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27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2 18:00:00
말하던 그들은 갑자기 백아영을 내쫓기 시작했다.

티켓을 받았으면서 시종일관 모르쇠를 주장하는 그들의 뻔뻔스럽고 염치없는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노심초사해서 겨우 얻은 티켓인데 이대로 입구에 가로막혀 헛걸음할 수는 없었다.

50조의 빚더미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팠지만 애써 정신을 붙잡고 논리정연하게 반박했다.

“CCTV 돌려봐요. 그럼 줬는지 안 줬는지 알겠죠.”

“우리가 티켓을 받고 모른척할 리가 없잖아. 당신 소란 피우러 온 거지?”

“보스 구역에서 말썽을 피우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당장 꺼져. 안 그러면 바다에 던져버릴 거야.”

억지 부리는 두 사람의 모습에 백아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로 그때 그녀의 뒤에서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분 티켓 저한테 있어요.”

처음 들어보는 낯선 목소리였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휠체어에 앉아있는 남자가 보였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악마’ 가면에 검은 수트를 입은 그는 휠체어에 앉아 범접할 수 없는 강한 아우라와 카리스마를 풍겼다.

그의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는 티켓 두 장이 있었다.

“이제 들어가도 되죠?”

노란 머리 문지기는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그러나 가면 아래 남자의 싸늘한 시선을 보자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왠지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 바닥에서 긴 시간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분별력이 생긴다. 건드릴 수 없는 상대인 걸 알아차린 순간 한발 물러서는 게 상책이다.

“됩니다.”

노란 머리는 기분 나쁜 듯 백아영을 째려보며 문을 열었고 남자도 휠체어를 움직여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백아영은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후에야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티켓값은 계좌로 이체해 드릴까요?”

‘악마’ 가면을 쓴 남자는 깊은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싸늘하게 변했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티켓이 아니죠. 백아영 씨, 전 등가 교환을 원합니다.”

남자는 백아영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28화

    남자는 미련 가득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더니 곧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차가운 모습으로 변했다.“괜찮습니다. 장애가 있는 건 맞지만 충분히 혼자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약재 감식이 필요할 때 찾아올 테니 다른 시간에는 서로 마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말을 마친 남자는 휠체어를 움직이며 방으로 들어갔다.방문이 닫히자 백아영은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이 들었고 마치 주인에게 버림받은 듯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우두커니 밖에 서 있었다.서로 모르는 사이에 싸늘하게 대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같은 시각 방으로 들어온 남자는 문이 닫히자마자 가면을 벗었고 ‘쿨럭’하며 피를 토했다.정신이 피폐해지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고통에 사로잡힌 남자는 휠체어에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가면에 감춰진 그의 창백한 얼굴은 유난히 잘생겼는데 이성준이다! 백아영과 헤어진 후 그는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었고 깨어나서는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몸이 쇠약해져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했다.오래 버티지 못할듯하다.이성준은 손수건으로 천천히 입가의 피를 닦은 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불안에 떨며 걱정하는 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장님, 지금 괜찮으십니까? 몸은 어때요? 버틸만합니까?”위정은 이성준과 함께 크루즈에 올라 시시각각 그를 돌볼 계획이었다.그러나 탑승 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났고, 백아영이 괴롭힘을 당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이성준은 망설임 없이 위정의 표를 건네줬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다.이성준은 목이 잠긴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문성훈한테 경고해. 다시 한번 백아영 건드린 순간 죽여버릴 거라고!”이 지경에 이르러도 온통 백아영 걱정뿐인 그의 모습에 위정은 기분이 착잡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몸은...”“괜찮아.”전화를 끊은 이성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위정이 전화를 끊자마자 앤니가 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어떻게 성준

    최신 업데이트 : 2023-12-1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29화

    크루즈에서 하룻밤을 잔 백아영은 경매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문을 열고 무의식적으로 옆방을 바라봤다.휠체어를 탄 남자...곁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무뚝뚝하게 거절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자리에 얼어붙었다.거동이 불편하더라도 굳이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싸늘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뒤숭숭한 마음을 억누른 후, 백아영은 마침내 걸음을 옮겼다.경매는 총 3일간 진행되는데 첫날과 둘째 날의 경매품은 비교적 평범하고 간혹 좋은 물건이 나타난다.백아영은 하루 종일 자리를 지켰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어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며 방으로 걸어가다가 익숙한 노란 머리에게 가로막혔는데 크루즈 탑승 전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었던 문지기 두 명이었다.백아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경계하며 은침을 만졌다.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백아영 씨, 해치려는 의도는 없으니 긴장 안 하셔도 됩니다.”어깨에 호랑이 문신을 한 중년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자 노란 머리 문지기 두 명은 그에게 길을 비켜주며 깍듯하게 뒤로 물러섰다.“부하들이 절 위해서 이쁜 여자를 찾고 있었는데 아영 씨가 대단하신 분인 줄도 모르고 무례하게 행동한 것 같네요.”중년 남성이 세게 걷어차자 노란 머리 문지기들은 찍소리도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사과하러 왔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보아하니 이 중년 남성이 문성훈인 듯하다.백아영은 이해가 안 되는듯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봤다. 선우 일가 후계자 신분이 대단한 건 맞지만 지역 건달에게 먹힐 만큼 위압적인 존재가 아니라서 갑작스러운 그들의 태세 전환이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러나 백아영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태연하게 말했다.“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게요.”“너그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12-1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30화

    “저기요!”백아영은 황급히 그를 향해 돌진했다.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어렴풋이 보인 옆태는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는데...‘달칵!’남자는 리모컨으로 방안의 모든 조명을 껐다.“나가요.”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어둠 속에서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온몸으로 반항하고 있었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했다.순간 정신이 번쩍 든 백아영은 다른 사람 일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다시 한번 되새겼다.그런데...방안을 가득 채운 피비린내를 맡으며 심장이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는 건 남자의 허약한 모습과 바닥을 가득 채운 피뿐이다.“저 의사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백아영은 기억을 더듬으며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선 능숙하게 남자의 맥박을 짚었고 곧이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당신...”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다.이성준은 어둠 속에서 애틋하게 백아영을 바라봤고 피로 물든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저 곧 죽어요.”쉰 듯한 그의 목소리에서 무기력함과 절망감이 느껴졌다.의사에게 죽음은 흔한 일이고 백아영의 손에서 목숨 잃은 환자들도 많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목이 밧줄에 조여진 것처럼 숨이 막혀왔고 괴로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남자는 심각한 부상으로 장기가 크게 손상되었고 몸이 너무 허약해진 탓에 간신히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 바로 죽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치료할 약도, 치료할 방법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다.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 백아영은 자신이 왜 이리 슬퍼하는지 알지 못했다.백아영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제가 침을 놔드릴게요. 그러면...”“소용없어요.”이성준이 손을 잡자 백아영의 살결이 느껴졌다. 익숙한 부드러움에 미련이 차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그녀의 손을 내쳤다.“쉬고 싶어요. 아영 씨, 이만 돌아가 주세요.”백아영은 넋을 잃은 채로 방으로 돌아왔고 문

    최신 업데이트 : 2023-12-1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31화

    어쩌면 낯익은 옆모습을 본 순간부터 마음이 혼란스러워져 정신을 못 차렸을 수도 있다.선우경진은 한숨을 내쉬더니 곧이어 화를 내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이름 듣기만 해도 열받으니까 이름 꺼내지도 마. 어제 앤니랑 맨빌로 돌아갔다더라.결혼하러 갔겠지 뭐”비수처럼 꽂힌 말에 백아영은 자리에 얼어붙었고 늘 그렇듯 가슴이 미어졌다.앤니는 이성준 생명의 은인이다. 어쩌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마음이 생겼고 술김에 관계를 맺어 ‘자연스레’ 함께하게 되었다.백아영은 그들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잊은 채 병으로 죽어가는 남자를 이성준으로 착각하는 자신이 우스웠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어둠에 휩싸인 바다를 바라봤고 마치 그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밤새 마음을 가다듬은 끝에 마침내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숨 막힐 듯한 느낌에서 벗어났다.백아영은 남자의 방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노크했다.“누구세요?”곧이어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예요. 아침 주려고 왔어요.”“필요 없어요.”남자는 매몰차게 거절했으나 백아영은 떠나지 않았다.백아영은 그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걸 웨이터를 통해 알게 되었고 평범한 사람도 배가 고플 텐데 하물며 아픈 그는 더 말할 것도 없다.“움직이기 불편한 상황이면 제가 카드 찍고 안으로 들어갈게요.”말을 마친 후 카드 찍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휠체어에 앉아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고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듯하다.창가를 마주하고 앉은 그는 걸어오는 백아영을 보며 기분 언짢은 티를 냈지만 가면 아래 숨겨진 눈은 여전히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백아영은 환자에게 맞는 죽과 반찬을 식탁에 올려놓고선 웃으며 말했다.“이거라도 좀 먹어요.”“필요 없다고 했잖아요.”백아영은 남자의 뒤로 다가가 휠체어를 식탁 옆으로 밀었다.“제 행동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환자가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걸 의사로서 지켜보고 있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32화

    백아영은 또 하루 종일 경매를 지켜봤다. 비록 좋은 물건도 있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아니었다.백아영은 오프라인 경매에 괜히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울적했다.이제는 세 번째 경매에서 좋은 약재가 나와 신약 연구할 기회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50조라는 막대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다.경매가 끝난 후 백아영은 주방으로 가서 환자에게 맞는 음식을 주문하고 남자에게 가져다주었다.그러나 도착하려던 순간, 남자의 방문 앞에 서 있는 앤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순간 눈빛이 흔들리면서 충격에 휩싸였다.‘이성준이랑 같이 맨빌로 떠난 거 아니었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것도 저 사람 방문 앞에?’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서로 아는 사이가 확실하다.순간 이성준과 닮은 남자의 옆모습이 떠올라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구 뛰었다.바로 그때 곁눈질로 백아영을 발견한 이성준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따라서 고개를 돌린 앤니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누가봐도 뭔가를 숨기는듯한 수상함이다.백아영은 의심이 더 커진 채로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죠?”간신히 크루즈에 올라탄 앤니는 이성준을 찾자마자 백아영과 마주쳤고 죄책감을 느끼는 듯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백아영에게 정체를 들킨 순간 전에 숨겨왔던 모든 비밀이 물거품이 된다. 앤니는 자신을 비난하는 이성준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화해하는 걸 보고싶지 않았다.“그... 그게...”적당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자 앤니는 말을 더듬었고 그녀가 이렇게 행동할수록 백아영은 더욱 의심스러웠다.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혹이 점점 더 커지며 초조함에 저도 모르게 손을 뜯더니 착잡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아는 사이에요?”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와 함께 짜증 나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 여자가 계속 귀찮게 하는데 아영 씨가 대신 얘기해줘요.”말을 마친 그는 싸늘하게 문을 닫았고 앤니는 어색하게 문밖에 서 있었다.“제가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33화

    앤니와 이성준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감정이 앞서 슬프고 괴로웠다.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의심을 멈출 수 없었다.앤니가 방을 잘못 찾은 게 가면 쓴 남자와 연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이성준과 닮은 남자의 옆모습이 떠오르면 또다시 심장이 떨렸다.백아영은 주먹을 불끈 쥔 후 카드를 찍어 방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방으로 들어서자 ‘떠난’ 앤니가 다가와 원망과 질투의 눈빛으로 방문을 바라봤다.간신히 크루즈에 올라탔건만 이성준을 찾자마자 백아영에게 가로막혔다.들키지 않기 위해 앤니는 가면 쓴 남자를 모른척 해야만 했다.이성준의 곁에서 그를 돌보려면 반드시 두 사람을 갈라놓을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방으로 들어서자 남자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전처럼 창밖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인기척을 듣고도 돌아보지 않았다.백아영은 ‘악마’ 가면을 자세히 바라봤다. 그의 얼굴형과 맞지 않는 가면을 보니 임시로 찾은 게 분명했다.신분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쓴 사람이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백아영은 식탁에 음식을 내려놨다.“식사하세요.”“고마워요.”식탁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바로 식사를 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백아영을 바라봤다.이제 가도 된다는 뜻이다.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를 보고있으니 당장이라도 벗겨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나 아직 친하지 않은 사이에 함부로 행동할 수 있는 백아영이 아니었다.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물었다.“어디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이성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제경에서 왔어요. 성은 한이에요.”제경에서 재벌로 유명한 한씨 일가는 백아영도 들어본 적 있었다.방으로 돌아온 백아영은 재빨리 제경 한씨 일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봤다. 고상하고 우아한 그의 겉모습을 보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할 거라고 추측했다.만약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을지도...“대표님, 제경 한씨 일가 셋째 도련님이 두 달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34화

    식탁 위의 음식은 손을 댄 흔적이 남아있었고 남자는 이제 막 식사를 마친 듯 가면을 쓰고 있었다.백아영은 가면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지만 이목구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백아영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지금 뭐 하는 거죠?”갑작스러운 백아영의 방문에 남자는 기분 나쁜 듯 언짢은 티를 내며 그녀를 바라봤다..이성준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의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하나둘씩 들어맞는 상황에 설명할 수 없는 의심과 불안감이 크게 밀려왔다.백아영은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으나 이를 악물고 태연하게 말했다.“아까 보니까 옷이 많이 더러워졌는데 갈아입기 불편하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낯선 남자를 도와 옷을 갈아입히려는 백아영의 행동에 이성준은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불쾌한 척 거절하려 했으나 의심하는듯한 그녀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할게요.”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투덜거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흔쾌히 승낙하자 긴장감이 풀렸다.백아영은 옷을 갈아입히며 ‘실수로’ 그의 가면을 벗겨볼 계획이었다.모든 게 원하는 대로 흘러갔지만 정작 옷을 갈아입히려 남자를 마주하자... 백아영은 문득 부끄러워졌다.남자에게 옷을 갈아입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아무 관계 없는 낯선 남자를 마주하니... 백아영은 자신의 계획에 대해 잠시나마 후회했다.이성준은 그녀의 당혹스러움을 못 본 척하며 그윽하게 바라봤다.“왜 그래요?”“아니, 아니에요...”백아영은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다가갔다. 기필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해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었고 수치심보다 더 큰 걱정과 조바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일단 옷부터 벗으시죠.”“알겠어요.”이성준은 침착하게 행동했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셔츠 아래로 드러나는 그의 하얀 피부를 보고 있자니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최신 업데이트 : 2023-12-13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535화

    백아영은 새 셔츠를 꺼내 그에게 다가가서 침착하게 입혀주었다.셔츠를 입은 후 바지를 갈아입을 차례가 되자 백아영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남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백아영의 어깨를 짚고 일어섰다.“귀찮겠지만...”말하던 중 그는 중심을 잃으며 앞으로 쓰러졌고 백아영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은 채 간신히 서 있었고 이성준은 여세를 몰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미련으로 가득 찬 그의 두 눈에서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이 순간만큼은 백아영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마지막이니까...백아영은 간신히 그를 붙잡았고 껴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자세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물러나려던 그때 남자는 이미 그녀를 놓았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다시 휠체어에 앉아 평소와 같은 말투로 얘기했다.“아무래도 남자가 있어야 할 것 같네요. 아영 씨, 마음은 고마운데 여기까지만 하죠.”백아영은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뿐이기에 차라리 잘됐다 싶어 한발 물러섰다.“도와줄 남자 웨이터를 부를까요?”이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백아영이 떠난 후 곧바로 남자 웨이터 한 명이 들어왔다.이성준은 휠체어에 앉아 그녀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슬픔에 젖어있었다.크루즈에서의 셋째 날.백아영은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들고 남자를 찾아갔지만 아무리 노크해도 응답이 없었다.언제 숨이 끊어질지 모르는 그의 몸 상태가 떠오른 백아영은 걱정스러운 듯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하지만 어제와 달리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는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방은 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었다.‘갔나?’오늘이 경매 마지막 날이니 밤에 크루즈는 정착하게 된다. 하여 지금 짐을 챙겨 나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이라 이별이 당연했지만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백아영은 마음을 가다듬은 후 경매장으로 향했다.오늘이야말로 경매의 하이라이트다. 좋은 물

    최신 업데이트 : 2023-12-14

최신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6화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DMCA.com Protection Status