨가 상관할 바는 아니라고 보는데요?”고용인 주제에 간사하기까지 하다니.백아영은 적당히 식은 그릇 온도를 체크하더니, 그녀와 괜한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듯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면서 말했다.“외부인으로서 이모님에게 일을 시킬 자격이 없는 건 사실이죠. 앞으로 약재에 대해서는 굳이 신경 안 써주셔도 돼요.”나정숙은 그동안 한태윤이 먹는 약을 조금씩 빼돌리거나 했는데, 갑작스러운 접근금지령에 손을 쓸 기회가 아예 사라지게 되었다.울컥하는 마음에 그녀는 뭐라
최신 업데이트 : 2023-12-1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