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울더니 아직 나올 기미가 안 보이네요.”선우경진의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았고, 걱정이 가득했다.옆에 서 있던 이성준의 잘생긴 얼굴도 창백하고 초췌했으며, 입가에 수염이 덥수룩했다.사실 어제는 그에게도 힘든 하루였다.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백아영의 방을 바라보았고, 갈라진 목소리는 귀에 거슬릴 지경이었다.“아영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더 매몰차게 대해줘요.”선우경진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더니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작별 인사라고 생각하고...”오늘은 백아영과 이성준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또한, 이성준에게 남은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이성준의 두 눈에 고통으로 가득했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나지막이 대답했다.“그래요.”“똑똑똑.”조심스레 노크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선우경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영아, 성준 씨가 왔는데 너한테 할 말이 있대.”불이 꺼진 방 안에 앉아 있는 백아영은 소파에서 베개를 끌어안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두 눈은 호두처럼 퉁퉁 부었는데, 겨우 멈춘 눈물이 이성준이라는 이름을 듣자 또다시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이내 심장이 뜯기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그녀는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귀를 틀어막았다.“가라고 해요!”“알았어, 오빠가 돌려보내고 올게.”선우경진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소리가 다시 들려오더니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아영아, 나야. 문 열어!”남자의 목소리를 듣자 백아영은 더욱 괴로운 나머지 귀를 꽉 틀어막았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할 말이 필요하다고 굳이 찾아온단 말이지?이성준은 문을 한참 두드리고 나서야 멈추었다. 하지만 순순히 돌아갈 줄 알았던 백아영의 예상과 달리 곧이어 ‘쾅’하는 굉음과 함께 문을 박차고 방으로 들어섰다.입구에 서 있는 남자는 짜증이 제대로 난 듯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겼다.깜짝 놀란 백아영은 화가 나서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호통쳤다.“꼴 보기 싫으니까 나가!”
Last Updated : 2023-12-1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